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오늘은 강원도 양양에서 속초로 들어 가는 길이다.
양양 수산항에서 낙산사를 경유하여 해맞이 공원까지 12.6km을 걷고
다시 속초 장사항까지 18km을 걷는 약 32km의 긴 여정이다.
나는 11월 다음달까지 해파랑길을 모두 마치려다 보니
오늘은 빡시게 먼 거리를 걷게 됐다.
걸었던 날 : 2024년 10월 12일( 토요일)
- 걸었던 길 : 해파랑길 44~45코스.(수산항~낙산사~속초해맞이공원~대포항~속초항~영랑호~장사항)
- 걸은 거리 : 32km (약 46,000보, 8시간)
- 누계 거리 : 648.4km.
- 글을 쓴 날 : 2024년 10월 16일(수요일).
속초항 숙소에서 아침 일출을 보며 일어 났다.가져간 계란을 삶아 아침식사를 대신하고 이른 시간에 수산항으로 이동하여 걷기 시작했다.내가 걷는 코리아 둘레길 트레킹은 이렇게 서두르며 반드시 해야 할 이유는 없다.일반적인 보통 사람처럼 천천히 출발하고 여유롭게 걸으며 걷는 것보다 앉아서 쉬는 시간이 많아도 되는 일이지만 내 인생 후반부에 가능하면 완주하겠다는 목표가 정해지니 일찍 시작하고 멀리 부지런히 걷게 된다.우리 부부는 모두 아침형 인간이기도 하고 가능하면 코스가 정해진 지점까지 걷겠다는 생각이여서 이렇게 일찍 서둘러도 서로 불만이 없다.생각은 자유이다 그래서 속초의 아침 일출이 우리의 여정을 응원 한다고 생각하니 즐겁다.
수산항을 벗어나면 양양 남대천을 건너기 위해 평야지대로 나와 국도 7호선 갓길을 걷게 된다.국도 7호선은 부산시에서 출발하여 동해안을 따라 강원도 고성군의 군사분계선까지 4차선 도로이다.본래 전체적인 구간은 북녁땅 함경북도 끝트머리 온성군까지 동해안을 따라 이어진 길이지만 지금은 실질적으로 군사분계선 아래 통일전망대까지의 도로명이다.이 끊어진 도로가 우리 세대 후에라도 이어져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톡과 유럽의 런던, 파리까지 평화롭게 달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을 잠시 해 보며 낙산사를 향하여 걸었다.남녁의 들녁은 가을 걷이가 이제야 시작하는데 이곳의 들녁 가을 걷이는 모두 끝난 모습이다.
양양 남대천 남쪽 입구에 도착했다.남대천은 백두대간 설악산 줄기에서 동쭉으로 흘러 내린 하천이며 동녁의 평야지대를 거치면서 강폭이 넓어지고 산악에서 내린 물은 차고 맑다. 강 바닥은 모래가 많아 넓은 바다을 유영하던 연어가 산란을 위해 거슬러 올라오는 하천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고 매년 10월 중순에는 양양 연어 축제가 열리기도 한다.마침 남대천 하류에 한무리의 갈메기들이 휴식중인데 연어 사냥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낙산해변을 걸을 때 두 그루의 소나무를 봤다.모래사장 위 소나무 한 그루는 정상적으로 반듯하게 잘 큰 소나무이고 다른 한 그루는 한쪽으로 기울어져 땅 바닥에 깔린 소나무이다.누가 봐도 비스듬히 넘어진 소나무는 비정상적으로 버텨 온 소나무인데 아내는 그 나무를 가르키며 불갑집에 있는 소나무도 저렇게 만들어 보란다.반듯한 소나무보다 구부러지고 넘어진 소나무가 더 멋이 있어 보이나 보다.사실 비정상적인 관점이다.사실 볼품없이 굽어진 소나무가 고향을 지킨다는 말이 있는것은 재목으로 쓰여질 일이 없어 그런것이다.절벽이나 바위틈에서 생명을 유지하며 비틀어지고 구부러진 소나무를 보면 척박한 환경에서 세월을 이겨 낸듯하여 애잔하고 우리민족의 한처럼 느껴져서 애틋하게 바라보는 성향이 있다.그러다 보니 이제는 인위적으로 구부러진 소나무을 만들어 내기도 하는데 어찌보면 잔인한 인간의 모습은 아닐까 생각이 든다.그런데 나도 저런 못난 소나무에 정이 더 가니 아이러니 하다.
오봉산 낙산사를 지나 설악해변을 지나는데 해변에서 해상사고가 난듯 하다.119구급 차량이 두대나 와 있고 병원 엠블러스도 대기중이며 7~8명의 구급대원이 수습중인 모습을 보며 지나 간다.누구는 한 가정의 가장이거나 사랑하는 가족있을 것이고 또 누구의 사랑하는 연인일 수 있는데 사고가 난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 오봉산을 가운데 두고 낙산해변은 고운 모래 해변이지만 설악해변은 자갈 몽돌 해변이다.설악해변에 파도가 밀려 들면 돌 구르는 소리가 크게 드리는 몽돌소리길 해변이였다.
양양과 속초에서는 설악산 능선을 바라보며 걷기도 한다.2016년 강샘과 백두대간할 때 걸었던 설악산 대청봉과 공룡능선이 생각났다.그리고 마등령과 미시령 생각에 자꾸만 눈길이 설악을 향하기도 한다.그때 참으로 힘든 산행 길이였지만 의미와 희열이 컸다.나는 진부령에서 백두대간 산행을 마치고 이제는 높은산은 내려 놓고 낮은산이나 둘레길을 걷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다짐이 이렇게 해파랑길을 걷는것이다.또한 백두대간을 동행했던 친구 강샘이 걸었던 이 길을 나도 아네와 같이 걷고 있는데 이제는 거리가 아니라 세월을 걷는것이다.
44번 코스 종점이며 45번코스 시작점인 해맞이 공원에 도착한다.해맞이 공원은 속초 시민의 공원이다. 동해의 일출과 푸른 바다를 보는 시민의 쉼터이고 가족과 연인들이 사랑이야기를 나누는 곳이기도 하고 갈라진 남과 북의 화해를 염원하는 공원이다.트레커들은 잠시 쉬면서 인생에 대해 사색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사이 사이에 예술 조각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으며 정원은 아담하면서도 잘 가꾸진 모습이다.
이제 속초 아바이 마을을 경유하여 갯배 선착장에 이른다.이곳에 도착하기전 물치항에서 점심으로 물회를 먹어 든든했다. 그래서 아바이 마을을 지날 때 먹거리가 많아서 유혹를 물리치기 힘들었지만 눈요기만 하고 갯배를 타러 갔다.
갯배는 무동력 바지선이다. 배 위로 가로지르는 굵은 철선을 사람이 잡아 당기면서 선박이 앞으로 나아가 바닷을 건너는 방식이다.오래전부터 이렇게 사용하던것을 그대로 사용하는데 이 모습 자체가 관광상품이다.
이제 속초등대 전망대와 해돋이 명소 영금정자를 지나고 영랑호수에 도착한다.영랑호수는 둘레가 7.8km나 되는 바다 같은 큰 호수이다.느낌은 강릉 경포호수와 닮았으며 자전거길과 도보로 걷는 길도 잘 만들어진 석호이다.더우기 설악능선을 바라다 보며 걸을 수 있어서 기분을 좋게 하고 신선한 공기는 신체를 건강하게 하고 맑은 물은 마음을 정갈하게 하는듯 했다.마침 제철 꽃 코스모스가 살랑살랑 바람에 하늘거리며 축복해 주는 모습도 벅차게 멋지다.나는 영랑호수길을 걷다가 발가락에 탈이 났다.양발 새끼 발가락에 큰 물집이 두개나 잡혀서 통증이 심했다.이번 트레킹을 출발할 때 딱맞는 트렉스타 등산화를 신고 걸었더니 땀이 차고 발까락끼리 부대끼고 열이 나서 물집이 잡혔다.오늘 겨우 25km지점인데 난감했다.우선 신발를 벗고 맨발로 걸어 보지만 통증은 더 심했다. 그래서 나는 영랑호 걷기를 포기하고 택시를 호출하여 차를 가져 오기로 하고 아내 혼자 영랑호수는 걷기로 했다.수산항에서 차를 가져오는데 걸린 시간은 1시간 남짓인데 아내는 벌써 영랑호수를 걷고 장사항 방향으로 나아 가고 있었다.영랑호수는 이곳 사람들도 2시간 족히 걸어야 할 거리인데 1시간만에 걷고 나와서 나는 "날라 다녔소?" 라고 물었더니 그냥 좀 빠른 걸음으로 걸었다고 말한다.
오늘은 시골친구 두 부부가 장사항으로 찾아 오기로 했다.광주에서 출발하는 문제길 함장부부를 성남에서 찬훈친구 부부가 만나서 이곳 장수항에 5시 무렵에 도착하기로 한것이다.두 친구는 내일 장사항에서 삼포해변까지 16km구간을 같이 걸어 보기로 하여 이곳에 오는 길이다.시골 한 마을의 친구인데 응원차 해파랑길 한코스를 같이 걷겠다는 것이다.두 부부는 2년전 우리부부의 제주 올레길 마지막 코스인 가파도 길을 걸은적이 있는데 아마도 그때 약속한 것인지 모르겠다.우리부부는 완주 목적이 있어 다툼없이 같이 걷고 서로 응원하며 걷지만 그 두 부부에겐 걷는 거리가 무리일 수 있어서 조심스럽다.약속한 5시경에 장수항 주차장에서 두 부부을 만났다.나는 절뚝거리는 모습이고 은여사는 더 걸을 수 있는 건강한 모습이다.우리는 예약한 설악 대명 콘도로 이동하고 숙소에서 나와 이른 저녁을 먹으면서 막걸리로 건강을 건배 했다.
두 친구는 숙소에 들어와 준비한 현수막을 거실 벽면에 현수막을 부착한다.
아내들은 크게 웃고
우리는 기념 사진을 찍었다.
이벤트를 하고 노는 모습이 10~20대 아이들 같은 모습이다.그러나 이렇게 먼거리를 달려와 준 친구들이 고맙고 같이 동행 해 준 부인들이 감사하다.우리는 60대 중반의 나이 이다.이제 인생을 알 만한 나이 이고 30대에서 50대를 열정적으로 바쁘게 살았던 사람들이다.사업을 하는 사람은 나이와 상관없이 앞으로도 더 훌륭한 사업을 한다거나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들은 할 수도 있다.인생은 선택이다.나는 인생 후반부에 아내와 무한이 걸어 보기로 했으니 이것 또한 우리부부가 선택한 일이고 인생 후반부에 열정적으로 살아가겠다는 건강한 다짐이기도 하다.어찌보면 인생 버킷리스트를 지워 가는 모습이기도 하다.
친구들은 속소에서 사진 촬영 이벤트를 하고 많이 웃었다.그리고 내일 친구들과 같이 걸어 보는 해파랑길이 기대 된다.
2024년 10월 16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