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정말 오랜만에 구 선생님을 뵈었습니다.
저번주 월요일에 구 선생님이 코로나에 걸리신 이후 처음 보는 것이니 딱 일주일만입니다.
구 선생님이 안 계신 일주일 동안 저희끼릴 종이접기 교실도 해보고, 성현동 놀이탐험대도 도와주러가고,
종이접기 교실 2차도 준비하고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 삼촌과 종이접고 놀자"의 주인인 구 선생님이 없으니
일에도 진척이 없고, 마음 한 켠이 허전한 느낌이었습니다.
저희의 그런 마음을 아셨던 건지 선생님께서도
"나 없어서 심심했죠"라고 가볍게 농담을 던져주셨습니다.
선생님의 정곡을 찌르는 농담에 저희 모두 웃음보가 터졌습니다.
저희가 재밌게 웃으며 맞장구를 치자 선생님께서도 흐뭇하셨는지 마스크 너머로
빙그레 미소를 지으시는 게 느껴졌습니다.
저도 "선생님도 저희 보고 싶으셨죠"라고 맞받아졌더니 "아니요"라고 또 장난을 쳐주셨습니다.
정말 오랜만에 느껴보는 구 선생님의 천진한 장난이 너무 반가웠습니다.
이제 서로 거리낌 없이 장난을 칠 정도로 친해졌다는 사실이 너무 좋습니다.
하지만 실습을 시작할 때 문은선 복지사님이 말씀해주셨듯이
친해졌다는 사실에 구 선생님의 어른다움을 망각해서는 안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께서도 말씀은 저희를 안보고싶었다고 하셨지만
,나름 댁에서 계시는 동안 저희에게 하고 싶으셨던 말씀도,
종이접기 교실에 대해 생각해두신 것도 많으신 듯 했습니다.
저희가 저번주 수요일에 했던 종이접기 교실 1차에도 굉장히 많은 관심을 보이셨습니다.
제가 찍은 사진과 동영상을 보시며 2차 때는 책상은 이렇게 하자.
종이접기 수업에서 이건 빼는 게 좋겠다라고 하나씩 말씀해주셨고,
아이들이 뭘 하고 놀았는지도 많이 궁금해하셨습니다.
같이 사진을 보며 하나씩 설명을 해드린 후에는
어떻게 해서, 몇 살의 아이들이 몇 명 모집되었다라고
평소 전화로 많이 물어보시던 종이접기 교실의 현재 진행상황에 대해서도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쌓였던 회포를 풀고, 진행상황을 어느 정도 설명드린 뒤에는
종이접기 교실 수업 내용에 대해 얘기를 시작했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업 내용에 대해 셍긱을 많이 하신 게 느껴졌습니다.
바람개비는 너무 쉽고 이미 한 번 수업을 했으니 빼자고도 하셨고,
학은 아이들이 따라하기 힘드니 다른 걸로 바꾸자고 하셨습니다.
첫 번째 회의 때 접어주신 다이아몬드를 한 번 접어보자고도 주도적으로 건의하셨고
아이들이 딱지 치고 노는 것도 좋아하니 딱지도 접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학, 개구리, 바람개비를 접자는 실습생과
딱지, 다이아몬드와 기타 등등을 접자는 구 선생님 간에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정말 사업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모였을 때 나오는 진지한 대화였던 것 같아 굉장히 고무됩니다.
그렇게 이전과 다른 아이들만으로 모집했고 아이들이 바람개비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씀드려
구 선생님께서도 바람개비를 유지하자는 데는 동의를 하셨고
나머지 두 가지에 대해서는 구 선생님의 의견을 따르기러 했습니다.
그래서 "바람개비, 딱지, 다이아몬드"라는 새로운 수업 아이템이 결정되었습니다.
수업 내용을 결정한 뒤에는 준비물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수수깡과 과자, 포장지 그리고 선생님 칩(USB)용량이 다차서 usb도 사기로 했습니다.
다른 것들은 함께 확인해봤더니 아직 재고가 좀 있어서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선생님과 시장에 가서 무언가를 사는 것은 처음이라 뭔가 신이 났습니다.
어릴 때 어머니 손을 잡고 5일장에 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손으로 준비물을 미리 적어가서 하나 하나 보면서 꼼꼼히 준비물을 사셨습니다.
과자도 아이들 이 썩는다며 초콜릿은 사지 않으셨고
포장지도 아이들이 좋아할 거 같은 포장지로 직접 사셨습니다.
포장지를 사려고 헤매고 있을 때 한 종업원분이 찾는 물건이 있냐고 친절하게 말을 걸어주셨는데
선생님이 목이 쉬었다고 하셔서 제가 대신 대답을 해버렸습니다.
이때 조금 어색해도 끝까지 선생님이 대답하시게 기다릴 걸 하는 후회가 됩니다.
장을 보고 나서는 같이 오뎅도 먹었습니다.
항상 거기서 순대만 사갔지 오뎅은 처음 먹어본다고 하셨습니다.
학교에서 땡땡이 치고 분식집 간 거 같아서 정말 재밌었습니다.
또 제가 오뎅 국물에 간장을 섞어 간을 맞춰서 국물을 한 잔 드렸는데 맛있게 드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돌아오면서는 빵집을 보시고 저 빵집 빵도 맛있는데 카드를 안 받는다고
빵집에서 빵을 못 사주신 걸 내심 아쉬워하셨습니다.
장을 보고 와서는 새로 산 usb에 저번주 종이접기 교실에서 찍은 사진을 넣어드렸습니다.
아영 선생님이 영화도 몇 편 넣어드렸는데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셨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같이 아이들 줄 과자를 포장했습니다.
종이접기를 잘 하셔서 그런지 포장지도 예쁘게 잘 접으셨습니다.
오늘은 복지관에서 배드민턴 채를 빌려 바로 낙성대로 가야한다고 하셔서
10시부터 13시까지 거의 3시간 가량을 같이 있었습니다.
시장도 가고, 영화나 종이접기 교실 얘기 등 여러 컨텐츠가 많아서 그런지
꽤나 긴 시간인데도 정말 빠르게 지나간 것 같습니다.
다음에 같이 배드민턴을 치자는 말에도 긍정적으로 반응해주셨습니다.
오후에는 구 선생님 수료식 관련해서 아영 선생님과 간단히 회의를 하고
수요일 종이접기 교실에 올 아이들의 부모님께 안내 문자를 보냈습니다.
그리고 신림동 겨울놀이팀의 사회사업을 구경하러 갔습니다.
올해 벌써 24인데 정말 10살처럼 놀았습니다.
10짜리 애들 이겨 먹겠다고 윷놀이도 열심히 하고
딱지도 몇 겹으로 강화하고 테이프로 감아서 힘껏 쳤습니다.
타일도 미친듯이 뒤집고, 그네도 열심히 타고, 남들 안 볼 때 미끄럼틀이랑 목마도 탔습니다...
왠지 어릴 때 하던 놀이들을 하다보니...갑자기 그냥 타고 싶더라구요..
그렇게 신림동 팀과 기획단 아이들 덕분에 동심으로 돌아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