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 몸치의 댄스일기 23 (왈츠 신비한 첫 경험)
(2003. 8. 11)
왈츠 입문 몇 달의 경력을 가진 내가 이런 내용의 글을 공개 게시판에 올리기엔 아주 시건방지고 웃기는 얘기인 듯하다. 내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렇고 다른 사람들이 댄스경력 선배님들이 보시면 더더욱.
그렇지만 지금도 생각만 하면 숨이 컥 막힐 정도로 가슴이 벅차오르고 심장이 터질 듯한 기분이 든다.
내 생애 처음으로 왈츠다운 왈츠의 맛을 본 것 같기 때문이다. 아주 잠깐 음악 한 곡이었지만 내가 배운 왈츠의 기본 1, 2, 3번 전체 루틴을 모두 소화해내었다. 음악도 틀리지 않았고 중간에 스텝이 틀려서 끊기지도 않았다. 간간이 들어있는 아름다운 동작들-예를 들면 콘트라첵과 오버스웨이 같은 상급 동작들과 좀 어려운 더불리버스턴 같은 것도 정확하게 매우 매우 만족스럽게 아주아주 흡족스럽게 무지무지하게 기분 좋게 끝낼 수 있었다.
언제나처럼 혼자서 하는 솔로연습이 아니라 홀딩하고서 그리고 정식으로 몸을 붙여서 홀딩해준 상대방에게도 불편함을 주지 않았고 힘도 들어가지도 않았다.
아직은 좀 더 강도 깊은 왈츠의 맛을 못 본 상태이지만 이 정도만으로도 더 이상 바라지도 기대하기도 싫다. 하긴 앞으로 이보다 더 잘 맞는 홀딩 상대를 찾기도 행운을 기다릴 수도 없을지 모를 것 같다.
패티패이지의 [체인징 파트너]를 틀어놓고 스타트도 멋있게 그리고 첫 [내추럴턴]도 중심이 흔들리지 않고 잘 되었다. 그리고 다음 연결 동작인 [내추럴스핀턴]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가니까 스스로 자신감이 붙는 걸 의식하며 여유가 생겼다.
첫 [내추럴턴]부터 나도 모르게 라이징과 업이 잘 되는 걸 의식할 수 있었다. 컨택된 몸도 떨어지지 않았고 첫 동작은 거의 무의식적이었다. 다음 동작부터 곧 나는 자연스럽게 마음껏 내 기량을 펼칠 수 있었다.
[투우~] 카운트 시작되면서부터 내 마음대로 푸쉬가 가능했다. 상대방이 내 마음대로 뻗는 스텝도 잘 받아줄 수 있는 기량을 가진 최고의 왈츠 고수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투] 카운트가 시작되는 시점부터 반대편 상체를 끌어올리면서 나도 모르게 내 몸 전체가 부풀어서 터질 듯한 기분으로 호흡은 깊이깊이 들이쉬게 되었다. 나의 내부에 위치한 횡경막이 최대로 늘어나는 걸 느끼며 외관으로 나타나는 내 몸의 상체는 고무줄이 늘어나는 것처럼 쭉 늘어남도 의식할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내 발끝은 최대로 치켜세워 올렸다. 나의 목은 대나무처럼 똑바로 위를 향해 치솟아졌다. [쓰리] 카운트에서 최고의 업(up) 상태에 도달되었을 땐 머리카락조차도 바늘처럼 꼿꼿이 서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자연스럽게 스웨이도 이루어졌다. 두 사람의 몸은 휘어진 듯 했지만 최고 정점에 도달됨과 동시에 [앤] 카운트에 맞춰 부드러운 다운도 시작되었다.
이 모든 게 거의 무의식중에 일어나는 동작들이었다. 의외로 나의 또 다른 의식은 그걸 느끼며 감지되고 있었다.
홀딩 상대방과 비껴가는 자세인 [프롬너드 자세-P.P]말고 서로 마주 보며 클로즈 포지션에서 라이징과 업이 이루어지는 각 동작에서 난 왈츠를 시작하고서 처음으로 상대와의 [텐션]의 참맛과 라이징과 업의 환희와 희열감을 맛볼 수 있었다.
그냥 볼 때는 호리호리해 보이고 어떻게 보면 나약해 보이는 여성의 상체가 홀딩하고서 컨택 되었을 때 딱딱한 듯하면서도 탄력감이 넘쳐났다. 어떻게 그렇게 부드러운 감촉을 상대방에게 전달할까 그러면서도 쭉 늘어나는 고무줄 같기도 했고.
내 오른쪽 가슴아래 갈빗대 부분과 맞부딪혀서 살짝살짝 닿을 듯 말 듯 휘감아 올라가는 듯한 감칠 맛 나는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를 이상야릇한 기분. 그 묘한 느낌 신비스런 쾌감.
마치 빵빵하게 바람을 불어넣은 고무풍선 두 개가 맞부딪쳐 누르며 돌아가는 듯한 그러면서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엇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인 듯한…
음악에 맞추다보니 그 시간은 순식간이었지만 난 또렷하게 그런 모든 기분을 느끼며 맛볼 수 있었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조금이라도 그 맛을 더 깊이 그리고 더 진하게 느끼고 싶어서 발가락 끝의 발톱으로 서는 듯한 자세로 높이 높이 몸을 띄어 올리면서 깊은 호흡을 들이켜서 상체는 펼칠 수 있는 최대한으로 늘이고 싶은 욕구가 본능적으로 생겼다.
살짝 살짝 스치듯 말 듯한 텐션감을 느끼면서 거의 무의식적으로 상체를 더 늘이고 깊이 들이킨 호흡으로 고무 튜브처럼 부풀어지는 횡경막. 천장을 뚫고 하늘 끝까지라도 올라가고픈 목 그리고 머리끝 몸 전체가 공중으로 붕 떠오르는 듯한 기분. 아직은 정확히 모르지만 이거야말로 왈츠에서 느낄 수 있는 최대의 희열감이 아닐까 싶었다.
라이징이 시작되면서부터 호흡을 깊이 들이키고 횡경막을 최대로 늘이면 더욱 라이징과 업이 만족스럽게 잘 되는 것 같았다. 기분도 그렇지만 실제 인체에서도 과학적인 근거가 있을 듯 싶었다.
마치 애드벌룬이나 공기로 뜨는 열기구처럼 생체학적으로도 폐에 공기가 잔뜩 들어가면 인체가 미세하나마 그만한 공기의 부력만큼 좀 더 떠오르는 것 같고 물고기도 부레에 공기를 넣어 물위로 떠오르듯이.
미국에 계시는 장재성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것처럼 라이징과 업이 이루어질 때 호흡 조절의 중요함과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홀딩하고서 왈츠를 출 때 그걸 일부러 그렇게 하기는 부자연스러울 것 같았다. 연습 시에 그 감각을 느끼면서 몸에다 기억시켜 두면 실전에서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행위가 나오는 듯 했다. 라이징과 업이 제대로 되어지면 자꾸 더 높이 더 길게 상체를 펼치고 싶은 본능적인 욕구가 발동하는 걸 이번에 나는 경험했다.
그런 걸 느끼고 몸으로 체험하면서 순간순간에 나도 모르게 호흡이 헉 하고 막힐 듯도 했고 심장이 팽창되어 터질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음악 한 곡을 다 소화하면서 홀을 세 바퀴 도는 동안 내 홀딩자세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스텝도 정확했고 나가는 진로 방향이나 각도도 제대로 되었다. 팔과 어깨에 힘도 들어가지 않았고 내 마음껏 발을 쭉쭉 뻗어서 불만도 없었다. 최고의 라이징과 업으로 깊은 희열감과 환희도 맛 볼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잘 해서는 아니었다.
상대편에서 잘 맞추어 준 덕분일 테지만 어쨌든 내 왈츠 생애에서 처음으로 맛본 최고의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끝나고 나서 상대편에서도 제대로 잘 했다고 칭찬해주었을 때 지켜본 다른 사람은 자기도 왈츠를 배우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을 때 난 거의 제 정신이 아닌 듯 했다.
정신이 몽롱하고 마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아직도 꿈속에 나 자신이 던져진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의 일이 정말 나한테 일어났던 일이었던가 실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남성의 경우 섹스시 절정의 쾌감도 그 순간뿐이고 끝나고 나면 허무감마저 드는데 생물학적 만고불변의 기본 욕구본능 욕망의 그 쾌락과 쾌감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이 느낌과 맛은 무엇에 비유할 수 있을까.
그것과는 달리 그 당시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그때의 환희와 신비스런 환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며칠 밤을 그때의 순간을 생각하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자꾸만 머릿속에 그 맛이 뱅뱅 돌아서 가슴이 벅찼다.
지나간 일은 좋았는데 왈츠의 그 맛을 알고 나서 새로운 걱정거리 고민이 생겼다.
이제 난 어쩌면 좋을까.
그러잖아도 솔로로 연습하는 왈츠에도 심취되어 거의 미쳐가는 듯 했는데 홀딩의 컨택 맛까지 느꼈으니…
홀딩해준 분은 나의 정식 파트너도 아닐뿐더러 파트너가 될 수도 없고 내 주제에 그 정도 잘 맞을 파트너를 찾을 수도 없을 것 같고.
2003. 8. 11
[댄사모] 댓글
cbmp
강변마을님 축하드립니다.......... 03.08.11 07:03
답글 Jay Chang
이제 일정한 수준의 댄서가 되셨읍니다. 앞으로 더욱 전진하시길 바랍니다. 이제부터 댄스가 평생의 취미로 삼어시게 되지요. 계속 건투하시길... 장 재성 03.08.12 03:43
답글 강변마을
장재성 선생님... 매번 격려글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강변마을=조태현 03.08.14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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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7. 1. 30 다음카페 [사즐모]에 “예전글”이란 제목으로 재탕으로 올렸던 댓글.
댓글
눈동자2 07.01.31 02:47 첫댓글
홀딩의 컨택 맛까지 느꼈으니~~~~ 청노루님 귀한 글 읽으면서 언젠가 청노루님께서 홀딩해 주셨을 때 벅차고 감동적이었던 저의 마음을 청노루님이 그대로 옮겨 주신 거 같은 감동입니다. 청노루님과의 왈츠 출 때의 그 오묘한 맛과 기분을 느끼려고 무도장 가지만 늘상 왈츠 끝나면 허무입니다. 내공 쌓아서 또 한 번의 홀딩의 컨택맛 느끼렵니다. 나날이 좋은 일만 있는 행복한날 되셔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신비에나 07.01.31 14:06
글이 2003.8.11 ????? 무슨 뜻인지! 이 날 쓴 글을 다시 올린 겁니까? 답글도 그렇고 뭐가 뭔지 모르나 경지에 오른 것 같네요! 남성분이라면 언제 저도 한번 잡아 주세요!
겨울나그네 07.01.31 16:05
나도 기운을 내서 계속 정진을 해봐야징..... 멋진 글입니다.
슬픈날의왈츠 07.01.31 22:43
춤도 상당한 경지에 이르셨지만........ 글춤도 그에 못지 않네요!......언제나 화이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