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oy in God
필립바 장례미사 강론(2016.8.29)
어제 장례소식을 듣고, 어떤 분이실까, 어떤 강론을 준비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고해실에서 방금 전에 읽은 복음이 생각이 났습니다.
아직 연세가 있으시고, 많이 아프셨고, 그리고 무슨 사연이 그리 많기에, 그토록 열심했던 성당에도 나오지 못하고 오랫동안 멀리 계셨을까 등등의 생각이 스쳐지나가며, 돌아가신 우리 필립바 자매님이 얼마나 지쳐있었는지, 고생했었는지, 무거운 짐을 지고 허덕이고 있었는지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그러면서 예수님께서 그동안 마음 고생했던 필립바 자매를 맞이하러 맨발로 뛰어 나가시는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10여 년 전에 남편을 지병으로 잃고, 신앙을 간직하며 혈혈단신으로 아들을 대학 졸업시키고, 딸을 잘 키우려고 노력했던 필립바. 몸과 마음이 성치 않은 딸을 돌보기 위해, 아무도 모르게 백방으로 뛰어다니던 필립바. 벌어놓은 돈은 없고, 몸은 지쳐가고, 모든 일은 마음대로 풀리지 않고, 모두가 꼬여가는 상황에서 기도도 제대로 할 수 없는 처지에 있었던 필립바....
모두가 자신만을 바라보는 것 같은 두려움에 가득했던 필립바. 모든 것에서 도망치고 싶어 했던 필립바, 그리고 언제부턴가 생사를 가를 깊은 병으로 헤매던 필립바. 쉬어야 회복되고, 치료를 받아야 치유가 되는데,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은 돌보지 않고, 오로지 자녀만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은 삶을 살았던 필립바. 물속에도 불속에도 뛰어 들고 싶은 심정으로 그 무엇을 하지만, 이미 많은 것이 늦은 것을 알고 모든 것을 체념하는 필립바. 누구의 간호도, 누구의 도움도, 누구의 기도도 쉽게 받지 못하는 처지에 떨어진 필립바. 성당에 연락하기에는 너무나 미안하고, 죄송한 마음만 가득했던 필립바. 하느님을 찾았다 성모님을 불렀다 하며, 혼자서 이 마음 저 마음을 갖지만, 무너지는 먹먹한 가슴을 쥐어짜던 필립바. 하느님께 눈물로 하소연하고, 먼저 간 남편을 원망 아닌 원망을 해가며, 도와달라고 외치지만, 아무 소리도 대답도 듣지 못해 점점 돌아버릴 것 같은 심정이 되어버린 필립바. 그러면서 차츰 그동안의 잘못과 잘못 살았던 삶에 대한 죄를 조용히 뉘우치며, 모든 것을 맡겨드릴 수밖에 없었던 김규순 필립바....
이 필립바를 멀찍이서 바라보다, 당신께 돌아오는 필립바를 보시고, 맨발로 달려나가 끌어 안으시는 주님.... 기뻐하시는 주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죽음의 순간에 이르러서야,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음을 알고는 그제야 ‘주님, 이제 제 영혼을 받아주소서. 제가 못 다한 모든 것, 당신께 맡기오니, 당신의 천사들을 보내시어, 자녀들의 삶을 지켜주시고, 보호하시며, 축복하소서. 저는 어떻게 되도 좋으니, 부디 저희 자녀들을 지켜주시고, 세상에서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제는 이 짐을 도저히 제가 지고 가지 못하오니, 제 짐 좀 받아 주소서. 좀 쉬고 싶습니다.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저를 받아 주소서.’
이러한 기도를 들으시고, 주님께서 맨발로 뛰어 나와 ‘걱정하지 마라. 그토록 고생하고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았으면 되었다. 나에게 와서 쉬어라.’ 하시고는 온유하고 겸손한 품, 따듯한 당신의 품으로 필립바의 영혼을 안아 주시는 것만 같았습니다.
주님께서는 아무 말씀도 하지 않으셨지만, 눈물을 흘리며 꼭 안으시며, ‘걱정하지 마라. 내가 알아서 해주마. 걱정하지 않고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길 수 있지...? 필립바...’
‘필립바야, 모든 것을 맡기고, 나에게 의지하라. 나에게 의탁하라. 그렇게 하겠니? 필립바야..’
‘필립바야, 그렇게만 해주면, 내가 모든 것을 맡아서 해줄게... 내가 너에게 주는 멍에는 편한 것이다. 내가 너에게 주는 짐은 가벼운 것이다. 그 멍에와 짐은 나에게 의탁하는 것뿐이란다. 그렇게 해주겠니..?’
머리를 들지 못하던 필립바는 용기를 내어, ‘주님, 그렇게 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고는 온유하고 겸손하신 주님 품에서 엉엉 울며, 그동안 쌓였던 모든 아픔과 설움, 걱정과 두려움, 죄송스러움과 미안함 모두를 잊어버리고, 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주님 품에서 쉬고 있음이 그려지고 그려졌습니다.
그 품에서 필립바는 겨우 눈을 들어, 주님께 애원합니다. ‘주님, 저는 이제 괜찮습니다. 그런데 주님, 제 애들, 맏아들, 그리고 큰 딸, 그리고 작은 딸... 맡기오니, 제발 살려주시고, 정말 제가 당신 안에서 안식을 찾은 것처럼, 그들도 당신 안에서 새로운 삶을 찾게 하소서.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일들을 당신이 처리해주소서.’
주님도 눈물을 흘리며, ‘그래 걱정하지 마라. 그들도 나에게 돌아올 것이다. 나에게 오는 너의 자녀들을 결코 물리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친히 아버지가 되어 주리니, 걱정하지 말고, 이제 너의 안식만을 신경써라...’
눈물바다에서 평화와 온유의 바다로 바뀌고, 잔잔한 물가로 필립바를 안내하며 푸른 풀밭에서 상을 차려 주시는 주님의 모습이 그려졌습니다.
그리고는 눈물도 울음도 없는 평화가 흘렀습니다.
살아서도, 죽는 순간에도, 주님의 품에서도 오로지 자녀만을 위해 사셨던 어머니의 삶...
한편으로 성당과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하느님과는 결코 떨어져 있지 않았던 필립바 자매님에게 한편으로 감사드리고, 진정으로 자녀를 위한 희생적 사랑에 감사드리며, 그 자녀들이 정말 건강하고 멋진 사람. 멋진 신앙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 가득합니다. 어머니 필립바가 원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자녀들도 그렇게 살기로 다짐하리라 여겨지고, 그러한 축복을 받으리라 여겨집니다.
이러한 믿음과 축복이 김규순 필립바 자매님을 주님 품에서 편히 쉬게하는 우리의 마지막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잠시 묵상하며, 크신 자비의 하느님께 필립바와 그 자녀와 가족들을 맡겨드리며 자비를 청하는 시간을 갖도록 합시다.
첫댓글 아멘!
천상의 어머니,
필립바의 영혼을 안아 위로해주소서.
고인의 평안을 기도드립니다.
자비의 하느님께 필립바자매님이 주님의 따뜻한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릴 수 있도록 기도드립니다.
아멘. 찬미 예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