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7일 토요일
상사 가는 길
김 미 순
하나로 마트라는 농협 쇼핑센터가 있다. 여수에 살면서 언니를 만나러 순천으로 와서 제일 먼저 들르는 곳이다. 남정점.
나는 마트 앞에서 의자 두어 개를 놓고 김밥, 순대, 떡볶이, 어묵을 파는 그곳에서 어묵과 김밥, 순대를 먹고 언니것도 사서 들고 상사를 향해 다시 출발하곤 한다. (지금은 하나로 마트의 리모델링으로 김밥집이 자리를 옮겼다) 오이비닐하우스를 하는 언니는 청암대학교 조금 더 위로 가서 작업장을 운영하고, 집은 차로 십 분이 걸리는 비촌에 있다. 내가 순천으로 이사한 것도 언니가 계셔서 가능했다. 내 세컨드 하우스도 비촌에 있고 (명의가 나로 되어 있다) 상사성당도 가까워서 천주교 신자인 나는 그야말로 상사 주민이다.
그런데 청암대 밑에서 이미 '상사맛거리' 라는 이정표가 커다랗게 사람들을 부르고 있다. 지난 육 년동안 무수히 다녀온 길이다. 처음 우리집이 없었을 때 바쁜 언니와 점심을 하우스 바로 맞은 편에 '포두족발' 집에서 먹었다. 아귀찜, 아귀탕, 족발, 계절 음식 (서대회, 생태탕) 도 고루 준비해 놓고 손님을 맞는다. 매 끼니를 새로 밥을 하는 언니에게는 가까운 곳에 있는 포두식당이 효자라고 생각한다. 값도 그리 비싸지 않아 만족해 한다. 지금도 주인이 콩나물이나 아귀도 가끔 주기도 한다고 자랑이다. 조금 더 위로 올라가면 비촌 가는 길과 상사면사무소 가는 길로 갈라진다. 면사무소 가는 길에는 본격적으로 맛자랑을 하는음식점이 즐비하게 양쪽으로 늘어서 있다. 제일 먼저 '미주농원' . 오리고기가 주 메뉴고 그외 닭요리를 한다. 가까운 곳에 골프장이 있어 운동 끝내고 거뜬하게 오리탕을 먹으러 온다고 한다. 오리고기를 좋아하시는 시어머니를 모시고 한 번 간 적이 었다. 시어머니도 흡족해 하셨다. 맞은편에 '남도한우' 라는 고깃집이 있다. 원하는 고기를 사서 구워먹는 체제다. 여수에서는 많이 없는 정육점 겸 식당이다. 나는 이사하고 친구들을 초대했을 때 그곳에서 대접했다. 언니가 소개했고 그 집 주인이 가끔 소뼈를 줘서 푹 고아 나에게도 몇 번 준 적이 있다. 지금은 폐업해서 건물만 덩그러니 옛날의 명성을 기억하게 한다. 그 길 따라 몇 분 안 가서 '풍경' 이라는 팥죽집이 있다. 조그마한 정원에는 갖가지 꽃들이 피어있고 낮은 계단 틈새에도 자잘한 꽃이 반긴다.최대 여섯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두 개,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두 개였다. 깔끔하고 주인장이 친절해서 단팥죽이 더 맛있었다. 다양한 초여름 꽃들이 흐드러지게 핀 '풍경' 이 정겹다.
조금 위로 직진하면 닭구이집, 나물비빔밥집, 돈가스집이 촘총히 강 가 풍경을 채우고 있다. 나는 돈가스집을 추천한다. 메뉴는 두 가지와 음료다. 부추를 갈아 반죽한 수제비, 바지락을 곁들였다. 손바닥만한 돈가스. 특히 오이무침을 한 가득 테이블에 놓아주는 게 특징이다. 갈 때마다 손님이 많아 밖에서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건너편 이사천 강 가에 '유갤러' 가 있어 럭셔리한 분위에 젖을 수 있다. 예전에는 수제 옷에 수를 놓아 팔기도 하였는데 지금은 도자기 체험장이 갖쳐져 있다. 팔기도 한다. 내부에 천정에 닿을 것 같은 나무 화분이 있어 꼭 숲 속에 있는 것 같아 무척 안온한 분위기에 젖는다. 마음먹으면 꽤 오랜 시간 애기하면서 즐길 수 있다. 쌍화차, 대추차가 엄청 맛있고 커피나 과일쥬스, 쿠키도 구비되어 있어 편함이 배가 된다. 날이 많이 안 추울 때는 연못이 있는 입구 정원에서 차를 마실 수도 있다.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가을이 정말 좋다.
면사무소 맞은 편에 '조은가든' 도 빼놓을 수 없다. 민물 생선 매운탕과 묵은지를 넣은 닭찜이 입을 닫지 못하게 한다. 나는 순천을 안 와 본 지인들에게 감히 추천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밑에 깔리는 반찬 하나하나가 내 입맛에 맞고 개미가 있다. 민물생선을 자주 먹어보지 않아서 걱정했는데, 밥 반공기가 정량인 내가 한 가득 밥을 먹게 된다. 눈깜짝할 사이에~~
일주일에 한 번씩 지금 소개한 음식점을 들러도 좋겠다. 집밥이 물리면 가벼운 옷차림으로 나설 일이다.
나는 차로 이십분 정도밖에 안걸리는상사맛거리에 좋은 사람들과 차 마시고 밥 먹으며 지내고 싶다. 항상 조용히 흐르는 이사천 강을 구경하며, 가끔 청동오리의 날개짓을 쫓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