셜록 홈즈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에도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리고 영화 <셜록 홈즈 ; 그림자 게임>은 셜록 홈즈의 캐릭터에 대한 헐리우드적 해석이라고 할 만 하다. 기존의 홈즈를 강력한 액션으로 치장하여 보다 영웅적인 모습으로 재창조했는데, 벌써 두 편이나 만들어진 이 시리즈 영화의 인기를 보면, 소설속에서 홈즈가 살았던 영국 베이커가 221B번지가 박물관으로 만들어져 관광명소가 되어있다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도 않다.
영화 ‘셜록홈즈 ; 그림자 게임’을 본 많은 사람들은 아마도 셜록 홈즈가 숙적 모리아티 교수에게 잡혀 고문받던 장면을 잊지 못할 것이다. 또한 이 장면에서 사용된 음악을 잊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모리아티 교수는 홈즈를 고문하며 슈베르트의 저 유명한 피아노 오중주 ‘송어’를 듣는다. 그는 송어의 싯구절을 인용하여 앞으로 홈즈의 친구인 왓슨도 송어처럼 결국 자신의 낚시바늘에 걸려들게 될 것이라고 암시한다.
클래식 음악을 이용하여 장면을 하나로 통합하고 그것에 더욱 깊은 의미를 부여함은 물론 복선까지 만들어내는 장면. 원곡 시의 내용을 아는 사람들이라면 더욱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장면이다. 특히 송어의 마지막 문구인 ‘안타깝구나! 속임수의 세상!’이란 문장을 생각하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마치 모리아티의 속임수에 놀아나는 것과 다름없다는 생각까지 든다.
가곡의 왕 슈베르트는 1817년경 슈바르트의 시 ‘송어(Die Forelle)’에 곡을 붙여 가곡을 만들었다. 송어 시의 내용은 대략 이렇다. 거울처럼 맑은 시냇물 속에 송어가 놀고있고, 한 어부가 송어를 잡기위해 낚시를 드리우지만 잘 잡히지 않자, 물이 너무 맑아서라고 생각한 끝에 물을 흐린 다음 송어를 낚는다. 그것을 본 화자는 어부의 손에 걸려든 송어를 애처롭고 가엾게 생각하며 결국 속임수의 세상으로 끝난다고 한탄한다.
슈베르트는 그로부터 2년 뒤, 성악가 친구와 함께 연주여행을 다녔는데, 북오스트리아 산간지방 ‘슈타일’이란 곳에서 ‘파움가르트너’라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당시에 가곡 송어에 대해 이 선율을 차라리 연주곡으로 보다 규모있게 만들어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을 듣는다.
이렇게 탄생한 곡이 바로 피아노 오중주 ‘송어’다. 슈베르트는 이 가곡의 선율을 고스란히 오중주곡 4악장에 집어넣었고, 오늘날 이 피아노 오중주는 불멸의 실내악 가운데 한곡으로 손꼽히고 있다.
‘송어’ 오중주 연주에서 잊을 수 없는 첫 번째 음반이 피아니스트 외르크 데무스와 빈필사중주단의 레코딩이다. 수많은 명인 피아니스트들이 협연한 음반들보다도 이 음반이 늘 가슴깊이 와닿는 이유는 바로 ‘조화’ 때문이다.
피셔 디스카우 등과 함께 많은 가곡집의 반주도 곧잘 했던 데무스의 피아노는 자신을 쉽게 드러내지 않고 다른 현악기들과의 조화 속에서 평온하게 노래한다. 피아노의 존재감보다는 음악으로서의 화합을 중시하는 데무스의 연주태도는 결국 이 음반을 오랜 세월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피조물로 완성시켰다.
데무스는 후일 다시 이 곡을 녹음했는데, 현대 피아노를 버리고 자신의 전공분야가 아닌 시대악기 포르테 피아노를 연주한다. 하르모니아 문디에서 발매된 이 신녹음 또한 자신을 버리고 음악을 택한 늙은 명인의 깊은 성찰과 혜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독립영화감독/음악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