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레는 매우 진보적인 양조 철학을 가지고 있는데, 샴페인 하우스 중에서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가장 유연하다. 포도의 상태에 따라 어떤 해에는 유산발효를 거치며, 어떤 해에는 부분적으로 거치거나 생략하기도 한다. 모든 리저브급 와인은 커다란 나무 탱크에 보관하는데, 이는 와인의 풀바디한 구조와 다소 무거운 스타일을 형성하는데 기여한다. 20세기 후반 대부분의 유명 샴페인 하우스들이 거대 기업에 합병되었으나 루이 로드레는 6대째 가족 경영으로 전통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 연간 약 300만 병의 샴페인을 생산하여 전세계 80여 개 국가에 수출하고 있다. 크뤼그(Krug)
전설적인 샴페인 가운데 하나인 크뤼그는 누구나 마시기에 적합한 샴페인은 아니다. 아찔할 정도로 값이 비싸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대부분 생각하는 샴페인의 자극적이고 생기 있으며 역동적인 특성과는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그 대신 가라앉은 듯이 진하고 라놀린처럼 유연하며, 대단히 풍만하고 샴페인 분자 하나하나에 힘과 농밀함이 실려있다.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 중 몇몇은 와인을 블렌딩하지 않는데, 크뤼그가 클로 뒤 메닐 포도원에서 재배한 샤르도네 포도를 가지고 만드는 샴페인이 그러하다. 다른 와인과 섞는 것을 성스럽지 못하다고 여기는 크뤼그에서는 독특하고 훌륭한 풍미를 지닌 와인을 생산하며, 포도밭을 대단히 정성스럽게 관리한다. 수확 과정은 ‘성스러운’ 의식이라 불릴 만큼 세심하게 이루어지는데, 포도알에 상처가 나지 않도록 하고 일일이 손으로 조금이라도 흠이 있는 포도송이를 골라낸다. 수확한 포도를 스테인리스 발효조에서 발효시키지 않고, 소수의 샴페인 하우스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오크통(평균 수령 30-40년으로, 오크 풍미가 강하지 않은)에 넣어 발효시킨다. 엄격하고 보수적인 운영 방침 탓에 매우 오랜 기간 숙성을 거쳐 와인을 출시하는데, 이로써 더욱 성숙하고 우아한 복합미를 가진 샴페인이 탄생한다. 1998년에 LVMH 그룹에 인수된 후 크뤼그는 상류층과 영국 왕실을 주고객으로 맞이하였으며, 매년 약 십만 병의 와인을 생산하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볼랭저(Bollinger)
볼랭저는 1829년에 설립되었으며, 뚜렷한 철학을 지향하던 그랑드 마르크(Grandes Marques, 대단히 명성 높은 30여 개의 샴페인 하우스로 이루어진 조합)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샴페인 하우스에 속한다. 볼랭저는 여전히 한 가문이 100% 소유하고 운영하는 몇 안 되는 샴페인 하우스이며, 직접 소유하고 있는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 포도밭들로 유명하다. 생산하는 샴페인의 3분의 2는 직접 소유한 포도밭에서 나온다(자가 공급하는 포도의 비율이 가장 높은 샴페인 하우스 중 하나). 볼랭저는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고수하는 것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피노 누아와 샤르도네만을 사용하고, 오크통에서 발효시킨다. 그리고 샴페인을 효모와 최대한 오래 접촉시키는데, 이렇게 효모와 접촉하는 시간이 길수록 샴페인의 신선함을 보존하며 동시에 기포 발생에도 도움이 된다. 영화나 소설에 자주 등장하는 VIP들을 위한 샴페인으로 모에 & 샹동의 동 페리뇽이 유명하지만, 볼랭저 샴페인 또한 유명세가 만만치 않다. 유명한 첩보 영화 ‘007’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샴페인이 바로 볼랭저며, 총 22개 시리즈 중 11차례나 등장했다. 또한 역사적인 자료를 보면 미국의 제3대 대통령을 지낸 토머스 제퍼슨은 1788년 샹파뉴 지역을 방문했을 때 볼랭저를 최고의 샴페인으로 칭송하기도 하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