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제자인 술탄의 역사를 뒤로 하고 스파이스 팜에 도착했다. 음식재료나 요리에 첨가하여 맛을 돋우는 역할하는 향신료 농장이다. 향신료는 음식 맛을 변화시키고 창조하는데 기여한다. 몇몇 청년들이 무리를 지어 풀을 뜯어서 칼로 이리저리 다듬고 있다.
농장에는 바닐라,후추, 카레 등 향신료원료가 되는 식물들 수십종이 있다. 한 청년이 따라 다니면서 커트칼로 잘라서 만지고 비비고 맛보라고 한다. 한 구역을 돌아서 화장품 재료로 사용하는 립스틱열매, 모기퇴치제로 쓰이는 레몬 글라스 등 다양한 수종의 희귀한 식물을 소개한다. Herb는 부드러운 잎과 줄기를, Spice는 딱딱한 씨앗과 열매를 의미한다. 시나몬, 육두구, 메이스, 정향 등은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고 수출도 한다고 한다. 이들중 기생식물도 있다. 소나무에 붙은 담쟁이가 소나무의 영양분을 빨아먹고 기생체가 아니라 하나의 생명체로 거듭나 송담이 되어 인간에게 유익한 존재로 거듭나듯. 살아서는 기생하지만 죽어서는 맛을 내는데 결정적 역할을 하는 향신료의 쓰임도 마찬가지다. 가이드를 보조하는 청년은 숲속에서 각종 재료를 활용하여 모자, 넥타이, 팔찌를 만들어 선물이라며 건넨다. 마치 양복을 차려 입은 듯 옷매무시를 돌아보며 우쭐해한다.
아프리카의 요리는 많은 양의 향신료를 사용한다. 우리나라도 고추와 마늘, 생강 등의 향신료는 필수다. 지난 번 단체 모임에서 한 식당을 방문하여 닭도리탕을 주문했다. 나름 마늘 등 식재료를 넣었다고 하는데 역한 냄새로 음식을 먹을 수 없었다. 이렇듯 향신료는 입맛을 좌우하기에 요리를 하는데 필수재료인 셈이다. 요리를 해서 음식을 맛보면 대략 단맛, 짠맛, 신맛, 쓴맛 4가지다. 그런데 최근에는 ‘감칠맛’에 이어 ‘깊은 맛’까지 추가하려고 한다. 전통적으로 인식되고 있는 그대로 4가지 맛이라고 하면 되는데 다르게 이름 짓고 ‘맛’ 종류를 추가하려는지 모를 일이다.
남해의 제왕을 숙이라하고, 북해의 제왕을 홀이라하며 중앙의 제왕을 혼돈이라 이른다
숙과 홀이 어느 날 혼돈의 땅에서 만났는데 혼돈이 그들을 잘 대해주었다
숙과 홀이 혼돈의 덕에 보답하려 말하기를 사람은 7개의 구멍이 있어 보고 듣고 먹고 숨쉰다. 그러나 혼돈 혼자 있지 않으니 그것을 만들어 주자고 하여 날마다 1개의 구멍을 내었다. 7일이 지나 혼돈은 죽었다
南海之帝爲儵 北海之帝爲忽 中央之帝爲混沌 儵與忽 時相與遇於混沌之地 混沌待之甚善
儵與忽謀報混沌之德 曰 人皆有七竅 以視聽食息 此獨無有 嘗試鑿之 日鑿一竅 七日而混沌死
남해지제위숙 북해지제위홀 중앙지제위혼돈 숙여홀 시상여우어혼돈지지 혼돈대지심선
숙여홀 모보혼돈지덕 왈 인개유칠규 이시청식식 차독무유 상시착지 일착일규 칠일이혼돈사<응제왕>
혼돈은 구멍 없는 존재로서 가치가 있다. 그런데 숙과 홀은 자기 기준으로 맞추려 들까?
숙과 홀은 빨리 움직여야 사는 존재이고 혼돈은 사물의 지도리로써 그냥 중심만 잡고 있으면 된다. 그런데 숙과 홀이 빨리 돌라고 강요하면 외압이고 폭력이다. 그는 외압과 폭력에 못 이겨 죽고 말았다. 혼돈은 구멍이 없어야 혼돈으로서 존재가치가 있다. 인위적인 기교가 아니라 자연의 본성대로 살면 되는 것이다.
사람을 대할 때 자신이 이해하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하는 것은 문제가 된다.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존재를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하지만 어설프게 내 방식대로 계몽하다 상대를 망치느니 차라히 가르치지 않음만 못한 것이다.
살면서 분별력을 중요시하고 밝은 세상을 보여준다는 이름하에 내가 필요한 구멍을 뚫어서 남을 죽이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음식을 먹고 ‘단, 쓴, 신, 짠’ 맛을 느끼며 의사소통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굳이 5~6가지 맛으로 늘릴 필요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