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수원에서>,
유준호
성숙을 기다리는 수줍음이 설렌다.
간절한 눈짓들이 사랑으로 승화된다.
마지막 은총을 받아 전신이 팽팽하다.
통통한 볼 붉히며 붉은 미소 흩는다.
제 무게 제 느끼며 가지 휘어 매달린다.
스며든 하얀 햇살에 속살이 빛난다.
<숲속 아파트 아침>
푸른 책 펼쳐놓고
세월을 읽는 아침
아파트 층층마다 부딪쳐 깨진 햇살
어둠도 산산 조각나
유리 날(刃)로 번뜩인다.
젊은 까치 부리 닳게
애정 펴는 깍깍 소리
밥솥을 달각거리며 쏴하고 오르는 김
창 안팎 파고 들앉는
그 눈짓들 선선하다.
유준호의 작품 <과수원에서>, <숲속 아파트 아침>은 그 내용이나 시조의 형식적인 면이나 모두가 신선하다. 좋은 작품을 대하면 마음과 기분이 매우 좋은 것을 필자자신도 스스로 느낀다. 유준호의 작품<과수원에서>는 2수 1편으로 구성하면서 각장을 한 문장처럼 피리어드를 찍고 넘어가고 있다. 그러면서 장과 장 사이를 내용이 이어지도록 배려하고 있어 일종의 실험의식이 다분히 깔려있는 작품이다. 작품을 이끌어나가는 힘이나 내용의 터치문제도 아주 자연스러우면서 무게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후자의 작품 <숲속 아파트 아침>도 숲속에 자리하고 있는 아파트의 입지조건을 상황의식으로 떠올려 잡으면서 2수 1편으로 구성하여 해가 떠올라 와 햇살이 퍼지기전에 일어나는 아침의 모든 상황을 가급적 시차를 둬가면서 작품을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테면 세월의 아침/ 아파트 층층/ 유리창에 부딪는 햇살/ 어둠이 산산조각/ 햇살이 유리 날/ 까치 소리/ 밥솥 김 오르는 소리/ 김/ 눈짓, 등이 그것이다.
(감성적인 작품의 내용과 언어의 참신성<2011.현대시조 봄호>---박영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