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 날개
책으로 비상하다
신근식
사람들은 너무 바쁜 일상에서 정신없이 하루하루를 보낸다. 때로는 깜박 잊기도 하고, 무언가 쫓기기도 한다. 하지만 자동차도 쉬지 않고 달리면 엔진에 무리가 오듯이 우리의 삶도 쉬지 않고 앞만 보고 달리면 건강과 정신 모두에 무리가 오게 된다.
지치지 않고 오래 가려면 때로는 삶에 쉼표를 찍어가면서 쉬엄쉬엄 가야 한다. 지나온 나와, 현재의 나, 미래의 나를 만나는 소중한 시간을 자주 가져야 한다. 그것을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책 읽는 것과 독서여행이다.
1977년도 봄 대구에 첫발을 디뎠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 년을 재수해도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때 생활은 자포자기 상태여서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술도 자주 마시고 즐기는 소위 방탕생활의 나날들이었다. 보다 못한 아버지는 “젊은 놈이 그렇게 무의미하게 세월만 보내면 쓰나? 너희 삼촌 있는 서울에 올라가보아라 그러면 무슨 일이라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하였다. 그 당시 큰 숙부는 서울에서 건설부에 일을 보고 있어서 제법 파워가 있다고 들었다.
간단한 짐을 꾸리고 난생처음 서울로 상경하였다. 숙부는 "시골의 장조카가 올라와서 앞으로 같이 생활한다."고 하니 난감한 모습이 역력했다. 다음날 편지 한 장으로 쓴 쪽지를 주며 “대구에 내려가서 일을 한번 해보라.“고 하였다. 열차를 타고 내려가면서 편지 봉투가 봉해 있지 않아서 살짝 열어 보았다. "소장님 내 장조카이니 수위든 경비든 일을 좀 시켜 주십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지만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했기 때문에 개의치 않고 대구 주소지로 내려갔다. 역시 도시생활은 대구도 난생처음이다.
다행이 소장이 관리부서 청부(지금 공무원 임시직)의 직책을 주었다. 건설회사의 공문서 접수 및 발송 등 관리업무를 맡아 하였다. 그러나 순진하게 시골 생활만 하였기에 건설 인부들 관리가 쉽지 않았다. 한번은 관리과에서 보수과로 발령받아 공기구 관리업무를 하였다. 공기구 종류가 너무 많아 이름도 죄다 외우는 것도 어려웠다. 몽키, 플라이어(주둥이가 길다고 ‘롱 노스 플라이어’), 볼트박스 등 50여 가지 공기구를 반출하고 반입하는 과정이 단순하면서도 귀찮아서 하기 싫었다. 숙부를 생각해서 오래 근무하려고 했는데 역시 체질에 맞지 않아 다른 일을 찾기 시작하였다.
직장을 다니면서 대학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아 K전문대학 야간 도서관과에 입학해서 공부하고 있었다. 졸업하면 사서자격증을 취득하여 고향(창녕) 군립도서관에 근무해야겠다는 소박한 희망이었다. 그러나 도서관과는 그 당시 신학문으로 학과 교수가 “졸업하게 되면 대학도서관, 기업체 자료실, 공공도서관 등 취업이 유망하다”고 하여 가슴 설레며 희망에 부풀었다.
다른 직업을 찾기 위해 우연히 신문광고에 국민서관(어린이전집 출판사)에서 관리사원 모집이 있었다. 전공과 유관하여 지원해서 합격하였다. 그 당시에 친한 친구도 없었고 조언을 해줄 누구도 없었다. 2년간 근무한 직장을 사표 내고 새로운 직장에 출근하였다. 알고 보았더니 관리직은 고사하고 어린이 도서 전집을 파는 영업사원이었다. 물론 속았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어서 원망하지 않고 리더사원과 같이 나름대로 열심히 뛰어다녔다. 물론 수입은 거의 없지만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대학 졸업하고 군대를 마치고 내가 학교 다닌 대학도서관에 운 좋게 취업하였다. 군립도서관이 아니라 대학도서관 사서가 되었다. 책을 좋아한 덕으로 내 인생에 첫 날개를 달았다.
도서관에서 30년간 책과 관련된 업무를 하였지만 책을 많이 읽지는 못했다. 겨우 역사소설 좀 읽었을 뿐인데 직장 내에서 책 많이 읽는 다독자 리스트에 오르기도 했다. 그만큼 교직원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증거이다.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17년 발표한 OECD 국가별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은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비하여 우리나라는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166위)이다. 우리나라는 경제 10대 대국으로 경제나, 세계적 위치를 생각하면 정말 낮은 수준이다.
퇴임 후 도서관 사서로 근무하였기에 오래전부터 알고 있는 지인이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해 보라”고 권유하였다. 그때부터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책을 사 모으기 시작하였다. 반월당 Yes24시 헌책방에 가면 연도가 조금 지났지만 새 책 같은 책을 싸게 구입할 수 있었다. 특히 24일 날 가면 24%를 더 할인 해주어서 매월 24일은 책 사는 날로 정하였다. 그 날이 오기를 손꼽아 기다려서, 주로 노인, 의료, 자연, 심리관련 도서를 수집하여 정리 하였다.
내가 봉사하고 있는 협회 사무실 교육장에 약 2,000권의 장서가 모여졌다. 협회에서 MICE 작은도서관 관장으로 임명 받고 “돌보미 작은도서관”이라고 명명하였다. 그리고 개관식과 함께 문화행사(작은도서관 만들기)도 열었다. 다시 나의 두 번째의 날개를 달았다. 다음 도서관 문화사업은 주제별 ‘명사도서관’, ‘치매극복도서관’, ‘노인의료도서관’ 등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서 책 협동조합(북스테이)을 만들어야 되겠다고 또 날개를 만들어 본다. 비상하기 위한 준비다. 무조건 날개를 단다고 모두 비상하는 것은 아니다. 날개가 시원치 않아 오르지도 못하고 주저앉는 경우가 많다. 나 역시 ‘북스테이 협동조합’은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아침에 덤으로 받은 2시간(일찍 자고 얻은 시간)으로 아침 걷기운동과 책 읽기로 했다. 책을 읽는 습관이 익숙해져 모든 행동 하나하나가 책의 영향을 받아 급한 성격도 고쳐져 한결 여유로워졌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책 읽고 책에서 얻은 다양한 지식을 몸소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블로그(Blog)도 하고, 글쓰기도 시작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책이 필요했다. 그동안 수집한 좋은 책들이 아파트 거실에 가득하다.
매화꽃 핀 화창한 봄날에 이 책, 저 책 마음에 드는 책 뒤적거리는 재미를 누가 알랴! 이제 책과 함께 블로그와 글쓰기로 내 인생을 다시 한 번 비상(飛上)해 본다. 북스테이 협동조합의 희망은 가까이 보인다.
(20230410)
첫댓글 수고 하셨습니다.
카페지기.
노후를 풍요롭게 잘 준비하십니다~
시간나면 저도 반월당 Yes24시 헌책방엘 한번 가 보아야 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어른 간호하신다고 애많이쓰십니다
빠른 쾌유를 빕니다
꼭 꿈을 이루시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