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수궁을 해설할 때 석조전 박공에 조각되어 있는 꽃이 무슨 꽃이냐고 질문해보면 대부분 벚꽃이라고 답합니다. 궁궐에 웬 벚꽃인지 그것도 일본을 상징하는 사쿠라꽃(벚꽃)이 있는지 되물어보면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 합니다.
그렇습니다. 정답은 오얏꽃입니다. 오얏꽃은 우리나라 토종 자두꽃인데 ‘이화(李花)’라는 이름으로 대한제국의 황실 문장으로 두루 사용되었습니다. 대한제국 선포 이후에 황실은 오얏꽃 무늬를 공식적인 황실 문장으로 채택하였었지요.
대한제국의 황궐은 덕수궁(고종)과 창덕궁(순종)이며 자연 오얏꽃 문장도 두 궁궐에 집중되어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때로는 건물 외부에, 때로는 침실을 비롯한 황실의 생활공간과 생활용품 등등, 심지어는 새롭게 제정된 훈장과 군복까지에도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첨부한 사진들을 보시면 의외로 많은 곳에 사용되었음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것입니다.
대한제국에서 오얏꽃(이화 ‘李花’)을 황실 문장으로 삼은 이유는 태조 이성계로부터 시작하는 조선 왕조의 본관이 전주 이(李)씨라는 사실 때문임은 달리 설명 없더라도 짐작할 수 있겠지요.
오얏꽃 문양은 원래 조선 황실의 문장으로 만들어진 것임에도 불구하고, 일제강점기에 일본 왕이 조선의 이왕가에게 내려준 가문의 문장으로 왜곡되게 인식되는 석연치 않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연구가 부족한 것일까요 아니면 홍보가 모자라기 때문일까요. 아무튼 바로 잡아줄 필요가 있다고 여겨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