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김포공항
서정원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문은 닫혀있고
가로등 불빛은 졸고 있다
반짝이는 관제탑 회전 불빛
1960년대 활주로 오가며
바라보던 저 불빛
스물 한살
60년 돌고 돌아온 나를
반갑다고 얼싸 안는다
우리나라 근대화 새겨 놓은 곳
나는 두 손을 내밀어
스물한살 뜨거운 손을
포개어 본다
개화산*
서정원
진눈개비 흩날리는 둘레길
참선중이다
6.25 목메임 소리 소리
하늘에 닿고
병사의 함성 떼지어
땅도 울고 산도 울던
그날 지옥의 묵시록 터*
이젠 역사의 이름 속으로
스러져간 초록 눈망울
갈잎을 이불 삼아 잠들어있다
총알이 빗발치던
산자락*엔 은빛 날개 줄이어
붕정만리 날개짓한다
둘레길 따라 내닫는 나그네 발길
눈발 사이 그림자 환영(幻影) 되어 떠도는데
얼이 서린 충혼탑 앞에서
철없이 북으로 넘어가는
기러기 가족 하릴없이 바라본다
*서울시 강서구 김포공항옆 산이름
*육군 전진부대 11,12,15,연대 1100명
인민군대부대와 전투로 산화(1950년6월28~7월3일)
2017.12.13.
검버섯 지우기
서정원
산수 지나 나이 팔십 하나에 아내 왈 ‘얼굴에 검버섯 좀 지우세요’라고 한다.
거울을 들여다보니 여기저기 얼룩점이 둥지를 틀고 있다.
얼마 전에 동아리에서 만난 여성회원이 코로나로 한동안 못보다 만나 보니
처녀 모습의 얼굴이 다되어 나타나 예쁘단 말이 나왔다. 나이
칠십 넘은 여자가 저렇게 변할수 있다니! 이참에 용기를 내어 피부과를
찾았다.
윙 돌아가는 금속기계 소리에 뿌리 깊은 점과 검버섯을 파내느라 거죽 살이 타는 냄새가 코끝을 간질이고 잔잔한 것들은 레이저 광선이 한번 탁 소리가 날 때마다 수평선 너머 붉은 하늘에서 부채살 모양의 불화살이 눈앞으로 확 달려 나와 팍팍 소리 내며 지지고 파고든다
대충 얼굴에 붙은 반창고 숫자가 칠십 여개 이고 레이져 화살 맞은게 거진
오십 여개로 짐작된다. 온 얼굴이 뽈록 뽈록 들고 일어나니 가히 그 몰골이 천연두가 퍼진 듯하다. 생긴 대로 살다 가면 될 터인데 이 나이에 새 장가를 들 것도 아닌데 말이다.
여자에게 잘 보이려고 길 거리 쏘다니던 젊은 시절 체력도 아닌 주제에 쓸
데없는 일 벌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긴 조상님 이천서씨 徐神逸 할아버지는 자손이 없어 화살 맞은 사슴 숨겨주고 치료해 살려주니 산신령 은덕으로 팔십에 낳은 아들이 고려 徐熙 장군의
아버지 (광종 임금때 재상) 徐弼 이니 조상님 핑계 대고 서희 장군 같은 늦둥이 하나 낳아 볼까 꿈꾸다 피식 웃는다.
‘아서라!’ 혼자 말 하며 조심 또 조심하며 남은 여생 일일 적선 정수리에 담고 아침마다 새 얼굴 들여다 보고 피식 피식 웃곤 한다
2022.1.18.
성명 서정원
한국문협회원
강서문협회원
강남글술회원
경기 평택 출생
문예사조 시부문 신인상(2012.12)
문예사조 문학상
작가연대회원
개인시집 불놀이(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