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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 열왕기상10장14~29절
제목 : 번영의 빛과 그림자
솔로몬 왕국의 평화와 번영이 주체인 3~10장의 종결부입니다.
겉으로는 솔로몬의 영화가 극에 달했음을 보여 주지만 그 행간에는 색조가 드리워져 있습니다.
1. 세금으로 얻은 금의 양(14~17절)
1) 솔로몬의 세입금은 금 666달란트 입니다(14절)
“[14] 솔로몬의 세입금의 무게가 금 육백육십육 달란트요”
세입금(歲入金). - 솔로몬의 부의 원천은 무역에서 얻는 이익 외에도 세금 징수가 그 주된 출처였습니다.
이 세금은 열 두 관장을 통해 백성들로부터 거두어들이는 것(삼상 8:15)외에도 주변 국가들의 조공, 각국 무역상들이 내는 통행세 등이 포함되었을 것입니다.
육배 육십 육 금 달란트. - 이는 솔로몬이 매년 정기적으로 거두는 세입금을 말합니다.
그런데 혹자는 오빌로 항해하는 상선단이 3년마다 귀환한 것을 근거로 이 666 금 달란트는 매년의 세입금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Keil).
그러나 이 주장은 다음과 같이 반박할 수 있습니다.
(1)오빌로 항해했던 선단('히람의 배'로 표기됨, 11절)과 3년마다 귀환한 '다시스 배'를 동일시 할 수 없습니다(9:27,28; 10:11,22).
(2)오빌로 항해한 선단이든 다시스 행 배든 이 항해의 일차적인 목적은 무역에 있지 세금 징수에 있지 않습니다.
(3)15절을 참고하건데, 본절의 세입금은 정기적인 항목만의 총액이다. 정기적이 아닌, 부가적 세입금은 15절에서 따로 언급되었습니다.
따라서 설령 무역 선단이 세금을 징수했다 하더라도 그 금액은 15절에 포함되지, 본절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한편 금 666달란트가 현대의 화폐 가치로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치 않다(Living Bible)은 2천만 달러로 기록하고 있습니다.
추측컨대, 당시 금 1달란트의 무게는 34.3kg정도로, 은 45,000세겔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은 30세겔은 노예 장정 한 사람의 값이었으므로(출 21:32),
금 1달란트는 약 1,500명의 노예값을 지불할 수 있는 큰 금액이었습니다.
아무튼 그 액수가 고대 이스라엘인들에게는 엄청난 것으로 비추어졌음이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본장 전체가 솔로몬의 엄청난 부와 사치에 관한 기록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혹자는 이 세입금의 액수와 계시록의 '666'(짐승의 수, 계 13:18)과의 일치를 들어 좀 상징적인 논의를 제시하는데(Hammond), 좀 지나친 견해이다(Bahr).
왜냐하면
(1)열왕기서에 나오는 숫자를 계시록처럼 상징적으로 해석할 이유가 없고,
(2)비록 구약의 다른 부분에서도 '666'이란 숫자가 나오지만 상징적 의미와는 무관한 경우로 나오기 때문입니다(스 2:13).
2) 그 외에 상인, 객상, 아라비아의 모든 왕들과 고관들에게서도 가져왔습니다(15절)
“[15] 그 외에 또 상인들과 무역하는 객상과 아라비아의 모든 왕들과 나라의 고관들에게서도 가져온지라”
무역하는 객상 - '객상'(로켈림)의 어근은 '장사 등을 하면서 돌아 다니다'는 뜻을 가진 '라칼'입니다.
여기서 '객상'(客商)이란 말은 그 자체로 외국과의 무역상을 가리킵니다.
한편 이들 상고나 객상들의 상업 활동에는 일정한 세금이 부과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아라비아 왕들. - 이는 '이스라엘과 동맹을 맺은 이방 왕들'(Gesenius, the Chaldee)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이스라엘과 접경한 아라비아 광야에 거하는 모든 잡족들의 왕들'(Keil, Patterson)을 가리킵니다(렘 25:24). 당시 이들 지역의 왕들은 모두 솔로몬의 통치하에 있었습니다.
나라의 방백들 - 즉 국내의 지방 장관들을 의미한다(4:7-19).
3) 금으로 큰 방패 200개를 만들었습니다(16절)
“[16] 솔로몬 왕이 쳐서 늘인 금으로 큰 방패 이백 개를 만들었으니 매 방패에 든 금이 육백 세겔이며”
쳐서 늘인 금. – 성전 건축 때 사용된 공법(工法) 역시 금을 두들겨 얇은 널판처럼 하여 나무에 덧입히는 방식이었습니다(6:22).
방패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일단 나무로 만든 다음 그 위에 금을 덧입혔음을 짐작하게 하는 표현입니다.
따라서 혹자(Rawlinson)의 주장처럼, 단순히 금으로 도금한 상태는 아닙니다.
큰 방패. - 이는 전신을 가릴 수 있는 진지 방어용 방패를 말합니다.
한편 당시의 일반적인 방패 제작 방식은 나무에 가죽을 씌우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본절의 방패는 가죽 대신에 얇은 금판을 입힌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금 방패는 실제 전투용이 아닌, 의식(儀式)을 위한 것임이 틀림없습니다.
육백 세겔. - 고대의 무게 측정법을 따라 1세겔을 11.424g으로 볼 대(Sellers), 방패 하나 당 약 6.9Kg의 금이 든 셈입니다.
'마네'(Maneh)로는 12마네가 됩니다.
즉 작은 방패에 비해(17절) 4배의 금이 더 든 셈입니다.
또한 1달란트는 3,000세겔이므로, 큰 방패 200개 전체에는 40달란트의 금이 든 셈입니다.
4) 작은 방패 300개를 만들어 레바논 나무 궁에 두었습니다(17절).
“[17] 또 쳐서 늘인 금으로 작은 방패 삼백 개를 만들었으니 매 방패에 든 금이 삼 마네라 왕이 이것들을 레바논 나무 궁에 두었더라”
작은 방패. - '큰 방패'(친나)에 비해 '작은 방패'(마겐)는 백병전에 쓰이는 휴대용 방패입니다.
이것은 보통 팔걸이 식의 둥근 방패입니다(McCullugh).
삼 마네. - '마네'(Maneh)는 고대의 무게 단위로서, 약 571.2g으로 50세겔에 해당합니다.
따라서 3마네는 150세겔로서 약 1.7kg입니다.
그러므로 작은 방패 300개 전체에 든 금은 15달란트(45,000세겔)입니다.
레바논 나무 궁. - 7:2주석 참조.
분명 이금방패들은 레바논 나무 궁의 벽에 장식용으로 걸려졌을 것입니다.
한편, 여기 보관된 금방패들은 르호보암 때 애굽 왕 시삭(Shishak)에게 탈취당하고 말았습니다(14:26).
2. 화려한 상아 보좌와 여섯 층계(18~20절)
1) 상아로 큰 보좌를 만들고 정금으로 입혔습니다(18절)
“[18] 왕이 또 상아로 큰 보좌를 만들고 정금으로 입혔으니”
상아(象牙). - '상아'(쉔)는 곧 코끼리의 어금니입니다.
한편, 고대 근동 사회에서 상아가 제공된 출처는 대부분 유브라데 강상류 지역에 서식하던 코낄 떼였던 것 같습니다.
B.C. 1,500년 경의 앗수르의 기록에서도 그러한 사실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스라엘에 상아가 유입된 경로는 두로(Tyre)를 통한 교역 또는 다시스(Tarshish)배를 통해 직접 수입이었습니다(22절).
큰 보좌를 만들고. - 이 상아보좌는 순전히 상아로만 만든 보좌가 아니고, 상아로 장식한 보좌를 가리킵니다(Keil).
즉 나무로 만든 후 금을 입히고, 금판 사이사이에 상아를 박아 장식한 보좌를 가리킵니다(Bahr).
한편, 이 보좌의 제작 역시 두로 기술자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당시의 두로는 상아를 이용한 조각술이 발달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하면, 이스라엘은 그때까지 상아 조각은 물론 보좌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낯선 일이었습니다.
원래 이스라엘의 관습은 유목민 특유의 웅크리고 앉거나 기대어 앉은 것이었으므로 의자의 사용은 매우 드물었습니다.
다윗조차도 보좌를 사용했는지의 여부는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어쨌든 솔로몬에 이르러 보좌를, 그것도 상아로 만든 보좌를 사용한 것은 왕권의 위엄과 권위를 상징하기 위한 것입니다.
이후 보좌(키세)는 왕의 직무와 지극히 밀접한 연결을 갖게 되므로, 그 자체로 왕권을 상징하기까지에 이르릅니다(시 9:4; 122:5; 사 16:5; 렘 17:25).
2) 보좌의 형태입니다(19절)
“[19] 그 보좌에는 여섯 층계가 있고 보좌 뒤에 둥근 머리가 있고 앉는 자리 양쪽에는 팔걸이가 있고 팔걸이 곁에는 사자가 하나씩 서 있으며”
보좌에는 여섯 층계가 있고 보좌 뒤에 둥근 머리가 있고. -
카일(Kell)은 보좌의 뒷편을 아아치 모양으로 만든 것으로 보며,
베르(Bahr)는 보좌 등판에다 둥근 모양을 덧붙인 것으로 보았습니다.
한편 본절을 고대 근동에서 권력의 상징이던 황소의 머리가 장식된 것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학자들도 있습니다(Montgomery, Toombs등).
즉 '둥근'(아골)을 '송아지'(에겔)로 보는 것입니다.
이들의 주장의 요지는 다음과 같습니다.
(1)'둥근'과 '송아지'는 모음 부호만 다를 뿐 똑같은 철자입니다.
(2)그런데 후대의 서기관들이 의도적으로 모음 부호를 변형시켜 '송아지'를 '둥근'이 되게 했습니다.
(3)그 이유는 황소는 이스라엘 역사에 어두운 그림자를 준 송아지 숭배 사건(출 32;4)을 연상시키는 형상이기 때문입니다(Gates).
(4)또한 '머리'에 해당하는 '로쉬'가 무생물을 향해 쓰이는 경우란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창3:15;40:13;출29:10;레4:15; 8:14;삼상31:9;왕하6:32등).
(5)그러므로 '로쉬'는 '에겔'(송아지)에 연결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상과 같은 주장은 나름대로 일리는 있으나 확실히 입증되지는 않았습니다.
팔걸이. - 솔로몬의 보좌는 팔걸이와 그 곁의 사자 장식으로 미루어 애굽식에 가까왔던 것 같습니다.
바사(페르시아)왕의 보좌에는 이러한 팔걸이가 없었다고 합니다(Toombs).
사자가 하나씩 서 있으며. - '사자'는 백수의 왕으로서(잠 30:30,31),
흔히 성경에서 통치와 심판을 상징합니다(암 3:8; 계 10:3).
본절에 언급된 보좌 팔걸이 곁의 두 마리의 사자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열두 사자가 그 여섯 층계 좌우편에 서 있습니다(20절)
“[20] 또 열두 사자가 있어 그 여섯 층계 좌우편에 서 있으니 어느 나라에도 이같이 만든 것이 없었더라”
여섯 층계 좌우편의 이 열 두 사자 상들은 만민 중 왕과 제사장의 나라로 택함 받은 이스라엘의 열 두 지파를 상징하였습니다(Keil).
여섯 층계 좌우편에.-열 두 사자상은 한 층계의 좌우에 둘씩 놓였습니다.
그렇다면 솔로몬의 보좌는 이 여섯 층계 외에도 보좌를 위한 꼭대기의 한 층을 더한, 즉 칠 층 구조였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보좌의 구도와 열 두 사자상의 배열은 이제까지의 지파 중심적 이스라엘이 왕권 중심으로 옮겨졌음을 반영해 줍니다.
참고로, 바벧론의 우주관과 그에 따른 신전의 구조도 칠층으로 이루어졌다고 합니다(Wunsche).
어느 나라에도 이같이 만든 것이 없었더라. - 고대 근동 지역의 유물들을 고찰하건대, 비록 보좌가 높고, 정교하게 만들어 졌으며, 팔걸이에는 각종 동물 형상들이 조각되어 있는 사실들이 입증되었으나(Layard). 그 규모나 형태 및 화려함 등에 있어서는 당 시대 솔로몬의 보좌와 같은 것은 없었습니다.
솔로몬의 보좌보다 더 화려하고 웅장한 보좌는 먼 후대에 가서야 비로소 나타납니다.
3. 무역과 조공으로 얻은 진귀품들(21~25절)
1) 솔로몬 왕이 마시는 그릇은 다 금입니다(21절)
“[21] 솔로몬 왕이 마시는 그릇은 다 금이요 레바논 나무 궁의 그릇들도 다 정금이라 은 기물이 없으니 솔로몬의 시대에 은을 귀히 여기지 아니함은”
솔로몬의 시대에 은을 귀히 여기지 아니함은. - 은(銀,Silver)은 적어도 바사 시대(B.C.500년 경)이전까지는 금에 비견되는 가장 값진 금속이었습니다.
바사 시대에 이르러 비로소 많은 은이 산출됨으로써,
금에 비해 그 가치가 하락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B.C 10세기 경인 솔로몬 시대에 은을 귀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따라서 이는 그만큼 솔로몬 왕국의 부(富)가 극에 달했음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27절).
2) 다시스에 배를 두어 삼년에 한 번씩 금과 은과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을 실오 왔습니다(22절)
“[22] 왕이 바다에 다시스 배들을 두어 히람의 배와 함께 있게 하고 그 다시스 배로 삼 년에 한 번씩 금과 은과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을 실어 왔음이더라”
다시스. - '다시스'(Tarshish)는 두 가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즉 실제 지명이거나 안니면 어떤 장소와는 무관하게 '아주 먼 곳'을 지칭하는 경우.
후대에 '다시스 배'란 곧 먼 바다를 항해하는 배를 가리키는 말이었다고 합니다.
한편, 실제 지명으로 볼 때 다시스가 정확히 어디인지는 확인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성경 기록상의 추적을 통해, 지중해 연안의 희랍 지역 중 하나이거나 아니면 지중해 건너 남쪽 어떤 항구 도시일 것으로 추정해 볼 따름입니다(창 10:4; 욘 1:3; 사 23:1; 66:19).
그리고 성경에는 선지자 요나가 다시스 행 배를 타고자 욥바로 갔다는 기록이 있습니다(욘 1:3).
오늘날 많은 학자들은 다시스를 스페인의 타티스(Tartessus)로 보기도 합니다.
고대에 이곳은 은을 많이 수출하는 항구였습니다(렘 10:9; 겔 27:12).
한편 혹자들(Albright, Unger)은 '다시스'(Tarshish)란 말 자체가 '광물'(mining) 또는 '녹이다(smelt)란 뜻이므로, 제련소의 물품을 멀리 운반하는 배를 가리켜 '다시스 배'라고 칭했다고 봅니다.
즉 솔로몬 당시 에시온게벧에는 큰 제련소가 있어 외국에서 수입해온 물품들 - 금,은,백단목,상아,잔나비,공작 등 - 에 대한 수출품으로서 구리, 철, 놋과 같은 광물들을 그곳에서 선적하여 다시스 배로 수송했다는 것이다(Wood, Patterson). 이 견해도 상당히 타당성 있는 견해입니다.
다시스 배. - 일반적으로 '배'를 의미하는 '아니야'에 비해 본 절에 쓰인
'아니'는 '선단'(船團)이란 뜻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다시스 배'는 9:27,28의 오빌로 항해나는 선단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선단을 지칭하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 다시스 선단을 곧 오빌 선단과 동일시할 수는 없습니다.
왜냐하면 본절에서 이 두 선단은 비록 협동 작업은 하지만 서로 구별되는 관계를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이 선단에 붙여진 '다시스'란 명칭은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의미가 모두 내포된 듯합니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1)이 다시스 선단이 운반한 금과 은의 출처는 당시 은과 금속 가공으로 유명한 실제의 다시스일 것이며,
(2)상아와 잔나비와 공작 등은 실제의 다시스 외에도 멀리 인도양을 두루 항해해야만 얻을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점이 다시스 선단의 한 번 항해가 3년씩 걸린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상아와 원숭이와 공작. - 이것들은 인도산으로서 아주 귀하고 사치스러운 무역 품목인데, 대부분 궁전 장식용으로 쓰였습니다.
3) 솔로몬 왕의 재산과 지혜가 세상의 그 어느 왕보다 큽니다(23절)
“[23] 솔로몬 왕의 재산과 지혜가 세상의 그 어느 왕보다 큰지라”
4:30 주석 참조. 한편 본절에서부터 25절까지는 솔로몬의 지혜에 대한 총괄입니다.
즉 3장에서부터 줄 곧 찬양되던 솔로몬의 지혜는 이로써 그 이야기를 끝맺게 되는 것입니다.
한편, 혹자는 본절에서 '재산'이 '지혜'보다 더 앞서 강조되어 나타나는 사실을 증명하면서 이는 사치와 번영으로 인한 솔로몬의 타락 기미가 엿보이는 표현이라고 보았습니다(Wordsworth).
4) 온 세상 사람들이 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의 마음에 주신 지혜를 들으며 그의 얼굴을 보기 원하였습니다(24절)
“[24] 온 세상 사람들이 다 하나님께서 솔로몬의 마음에 주신 지혜를 들으며 그의 얼굴을 보기 원하여”
솔로몬의 마음에 주신 지혜. – 4:29-34 부분의 주석을 참조하라.
궁극적으로 이는 기브온 약속(3:12,13)의 완전한 성취입니다.
그런데 다음 장에서 솔로몬의 이 마음의 지혜는 이방 여인들과 우상 숭배로 인해 흐려집니다(11:3,4).
이러한 대비(對比)에서 열왕기 저자는 왕국의 번영과 쇠퇴를 솔로몬의 지혜의 명암은 하나님께 대한 순종과 우상 숭배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습니다.
5) 그들이 각기 예물을 가지고 왔습니다(25절).
“[25] 그들이 각기 예물을 가지고 왔으니 곧 은 그릇과 금 그릇과 의복과 갑옷과 향품과 말과 노새라 해마다 그리하였더라”
예물. – 비록 문맥은 존경을 표시하기 위한 선물임을 강조하고 있지만,
본절의 '예물'(민하)은 공물로서의 성격을 지닌 것입니다.
매년 정해진 물량을 바친 것이라는 본절 하반부의 내용이 이를 잘 입증해 줍니다.
그리고 4:21에서 '공'(貢)으로 번역된 원어도 역시 '민하'입니다.
원래 '민하'는 우월한 자에게 '존경'과 '복종'을 표시하기 위한 선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민하'란 단어 속에는 예물과 공물의 성격이 동시에 들어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본절은 '민하'의 예물로서의 성격만을 의도적으로 부각시킨 것입니다. 그럼으로써 지혜에 의한 솔로몬의 평화로운 통치를 강조하고자 한 것입니다.
4. 솔로몬의 막강한 군사력(26~29절)
1) 솔로몬의 병거가 4,000대, 마병이 12,000명입니다(26절).
“[26] 솔로몬이 병거와 마병을 모으매 병거가 천사백 대요 마병이 만이천 명이라 병거성에도 두고 예루살렘 왕에게도 두었으며”
솔로몬이 병거와 마병을 모으매. - 솔로몬이 병거와 마병을 모은 사실은, 경제적 번성에 따르는 군사적 부강으로 간단히 넘어가기 쉽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습니다.
왜냐하면
(1)이스라엘의 지형은 산악 지대가 많아 병거가 많이 필요 없는데, 이러한 사실은 다윗이 하닷 에셀에게서 빼앗은 병거 일천 대 중 백 대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부셔버린 사실에서도 입증됩니다(대상 18:4).
(2)더구나 왕이 말을 모으는 일은 신명기 규례상 명백히 금지된 일이라는 점(신 17:16) 등의 문제에 대해 솔로몬의 병거와 마병은
(1)단순히 전투용 뿐이 아닌 상업적 목적(매매 혹은 상선단의 보호)도 지닌 것이라는 해석도 있으나(Dentan),
(2)무엇보다도 왕국의 위세를 과시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습니다.
한편 신명기 규례가 '왕된 자는 말을 많이 주지말 것'(신17:16)을 명한 이유는
(1)무엇보다 병마(兵馬)에 의존하기 보다는 오직 하나님만을 의지하도록 하기 위함이었으며(시 20:7; 33:17; 잠 21:31).
(2)또한 이스라엘 백성들이 다시 애굽으로 돌이킬까봐 염려했기 때문입니다.
즉 말의 주산지인 애굽과의 잦은 외교나 거래 관계는 결국 애굽의 우상 문화를 끌어들이게 되고, 나아가 정치적 종속의 관계를 띨 우려마저 있었기 때문입니다(Craigie).
그리고 이렇게 되면, 애굽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신 하나님의 출애굽 은총이 업신여김을 당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솔로몬은 이 율법의 금지 조항이 염려한 점을 망각하고, 단순히 예비용으로 보기에는 너무 많은 말을 애굽으로부터 수입하였습니다(28,29절).
이로써 솔로몬 왕에게 드러워지는 실패와 타락의 전조(前兆)를 느낄 수 있습니다.
병거성. - 4:26 주석 참조. 한편 시카고 대학의 발굴단은 므깃도 유적지에서 400마리 정도의 말을 수용할 수 있는 외양간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2) 예루살렘에서 은을 돌같이 흔하게 하고 백향목을 평지의 뽕나무 같이 많게 하였습니(27절)
“[27] 왕이 예루살렘에서 은을 돌 같이 흔하게 하고 백향목을 평지의 뽕나무 같이 많게 하였더라”
은을 돌같이 흔하게. - 21절의 내용을 확대한 말입니다.
*21 “솔로몬 왕이 마시는 그릇은 다 금이요 레바논 나무 궁의 그릇들도 다 정금이라 은 기물이 없으니 솔로몬의 시대에 은을 귀히 여기지 아니함은”
이것은 극에 달한 솔로몬 왕국의 부를 수사학적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말입니다.
한편, 팔레스틴 지역은 실제로 돌이 많은 지역입니다.
백향목을 평지의 뽕나무 같이 많게. - 앞의 부분과 함께 본절은 히브리적 대구법의 한 유형에 속합니다.
즉 대단히 귀중한 것(은, 백향목)이 흔해 빠진 것(돌, 뽕나무)에 비유되어 그 많음이 더욱 강조됩니다.
한편, '뽕나무'(쉬케마)는 지금의 팔레스틴에서는 오히려 보기드문 나무가 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매우 흔했다고 합니다(사 9:10).
특히 경사가 완만한 구릉 지대에 무성하였다고 합니다(Winer).
백향목 - 4:33; 5:6 주석 참조.
3)말들은 애굽에서 값 주고 산 것입니다(28절).
“[28] 솔로몬의 말들은 애굽에서 들여왔으니 왕의 상인들이 값주고 산 것이며”
애굽에서 들여왔으니. – 이 말은 말들을 인수한 장소가 애굽 내의 어떤 지역인 것처럼 들립니다.
그러나, 비록 애굽이 이스라엘에 말을 매매하였지만, 실제로 인수된 장소는 애굽 바깥의 어느 지역일 것입니다.
아마도 애굽 말의 사육장을 많이 갖고 있던 소아시아 남부의 어느 지역이 아닐까 추정됩니다(Kapelrud).
4) 말과 병거를 거래하였습니다(29절)
“[29] 애굽에서 들여온 병거는 한 대에 은 육백 세겔이요 말은 한 필에 백오십 세겔이라 이와 같이 헷 사람의 모든 왕과 아람 왕들에게 그것들을 되팔기도 하였더라”
애굽에서 들여온 병거. – 당시 애굽은 말과 병거의 주요 수출국이었습니다. 그런데 애굽에 병거가 성행하게 된 것은 B.C. 1800년경부터 애굽을 지배하게 된 힉소스인들의 병거사용에서부터였습니다(Wevers).
이후 이스라엘인들의 경험 속에서 애굽은 항상 말과 병거의 국가였습니다(출 14:6; 15:1; 신 17:16; 사 31:1).
그런고로 이러한 애굽과 혼인을 통한 동맹관계를 맺은 솔로몬은 애굽으로부터 병거를 많이 공급받을 수 있었습니다.
은 육백 세겔. - 은 1세겔(Shekel)은 대략 11.4Kg이었으므로, 은600세겔은 약 7Kg의 중량입니다.
'마네'(Maneh)로는 12마네, '달란트'(Talent)로는 0.2달란트입니다(16절).
헷사람. - 히타이트족을 가리킵니다(창 10:15; 23:3).
그런데 히타이트족은 B.C.2천년대 초경에는 거대한 제국을 건설했던 바 있지만, 솔로몬 당시에는 작은 왕국들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Gelb).
그리고 이 왕국들은 팔레스틴 북쪽 변경에 위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솔로몬 왕국은 남쪽 애굽과 북쪽 헷 왕국들 사이에서 병거와 말 매매의 중간 상인 구실을 한 것입니다.
이러한 수입과 매매를 통해 얻은 수익도 적지 않았을 것입니다.
아람 왕들. - 아람 민족은 유브라데 강주변, 즉 이스라엘의 북쪽 및 북동쪽 경계에 여러 개의 작은 국가들로 나뉘어져 있었습니다(Bowman).
본절의 아람 왕들은 바로 이 작은 국가들의 왕들을 가리킵니다.
솔로몬은 이들에게도 애굽의 병거와 말을 수입해 되팔았습니다.
그런데 아람인들은 이전부터 자주 이스라엘과 적대 관계에 서왔던 민족이었습니다(삼하 8:5,6; 10:8-18).
그리고 이러한 적대 관계는 솔로몬 통치 이후 분열 왕국 시대에 가서도 내내 계속됩니다(20:20; 22:35; 왕하 7:15; 8:28; 대하 24:24).
그러므로 솔로몬은 세속적 무역 정책의 결과 결국 이스라엘의 대적에게 무기를 판 셈이되고 말았습니다(Wordsworth).
나(우리)에게 주시는 교훈은 무엇입니까?
1) 솔로몬은 히람(9:14)과 스바 여왕이 준 금(10:10)에 더하여 조공과 무역을 통해 막대한 금을 모았습니다(14~17절).
특히 매년 세금으로 거둔 금의 양만 666달란트에 달했습니다.
결국 솔로몬은 “은금을 많이 쌓아 두지 말라”(신17:17)는 명령을 잊은 채, 백성에게 과다한 세금을 징수하면서 하나님이 경고하신 왕정 제도의 폐단(삼상8:11~18)을 그대로 밟았습니다.
이처럼, ‘넘쳐 나는 금’은 솔로몬의 부귀와 영화를 상징하는 동시에,
그 이면에 숨겨진 그의 어두운 미래를 암시합니다.
공의과 정의(9절)를 떠난 불안한 풍요입니다.
하나님은 “가득 채운 손보다 깨끗한 손을”살피십니다.
2) 상아로 만들고 정금으로 입힌 보좌, 이방 궁전에서나 볼 수 있는 화려한 층계, 3년에 걸쳐 배로 실어 온 진귀한 물품 등은 솔로몬 왕의 호화로운 생활을 단적으로 보여 줍니다(18~22절).
많은 재물로 마음이 어두워지면 인간의 지혜는 변색되어, 언제든 불공평과 불화를 만들어 내는 힘으로 변질될 수 있습니다.
3) 저자는 솔로몬의 재산을 지혜와 나란히 놓음으로써 그가 얻은 부귀가 지혜 때문임을 알려 줍니다(23~25절).
하지만 그것은 궁극적으로 하나님이 약속하신 바를 이루신 결과입니다(3:12,13).
그 하나님을 기억하고 경외할 때만 지혜가 준결과에 취하지 않고, 더 높아지고 부강해져도 자신을 지키고 사명을 다할 수 있습니다.
하늘의 지혜가 먼저이고 재물이 나중입니다.
주님보다 나를, 지혜보다 부를 앞세운다면 그것은 득이 아닌 독이 되고 복이 아닌 화가 됩니다.
4) 솔로몬은 많은 공물(15,25절)로 부요해지자 병거와 말들을 애굽에서 사들입니다(26~29절).
산지가 많은 이스라엘에서 유용하지 않은 병거와 마병에 집착하고 그것을 둔 것은 나라의 안위보다 왕의 위세를 과시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번영의 절정기에 조금씩 하나님의 계명(신17:16,17)을 어기면서 타락의 조짐을 보이는 지도자의 안타까운 모습”입니다.
내게도 주의 능력을 믿지 못하여 인간적인 힘을 모으는 데 몰두하는 모습은 없습니까?
다 갖추었는데 하나님만 빠진 삶은 아닌지 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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