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개농의 설움
이재곤
중고 물품과 골동품을 거래하는 가게가 언제부터인가 우리 집에서 가까운 위치에 생겨서 많은 물품을 상가 앞에 진열해 두어 어떤 물건들이 있는지 쉽게 볼 수가 있는데 그중에도 귀중한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아 아마도 가게 안에다가 깊숙이 진열했으리라 추측해 보기도 했다.
현재는 중고 물건도 처음에는 누구의 집에서 당당히 자리를 잡고 대우를 받았을 텐데 어찌 된 영문인지 알 수 없으나 중고품 가게에 자리를 잡고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는 신세가 되었는지 지금 형편이 허무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여러 중고품 중에서 내 시선을 멈추게 하는 물건은 자개농이다. 자개농은 TV 사극(史劇)을 보면 왕가(王家)나 사대부(士大夫) 집안에 안방과 사랑방에 덩그러니 자리 잡고 있어서 그 품격이 그 집안의 지체를 말해 주는듯했다.
삼사십 년 전쯤에는 일반 시중(市中)에 자개로 만든 가구 종류를 파는 가게가 성행하고 만드는 곳도 여러 곳 있어서 장인(匠人)들이 솜씨를 발휘하여 만들어 생계를 유지하며 가게에 진열하여 팔았는데 인기가 아주 좋았던 기억이 있고 보통 가정에도 자개농 하나쯤 들여놓는 게 주부들의 소망이었다.
우리 집에도 삼십여 년 전쯤에 자개농을 샀다. 집을 새로 사서 이사하면서 새집에 맞추어 장롱(欌籠)을 사기로 해서 마침 처가 쪽에 자개농을 제작하는 인척이 있어 부탁하여 만들어 사들여놓았는데 방 안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고 무언가 품격이 있어 보였고 소중히 다루며 지금까지 보관 관리하게 되었다. 당시에는 사회 분위기가 보통의 가정집에는 자개농을 장만하는 것이 약간의 유행처럼 되어 있었다.
가정주부들은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도 절약하여 돈을 모아 자개농을 샀는데 어느새 세월이 흘러 그 소중하게 다루며 보관해오던 자개농이 중고품 상점에 진열된 모습은 안타깝고 씁쓸한 마음이다. 그렇게 어렵게 마련하여 소중하게 다루며 한 가정의 안방을 떡 하니 차지해 있었는데 어쩌다 도롯가 중고품 상점에 나 앉게 되었는지, 주인이 이사 가면서 내다 놓았을까? 아니면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버렸을까? 자녀들이 물려받고는 오래된 물건이라 외면한 것일까? 온갖 생각을 하게 된다.
공예품이나 자개농은 고도(高度)로 숙련된 장인의 작품 아닌 것이 있으랴마는 특히나 자개농은 자세히 보면 예술품 중에 으뜸이다. 비록 중고품 상가에 진열된 처지가 되었지만 누군가가 구매하여 원래 자리인 가정의 안방에 자리를 잡아 훌륭한 미술품, 공예품, 문화유산으로 대우받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