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부터 꼭 가보고 싶었던 산! 친구들이 함께 꼭 가 보자고 했던 산! 바로 그 산~!!
바로 그 산을 이제서야 다녀왔다. 전주에 살면서 정말 등반다운 등반을 했다. 딸랑 여자 셋이서 겁없이(?) 아주 멋지게 다녀왔다. 지금은 여기저기 쑤시고 안 아픈데가 없지만 그 아픔마저 행복하다.
2박 3일을 잡고, 첫날 백무동으로 올라갔다. (바로 앞의 님은 백무동으로 내려왔다지만 전 그 길로 올라갔으니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가죠?)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짠 땀내음을 풀풀 풍기며 15분 오르고 10분을 쉬어가며 어렵게 올라서 도착한 장터목 산장은 사람들로 북적북적..
날씨가 맑아 내 생에 가장 멋진 일몰을 볼 수 있었고, 밤엔 쏟아질 것 같은 별무리를 맘껏 감상했다.
예약을 하지 못해 불편한 잠자리였지만 쉴 곳이 있다는게 여간 행복하지 않았다. (휴가철엔 한 달 전에 반드시 예약하세요..)
10시에 잠을 청해 다음날 새벽 5시에 일어나 아침도 먹지 않은 채 1.8km떨어진 천왕봉에 올랐다. 구름이 너무 많아 일출은 볼 수 없었지만 그 상쾌한 공기와 내 발 밑으로 춤을 추는 안개같은 구름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아침을 서둘러 해 먹고, 8시 40분에 장터목에서 세석 산장으로 출발해야했다. 아침을 먹는데, 지리산에 호우주의보가 내렸다면서 서둘러 하산하라고 했다. 같이 간 선생님들은 절대 이대로 하루만에 내려갈 수는 없다며 빨리 서두르자고 하셨다. 그래서 우의를 걸치고 산행을 시작했다. 가파른 길이 아니어서 3.4km를 쉽게 갈 수 있었다. 바람이 세긴 했지만 비는 맞을만 했다. 비 내리는 고지대의 뿌연 풍경과 들꽃, 고목, 엄청난 바위들은 틈틈이 지친 발걸음을 이끌고 가는 우리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12시가 못 되서 세석 산장에 도착해 축축한 김밥과 라면(최고의 맛! ^^)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벽소령으로 서둘러 출발하려는데 산장 아저씨가 못 가게 막는 것이었다. 지금 가면 죽는다고 겁을 주면서.... 또 북한산에서 한 명 죽었다면서.....
비가 좀더 많이 오긴 했지만 우린 충분히 갈 수 있다고 믿었고, 가지 못하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에 강행했다. 물론 아저씨 눈을 피해 몰래~~~~ ㅡ.ㅡ;
지금 생각하면 맑은 날씨도 경험하고, 험한 날씨도 경험해 볼 수 있어 오히려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 우의를 걸치고 비닐 우의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힘겹게 산행을 했던 것이 참 좋았다.
그런데 6km가 넘는 거리를 걷다 보니 발목이 시리고 종아리의 근육들이 난리법석이었다. 어깨에 맨 무거운 배낭은 말할 것도 없었고...^^
고생고생해서 도착한 벽소령엔 호우주의보 덕(?)에 사람들이 거의 없어서 예약을 안했지만 편안한 잠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날 아침, 지리산을 내려가는 날이라 잔뜩 겁을 먹고 아침 일찍 출발했다. 내려오는 길은 벽소령에서 산정리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그런데 왠걸?? 완전히 산책길이었다. 거리는 꽤 멀었지만 험한 산 길이 아니라 오솔길같은 예쁘게 다듬어진 길이었다. 그래서 다람쥐와 나비와 잠자리... 귀뚜라미, 메뚜기....와 구름, 못생겼지만 운치있는 바위들, 폭포들과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며(??? >.<), 머릿 속으로 시를 쓰며.. 생각보다 일찍 내려왔다.
거의 다 내려왔을 때 쯤엔 온통 아쉬운 생각뿐이었다. 먹는 것, 자는 것, 화장실 가는 것, 씻지 못하는 것.... 모든 것이 불편하기만 했지만 속세로 돌아오는 발걸음이 왜 그렇게 아쉬운지....
왜 사람들이 그토록 지리산이 좋다고 했는지 직접 보고 느껴본 후에 알았다.
님들~~!! 꼭 가 보세요...
지리산에 가면 시인이 되요..
지리산에 가면 착한 사람이 되요...
지리산에 가면 건강해져요....
지리산에 가면 다리도 튼튼해져요..
지리산에 가면 피부도 좋아져요...
지리산에 가면 행복한 사람이 되요... ^^
저도 비록 한 번 가 보았지만 제가 조언도 해 드릴게요. 이번 여름 지리산으로 좋은 사람들과 한 번 떠나는 거 어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