|
아래블러그에서 스크랩해왔다는걸 밝힙니다
필리핀 아포산 산행과 호핑투어
제4차 산오름산악회 정기해외산행
글·사진_노원세무서 오안나
아포산 유황연기가 보이네요
제3차 산오름 산악회 정기 해외산행인 작년의 차마고도 트래킹과 옥룡설산산행이 물구나무(저의 닉네임입니다)의 주책과 실수를 담으며 끝나는 순간, '제명'일거라 생각했던 물구나무에게 러브콜이 옵니다. ^^
윤대장의 권유 메일을 받는 1월경부터 시작되는 행복은 바쁘고 힘든 업무의 부담감을 십분 줄이는 효과를 톡톡히 내고 있음을 절실히 느끼는 건, 저만이 아닐 테지요?
실질적인 절차와 진행의 복잡함과 수고로움은 윤대장과 운영진께 맡기고, 떠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초등학생 같은 물구나무는 당연히 대환영! 내 친구 수원이도 동반하구요.
작년 옥룡설산 산행이 좋기야 무지하게 좋았지만, 고소증과 바쁜 일정 등으로 너무너무 힘이 들었기에, 올해는 여유를 좀 갖고 재충전되는 여행이 되게 하자는 의견이 지배적이어서 비교적(?) 수월한 산행지로 필리핀의 아포산 산행이 선택된 거 같아요.
산행개요
필리핀 아포산의 아포는 주인 혹은 조상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해요.
7,107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 남부의 만다다오섬에 있고, 다바오시에서 서쪽 32km 지점에 있으며, 해발 2,954m(당초 3,010m이었으나, 화산의 폭발로 내려앉아서)로 필리핀에서 가장 높은 산이며 동남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이기도 하답니다.
중앙 산맥의 일부로 큰 열대 활엽수림으로 덮여 있고 정상부근에는 지금도 유황이 뿜어져 나오고 있고, 에베레스트 원정 산행을 위해 기초훈련을 하는 산이기도 한데, 아포산 산행을 위해서는 반드시 현지 가이드와 포터 일행을 대동하여야 하는 건 다른 국외산행과 마찬가지더라고요.
등산로가 희미하고 우리들이 분간하기 어려운 열대우림 지역이라 자칫 길을 놓치면 영원히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지면 안 되겠지요? 내전 당시 반군 세력의 본거지였고 지금도 일부 반군들이 활동한다고 한다는데, 그리 위험한 상황은 없었으니 걱정 안하셔도 되고요.
남성 회원 8명, 여성 회원 8명으로, 16인의 국세청 연합등산동호회 산오름산악회 회원들로 구성되어, 2011년 5월 5일~9일(4박5일) 간의 힘들기도 하고, 즐겁기도 했던 추억들을 떠올려봅니다.
첫째날, 태평양을 건너는 물구나무
태평양을 건너~어, 대서양을 건너~어, 인도양을 건너서라도…….
그 누구를 만나고자 하는 열망을 목이 터져라. 외쳐대는 노래 가사처럼 나도 모르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아주 작은 모션으로, 아주 작은 마음으로 열망을 모아 태평양을 먼저 건너는 필자와 울 산오름 해외산행 원정단 16인의 발자국 앞에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신들께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소풍 가는 아이 같은 설렘은 오십이 넘어도 마찬가지로, 아니 더 한 듯(?). 정리한 가방을 다시 한 번 챙겨보며 '내 수영복도 챙겼니? 무슨 색깔이니?' 친구에게 문자도 보내며 잠을 못 이루다, 알람보다 2분 먼저 일어나는 이변에 씩 웃으며 애들 방에 들어가 엉덩이 두드려주고 나오려니 큰 딸내미가 공항버스 타는 데까지 들어다 준다네. 땡큐 ~.
엄마 몸이나 잊어버리지 말고 꼭 잘 돌아오라는 당부의 말을 뒤로 하고 15분쯤에 산오름 안병호 회장님, 정홍석 대장과 만나 수다를 떨다 인천공항 가는 리무진 버스에 탑승하였지요. 인천공항 J카운터 앞에 도착하여 사람들이 속속 모여드는 모습을 위에서 내려다볼 수 있다면 참 재미있겠다고 상상해 보면서요.
로밍하러 갔더니 내 핸드폰이 구식이어서 필리핀에서는 사용할 수 없는 기종이라며 임대 폰을 권유하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에 대한 낯가림이 귀찮아 포기하는 건 좋으나 앞으로 시간별로 정확한 기록도 마닐라에 도착하면서부터는 어렵고, 내 짐작으로 자유롭게 해야겠다 싶어 포기하였습니다.
드디어 08:30. 이륙하는 필리핀항공 PR 467안에서 수원이와는 친한 초등학교이자 중학교 동창들을 우연히 만나 얘기 나누는 중, 그 친구의 친구를 또 내가 아는 사람들이어서 함께 인사 나누며 참 세상 넓고도 좁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여실히 느꼈지요.
40,000피트 구름 위에서의 식사도 즐기며, 아이스크림 같은 예쁜 구름들, 수제비 뜯어 놓은 듯한 섬들의 예쁜 모습의 태평양 상공을 날며 그저 행복해 하는 물구나무랍니다.
공항 안은 냉방 가동으로 시원하지만, 바깥은 꽤 더워 진짜 필리핀 마닐라에 도착했구나! 실감하였지요. 허나 다시 15:30에 출발하는 국내선 DAVAO행을 기다리려면 3시간의 킬타임 동안 무엇을 해야 할지 걱정이었습니다. 수원이와 수다 떨다 돌아다니다, 다시 모여 수다 떨다 공항 내에서 웃고, 맛이 이상스런 토스트도 먹다가, 다른 팀들도 구경하다 아아~ 지루해! 돌아올 때는 3시간이 아니고 5시간의 킬타임이라는데 또 그러면 미쳐 버리지 싶더군요.
그래도 시간은 흘러 다시 2시간의 비행 후 다바오에 도착하여 한국식당에서 육개장을 한술 뜨니 속이 다 개운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디저트로 수정과까지 즐기고 만다야 호텔에서 간단히 씻고 327호 윤대장님의 방으로 모여 맥주 1잔에 정말 유쾌한 수다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있었습니다만, 내일 아포산 등정을 위한 준비물과 주의사항을 들은 후 해산하였습니다.
더운 날씨지만 긴 팔 착용 필수, 방수용 물건 필수, 1.8L량의 식수준비 등... 슬슬 겁이 나기 시작합니다.
둘째 날, 작전명 : 폭탄 물구나무를 선두에 배치하라!
맛난 식사 후 6시에 우리를 태운 2대의 봉고는 신호 무시, 차선 무시, 경적 무시, 속도 무시는 기본!! 우리들의 불안감까지 무시하며 열심히 2시간여를 달려갑니다. 그래도 서울처럼 그 흔한 교통사고 하나 없다니, '무질서 속의 질서' 인지 필리피노들의 성정인지 알 수는 없네요. 마닐라 시내에서의 극심한 정체에서도 마찬가지고요.
열심히 날아가며 보니 길 양옆에 피어 있는 이름 모를 꽃들의 모양이 태양을 맘껏 즐긴 탓인가, 아주 도발적으로 피어 있어 소박하게 피어 있는 우리네의 토종 꽃들과 비교가 되었습니다.
노랗게 익어서 저 꼭대기에 매달려 있는 야자 망고들에, 파란 손가락같이 줄줄이 달린 바나나도 실컷 보며 엊저녁 어두워서 보지 못한 아열대 지역의 모습들을 감상해 봅니다.
조금 달리니 방갈로와 햇살을 받아 반짝이는 바다도 바라보며 환호하고, 조금 더 달리니 비포장도로 그나마 속도를 낮추는 듯해 웃어주었습니다. 희한하게도 비포장과 포장길이 반복되는 길이었는데 굽이굽이 돌아가는 숲길로 들어서서야 창문을 열어 숲 냄새에 심호흡을 하였습니다.
꼭 우리네 5~60년대의 풍경들과 비슷한데 어느 집이나 닭, 돼지, 말 등을 기르고 있고, 대강 두른 철사로 된 담벼락에 널린 많은 빨래가 정겹습니다.
부러웠던 건 그네들의 꼭 필요한 만큼의 공간으로만 지은, 대나무와 나무줄기들로 자연에 어울리게 지어진 소박하다 못해 좁을 듯한 가옥들이었는데요, 우리네의 더 넓은 평수 아파트에 목숨 걸고 사는 것에 비교한다면야 천지차이라 하겠습니다.
그러면서도 평상이나 의자에 앉아 담배를 물고 느긋하게 쉬는 남정네들과는 달리, 그 많은 식구를 돌보며 농사일까지 하는 여인네들을 보며, 이런 삶이 싫어 행복을 찾아 떠났지만 또 그곳에서 질곡의 삶들을 살았던 우리 옛날의 아메리칸 드림처럼 코리안 드림을 꿈꾸며 시집오는 숫자가 부쩍 느는 요즈음에 낯설고 물 선 곳에 자리 잡을 그녀들의 삶이 덜 아프고 더 행복하게 살 수 있기를 기원 해봅니다.
입산신고서 앞에서 ~~ 조그마한 트럭에 18인과 짐들을 싣고 산길을!
이제 '체크포인트-STOP'이라 쓰인 산행기점 입산신고센터 카파타칸.
앞차에서 먼저 도착한 윤대장이 농익은 바나나를 사 들고 기다리고 있어 얼른 시식합니다.(으~으음. 정말 맛있어!) 또 그 옆에는 장전된 총을 메고 다니는 병사가 있었다는데, 내전 때 반군의 거점이었던 이 민다나오 섬이 이 곳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안전하답니다.
조금 더 가니 카파타칸의 명동쯤일 꽤 넓은 광장에서 우릴 태워 갈 GREEN 트럭과, 캐러비안 해적에 나오는 인물 같은, 전 일정을 함께 해 줄 현지인 가이드 총대장(JERRY, 닉네임 쏘주)을 만납니다.
산행 들머리로 이동 중 2대의 봉고에서 파워 짱인 GREEN트럭 뒤 짐칸으로 19인과 배낭들이 탑승하였는데 햇볕을 그대로 받아 내며 엉덩이와 온갖 근육들의 아우성이 시작되었지요. 갈수록 심해지는 경사와 우당퉁당하는 자갈돌 길, 트럭 성능이 의심되는 이상한 소리에 놀라고 걱정하면서도 문명의 손길이 닿지 않은 열대우림의 아포산 산행을 앞둔 벅찬 마음에 30여 분 동안의 지독한 흔들거림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그 와중에, 난 특이한 머리 모양과 구릿빛의 아름다움을 발산하는 제리의 모습을 핸드폰에 담아도 되느냐? 물어보는 대화를 시작으로 1박 2일의 아름답고 고마운 인연을 시작합니다. 수원이도 나중에 이 트럭 구간의 덜컹거림이 어린 시절을 떠올려 제일 재미있었다고. 둘다 촌스러운 건 어쩔 수 없지요?
드디어 트럭도 갈 수 없는 곳, 실질적인 산행들머리. 작은 구멍가게 같은 집 앞에 도착합니다.
이곳은 1,500m정도로 고산증은 없을 것이나 천천히 즐기는 산행을 하자며, 제리(현지 가이드), 여행사 사장(김태삼 일명 빅샘), 물구나무 순서로 길을 나섭니다. 아시죠? 폭탄순서. 누구라도 빅샘 보다 앞서게 되면 벌금이 1달러라 합니다.
아까 트럭에서 심하게 흔들리며 바라보았던 청명한 하늘과 심하게 경사진 산들의 언저리까지 일구어 농사지어진 밭들, 이름도 알 수 없는 열대식물들, 그중에는 우리와 같은 종류들도 있었지만, 이제는 오로지 내 발로 느끼기로 마음먹어야겠지요.
산행들머리에서~~
저번 주, 안개 낀 도봉산을 전세 내었던 워밍업 산행에서도 송봉수 고문님과 윤대장님이 물구나무를 선두에 세워서, 이것저것 가르치며 자운봉을 돌아올 땐 장난이겠거니 하며 웃었는데, 이곳에서도 그러하니 아마도 폭탄을 앞에 세우고 선수들을 뒤에 배치하는 게 정석인가 봐요.
안승국 서기관님도 군에서 구보할 때 항상 맨 뒤에서 뛰었었다며, 앞은 천천히 가더라도 뒤에는 뛰어 줘야 보조를 맞출 수 있었다며, 걱정과 미안함과 고마움에 범벅이 되어 울상이 되어 버린 물구나무를 위로해 주시네요.
다른 산행에서 언제나 후미지기인 미녀 씨가 혹 선두 조에 진입하면 '밥 사라' 했는데 아마도 아포산 이후에 귀국해서는 꼼짝없이 밥을 사야할 거 같네요. 좋은 징조, 안 좋은 징조? 당연히 좋은 징조겠죠?
드디어 출발! 누군가가 10:40분이라고 하네요.
하늘과 공기는 맑으나 조금 후덥지근한 날씨에 원주민들이 일구어 놓은 밭 사이를 지나 내 키를 훌쩍 넘는 풀잎들 사이로 난 길을 따라 걷는 길바닥은 진흙탕이어서 이를 피해 가려면 앞사람이 디딘 곳을 잘 보고 딛어야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주위를 둘러보기보다는 그저 발자국만 보고 미끄러지지 않으려 용을 써야 해서 금방 땀으로 젖어 버렸습니다. 얼마 가지 않아서 상당히 오른 것처럼 힘에 부쳐 쉬어 갔으면 싶은데, 조금만 더 가면 좋은 쉴 곳이 있다며 계속 앞으로만 나아갑니다. 으아아아! 물구나무 죽겠네!!
나는 나대로 앞서가니 버거워 죽고, 뒤에 계신 선수들께서는 답답해서 속이 터질 지경이었겠지요.
꾹 참고 시뻘겋게 달아 오른 뺨을 간간이 불어주는 바람에 식혀 가며 조금 더 가니 일명 '파라다이스'라고 하는 민가 서너 채와 시야가 확 트인 넓은 공간이 있는 곳에 도착했습니다. 후아후아!
당장 배낭 내리고 물 한 모금을 마셨습니다. 어른들은 밭에 일하러 가고 올망졸망 애들만 얼굴을 내밀고 우리를 반겨주길래 그들을 위해 준비해 간 볼펜을 하나씩 나눠 주니 수줍어하더군요.
화장실도 들러 속옷을 벗어버리고 다시 진행모드인데, 빅샘이 내 배낭위치와 보폭을 잡아주며 아까 섰던 순서대로 또 앞에 서서 점심 먹는 곳까지는 무조건 가야 한다고 합니다.
내 특기인 앞뒤 좌우 돌아보며 만나는 것마다 인사하기, 얘기하기도 못하고 그저 부지런히 제리와 빅샘 발자국만 따라 오르니 등산 초입부터 체력은 떨어지고 아무 말도 못 하겠고 그저 한발 한발 내딛을 뿐입니다. 뒤에선 여유롭게 얘기하며 오는데 들리는 웃음소리가 부럽기만 합니다. 난 참여도 못하고 얼마나 열심히 갔는지... 갈대 비슷한 곳의 쉼터에 쉰다니 또 배낭을 집어던지고 물만 찾으며 헉헉거립니다.
파라다이스 마을에서
다시 출발하자는데 내가 또 꾸물거리니 내 배낭을 포터에게 맡기자고 한다. 아이고! 누가 폭탄 아니랄까 봐. 옆에 있던 제리가 내 것까지 메고 앞장서니 이제부터 시작되는 콩글리시, 토막영어 잔치.
빈 몸이니 조금 낫긴 하지만 아직 몸이 덜 풀렸기도 하고, 어찌어찌 있는 힘을 다해 따라가니 정글 숲이 시작되기 전이다. 큰 나무 한 그루가 있는 곳에서 도시락을 나눠주는데 등산화, 양말 다 벗어버리고 털썩 주저앉았지만 몇 숟갈 먹지도 못하고 손발이 발발 떨려온다. 이걸 어쩌나... 의욕만 있었지 괜히 따라나서 민폐라도 끼치면 어쩌나... 이런저런 생각 속에도 왜 그리 졸리기는 하는지! 에라 모르겠다, 누워버리는데 누군가가 눕지 말고 앉으라고 하네요.
그러는 사이 예정된 휴식시간 30여 분이 흐르고...
가만히 앉아 있다 청명한 하늘과 저 아래 우리가 지나온 곳들, 저 건너 산들의 아름다움, 주위 숲에서 나오는 맑은 모습들이 약이 되었던 걸까요? 서서히 정신이 들고, 서서히 물이 오르는 물구나무. 신발, 양말 다시 주워 신고 돌아다니다 배경 좋은 곳에서 '독사진, 독사진' 외치니, 안 회장님이 얼른 일어나 찰칵 해주십니다. 그 모습을 어이없게 바라보며 웃으며 한마디 하시는 송봉수 고문님. '참 조금 업 되면 맨 날 저 V포즈로 사진 찍고 난리고, 조금 다운되면 누워 버리니. 쯧쯧쯧'
그러게 말이에요. 이러다 내년엔 진짜 '제명'되는 거 아닌가 몰러.
그리고 다시 대열을 정비하여 내 배낭을 다시 메 준다는 제리. 이후 내일 하산 시까지 죽 계속되었고, 고맙기 그지없어 또 오버하는 폭탄 아니 이젠 international bomb(국제적인 폭탄?^^).
하지만, 지나서 생각해보니 나의 폭탄 짓은 여기까지였고 그 이후는 그런대로 잘 가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제부터는 진짜 정글.
풍부한 이름 모를 식물들, 우람한 나무들이 쓰러져 길을 막은 데다 습하다 보니 이끼들이 붙어 있어 어찌나 미끄러운지요. 또한 늪지대를 계속 지나야 하니 머리 조심, 허리 조심, 발 조심... 완전 허들경기네요.
젖은 나무 그루터기 조심!을 외쳐가며 몇 차례나 지났는지 몰라도, 거의 2시간을 그런대로 잘 따라가 주었는데 이제는 다른 폭탄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외국여행은 여러 번 하신 경험이 있으시나, 산행은 오랜만이고, 또 이런 정글 속 강행군이니 발에 쥐도 나고 적응이 잘 안 되시어 힘들어하는 윤 계장님.
그 마음 누구보다 잘 알기에 마음 아파하며 뒤돌아보고 잘 따라오시면 앞으로 가기를 반복하였지요.
정글지대를 통과 중~~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았던 정글 속을 이렇게 직접 와 보다니……. 감개무량합니다!
중간에 한 번인가 계곡물을 만나 쉬어주곤 또 계속 오름길. 아까의 정글보다 더 힘이 들던 구간으로 가파르고 미끄러운 위험한 길을 바짝 더 올라주니 "구디구디 캠프"라고 하는, 아늑한 곳에 자리 잡습니다.
'구디구디 캠프'는 우리가 야영할 곳입니다.
텐트 한 동에 4명씩 배정받아 짐 풀고 밥 먹고 흥겨운 캠프파이어!
조금 지나니 텐트를 흔들고 할퀴는 듯 세어지는 바람에 혹 빗방울이 섞였을까, 추울까 걱정되어 있는 옷을 다 껴입고 침낭 속으로 들어갑니다. 내가 이 나이에 이곳 2,000m 고지의 아포산 텐트 속에 있을 줄 상상이나 해 보았겠어요?
4명씩 지그재그로 누워 센 바람소리와 옆 텐트에서 소곤거리는 소리들을 자장가 삼아 잠이 들었다 깨었다 합니다. 아마도 깊이 잠든 사람은 나 이외는 없었던 듯 합니다.(이것도 복이라면 복이겠지요?^^)
흥미진진한 정글 산행은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국세 2011년 8월호 글마당 中
필리핀 아포산 산행과 호핑투어(2)
제4차 산오름산악회 정기해외산행
글·사진_노원세무서 오안나
아포산 정글지대, 저 정글 숲을 지나왔지요~
(지난 호에 이어 계속됩니다.)
셋째 날, 아포산 정상에 서다
다시 어제와 같은 순서로 일렬로 오르기 시작합니다. 키 작은 이름 모를 나무들이 무성한 사잇길로 한참을 오르다 처음으로 뒤돌아 눈이 다 시원해지는 풍광을 바라보자니, 너무도 고맙고 행복한 이 순간을 존재하게 해 주신, 못 먹고, 못 입고, 못 배우고, 못 생긴 울 엄마(나훈아도 함께)가 보고 싶어 크게 “엄마~아아” 하고 외치니 한동안 콧등이 시큰거렸습니다. 어버이날 찾아뵙지 못한 죄송한 마음을 이렇게나마 전해봅니다.
바로 위 바위들 사이에 노란 유황 연기 피어오르는 곳을 바라보며, 서로서로 디카에 담아 주기도 담기기도 하며 잠시 휴식을 취합니다. 이제는 금방 작은 나무들마저 사라지고 바위로 너덜너덜한 보울더 트랙구간. 조심조심 진행해야 할 최대의 난코스(개인적으론 심한 유황 냄새만 아니라면 설악산 황철봉의 너덜지대 정도)라는데 .... 제트기 소리를 내며 나 살아 있노라 외치는 듯 유황 끓는 소리와 매캐한 냄새, 참 자연은 신기하면서도 무섭습니다.
그래도 정말 다행인 건, 날씨가 큰 도움을 주어 그리 덥지 않으니 물도 많이 마시지 않아도 되고 짧은 시간에 보울더 트랙 구간을 지날 수 있었지, 안 그랬더라면 엄청 힘들고 지칠 코스긴 하더라고요.
바람까지 반대로 불어 주어 유황냄새도 많이 데려가 주었지만 입 꼭 다물고 코로만 호흡하며 최대한 빨리 지나 다시 나무와 꽃이 피어 있는 곳에서 행복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친구와 함께 사진도 찍어가면서요.
유황연기로 가득한 보울더 트랙 구간을 통과 중인 회원들
그리곤 다시 가파른 길을 지그재그로 한참을 오르니 평소에는 말라 있다는 화산호수가 요사이 며칠 비가 내렸다며 귀엽게 물을 담고 우릴 기다려주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여기서 또 쥐가 난 윤 계장님을 최고의 구급대장 윤 대장이 즉시 응급처치를 하는 동안 우리들은 그저 신기한 모습에 사진을 찍어대기 바빴습니다.
정상이 가까워지는지 여기서부터는 가스가 꽉 차고 바람이 엄청 드세져서 더 조심하여 올라가니 정말로 정상입니다.(아포산 정상 2,954m) 마치 모든 걸 날려 보낼 듯 바람도 더 거세지고 추워져서 사진도 잘 못 찍고 옷만 껴입으며 하산을 준비합니다.
그러다 정상을 조금 벗어나 내려오니 갈수록 옅어지는 가스와 잦아드는 바람에 부드러운 풀들을 만나는데 아마 캠프장인 듯 야영한 흔적이 있는 곳입니다. 사진에서도 본 듯하고 바닥은 진흙길로 미끄러우나 푹신한 길이니 그리 힘들지 않고 시야도 푸른 녹색지대로 정말 좋아요.
하지만, 부드러운 초원 같은 길을 한참 즐기며 내려가니 다시 열대식물군과 짙은 가스와 늪지대가 시작되고 ... 미끄럽고 위험한 구간도 많아서 선두 후미 간격이 더 벌어지니 자주 멈춰서 기다려 줍니다. 정말 물구나무(필자)를 평소대로 후미에 세웠더라면 더 힘들고 더 늦어 졌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가스를 머금은 정글의 몽환적인 모습도 신기해 보이고, 뭐 모든 게 다 신기하죠 뭐 ~.
그러다 얼마 안 가서 도착한 베나도(Venado) 호수.
우기라면 시퍼렇게 넓은 호수를 형성한다지만 지금은 건기로 바닥까지 드러내고 있어서 폭신폭신하게 출렁거리는 양탄자를 밟고 다니는 느낌인데요.
이곳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먹고 있자니 바람이 한바탕 불어 주어 가스를 날려 버려 태곳적 원시 모습인 호수 주변을 잠깐 잠깐씩 보여주네요. 멀리 코리아에서 온 필자와 우리 일행을 환영하는 이벤트겠지요.
베나도(Venado) 호수에서, 2,500m에 있는 호수입니다.
2,500m 고지에 이런 호수가 있다는 게 정말 신기했는데요. 여기서 지도를 꺼내 보니 하산지점까지 얼마 안 남아 보여 미안한 마음에 제 배낭을 이제 제가 메겠다고 했더니, 이제부터가 정말로 힘든 구간만 남았으니 그대로 메고 가신다고 합니다. (고맙고 미안한 감이 교차)
정상에서 추워서 입었 덕 다운을 벗어 배낭에 넣고 윈드자켓을 입으라는 예쁜 미숙 총무의 권유로 옷을 갈아입고 출발합니다. 안 그랬으면 비에 젖어 엄청 무거운 옷을 짊어질 뻔했지요.
출렁거리는 호수 바닥을 한참 돌아 다시 정글 숲('정글숲을 지나서 가자~ 늪지대를 넘어서 가자~' 유치원생 노래가 생각나는지 다들 흥얼거리기도 하면서...^^)으로 들어가서 가파르고 매우 미끄러운 나무사다리 2개를 지나고 나니 후드득 비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갈수록 심해지는 빗줄기와의 데이트가 시작되고... 앞으로 2시간 동안 흠뻑 비를 맞으며, 계곡물이 불어 위험해질까 봐 겁이나 죽어라 부지런히 진행하는 우리 팀입니다.
그러나 열대지방이어서일까, 추운 줄은 못 느끼겠지만 금세 온몸이 다 젖어버리고 등산화 속까지 빗물이 들어오네요. 윈드스퍼나 비옷 등도 무색하게 온몸이 젖어오는데 '정글 속 아바타에 나오는 장면이거니' 혹은 '정글체험 한번 제대로 하는구나' 하며, 묵묵히 아포산을 전세 내어 걸었습니다. 물론, 사진 찍을 엄두도 못 내고요.
베나도(Venado) 호수 늪지대를 통과하는 회원들
경사가 급한 계곡 길을 조심조심 얼마간 내려오니 이제 비는 서서히 그쳐가고 항상 조용히 앞서 가던 제리가 웃으며 어딘가를 가리킵니다. 유황 온천물이 대나무 대롱을 타고 흘러내리는 곳인데요. 어쩐지 유황 냄새가 난다 했죠. 모두들 뜨거운 유황 물에 젖은 몸과 누렇게 변한 등산화를 씻어내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습니다. 따스한 유황 온천물이 어느 정도 피곤을 풀어주는 듯하여 좋아하면서요.
간식들을 나누어 먹고서 앞길에는 6~7번의 도강 코스가 기다린다 합니다. 비가 오기 전에는 안 젖으려고 늪지대나 젖은 나무 등걸도 조심하여 비켜 다니고 물웅덩이들도 애써 피해 다니느라 힘들었는데, 이젠 이미 버린 몸(?)이라며 용감하게 아예 물에 빠져서 건너버렸습니다.
2시간 동안 내린 비에 불어난 물과 세어진 물살로 성을 내며 흐르는 흙탕물이 보기만 해도 겁이 나는데 제리와 포터들은 그 가운데 딱 중심을 잡고 서서 우리들을 잡아 이끌어 건네줍니다.
거의 다섯 차례쯤 도강했을까요? 서서히 체력의 한계가 다가옵니다.
아! 하지만, 어쩔 것이여. 다시 한발 한발 무거운 발을 옮길 수밖에요.
후미의 선수 양반들은 '선두는 아무나 하나?'라며 놀려댑니다.
드디어 젖은 통나무도 건너는 마지막 도강 후, 등산화 속의 모래만 털어내어 신고 다시 산 한 자락을 돌아 올라서 민가를 지나치니 차도에 다다릅니다.
콩그레츄레이션!!!
외쳐 주는 제리와 울 팀 모두와 악수를 나누고 서로서로 완주를 축하해 주며 둥글게 모여 화이팅을 외치는데 나도 모르게 따뜻한 눈물이 흐르더군요.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도움으로 폭탄 물구나무(필자의 별명)가 터지지 않았지요.
시골스런 온천에서 온천욕은 여건상 하지 못하고 맛있는 식사만 하곤 서둘러 숙소인 만다야 호텔에 도착!
꿈같은 아포산 산행을 마칩니다.
정상에서 하산 중인 필자
넷째 날, 임진강에서 배운 개헤엄으로 해양스포츠를 즐기다
워밍업 차 함께 올랐던 지난 봄 안개 짙은 도봉산행에서 수영복 이야기가 너무나 즐거운 화두(?)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등산용품이라면 꼭 최상품은 아닐지라도 소용되는 만큼은 다들 갖추고 계시니 별문제가 없으나 물놀이 용품들은 그렇지 않아 새로 장만하기도 하고 서로 빌리기도 했는데요. 사실 가족들도 아니고 직장동료 사이라서 몸매를 그대로 드러내야 하는 쑥스러운 상황을 경험해 보지 않은 우리 팀들이니, 송 고문님과 윤 대장님 두 분이 호텔방에서 수영복 패션쇼를 벌이는 모습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는데 실제로 보고야 말았답니다.
이렇게 여행을 하면 그동안 긴장됐던 나사들이 조금 느슨해지고 어린아이 같아지나 봐요.
이제 다시, 어제의 그 현란한 봉고로 이젠 선착장에 도착해서, 전세 낸 배 한 척으로 햇볕과 바람과 물살을 가르며 1시간여 달리는 시간. 달리굿 섬을 향하여!!
따릿굿 섬을 가기 위해 전세 낸 배로 이동 중인 여성회원들
강한 햇볕을 피하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언제 그렇게 준비를 하였는가?
해변에서 쓰는 멋진 모자, 선글라스, 가디건 등 아주 멋지게 치장을 한 여성 팀 속에 나는 촌스러움을 무기 삼아 나만의 매력이라 여기며 전혀 기죽지 않았습니다. 산행에서가 아닌 또 다른 아름다운 모습에 놀라며 감탄해주고요.
꼭 녹색의 젤리 같이 만지면 물컹거릴 듯한 작은 파도들이 몰려왔다 스러집니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예쁜 물살들이 서로 웃으며 재잘대공요. 즐거운 롤링에 몸을 맡기고, 발꿈치를 들었다 놨다 흔들리는 선두에서 넋을 놓고 있다가, 제리 팀이 깎아 놓은 망고, 야자, 파인애플, 바나나를 먹었습니다. 정말 맛있어요! 덜 익은 열대 과일을 수확하여 화물선으로 옮기는 동안 인위적으로 익어버린 그 맛과 어찌 비교할 수 있겠습니까?
암, 맛있어. 암, 행복해!
해변에서
드디어 달리굿 섬에 도착해 바로 내리지 않고 옆으로 이동하여 스노클링 하기 좋은 장소로 이동합니다. 입에 무는 호흡기, 구명조끼 등을 착용하기 전에 겉옷을 벗어 놓고 어제 산행 때 입었던 ‘연천군’이라 로고까지 찍힌 주황색 등산복 긴 팔을 다시 입으며 바닷물에 들어가려 하는데 풍덩! 소리가 납니다. 인권 회장님이 벌써 다이빙하시네요.
수업하기 전에 저런 학생 꼭 있다고 웃어 주면서 배운대로 착용하고 입수합니다. 스노클링은 코 호흡은 안 되고 입 호흡으로만 해야 한다고 하네요. 각 운동마다 호흡방법이 달라서 내가 수련한 것과는 반대의 방법이었지만 단순한 방법이라 별로 어렵지는 않았고요.
처음엔 서툴러 겁도 나고 튜브가 2개뿐이라서 순서대로 기다려서 하다가 조금 익숙해지니 튜브는 안 하고 수경과 구명조끼만 입은 채로 바닷속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볼록거울 효과인가요? 바닷속 풍경이 크게 바싹 다가와서 순간 깜짝 놀랐다가 긴장을 풀고 여유롭게 팔과 다리로 물장구치면서 불가사리, 물고기, 뱀장어, 시커먼 산호들(오염인가?)이 신기하여 수경을 벗고 보니, 스노클링에 빠져 저만치 가고 있는 미숙 언니는 신 났나보다 했는데 나중에 들어 보니 자기 뜻이 아니라 포터 요원이 가서 끌어왔다고 하네요.
주로 인권 씨와 수원이와 나만 신 나게 놀고 배에서 아예 내려오지 않는 분도 계시는데, 수원이는 정통 수영을 배운 데 반해, 나는 어렸을 때 임진강에서 배운 개헤엄으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첨벙거리고 다녔으니 배 위에서 내려다보면 얼마나 웃겼을까 싶습니다.
그리고 '연천군' 옷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요. 등산하면서도 힘들어 절절매면 연천군수님의 지원을 받아 왔으면서 저렇게 연천군의 명예를 실추시킨다고 계속 놀려대더니, 그래도 바다에서는 연천군의 명예를 회복시킨다고 또 놀려댑니다.
장하다! 물구나무!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가의 주책바가지여!
야자수 그늘에서 즐거운 한때
1시간여 물속에서 놀다가 배에서 내려 시원한 바람과 야자 숲으로 아름다운 방갈로에서의 식사는 최고였습니다. 물 젖은 발과 수영복을 입은 채로 대나무로 지어진 멋진 방갈로에서 바베큐와 대하구이에 시원한 맥주까지 즐기며 바라본 수평선과 태평양 한가운데에서의 망중한이란!!
그런데 이곳 달리굿 섬은 수상레저를 즐기기보단(시설이 낙후하고 카약과 제트스키는 고장이라 해보지 못하여 극히 아쉬움) 책 읽다가 해변과 야자 숲을 거닐다가 낮잠이나 자는, 그야말로 휴양지로 좋을 듯합니다.
바로 옆 펄팜 비치도 마찬가지라니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요.
우리는 수상 레저보다는 이곳 아포산 등정이 주된 목적이었고, 그 산행의 아름다움은 만끽했으니 나머지는 나중에 가족과 친구들과 다시 와볼 기회를 만들어도 되겠거니 긍정적으로 생각해봅니다.
4박 5일의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아쉬움을 남기며 원위치해야 할 시간은 어김없이 다가옵니다. 돌아갈 곳이 있기에 여행이 더 행복한 것이라 하지 않았던가요!
약간은 덜 능숙하고 예약과는 달리 준비가 덜 되었던 달리굿 섬의 일정이 약간은 짜증도 났지만 스파 마사지로 피로를 풀며 마음을 달래며 현지 음식을 먹으러 식당으로 갔지요. 이곳은 어버이날과 일요일이 겹쳐 발디딜 틈이 없고 대기자도 끝이 없었는데요, 여행 내내 보지 못한 광경에 빈부의 차이가 너무 크게 느껴져 조금은 씁쓸한 느낌으로 식당 문을 나서니 거리에는 고급 외제차가 넘쳐납니다.
숙소로 가서 산행 용품들 대충 정리해 놓고 뒤풀이 장소로 옮겨가는데 산행의 피로와 장시간 거친 도로와 거친 운전에 지쳤는지 허리가 매우 아프더군요. 자꾸만 멀리 가는 듯하여 투덜거리니 이곳의 카페들은 노래와 춤, 음악들이 크고 시끄러운 것이 보편화 되어 우리 같이 조용한 곳은 외곽 쪽에 멀리 떨어져 있다고 하네요.
거기에서 제리와 한국인 가이드 모두 모여 맥주 한 잔에 건배하는 동안의 쌓였던 얘기들을 나누는데, 나는 제리에게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리며 못하는 영어로나마 열심히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제리는 원래 프린팅 아티스트 겸 건축가인데 산을 너무 사랑하다 보니 이 가이드 일이 행복하고 힘들지 않다고 하더군요.
정들었던 모자를 제리에게 선물하는 윤 대장의 마음과 의사소통이 되어 우리 팀이 더욱 친밀감 있고 고마웠다고 하는 제리의 마음이 전해지며 행복한 시간을 즐기다가 모두 아쉬운 작별을 나누었습니다.
다섯째 날, 그리운 귀환
다시 다바오 공항에 도착하여 많은 인파에 놀라면서, 화물들만 직접 서울로 보내고 우린 마닐라를 경유하는(세부, 보라카이는 직항이라는데) 비행기에 탔습니다.
‘아시안 몰’에서의 재미난 쇼핑과 더 재미난 푸드코트에서의 식사, 오고 가는 길의 마닐라 시내관광(?)에 환전한 페소로 즐기는 샌들(어마어마한 샌들 시장. 포터들이 산에서도 자유자재로 신어 안타까웠었는데, 엄청 싸기도 해), 말린 망고들의 만남도 꽤나 즐거웠고 필리피노들의 알아듣기 어려운 영어 발음과 역시나 그네들도 알아듣기 어려웠을 우리들의 발음 사이에서 몸짓 발짓의 언어 소통들도 나름 재미있는 기억으로 추억되고요.
그리곤 마닐라시내의 엄청난 교통체증을 염려하여 여유를 두고 부지런히 공항에 돌아와서 수속은 마쳤으나, 기상 악화로 예상보다 늦을 거라는 멘트에 조금 걱정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30여 분 정도 지연되어 탑승절차를 마치고 기내에 착석하며, 5시간여의 비행시간이니 서로서로 편한 사람끼리 양보해 가며 기다리는데 웬 에어컨이 이리 춥나요?
춥다고 에어컨 온도를 줄여주거나 담요를 좀 가져다 달라 얘기해도 대답만 할 뿐, 승무원들은 뭔가 심상찮은 분위기입니다. 알고 보니 한껏 멋 낼 나이의 젊은 아가씨가 너무 열정적으로 휴가를 보냈는지, 옷을 얇게 걸쳐서 그랬는지 강한 에어컨의 추위에 일시적 쇼크를 일으키는 바람에 1시간 정도 지체되어 버린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겨우 안내방송 한번 뿐. 그네들의 성격이 느긋한 것인가, 시간 개념이 없는 건가, 서비스 정신이 없는 건가? (이건 우리 국세청에 와서 꼭 배워가야 할 듯)
우리 윤 대장이 출동하여 응급처치했더라면 더 빨랐을 것이라 웃어보면서, 비가 오고 있는 하늘을 과속으로 날아 반가운 우리 인천공항에 안전하게 착륙하여 짐을 찾고 모두들 가족에게 안부를 전하느라 바쁩니다.
막차가 끊긴 도봉동 팀과 함께 의정부행 막차 리무진을 탈 수 있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하면서 벌써 꿈나라로 졸며 가고 있네요.
그동안 폭탄 물구나무와 함께 한 15명 동료 모두에게 감사하다 전하고 싶고, 아름다운 5일간의 산행 및 여행을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 일기 쓰듯 작은 소회를 적어봅니다.
국세 2011년 9월호 글마당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