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자락이다.
그 마지막 더위를 부여잡으며 오늘도 물놀이다.
올해의 마지막 물놀이일지도 모르겠다.
한 번이라도 더 물놀이를 하자며 수영장을 만들고 물을 채우고 그늘막을 쳤다.
이젠 수영장도 뚝딱 잘 설치한다.
하도 설치했다 해체했다 했더니 이젠 쉽다.
물이 받아지는 동안 그늘막을 설치했다.
더위 막바지라 그런지 유난히도 햇빛이 강하다.
오늘은 가까운데 사는 처제네와 함께한다.
어른들은(저체, 아내, 니) 얼른 커피를 내려 아이들을 바라볼 수 있는 마루에 앉아 아아를 때리고 있다.
세 딸들이 모이니 뭐가 그리 즐겁고 좋은지 수영장에 들어가서 나올 생각이 없다.
오늘은 카페 놀이를 한단다.
부엌에서 안 쓰는 플라스틱 컵을 가져다가 한 명은 카페 사장, 한 명은 서빙, 한 명은 손님 역을 맡아 음료를 제작한다.
재료는 수영장 물과 물풍선 그리고 마당에 핀 꽃이다.
주변 지형지물을 적당히 잘 이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료를 만든다.
화단에 부추꽃이 새하얗게 피었는데 우리 막내 녀석은 그 꽃을 꺾어다가 장식을 한다.
어디서 본건 있어가지고... ㅋㅋㅋ
저런 기발한 생각들은 어디서 나올꼬?
꾸며놓고 보니 그럴싸하다.
멀리서 보니 알록달록 진짜 음료수 같아 보인다.
아이들의 행복한 시간이다.
시간이 지나면 이 아이들은 이 시간을 기억할까?
행복했다고 말해줄까?
그사이 어른 둘은 커피 한잔, 과자 한 봉지에 아직도 수다 삼매경이다.
두 자매는 뭔 할 얘기가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나는 살짜기 자리에서 일어나, 늦은 여름날의 더위를 이기고 있는 아이들을 흐뭇하게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