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정년 하루 전 은퇴하는 목사2016/07/18평소 소신대로 “원로 예우 안 받겠다” 주장
▲ 부산북교회 조서구 목사
ㆍ금년 10월, 만 64세로 조기은퇴
한 교회에서 20년 이상 시무한 목사가 연로하여 노회에 시무사면을 청원 할 때, 본 교회에서 명예적 관계를 보존하고자 공동의회를 소집하고 생활비를 작정하고 원로 목사로 투표해 과반수로 결정하는 것이 ‘원로목사 예우’다. 오랫동안 시무한 목회자를 위해 본 교회가 노후에 힘이 되는 좋은 취지의 제도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 ‘원로목사 예우’문제로 시험에 든 교회가 늘어나고 있다. 떠나려는 목회자는 한푼이라도 더 받아가려고 노력하고, 교인들은 목회자를 매정하게 떠나보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교회답지 않은 안타까운 모습이다.
하지만 스스로 원로목사 예우를 받지 않겠다는 목사가 있다. 부산북교회 조서구 목사다. 금년 초 조서구 목사는 제직들 앞에서 원로목사 예우를 받지 않겠다며 금년 10월 경 조기은퇴를 선언했다. 평소 존경받아왔던 조 목사의 은퇴 선언에 교회는 크게 당황했다. 일부 성도들은 조 목사에게 조기은퇴 선언을 철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조 목사의 소신에는 변함이 없었다.
조서구 목사가 부산북교회에 부임한 날짜는 1996년 10월 20일이다. 교단 헌법대로라면 금년 10월20일이 원로 목사 자격을 갖추는 20년 째 되는 날이다. 조 목사는 원로 예우를 받지 않기 위해 하루 전날인 10월 19일 조기 은퇴식을 가질 예정이다. 금년 만 64세.
ㆍ“내가 기준이 되어서는 안돼”
지난 15일 조서구 목사에게 전화 통화를 시도했다. 원로목사 예우를 받지 않으려는 이유를 듣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조 목사는 “보도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간단한 입장을 밝혔다. 그가 걱정하는 것은 자신의 소신이 타 목회자들에게 부담이나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부산북교회 A 성도는 “목사님은 자신의 소신이 후임이나 타 교회 목회자들에게 부담이나 피해가 될 수 있다는 걱정을 갖고 계신다. 개인적인 소신이지, 이것이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신다”고 말했다. 당회원인 B 장로도 “교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그런 결단을 하신 것으로 안다. 외부로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고 말했다.
ㆍ“목사님이 자랑스럽다”
부산북교회 모 안수집사는 “안타깝지만 목사님의 그런 의지가 교회를 위한 결단으로 알고 있다. 평소 교회를 생각하는 그 분의 마음을 알기 때문에 충분히 이해가 간다. 그 분 밑에서 신앙교육을 받은 사실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같은 당회원인 모 장로도 “정말 훌륭하신 목사님이다. 그 분의 소신과 의지는 알고 있지만, 그냥 보내 드릴 수 없지 않느냐”며 교회 내부에서는 지난 20년 동안 수고한 합당한 대우를 해 드려야 한다는 여론이 강하다고 말했다.
다른 성도들도 조 목사의 조기은퇴에 대해서 안타까운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조금 더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며 “매일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성도와 “지난 시간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까지...
교회에 부담을 주기 싫어 원로예우를 사양하는 조서구 목사와 그런 목사를 보내기 싫어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보며, 부산북교회의 모습이 진정한 다름다운 교회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