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4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도봉구민회관 갤러리에서 ‘구순맞이 중리 신현득 시서전’이 열렸다.
中里는 신현득 선생 호다.1933년 경북 의성에서 태어난 신현득 선생은 내년에 구순을 맞는다. 올해 구순을 맞은 최춘해 선생과 함께 현역 우리나라 최고령 동시인이다. 신현득 선생은 1959년 동시 「문구멍」이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가작 입선되고, 이듬해 ‘산’이 같은 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문단 경력 63년의 노시인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면사무소 급사생활 2년, 사범학교를 졸업하고 초등학교 교사 21년, 소년한국일보 기자 15년을 지내고 환갑 지나서 대학 공부를 해 68세에 박사학위를 받은 선생은 강남대, 서울예대, 인하대, 한양여대, 단국대 등에서 19년 동안 아동문학론을 강의했다.
그동안 『아기눈』, 『고구려의 아이』, 『통일이 되는 날의 교실』, 『몽당연필도 주소가 있다』, 『세종대왕 세수하세요』, 『뜬구름에 하얀 곰』 등 40권의 동시집과 『조선 숟가락』, 『우리를 하나의 나라로 하라』, 『동북공정 저 거짓을 쏘아라』, 『속 좁은 놈 버릇 때리기』 등 민족의식과 역사의식이 강한 국민시집 10권, 『나무의 열두달』 등 동화집 15권을 펴내 ‘세종아동문학상’, ‘소파 방정환문학상’, ‘윤동주문학상’, ‘펜문학상’, ‘윤석중문학상’, ‘한국현대시인상’, ‘서울시문화상’ 등을 받았다.
나지막한 키에 중절모자를 쓰고, 키의 반이나 되는 가방을 메고 다니다 어디서나 필통을 꺼내 연필로 시를 쓰는 선생은 여든이 다 되어 서예 공부를 했다.
이번 자작시서전에는 동시 35편, 일반시 20편, 고전 9편 등 모두 64편을 전시했다. 궁체, 흘림체, 훈민정음체 등으로 쓴 작품 중에서 ‘고구려의 아이’는 무려 13연 74행이나 된다.
나이 80이 되면 글씨만 쓴 서예가도 손이 떨려 못 쓰는 이가 많은데 그 무렵에 시작해 오늘에 이르렀으니 한국불교아동문학을 오래 견인하고 시서전 식장 맨 앞에 다소곳이 앉은 선생의 모습은 영락없는 부처였다.
2012년 제2회 열린아동문학상 시상식 때 동동숲을 다녀가신 선생은 숲과 시상식 풍경을 보고 즉흥적으로 썼다며 시 한 편을 보내왔다. 「공룡의 골짜기 동시동화의 숲은」이라는 시다.
공룡의 골짜기 동시동화의 숲은 고성 한 고을이공룡의 발자국 위에 놓여 있다지. 찾은 것만 5천이여. 공룡 발자국 위에 꼬마들이 자라고 그 발자국 위에 학교가 있고 그 발자국 위에 산과 들이 있고….
산에 나무는 동시동화의 숲. 동시나무가 시를 외우며 꽃을 피우고, 동화나무가 동화를 얘기하며 열매 익히고…. 나무는 어깨에 산새를 앉히고 중생대 3억 3천만년 얘기를 우짖게 한다.
신비의 고성 땅에서쥐라기, 백악기의 골짜기와 늪을 살릴 자는 동시나무, 동화나무다. 어느 것은 네 발로 걷고 어느 것은 두 발, 어느 건 날개로 날고 어느 건 헤엄치고, 어느 건 코끼리의 열 배.
그 많은 공룡을 문학으로 담아낼 자는 누구냐?
천연기념물 411호, 세계 3대 공룡 발자국 화석지 고성 땅 바다에서, 육지에서, 하늘을 날고 달리며 산천이 울리게 포효하던 공룡의 그날을 불러올 자는 누구냐? 고성 땅에서 동시 동화 열매를 거두는 나무. 아동문학 그 나무다! 그 나무를 가꾸는 우리 손이다. 그렇다!
이 시는 이제 고성의 시이자 동시동화나무의 숲 시가 될 것이다. 언젠가 좋은 자재에 새겨져 동동숲과 영원할 것이다. 동동숲 선생의 나무는 문학관과 자정향실 사이에 자리한 모양새 좋은 노송이다.
“이 기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첫댓글 신현득 선생님의 동시는 아이들이 시낭송대회에 많이 등장 한답니다.
시가 멋있고 웅장하거든요. '공룡발자국 동시동화나무 숲에' 도 그렇네요.
동동숲에 어떤 모습으로 우뚝 설지 궁금해집니다.
팔순에 서예를 배워 시서전을 여셨다니 정말 대단하고 존경스럽습니다.
신현득 선생님, 늘 건강하세요.
몇 년전 서울에서 뵌 적 있었는데 칠십대신가 했는데 구순이 되셨다니!
얼마 전 제 동시집 받으시고 전화주셨는데
전화 목소리가 쩌렁쩌렁하셨요.
선생님 건강 비결은 좋은 작품 많이 쓰시는거군요.
본받겠습니다.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