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시
임종호 / 구주탄생
권희로 / 낮은 곳 아기 곁으로 가자
신순균 / 동방박사 세 사람
문진환 / 13월의 크리스마스
정명진 / 대림절에
김우현 / 성탄절
이재옥 / 성탄의 미래
원제근 / 시속 1마일의 예수
장길현 / 화이트 크리스마스
이유토 / 나의 길
류우림 / 성탄절
이기철 /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
정용훈 / 내 생일이다
성탄 시조
김선옥 / 성탄절
구주탄생
임종호
백성들이
우르르 우르르 몰려 다녔습니다
약소민족의 그 어린양 같은 백성들이
가이사 아구스도의 엄명에 따라
노예(奴隸) 명부에 이름을 적어 놓기 위하여
조상의 본적지를 찾아
밀리고 밀리면서
쫓기고 쫓기면서
몰려 다녔습니다
길고도 아득한 길을 피난 대열 같이
꿈틀꿈틀 걸었습니다
주님은 그때에 마리아의 뱃속에서
시달리면서 그 광경을 경험하셨습니다
정혼한, 깨끗하고 경건한 청춘들인
가난한 목수 요셉과 마리아 역시
그 조상 다윗의 후예다운 용기로
그 풍파를 헤쳐 나가야 했습니다
그들은 주께서 태어나실 성스러운 곳을 찾아
온종일 헤맸습니다
그러나 주여! 주님은 외양간에서 웃으시며
탄생하셨고, 구유에 누우셔서도 푹신한 침대인 양
빛난 웃음 얼굴 보여 주셨습니다
오, 주여!
쫓겨 다니는 사람들 속에서
괴로워 신음하고
탄식하며, 부르짖는 사람들 속에서
그 속에서
그 속에서
주님은 오셨습니다
어둡고 캄캄한 밤에도
별들이 잠잘 줄을 모르듯이
캄캄한 그 밤에 주님은 빛으로 오셨습니다
다윗의 큰 별로 오셨습니다
별을 볼 자는 보게 오셨습니다
천사의 노래를 들을 귀는 듣게 오셨습니다
드릴 자는 드리고
섬길 자는 섬기고
노래 부를 자는 부르게 오셨습니다
쫓겨 다니는 사람들
답답한 사람들
누구에게나 주님은 오셨습니다
주님은 참 빛으로 오셨습니다
기다리던 사람들의 참 빛으로
오셨습니다
주님의 오심을 막을 수는 없었습니다
권력으로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역경(逆境)과 고통의 긴 여로(旅路)로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집집마다 걸어놓은 문빗장으로도
막을 수 없었습니다
영접해야할 자들이 거절하면
다른 영접 자를 찾으셨습니다
주님은 기어이 오셨습니다
주님은 구주로 오셨습니다
주님은 메시야로 오셨습니다
주님은 전능하신 아버지로 오셨습니다
주님은 은혜와 사랑으로 오셨습니다
생명의 영원한 빛으로 오셨습니다
----------------------
임종호
목산문학 전회장 현 고문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 펜클럽 한국본부회원, 한국아동문학회 이사
낮은 곳 아기 곁으로 가자
권희로
캄캄한 밤일수록
별빛은 더 빛나고
어두운 밤길에는
달빛의 이야기가 들린다
차가운 세파 속의 움추린 마음마다
따사로운 화로불의 정이 필요하고
메마른 인심 속에 지쳐버린 심령마다
흠 티 없이 평화로운 그 아기의 소리가 필요하다
사관 방 객손들의 웃음보다
낮은 곳 마구간에 누우신 아기의
그 웃음이 더 따스하고 평화롭다
오-우리들 세인들이여
남보다 더 높아지려 남을 짓밟지 말고
남보다 더 갖으려 남을 해롭게 말고
자짗 큰체 지도자 행세하지 말고
큰소리치는 사관 방보다
낮은 곳 마구간 심령으로 겸손히
아기 예수님을 맞이하자
오 이리들 하나님의 사람들이여
동방박사들처럼 하늘을 보고
목자들처럼 땅에서 해야할 일에 충실하며
낮은 곳 아기 곁으로 가자
동방박사 세 사람
신순균
동방박사 세 사람
별을 보고
유대 딸 베들레헴까지 찾아와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 경배 했습니다
예수님은 어린 시절
나사렛 작은 동내에서
육신의 아버지를 도우면서
성장해 가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들이
인산인해을 이루기도 했지만
미워하고 핍박하고
저주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결국은 골고다 언덕에서
만백성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 지시고
물과 피를 다 쏟으신 후에
돌아 가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장사 한지 삼일만에
무덤에서 부활하셔서
새 생명으로 살아나셨습니다
승리하셨습니다
메시야로 사명을 다하셨습니다
우리는
신앙으로 무장하고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리며
맡은 바 사명에 충성을 다하는
제자 되기 원합니다
13월의 크리스마스
문진환
저 높은 곳에서
세상 가장 낮은 모습으로
날 사랑하여
마구간 구유에 아기 예수로 오심을
믿음으로 구원이 이루어진다는
어려운 이야기 아니어도
거짓말 같은 사랑
꿈같은 사건들
믿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역사가 아닙니다
전설이 아닙니다
당당하지 못하고
공황장애에 걸린 듯 주눅 들어
불안한 삶
세상 어느 누구도
눈여겨보지 않는 내게
내미는 손은 보이지 않고
도무지
헤어날 수 없는 어두움 틈새로
새벽 별같이
하늘이 엮어가는 거짓말 같은 이야기
믿을 수 없는 사랑의 기적
작은 빛 비춰오는 이 날이
내게는
또 하나의 계절
13월의 크리스마스입니다
대림절에
정명진
크리스마스 테이블보를 펼치면
성탄 계절이 온다
김 선생님이 주신 도자기 집을 꺼낸다
한 채 한 채 모은 사연이 있겠지
유럽 어딘가 여행 중에 안고 온 멋진 집을
늘어놓으며
이것을 모은 분의 정성을
생각하며 기도한다
이사하면서 샀던 모형 나무가 아직
쓸만한가, 벌써
20년이 지났는데
솔잎 하나 하나 정성스럽게
폈다
그리고
올해는 어떤 장식을 할까 망설이다
눈꽃송이를 잡았다
완성된 나무에는 반짝이는
오색등을 켠다
아무리
유행이라도 금색 등이나 은색 등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다
빨갛고, 파란, 초록과 노란 등
찬란한 나무
나무 아래 선물을
놓으며 꿈속처럼 생각나는
사람
학생 시절 가난한 주머니 털어 꾸몄던
소박한 예배당 장식이 생각난다
흰 천사를 멋있게 그려 붙였던
아이는 갔고
나는 여전히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캐롤을 들으면, 이제는 추억만 남은
사연들, 추리소설을 빌려줬던
그 아이
그림 속
풍상에 삭은 배를 기억한다
갯벌에 얹혀 기우러진
사랑아~!
친구가 준 사슴 썰매와 산타 종
크리스마스 컵을 꺼내고
촛대를 세우고
정문에 크리스마스 리스를
걸었다
주님~! 오십시오
마라나타
어서 오십시오
성탄절
김우현
예수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
하얀 눈이 내리고
새벽 별은 빛나고
천사들은 천국엔 영광 땅에는 평화
기쁜 소식 전하고 천국으로 돌아가네
그 어리신 예수님 구유에 누였으니
동방작사들 황금, 유향, 몰약을 예물로 드리고
경배하고 고국으로 돌아가네
천사 만난 목자들은 아기 보고
하나님께 영광 돌리고 찬양하며
목장으로 돌아가네
성전에서 이스라엘의 위로를 기다리던
성령 충만한 시므온과 안나는
아기를 안고 하나님게 찬송하며
감사드리고 집으로 돌아가네
의롭고 경건한 마리아와 요셉은
아기가 자라며 강하여지고 지헤가 충족하며
하나님의 은혜가 그 위에 있음을 보고
예수님 하신 모든 말씀을 마음에 두고
나사렛에서 사시네
성탄의 미래
이재옥
어느 추운 겨울 새벽
은은히 들려오는 새벽 찬미 소리가
고요함으로 거룩하게
들려온 성탄이
나의 첫 느낌이었다
꽁꽁 얼어붙은 두엄들 밟고 서서
별등에 촛불 켜 든 사람들
새벽송 소리와 모습
미취학 아동이었던 내겐
지금도 잊지 못할 성탄절
그 성탄절로 인한 나의 인생이
십자가의 쓰라림 맛보고
부활의 소망을 바라보는
삶으로 엮어졌다
내 인생의 겉모습은 변함없이
죄인인데
속에서 울려 나는 성탄의 찬미는
더 감미롭고 아름답게
육신의 장벽이 무너지는 틈으로
들려온다
성탄으로 이 세상 나에게 오신 주님
나 있을 곳 예비하러 가신 주님
천사장의 호령과 나팔소리가 울려 날 때
나에게 부활의 몸 입혀
영원한 하나님 나라에 나는
거룩한 성탄이 되리라
주님과 함께
시속 1마일의 예수
원제근
그는 빨리 오시기보다
느리게 오셨다
빠른 길로 가시기보다
느린 길로 가셨다
보듬어야 할 어린아이들에
끌어주어야 할 청년들이 있어서였다
너무 아파 하늘만 보는 병자들에
함께 먹어야 할 가난한 이들이 있어서였다
친구 해줘야 할 죄인들에
손잡아 주어야 할 늙은이가 있어서였다
임마누엘은 느린 것
함께하는 것
구유엔 그 홀로의 성탄 트리 아닌
모두를 위한 십자가가 드리워져 있었다
화이트 크리스마스
장길현
온 세상 뒤덮었던
초록이 지고
붉은 열매도 가고
맨살을 드러낸 산하
아기 예수님 맞으려
설레는 성탄 전야
기도 올린다
정결한 눈솜 이불로
죄, 욕, 가득한 세상
덮어 주소서
임마누엘 사랑으로
나의 길
이유토
나에게 길이 하나 있었다
너무 아름다운 길이었기에
철없이 덤벙거리며 걷다
넘어졌어도 또 걸을 수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길은 험준한 길로 변했다
너에게 갈 수도 없고
나에게 올 수도 없는
길에서 신음하다 잠에서 꿈꾸던 길
아무도 걸어가지 않는 하얀 들판
기와집도 초가집도
모두 하얀 눈 세상이 되었다
루돌프 사슴도 지나가지 않았다
꿈에서
너에게 갈 땐
하얀 눈길을 걸어서
발자국 남기며 가고 싶었기에
꿈꾸다 깨어보니
이미 하얀 눈 세상이 되었다
너가 걸었던 길
내가 걸었던 길
수많은 먼지가 떨어진 길
그 길에 굴러다니던 낙엽도
지푸라기도 보이지 않았다
성탄절
류우림
새벽에 일어나 성경을 읽는다
기도는 끝났지만 기도는 이어져
마리아와 요셉의 불면은 얼마나 깊었을까
얼마나 놀라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
하나님의 사랑의 시작이다
천가가 나타나고 별이 나타나고
동방의 박사들은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 성경을 읽으며
베들레헴의 구유는 따뜻했을까
구유를 내어준 짐승들은 그 별을 보았을까
읽었던 구절을 다시 읽으며
푸른 새벽 마당으로 나서면
목자들이 들었다는 그 소식이 들려온다
“한 아기가 났고
그는 우리를 구원할 구원자시라”
마리아의 가슴에도
요셉의 가슴에도 새겨졌던 그 말씀이
가슴을 뛰게 하는 새벽
성경을 읽으며 읽었던 구절을 다시 읽으며
날이 밝아 온다는 소식을 듣는다
산을 넘고 물을 건너온 박사들이 보인다
성탄절이다
영원히 사랑하고 싶어
이기철
내가 널 사랑하여
널 나의 동반자로 세웠다
주는 것이 사랑이라서
나는 네게 이 땅을 다 주었다
네가 내게 줄 사랑은
한 가지만 포기하고 버리면 되는 것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는
포기하고 버려라
그 열매는 네 것이 아니니까
그것을 포기하고 버림이
나에 대한 너의 사랑이니까
포기하고 버림을 쉽다 여기지마라
너 자신을 포기하고 버리는 일이니까
왜 먹지 말라 하지?
의혹도 품지마라
의혹은 나에 대한 포기가 되니까
네가 그 의혹에 무너졌을 때
내 마음은 찢어지는 아픔이었다
그것은 네가 날 포기하고 버린 것이라서
사랑하는 너였기에 울었다
그렇지만 너에 대한 내 사랑은
애절(哀切)하여 무너지질 않는구나
그래서 나는 너의 포기와 버림을
소생시키기 위해 치러야 할
너의 대가적 희생을 네가 치를 수 없어
내가 대신 치르기 위해 날 포기하기로 했다
나와 독생자의 결의가 이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아득한 하늘에서
머나 먼 지상으로
벌거벗은 몸으로 널 찾아왔다
사랑은 목숨보다 질긴 것이라서
널 버릴 수 없었다
그래야 너도 너를 포기하고 버려
나와 영원한 동반자로
살아갈 길이 열리는 것이기에
내 생일이다
정용훈
서기 274년
처음으로 어떤 황제가 만들었다
내 생일이다
단 한 번도 내 생일에 대하여
이야기한 적이 없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달력에
내 생일이라고 올리고 알렸다
내 생일이다
단 한 번도 난 생일에
축하해달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해마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서로
축하하고 기뻐한다
나를 빼고 자기들끼리 말이다
언제부터일까
내 생일이라고 하고는
나보다 다른 사람이 주는
선물보따리에 관심이 많다
진짜 내 생일인가
궁금하다
내 생일이다
단 한번도 내 생일을
기념하라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내 생일을 기념하지만 생색만 낸다
내 생일
달력에서 지워버리고 싶다
성탄절
김선옥
산타가 끄는 썰매
고요함 깨운 걸까
큰 별의 인도 따라
천사의 기쁜 소식
구주가
태어난 자리
밝은 빛을 비췄지
어두운 절망마저
산산이 조각내고
내 마음 단칸 방에
찾아 준 그 큰 사랑
영원히
빛나는 북광
반짝반짝 빛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