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습 12일차] #31 마을 선생님(B) OT 「 케이크를 만들어 보고 싶어요 」
1#
오늘은 마을선생님(B)님의 첫 만남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깜찍한 손님, 주아가 가장 먼저 도착했습니다.
주아를 따라 의젓한 수연이도 자리합니다.
주주와 지안이는 단짝인데 둘도 손을 꼭 잡고 같이 방문해줬습니다.
모두 둘러 앉아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을 선생님이란 무엇인지, 왜 우리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지 간단하게 설명합니다.
"일단 우리 친해져야하니까 젠가 해볼까?"
옆에 젠가가 보이길래 아이들과 해봤습니다.
조용하던 아이들이 시끌벅적 젠가를 즐깁니다.
아이들이 친해지는 데에는 게임만한게 없습니다.
사소한 젠가게임에도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습니다.
2#
게임을 끝낸 후 본격적으로 구상을 시작했습니다.
근본적인 물음은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였습니다.
"저는 장갑이요! 장갑 만들어서 아빠한테 선물로 드리고 싶어요!" 수연
"근데 나는 케이크 만들고 싶은데." 주주
"나두... 그냥 우리 따로 하면 안돼요?" 지안
케이크를 만들고 싶은 쪽과 뜨개질을 배우고 싶은 쪽이 나뉩니다.
각자 배우고 싶은 것이 있겠지만 분야가 너무 달라 모두 배울 수는 없습니다.
어찌됐건 우리는 넷이 한 팀이니까요.
따로하기보다는 저도 이거 괜찮아요. 라는 의견들로 모아질때까지 대화해야합니다.
그렇게 한참을 대화한 끝에 수연이가 말했습니다.
"저도 케이크 만드는 거 괜찮아요." 수연
수연이가 양보해준 덕에 주안이도 주주도. 지안이까지 신나합니다.
"나는 공룡케이크!" 주안
"우리는 초코 케이크 할 건데?" 지안
"그래! 우리는 같이 2단 케이크 만들자!" 주주
"나는 딸기 케이크 만들고 싶은데." 수연
아이들의 의견이 모두 다릅니다. 지안이랑 주주는 그렇게 나란히 누워 구상을 시작합니다.
두 아이들이 이렇게 친할 줄 몰랐습니다. 서로를 너무도 잘 알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손을 꼭 잡고 수시로 껴안으며 애정을 보여줍니다.
어린 아이들의 우정이 참 부러웠습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케이크 구상도를 그립니다.
네이버에 케이크 재료를 검색해 필요한 것들을 적습니다.
내가 내 돈으로 준비해야할 재료이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들 위주로, 신중히 결정합니다.
#3
"그럼 우리 어디에 가서 부탁해볼까요?"
"우리 집 앞 파리바게트요!" 지안
"홈플러스 안에 예쁜 케이크 집 있어요." 수연
이제 선생님을 섭외하러 가는데 걱정이 생깁니다.
솔직히 구하기 어렵고 거절당할까 싶은 마음이 너무 컸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저보다 낫습니다.
나서서 선생님께 드릴 편지를 작성합니다.
그렇게 바로 아이들이 원한 곳으로 향했습니다.
첫 행선지는 수연이가 추천한 예쁜 케이크 가게였습니다.
아이들 여러명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에 계시던 사장님은 오늘 영업일이 아니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민지 선생님이 간단하게 설명을 했습니다.
아이들이 손에 편지만 꼭 쥐고 사장님의 응답을 기다리고 있던 그때 나지막히 말씀하십니다.
"그럼 나중에 다시 한 번 전화 주세요. 자세하게 듣고 싶어요. 상황 정리해서 전화주세요."
"..."
"정말 꼭이요. 다시 전화주세요."
따뜻하게 명함을 내밀면서 전화달라던 그 모습이 참 감사했습니다.
가게 운영하는 날도 아니고 손님도 아닌데. 정중하게 이야기를 들어주시려고 하시는 그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습니다. 후를 기약하고 장소를 이동했습니다.
#4
이번에 도착한 곳은 파리바게트였습니다.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서자마자 서있던 직원분이 인사해주십니다.
종종걸음으로 걸어가 쓴 편지를 건네며 상황을 설명합니다.
아이들이 쓴 편지를 받고 진심으로 읽어주시는 모습 역시 인상깊습니다.
본인 선에서 아 그래요? 하고 처리하실까 생각하고 있는데 말씀하십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실장님(제빵사)께 여쭤볼게요."
그렇게 정말 제빵사 분이 나와서 설명을 시작하셨습니다.
"2단 케이크는 어려우실텐데. 1단 케이크는 안돼요?"
"아... 좋아요! 2단이 더 좋지만 1단도 좋아요!"
그렇게 필요한 재료들 및 조리기구를 설명하기 10분. 시간을 계속 보시더니 연락처를 적어서 아이들에게 건넵니다.
"내가 이제 일을 해야해서... 혹시 더 궁금한 점은 전화나 카톡 주면 답해줄게요."
그 말이 얼마나 따뜻한지요. 그냥 동네 아이들인데. 보고 넘길 수도 있는 사이인데.
흔쾌히 번호까지 건네주면서 꼭 연락하라는 그 모습이 참 감사했습니다.
동네 어르신만 따뜻한게 아닙니다. 우리 성현동, 은천동. 인근 주민분들 모두 난로같으신 분들입니다.
그렇게 아이들이 돌아가려 하는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혹시 아이들 시간 괜찮으세요?"
"네! 30분 정도 시간 있어요."
"그럼 잠깐 들어와서 빵 만드는 거 구경하실래요? 케이크 만들 거라서."
왼쪽에서 오른쪽 사진처럼 완성되기까지 보여주심
그렇게 아이들을 주방까지 구경시켜주시며 빵 만드는 걸 보여주셨습니다.
직접 만드는 걸 돕는게 아니더라도, 방법을 알려주시는 것 자체가 마을 선생님이 되어주신게 아닐까요?
아이들이 직접 동네 어른에게 레시피를 얻는 것 자체가 저는 의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타인에게 아이들이 부탁할 수 있도록 도울 용기가 조금 더 생겼습니다.
참 뜻 깊은, 또 마을의 정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