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아시아공과대학(AIT) 전문가 활동기(2004/10/5, 박진성)

[최형진]

태국 아시아공과대학(AIT) 전문가 활동기

박 진성 (고려대학교 국제정보경영학부 교수)

- 박진성



2002년 8월 태국 아시아공과대학(Asian Institute of Technology: AIT)으로의 전문가 파견이 구체화되면서,
나는 약간의 갈등을 겪게 되었다.
그것은 1년 동안 우리 가족이 이산가족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집사람은 직장문제로, 큰아들은 고등학생이라 대학 입시준비 때문에 한국에 남겠다고 했다.
초등학교 4학년 짜리 막내아들은 어디서 들었는지 태국에 뱀이 많다니 무서워서 안 가겠다고 하였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었지만 모든 식구가 안 가겠다고 하니 난감하였다.
마지막으로 의견을 여쭈어본 어머니는, “나는 가겠다. 아무도 안가면 혼자서 어떻게 1년을 지내다 오겠느냐?"
나라도 가서 함께 있으면서 밥이라도 해주마“ 하셨다.
할머니가 가시겠다는 말씀에 할머니를 잘 따르는 막내는, ”아빠! 태국에 가면 이번 방학숙제 하지 않아도 되요?
그러면 저도 태국에 갈래요.“
그래서 집사람과 큰아들은 방학 때 태국에 와서 함께 지내기로 약속한 후 우리일행 셋은 태국행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9월 4일 밤 태국 방콕의 돈 무앙 국제공항에 내리니 한국국제협력단(KOICA) 태국 사무소장이 마중 나와 반갑게 맞아주었고,
AIT에서는 차를 보내서 큰 어려움 없이 숙소가 마련된 AIT로 향할 수 있었다. 드디어 태국 생활이 시작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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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T

AIT는 1959년 동남아시아 조약기구(SEATO)에 의해서 SEATO Graduate School of Engineering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국제교육 기관이다.
1967년 현재의 이름인 AIT로 교명이 바뀐 아시아공과대학은 학부는 없이 석 박사교육만을 담당하는 대학원 대학으로,
지난 40여 년 동안 배출한 석사 및 박사 졸업생이 한국인 졸업생 142명을 포함 세계 67개 국가 11,986명에 달한다.
이 학교의 특색은 아시아 및 유럽을 포함 세계 많은 국가 학생들이 함께 모여 공부하는 국제성이 매우 높은 교육기관이라는 점이다.
2003년 7월 현재 세계 28 개국에서 온 162명의 전임교수 및 46개국에서 온 1612명의 학생이 교육 및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설립 자체부터 국제적인 성격을 띠고 생겨난 까닭에 AIT에서는 강의는 물론 학사행정에서도 영어가 사용되고 있으며 캠퍼스가 비록 태국에 소재하고 있지만 이와 같은 성격에 따라 국제기관으로 분류되고 있다.
태국의 수도 방콕 북방 42 Km에 자리 잡고 있는 이 학교는 토목공학대학원(School of Civil Engineering),
첨단공학대학원(School of Advanced Technologies), 환경 및 개발대학원(School of Environment, Resource and Development),
경영대학원(School of Management) 등 4개의 대학원(School)으로 구성되어 있다.
한국정부 에서는 개발도상국과의 국제협력사업의 일환으로 1980년대 후반 이후 거의 매년 교수요원 전문가를 파견하여왔는바,
나는 2002년 9월부터 2003년 8월말까지 1년 동안 경영대학원(SOM)에 파견되어서
석 박사과정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 및 연구논문 지도를 하도록 되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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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및 논문지도

AIT는 9월, 1월, 5월 에 각각 학기를 시작하여 석 달 남짓씩 계속되는 3 학기 Term System을 채택하고 있어서
(2003년 8월부터는 2학기Semester System으로 바뀜) 나는 매 학기 3 학점짜리 1과목씩을 가르쳤다.
나는 기술경영 분야 전문가로서 디지털경제 및 정보기술 (Information Technology: IT)관련 과목들을 가르쳤는데,
첫 학기에는 정보기술의 발달이 경제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다루는 The Digital Economy,
둘째 학기에는 시장에서 정보기술 관련 제품 및 서비스의 경쟁전략을 다루는
Competitive Strategies in Digital Products and Services,
셋째 학기에는 정보기술의 발달에 따른 전자금융의 발전 현황 및 문제점 등을 사례와 함께 분석한 IT and E-Finance를 가르쳤다.
수강생들은 대부분 정규 경영학석사(MBA) 학생들과 약간의 박사과정학생들로 구성되었다.
학생들은 인도, 베트남, 태국, 라오스, 스리랑카 등 동남아 지역의 개발도상국가 출신이 많았으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따른 프랑스 학생, 한국정부에서 파견한 공무원 학생 등도 상당수 있어서
실질적으로 다양한 국가를 대표하는 소규모의 지구촌강의실이었다.
냉방시설이 갖추어진 강의실에는 컴퓨터와 빔 프로젝터 등이 완비되어 있어서 수업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으며,
학생들의 출신국가가 다양한 점을 감안하여 기말과제(Term Project)에는 자국과 관련된 사례연구를 발표시킨 후
서로 토론을 통하여 배울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한편, 정보화시대를 맞아 정보기술(IT)과 인터넷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인지
전반적으로 IT 강국으로 평가되고 있는 한국에 대한 관심이 무척 많았다.
특히 IT 및 디지털경제와 관련하여 한국의 기술발전 과정 및 경험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의 열의가 대단하였는데,
이들의 향학열을 조금이나마 채워주고 한국의 발전상을 소개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커다란 보람을 느끼고 있다.
학생지도는 강의뿐만 아니라 연구논문 지도를 통해서도 이루어졌다.
통상적으로 신입생이 9월 학기에 들어와서 다음 다음해 4월에 졸업을 하게 되는데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따라 다른 나라의 자매결연 대학에 가는 경우 8월에 졸업을 하기도 한다.
따라서 나는 4월 졸업에 6명, 8월 졸업에 3명 등 모두 9명의 석사논문을 지도하여 석사배출에 기여하였다.
논문 지도는 인터넷뱅킹, 인터넷 도메인분쟁, 소프트웨어회사의 비즈니스 모델,
스마트카드 등 IT 관련 주제를 포함하여 다양한 주제의 분야에 걸쳐 이루어졌다.
이밖에도 1년 동안 AIT에 체재하면서 AIT가 소재하고 있는 태국과 한국간의 각종 교류활동
(대학 및 연구소, 지방정부)을 지원하여 양국간 협력사업에 미력이나마 보탤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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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y Tour

경영대학원(SOM)에서는 학생들이 강의실에서 배운 지식과 실제 사회에서의 기업 경영환경 및
경영전략을 연계하여 습득할 수 있도록 매년 두 차례의 현장학습여행(Study Tour)을 다녀온다.
하나는 국내여행으로 서비스관련 산업의 사례를 배우기 위하여 푸켓에 다녀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경영환경과 관련하여 중국 상하이에 다녀오는 것인데 나는 태국교수와 함께 학생들을 인솔하여 이들 여행을 다녀왔다.
푸켓에서는 관광산업이 발달한 태국의 특성에 맞추어 여러 가지 첨단 의료장비 및 의료서비스를 도입하여
관광객 및 주변 국가로부터 고객을 확보하려 노력하는 방콕푸켓병원(Bangkok Phuket Hospital) 및
서비스산업학부(Faculty of Service Industries)를 개설하고 서비스산업분야의 MBA과정에 특화하고 있는
송크라대학교 푸켓캠퍼스를 방문하여 실제로 서비스산업과 관련된 경영문제를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배울 수 있었다.
한편 중국 상하이에서는 정보통신 관련 다국적기업인 Alcatel Shanghai Bell,
철강산업인 BAOSTEEL 등 주요 산업시설 및 상하이증권거래소를 방문하여 역동적으로 발전하는 중국경제에 대하여
학생들과 함께 느끼며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란 말이 있듯이 이러한 현장학습여행을 통하여 실제 경영현장에서 보고 들음으로써
학생들은 학습효과가 무척 크다고 만족해하였는데 함께 인솔해간 교수로서 나도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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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가지 斷想

태국에 와서 내가 느낀 점은 태국 사람들의 친절과 태국의 중요성이다.
Land of Smile이라는 태국의 표어가 무색하지 않게 내가 만난 거의 모든 태국사람들은 항상 웃으며 친절하였다.
이들의 성격이 기본적으로 낙천적이라 그런지 몰라도 도시인의 각박함과는 거리가 먼,
순박한 시골사람들에게서 볼 수 있는 정겨운 미소와 친절은 한번 태국을 방문했던 사람은
또다시 태국을 방문하고 싶은 생각을 갖도록 하는 것 같다.
한편 태국은 동남아에서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을 뿐만 아니라
ASEAN+3, APEC, ASEM 등 각종 지역 및 다자 관계에서도 우리 나라와 밀접한 우호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한국전쟁 당시에는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전투 병력을 파견해 우리를 도와준 고마운 나라이기도하다.
경제통상 분야에서도 2002년도에는 양국간 교역이 40억 달러를 초과하여
우리나라는 태국의 6번째 주요 교역대상국이 되는 등 여러 가지로 가깝고도 중요한 나라이다.
따라서 우리는 태국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인식하고 협력관계를 긴밀히 유지하여야 할 것이다.

AIT에 와서 느낀 점은 국제기구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AIT의 성격상 여러 나라에서 온 다양한 계층의 학생 및
교수들과 학문 연구와 교류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KOICA의 교수 전문가 파견사업이
국제적으로 親 한국 Network을 형성할 수 있는 매우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특히 AIT학생들은 여러 나라에서 오는 우수한 학생들이기 때문에 그들이 공부하고 나서
자국으로 돌아가 각 부문의 지도적 위치에서 활동을 할 것이고,
그들을 통하여 한국에도 도움이 되는 좋은 인맥이 형성될 수 있다.
따라서 교육 및 인재양성을 통한 개발도상국 지원이라는 취지에서 비롯된 KOICA의 교수 전문가 파견사업은
결국 개발도상국도 돕고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도 유익한 윈-윈(win-win)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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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1년에 걸친 나의 태국생활은 AIT측의 배려와 친절한 동료 및 직원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동료들은 이제 익숙해져서 뭔가를 같이 해볼 수 있을 텐데 1년이라도 연장해서 더 있으면 안 되냐고 아쉬움을 표하였다.
처음엔 안 오겠다던 꼬마도 태국에 더 있으면 좋겠다고 태도가 바뀌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가족들과 몸담고 있는 학과의 동료들을 생각하면 그럴 수가 없었다.
결국 나는 AIT에 체류하면서 강의 및 연구지도, 한국과 태국 간 상호 교류 지원 등을 통하여 작은 힘이나마 국제협력에 기여하고,
나아가 국익에 보탬이 되는 활동을 했다는 보람과 자부심을 갖고 귀국하게 되었다.
끝으로 이 자리를 빌어서 전문가 프로그램을 통하여 나에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
KOICA 관계자 여러분에게 감사를 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