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성문원의 ‘시음악(詩音樂) 콘서트’
충청예술문화 월간지 4월호
남촌
온화한 바람이 불어와 마음마저 푸근해지는 4월이 되면 생각나는 가곡이 있다.
김동환 시인의 ‘산 너머 남촌에는...’으로 시작하는 가곡‘남촌’이다.
1927년 조선문단 시집에 발표되었다니 100년 가까운 세월동안 우리 민족과 함께 동행 해 온 역사이다.
호는 파인으로 조선일보와 동아일보 등의 기자로 활동하며 글을 썼고, 일제 강점기에는 잡지사 ‘삼천리’의 대표로 활동하였다.
대표작으로는 ‘국경의 밤’, ‘웃은 죄’, 소설‘전쟁과 여인’등이 있으며 한국 전쟁 중 납북되어 소식을 알 수 없다한다.
남촌을 동경하는 시(詩)를 쓰신 분이 북으로 가셨다니, 평생 남쪽을 그리워 하셨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훌륭한 작품을 남기신 김동환 작가를 더 이상 만나 볼 수 도, 알 수 도 없다는 슬픈 우리 민족의 이야기이다.
남촌
김동환 작시 / 김규환 작곡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꽃이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데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저 하늘 저 빛깔이 그리 고울까
아 금잔디 넓은 벌엔 호랑나비 떼
버들가 실개천에 종달새 노래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나는 좋데나
추운 겨울이 지나 따뜻함을 실은 남쪽의 봄바람은 우리의 마음을 녹여낸다.
아름다운 자연의 정취는 우리 마음을 안정시키고, 가보지 못한 빛깔 고운 남쪽 마을은 언젠가 가보고 싶은 그런 곳이다.
‘봄바람’, ‘꽃 피는 4월’, ‘진달래 향기’, ‘호랑나비 떼’, ‘종달새 노래’등의 예쁜 가사와 서정적인 멜로디는 누구나에게 편안함을 느끼게 한다.
요즘은 시간이 좀 한가할 때 듣는 유투브가 탈북민들 프로그램이다. 북에서 목숨을 걸고 탈출하여 중국이나 몽골, 태국 등, 제 3국을 거쳐 파란 만장한 탈북민들의 이야기는 귀를 기울여 듣게 된다.
남쪽으로 탈북한 북한이탈주민이 3만5천명이 넘어, 남쪽으로의 이동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탈북민들이 한국으로 온 기쁨도 있지만 가장 힘든 것은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것이어서, 정착한 분들은 북쪽의 고생하는 가족들에게 무엇인가 보내고 싶어한다.
남쪽에서 오는 것으로 삶을 이어가는 이들에게도 남쪽은 항상 동경되는 곳이리라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 오리’의 대목이 생각난다.같은 언어를 쓰는 한 민족으로 무엇이든 실어 보내고 싶은 마음이 가슴 깊숙이 다가온다.
이 시를 아름다운 노래로 만드신 분은 김규환 작곡가이다.
김규환 선생 또한 북한과 관련이 있으신데, 평양 출신으로 평양음악학교를 다니시다가 월남을 하셨다.
어려운 시절에도 음악에 대한 꿈을 놓지 않고 활동하셔서, 대표곡으로는 ‘님이 오시는지’, ‘물새’, ‘나그네’, ‘기다림’ 등이 있다.
이 ‘남촌’은 KBS합창단에서 지휘자로 활동 하시던 중에 작곡을 하셨는데 처음에는 4성부의 합창곡으로 발표되었고, 많은 사랑을 받게 되어 소프라노 멜로디를 솔로로 바꾸어 불러 지금의 가곡이 되었다 한다.
서정적인 선율의 곡들이 주류인 김규환 선생의 곡들은 지금도 많은 대중들에게 사랑받고 있다.
음악 교과서에 실려 있고, 성악도들의 입문곡으로 아름다운 가사와 서정성으로 누구나 한번쯤은 불러봤을 노래이다.
1960년대 유명했던 가수 박재란이 꿰꼬리 같은 목소리로 부른 ‘산너머 남촌에는’이란 대중가요로 전 국민에게 알려지기도 했지만 필자에게는 아름다운 우리가곡으로 남아있다.10년 전 대전에 돌아와 처음 개최한 독창회에서 불러 지금도 가사가 입에서 나오는 곡이기도 하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남풍 맞으며 김동환 작시, 김규환 작곡의 가곡 ‘남촌’을 감상해 보시기 바랍니다.
성 문 원 (소프라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