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여사와 친구들
제3화 내 이름이 어때서
최순희
소문난 대구뽈찜 아귀찜 식당에 김 여사 친구들 8명이 다 참석했다.
친목곗날이다. 항상 새달 첫 토요일 오후 7시 모임 날이다. 테이블에 아귀와 미나리 콩나물이 양념에 잘 버무려진 뜨끈뜨끈한 아귀찜이 두 개의 큰 쟁반에 푸짐하게 나오자 친구들은 각자 앞접시에 덜어 맛나게 먹고 있다. 안혜주가 휴지로 조심스레 입가를 닦으며 빙그레 웃었다.
“하여튼 이 집 아귀찜 맛있지? 콩나물이 아삭아삭하고 미나리도 향긋하고 고소한 들깨 향이 너무 좋지?”
“이젠 얼큰한 이 집 양념 맛에 길들었어. 여긴 점심때도 저녁때도 항상 손님들이 많더라. 특히 여자들이 많이 와.”
“특히 돌순 니가 제일 좋아하는 아귀찜이제?”
“야, 니 지금 옆 사람들 다 들으라고 돌순라 불렀제? 그럼 장희빈 니는 안 묵는 아귀찜이가? 말해봐라.”
“가시나가 있는 이름 한번 불렀는데 난리네. 그만 일에 장희빈은 와 찾노?”
까르르 쿡쿡 웃음바다가 된다. 덩치 값하는 고선자가 나선다.
“니들 언제 철들래? 옛날이나 지금이나 철없기가 똑같다. 하도 이름 부르면 듣기 싫어하고 쌈 나서 이젠 나이도 묵을 만치 묵었고 우리끼리 여사 호칭 붙이기로 했으면 고마 진 여사 김 여사 해주지 그기 뭐 그리 어렵노?”
“그게 아니고 나는 니들 이름 부르는 게 참 재미있는데 생뚱맞게 여사 붙이려니 입이 간지럽다 마. 혜주처럼 사모님 되던지. 우리 돌순 아니 진 여사 많이 묵어라”
장희주가 아구 살점을 찾아 진돌순 앞접시에 건네준다. 쿡쿡 웃음이 터졌다. 지지난해 곗돈으로 중국 천계산 태항산 태항대협곡 관광 갔을 때 험준한 대협곡을 오르다 일행이 떨어지면 큰소리로 복자야! 말순아! 돌순아! 하고 큰 소리로 불러 싸움이 났었다. 오지원이 김 여사를 돌아본다.
“김 여사 언니들 이름이 뭐라캤노?”
“새삼스레 남의 언니들 이름은 와 묻노. 큰언니 귀순이고 다음 행순, 셋째 복순이다 와?”
“첫딸은 귀하다고 귀순, 둘째는 행복하라고 행순, 셋째는 복 많으라고 복순, 복순 동생은 딸 끝이라고 말순. 그럼 말순으로 딸 끝냈냐?”
“아니, 또 딸 낳아서 딸 마자 라고 마자로 이름 붙여 끝냈다. 김마자.”
밥 먹다 다들 손으로 입을 가리고 깔깔 웃었다. 그리고 그 시절 5남매는 귀하고 보통 8남매 9남매 두었다고 회상했다. 복자가 중얼거린다.
“하여튼 니들 부모님이나 우리 부모님이나 딸들이라고 이름을 아무 따나 붙였어. 혜주, 향숙, 제일 잘 지었어. 지각 있으신 부모님들이셨나 봐.”
“복자야 니는 개명해서 지원인데 만날 부르던 복자가 입에 붙어 새 이름 안 불러 지더라. 칠순 때까지 기다리면 새 이름 불러줄게.”
“내 이름이 어때서! 이순자, 김순자 박순자 강순자, 순자 이름 천지라 잘만 살더라.”
종합가구점을 영업하는 설순자는 언제나 당당하게 큰소리다.
“그래 맞다. 자식들 잘 키우고 건강하고 잘 살면 최고지 뭐.”
“김 여사, 서울 사위 이름이 뭐라더라? 소방수던가 청첩장에서 봤는데.”
“소방서든 경찰서든 남의 사위는 와 묻노? 복자 저거 오늘 말순한테 한 대 맞겠다.”
아차차, 지향숙 말이 끝나기도 전에 김 여사가 오복자의 허벅지를 사정없이 꼬집어 오복자가 입을 막고 비명을 질렀다. 식사가 끝나고 총무 고선자가 커피를 빼서 오봉 쟁반에 받쳐온다. 그리고는 장부를 펼치고 곗돈을 거둔다. 지난달 영업으로 빠진 설순자는 곗돈을 곱빼기로 내었다.
지 지난 추석 지나고 가족이 모였을 때다.
김 여사 딸들과 주방에서 음식 준비하는데 거실에서 폭소가 터졌다.
“우리 장인어른은 맨날 변명중이시고 장모님은 끝 말, 순할 순, 다행히 말술 아니고 말순씨여. 그래도 딸들 이름은 미나, 하나로 괜찮게 지으셨지 뭐.”
음식 쟁반을 나르던 작은딸이 끼어들었다.
“괜찮긴 뭐가 괜찮아요. 초딩 때 애들이 나만 보면 하나둘 셋하고 세었다니까. 형부도 좀 놀림 받은 거 아니에요? 맨날 나 하사로 불렀을 텐데.”
“우리 쌍둥이 아빠 나하선을 나 하사로 부르는 사람 잘못이지. 소병수는 소방서로 잘 불릴 것 같은데 아니에요?”
“어릴 때는 소방수 하면 치고받고 싸웠는데 이젠 잘 안 부르던데요.”
“당신 이름 소병수는 괜찮아. 병자가 항렬이니까.”
김 여사가 나섰다.
“너희들 이름 가지고 자꾸 말할래? 이참에 나도 이름 확 바꿀란다. 요즘은 개명도 쉽다더라. 미나야 하나야 엄마 이름, 마리, 이니, 제니 이런 세련된 이름 어떠냐?”
“어머머! 뺑 돌겠네! 이제 와 그 연세에 바꾸긴 뭘 바꾸어?”
“뭐? 마리 제니 이니, 아유 미치겠네. 엄마, 변명중씨가 좋고 김말순이 우린 넘 사랑스러우니 엄마 제발 그냥 말순씨해요!”
나 원, 이것들이 흉볼 때는 언제고! 김 여사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되었다.
사위와 딸들이 쩝쩝 벌레 씹은 얼굴들이 되어갔다.
첫댓글 39줄 오븐?
쟁반에 받쳐온다. 가 맞지 않을까요?
지적 감사합니다!
오봉을 오븐으로 잘못 올렸습니다^^
사투리로 오봉이라면 맞는 말이네요.
그렇다면 뒤에 쟁반은 빼도 될 것 같습니다.
사투리라는 것을 모른다면 괄호로 묶어 주셔도 괜찮다고 봅니다.
오봉 쟁반은 가정과 식당에서 쓰이는 사각 원형 등의 그릇으로 음료수 받침 커피 받침
과일 받침 냄비 받침 등으로 많이 쓰이는 그릇입니다. 그리고 일본어가 우리 생활에
들어와 많이 쓰이는 언어 중 하나로 오봉인줄 알고 있습니다.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드리며 이해하여 주시길바랍니다.
선생님의 건필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