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놀이까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수요일에 골목놀이가 시작되는데 벌써 월요일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골목놀이 준비에 열심이었습니다.
오늘은 한 일이 참 많습니다.
골목놀이 때 무엇을 하고 놀면 좋을지, 얼마나 할지, 어떻게 할지 상세히 고민해보았습니다.
그동안 이야기했던 많은 놀이들을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재밌어할지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규칙도 정했습니다.
아이들이 정해진 시간에 맞추어 놀이시간을 분배했습니다.
선생님들이 이렇게 하자 저렇게 하자 하는게 아니라 스스로 어떻게 노는 것이 아이들이 좋아할지 고민하고 결정합니다.
네시간동안 노는 것이니 이십 오분씩 놀고, 오분은 쉬는 식으로 진행하자고 생각하기도 하고, 너무 자주 쉬면은 아이들의 흐름이 끊기니 두 게임당 한 번씩 쉬자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여덟가지의 게임을 어떤 순서로 해야 진행하기 쉬울지 고민하고 의논합니다.
선생님들 생각대로 해요가 아니라 자기들이 생각하고 자기들이 결정합니다.
놀이 당일에 자기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도 생각합니다.
활동 당일 어떤 역할을 맡는다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을텐데 먼저 역할 하나씩 맡겠다고 나서주었습니다.
유린이는 진행자를 맡고, 신비는 명단 체크와 넌센스 퀴즈 진행을 맡았습니다.
주원이는 피구 심판을 맡고 규칙 설명해주기로 했습니다.
게임중에 필요한 준비물인 피구공과 수건도 아이들이 챙겨오기로 했습니다.
복지관 것으로 하는게 아니라 자기들이 먼저 챙겨오겠다고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고맙습니다.
아이들과 놀이를 구체화하고, 역할도 정했으니 일정표를 만들면서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한번 돌려봤습니다.
일정표도 아이들이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정하는 것의 장점이 참 많았습니다.
아이들이 정했었으니 일정을 되짚어 볼때도 아이들이 틀린 부분을 짚어냅니다.
언제 몇시에 가야하는지, 몇시에 놀이가 시작하고 마무리되는지 아이들이 훨씬 잘 압니다.
선생님인 저도 업데이트되지 않은 정보들을 아이들이 훨씬 잘 알고 업데이트시켜줍니다.
아이들이 할수록 선생님 할 일은 점점 줄어듭니다.
일정표 만들때도 참 신기한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사실 대략적인 일정은 나왔었으니 하영 선생님과 어떤 식으로 일정이 흘러갈지 생각을 미리 해두었습니다.
그렇지만 아이들에게 이런 식으로 흘러가야한다 말하거나 은글슬쩍 유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끼리 의논하면서 스스로 일정표를 만든 것을 보았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선생님과 짰던 일정과 아이들이 짠 일정이 완전히 똑같았습니다.
아이들에게 아무 말 안하고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 참 다행스럽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식으로 하자고 미리 정해둔채로 끌고갔더라면 아이들의 놀이에서 멀어졌을텐데
아이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정하니 아이들의 놀이가 되고 결과도 좋았습니다.
다시한번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직접 하고싶다는 유혹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이 다행이었습니다.
항상 멋있는 모습 보여주어 믿을 수 밖에 없게 해주었던 아이들 덕분입니다.
오늘 회의 참으로 많은 것을 했습니다.
회의하며 많은 것을 할때마다 사실 걱정도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이 회의를 일처럼 느끼지는 않을지, 하면서 힘들지는 않을지 참으로 걱정되었습니다.
이런 걱정이 무색하게 아이들이 참 즐겁게 하나하나 해주어서 참 고마웠습니다.
사회사업가가 하면 일이 되고, 당사자가 하면 삶이 된다는 말을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바쁘게 준비하면서 이 일이 아이들의 삶이 되고, 이번 여름방학이 알찬 방학으로 기억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