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은퇴이민 1기
2011.09.17
3. 필리핀에 오다
2008년 3월 3일, 우리는 마침내 마닐라 공항에 내렸다. 햇살이 뜨겁다.
설렘과 기대를 안고 마중 나온 친구를 따라 커다란 이민가방을 차에 싣고 로스바뇨스로 왔다. 그러나 이미 세를 얻어 놓고 모든 준비가 되어 있을 줄 알았던 우리 집은 없었다. 이유는 조금 복잡하다.
어쨌든 우리는 기대했던 SEARCA의 그 환경 좋은 집 대신에 그녀가 데리고 간 전혀 다른 마을의 2층 집에 짐을 풀었다.
Pleasant Village 라고 하는 그 동네는 UP Gate 밖에 있으며 오히려 IRRI 연구소가 가까이 있었다.
우리집 주인은 Dr Garcia라고 하는 UP의 여교수인데 무척이나 활동적이고 늘 바쁜 사람이다. 그녀의 남편은 IRRI에 근무하다가 퇴직부인과는 대조적으로 조용하고 오히려 부끄러워할 정도로 점잖다. 그들은 한 골목 지나서 살고 있는데 집에 관한 모든 사항은 부인의 몫인 것 같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이 집에는 모든 세간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는 점이다.
아래층은 널은 홀이고 응접소파가 놓여 있다. 북쪽 끝에는 싱크대와 가스렌지가 설치된 주방이 있고 장식장 칸막이 앞으로 식탁이 놓여 있다.
구부러진 복도 쪽으로 헬퍼의 방이 있고 화장실 겸 욕실도 있다.
이층으로 오르는 층계가 있는데 반들반들 윤이 나는 목재로 되어 있어서 맨발로 올라가도 느낌이 좋다.
이층은 세 개의 침실이 있고 각각에 화장실과 샤워실이 붙어 있어서 편리하게 되어 있다. 모든 방에는 침대가 갖추어져 있고 붙박이 옷장이 있어서 불편함이 없어 보인다. 더욱이 이층은 전체가 마루바닥으로 되어 있어서 아주 좋다.
우리 집과 쌍둥이로 나란히 붙어 있는 옆집에는 미국인이 살고 있는데 그 역시 IRRI에 근무하며 가르시아에게 세들어 살고 있다.
세간살이 없이 시작하기엔 어쩌면 이 집이 우리에게 더 살기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치고 고단한 첫날을 그곳에서 보냈다.
집세는 한 달에 500달러라고 한다.
저녁에 가르시아가 우리 집에 들렀을 때 우리는 먼저 집에 대한 계약서를 썼다.
6개월을 계약했는데 먼저 2개월치를 deposit하고 매월 500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녀는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예를 들면 벽에 걸린 액자의 수까지 꼼꼼하게 계약서를 쓰더니 우리가 지불한 달러에 대해서도 묵지를 밑에 대고 일련번호를 모조리 적어서 각자 나누어 갖는 세심함을 보였다.
침대에 누우니 큰 유리로 밤하늘이 통째로 눈에 들어온다.
집 앞 길가의 팜나무 두 그루가 인상적이다.
늘어진 잎은 야자수와 구별이 잘 안 되지만 처음에 나무만 보았을 때는 시멘트 기둥인 줄 알았다. 올려다 보면 푸른 줄기가 있고 그 위로 엄청나게 늘어진 잎이 무성하다.
기대와 설렘과 그에 못지않는 걱정까지 붙안고 우리 내외는 피곤한데도 밤 늦도록 잠등지 못하고 두런거렸다.
잠결에 자주 눈을 떴다. 동네 개짖는 소리가 무척 시끄러웠다. 이런 소리를 듣는 게 너무나 오랜 만이라서 어리둥절했다. 하긴 시골이니까.
날이 채 밝지도 않았는데 새소리가 들려왔다. 수천 마리의 새가 한꺼번에 울어제치는지 도저히 어떻게 표현 할 수가 없다. 그냥 황홀하다.
우리는누운 채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아자자자잦....... 뀌얼뀌얼.......뾰롱뾰롱......쪼쪼.....삐리삐리..."
남편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다.
첫댓글 표현으로 보아서 집이 넓고 괜찮은 집인 것 같네요.
다행이죠?
이민 생활 결심이 대단합니다
난 청주떠나 생활하기도 어려움이 가득할것 같은데
폭넓은 마음씨가 부럽기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