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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 수필(에세이) > 길 떠나기 그리고 걷기 | 북랜드 (bookland.co.kr)
한국현대수필100년 100인선집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16 (허창옥 수필선집)
『길 떠나길 그리고 걷기』
979-11-7155-056-2 / 191쪽 / 147*210 / 2024-04-11 / 12,000원
■ 책 소개 (유튜브 영상 바로보기)
“수필 쓰기를 통해서 존재하고자 했고 깊어지고 싶었다.” 수필 쓰기라는 ‘길’을 작정하고 나서며 품은 이 소망대로, 등단 34년 치열하게 걷고 걸었다. 쓰기의 고통으로 온몸이 쑤시고 영혼까지 저미게 아파도 이 여정 모두가 은총이라며 기뻐하는 소명의 작가, 허창옥 수필가의 『길 떠나기 그리고 걷기』가 한국현대수필 100년 100인 선집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 16권이다.
작가의 삶과 수필적 자아가 선연하게 드러나는 “글로써 그린 자화상”이라 할만한 작품들로, 그간 펴낸 많은 수필집과 산문집들의 표제작들, 특별한 애정을 갖고 발표해 온 사투리 수필까지, 문학과 삶에 있어 아름답게 무르익은 작가의 ‘멋진 유희’를 감상할 수 있는, 문고의 기획 <수필로 그리는 자화상>에 딱 들어맞는 작품들이 실린 풍성한 선집이다.
“풀꽃이며 나무들, 사람과 사물, 풍경과 현상들” 온갖 것에 마음을 빼앗긴다. “보이는 것, 들리는 것, 느끼는 모든 것에” 그러다가 “어떤 영상이 아득한 날의 사랑처럼 불현듯 떠오를 때, 그 떠오르는 것이 가슴에 불을 댕길 때” 그를 바라보며 마음을 다하여 정을 들인다. 너의 의미는 무엇인가? 그렇게 “정이 들어서 이제는 그를 더 이상 바깥에 세워 둘 수 없을 때” 쓴다. “육화와 천착”이다. “한 걸음 한 걸음 더디게, 무엇보다 치열하게 걷”(「길 떠나기 그리고 걷기」)는 수필에의 길, 만나고, 정들이고, 사유하고, 빚어내기, 이 지난한 숙고의 작업. 그리하여 여기 모인 작품들의 결정체, 『길 떠나기 그리고 걷기』이다.
이만큼 정성을 들인 작가의 모든 작품은 한 편, 한 편, 천천히 음미하며 읽어야 한다. 때론 묵직하게 때론 천연덕스럽게, 유유자적하면서도 꼼꼼하게 “유정한 마음으로 달 보기”(「내 가슴에 둥실 떠오른 달」)하는 듯 정 담은 글이 가슴속 깊숙이 감동으로 다가온다. “유장하게 또는 유유하게” 물 흐르는 듯, 솜씨 좋은 문장이 진솔하면서 아름답기 그지없다.
■ 저자 소개
허창옥(許昌玉, 아호:芝園)
경북 달성군 성서면 본리동의 작은 마을 감천리에서 태어나서 열두 살까지 성장했다. 이제는 없는 그 마을을 잊지 못한다. 본리초등학교를 다녔으며 효성여자중학교, 경북여고, 대구가톨릭대학교 약학과를 졸업했다.
《월간 에세이》(1990)로 등단하여 현재까지 글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을 은총으로 여기며 살아간다. 남아있는 나날에도 오직 읽을 수 있고 쓸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국문협, 대구문협, 한국수필가협회, 수필문우회, 대구수필가협회, 대구가톨릭문인회 회원으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으며 한국수필문학상, 김규련수필문학상, 대구문학상, 약사문학상을 수상했다.
수필집 『말로 다 할 수 있다면』(문학수첩, 1997년), 『길』(도서출판 그루, 2002년), 『먼 곳 또는 섬』(선우미디어, 2008년), 『새』(선우미디어, 2013년), 『감감무소식』(선우미디어, 2020년)
산문집 『국화꽃 피다』(북랜드, 2007년), 『그날부터』(수필세계사, 2013년), 『오후 네 시』(수필세계사, 2023년)
수필선집 『세월』(현대수필가 100인선, 좋은수필사, 2010년), 『섣달그믐밤』(선우명수필선, 선우미디어, 2014년), 『길 떠나기 그리고 걷기』(한국현대수필 100년, 북랜드, 2024년)
■ 목차
머리말|움트다
1부 꽃분이들을 위한 헌사
꽃분이들을 위한 헌사 / 내 가슴에 둥실 떠오른 달 / 유장하게 또는 유유하게 / 진주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다 / 늦은 밤 / 허○○ 백신접종記 / 한낮의 한담 / 하루살이에게 경의를 / 오직 커다란 해바라기로 / 길 떠나기 그리고 걷기
2부 넘어지다
자화상 / 시 또는 약 / 넘어지다 / 우리 잘 늙고 있다 / 두통 때문에 / 누룽지의 시간 / 김순분 아지매의 비닐봉지 / 그러니 어쩌면 좋으랴 / 그들도 나도 / 일흔, 나 / 살아내기 그리고 글쓰기
3부 내 책상 위
우리가 사랑하는 인간 / 그저, 웃다 / 내 인생의 저녁 / 닮은꼴 셋이다 / 소소한 일상 / 밀정 그리고 송강호 / 삶에 감사하며 / 내 책상 위 / 섬, 단순하고 조용한 삶 / 길 그리고 그물망
4부 오후 네 시
말로 다 할 수 있다면 / 길 / 먼 곳 또는 섬 / 새 / 감감무소식 / 세월 / 섣달그믐밤 / 국화꽃 피다 / 그날부터-프롤로그 / 오후 네 시-프롤로그
5부 사투리 수필
울 할매 / 옴마, 옴마, 울 옴마 / 잔아부지 진갑잔치
저자 연보
■ 출판사 서평
“… 여기 비슬교 아래 흐르는 물은 유유하다. 유장하거나 유유하거나 물은 그저 흐를 뿐이다. 사람의 한 생애도 그렇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때로 유장하게 때때로 유유하게.
사람의 한 생애가 그렇다고? 내 삶이 유장했다고 할 수 있을까. 내 언제 휘몰아치는 폭풍우를 견뎌냈던가. 땀 흘리는 노역을 했던가. 사회구성원으로서, 글 쓰는 사람으로서 목소리 한 번 제대로 냈던가. 오, 그러나 나는 나대로 치열하게 살았다. 지금도 그렇고 남은 날들도 그럴 것이다. 한낱 필부의 삶이라 할지라도 들여다보면 대개 신산하고 더러는 몹시 지난하다. 하여 살아냈다는 것만으로도 무릇 생애는 유장한 것이다. 그러니 용서하시라. 내 생애 또한 그러려니 감히 유장했고, 유장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다.”(「유장하게 또는 유유하게」 중에서)
작가의 내면과 일상에 대응하는 작품들에서는 무사한 일상에 대한 감사와. 단순하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삶을 향한 희망이 편 편마다 공감을 부르는 문장으로 표현된다. “늦은 밤이 날마다 오는 것, 그 늦은 밤을 온통 혼자 차지하는 것은 눈물겨운 일이다.”(「늦은 밤」), “…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시간은 넘치도록 건강하다. 그 아이들을 바라보며 한낮에 한담(閑談)을 나누고 있는 우리 두 사람의 시간도 나쁘지는 않다. 푸념을 늘어놓은 꼴이 되긴 했지만 그게 사는 것이다.”(「한낮의 한담」), “사랑이 더 컸으면 어떻고 미움이 더 컸으면 또 어떠랴. 따지거나 저울질할 필요가 없다. 그와 나는 여기까지 함께 왔다.”(「우린 잘 늙고 있다), “두통은 고통이지만 불행은 아닌 것이다. 불편할 뿐이다. 내게 불편한 게 좀 있다고 그게 뭐 어쨌다는 건가. 누구에게 나 피할 수 없는 고통은 있는 법이다. … 두통 따위 때문에 아무것도 멈추고 싶지 않다. 그 속에서 읽고 쓰고 웃고 울면 되는 것이다.”(「두통 때문에」), “쟁반 위에 쌓인 누룽지를 한참 바라본다. 부숴서 지퍼백에 담는 일은 미루고 바라보는 시간을 즐긴다. 평화롭다. 고요하다. 시간과 공간이 다 그러하다.”(「누룽지의 시간」), “녹보수처럼 훌훌 털어내고 편안하게”(「일흔, 나」), 살아있음에 대한 무조건 감사로 「그저 웃다」, “그래, 일흔이 되었다. … 나는 ‘웬만큼’보다 더 나이를 많이 먹었고 생각해 보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아프지 않은 데가 없다. 그런 터에 할 수 있는 게 뭘까. …그래, 시간이 남아 있지. 그 시간에 하고 싶은 뭔가를 할 수도 있고, 그냥 저녁노을이나 바라보면서 만년을 보낼 수도 있겠지.”(「인생의 저녁」), “저 창밖에 있는 한 잎 풀이나 작은 돌멩이도 비에 젖고 바람에 구르면서 살아갈 텐데 나는 참 염치없이 호강이다, 눈감고 귀 닫고.”(「소소한 일상」), “시간은 흐른다. 모든 건 시간을 따라 흘러간다. 그래서 허무한가, 아니다. 유한하기에 살아있음이 절절하고 눈물겹다. 이렇듯 사소한 기쁨이 ‘들의 꽃처럼 하늘의 새처럼’ 많다.”(「삶에 감사하며」) 등. 구구절절 명문장이다.
“아직 하루치의 일을 마치지 못한 검은 새”와 같은 어른의 팍팍한 삶이란, “‘큰새’가 잃어버린 여유이며 동시에 내가 놓쳐버린 마음자리”(「내 가슴에 둥실 떠오른 달」), 단순하고 조용한 삶에 대한 갈망(「섬, 단순하고 조용한 삶」), “아무려나 버리는 연습을 하면서 살련다.”(「내 책상 위」), “온갖 크고 작은 상처들이 나를 빤히 들여다본다. 넘어지면서 살았는데, 길고 깊게 넘어졌었는데 잊어버린 척할 수가 없다. 어떡하지? 물음은 있고 대답은 없다. 아, 나는 조르바처럼 춤을 추고 싶다. 창문을 열고 눅눅한 이불을 털고 싶다. 영혼을 빨아서 햇볕 쨍쨍한 날 빨랫줄에 널고 싶다.”(「넘어지다」), “새가 꿈꾸고 내가 열망하며 동시에 내 안의 새를 날려 보내고 싶은, 그 자유란 그러니까 단순히 일탈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곤고한 일상의 뒤에 찾아오는 것이며, 겨운 날갯짓으로 헤쳐나가서야 비로소 이를 수 있는 편안한 마음 또는 얽매이지 않는 정신일 터이다.” (「새」), 등의 문장들이 “유장하게 유유하게” 삶을 살아가며 얻고픈 평화와 자유에 대한 갈망과 의지, 사색을 보여준다.
“길 양옆에서 잠시도 쉬지 않고 풍경들이 눈 속으로 들어왔다. 모든 것이 다 삶으로 말미암아 생겨난 것이 아닌가. 집에서 밖으로 나왔다고 해서 한순간도 삶의 의미들을 떠날 수 없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길은 여기저기에 있고 산길 들길 아스팔트길을 다 걷지만 실은 오직 ‘삶’이란 하나의 길을 걷고 있을 따름이다. …… 내려다보니 숲만 빼곡할 뿐 길은 잘 보이지 않는다. 살다 보면 더러 길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하지만 길은 어딘가를 향해서 뻗어 있다.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디면 끝없이 이어지는 것이 길이다. 지금 나는 그 길 위에 있다.”(「길」 중에서)
타자와 현상들에 대한 걱정, 근심, 희망(「그들도 나도」)을 담은 작가의 작품은 연민과 인간애로 충만하다. “오랜 습속 때문에 까닭 없이 서러움을 당한 그들”, 그럼에도 굳건하게 잘 살아온, 꽃 같은, 그 ‘시대’의 어머니들에 관한 작품인, 「꽃분이들을 위한 헌사」부터 “저와 내가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서 숨을 쉬며 각각의 몸짓으로 생의 한때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 찰나 같은 그 한 생에 경의를 표한다.”(「하루살이에게 경의를」), “그 별별 간판들이 내게 별별 이야기들을 늘어놓는다. 얼마나 고단하며 얼마나 아픈지, 얼마나 치열하고 얼마나 절절한지, 그럼에도 또 얼마나 행복하고 희망에 차 있는지를 주절주절 두런두런 이야기한다.”(「진주식당에서 밥을 먹고 싶다」)까지. 또, “우리가 사랑하는 인간은 완벽한 인간이 아니라 감동을 주는 인간”(「우리가 사랑하는 인간」), “벅찬 환희와 깊은 슬픔, 영과 욕을 겪으면서 때로는 의연했으나 더러는 비겁하기도 했던 게 한 개인사가 아닐까. 그렇듯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끝에 거머쥐는 것이 자신과 타자에 대한 연민이며 인간애이리라.”(「세월」), “사멸하는 육체에 불멸의 영혼이 깃들어 있는 것이 그렇다. 없어지는 것과 없어지지 않는 것의 조화가 사람이다.”(「자화상」) 등, 만물에 따뜻한 사랑의 마음을 한껏 보내는 작품들이 편 편이 감동을 준다.
이처럼 “생명을 사랑하고 인간을 연민하며 타자와 세계를 향해 열려있는 사람”(머리말)인 작가가 그려낸 「울 할매」, 「옴마, 옴마, 울 옴마」, 「잔바부지 진갑잔치」 등 사투리 수필들 역시 “무명옷”처럼 “맛있는 말”로 추억한, 그리운 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정이 가득한 작품들이다. “은유로 표현했든, 상상을 형상화했든 글 속의 현상은 구체적인 삶, 그 현장에 근간을 두고 있으며 그것으로부터 육화한 것” 결국, “‘길 걷기’와 ‘살아내기’와 ‘글쓰기’의 핵심은 진실이다.”(「살아내기 그리고 글쓰기」) 진실한 글이 보여주는 삶의 감동이 애틋하다.
“그러기에 또 얼마간의 세월이 흘러서 황혼에 이르더라도, 지순(至純)함만은 그대로 지니고 싶다는 소망을 버리지 않는다. 지순이란 말이 나와 버렸다. 감히 지고(至高)했다고는 할 수 없지만 지순했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수백 통의 편지를 주고받았다. 얼마나 많은 말을 하였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 결코 말이나 글로써 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환희와 고뇌가 거듭되는 삶 속에 진실을 용해시킬 수 있을 뿐이었다. 말로 다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아직 사랑이 아니다.”(「말로 다 할 수 있다면」 중에서)
삶과 문학에 있어 이처럼 지고지순한 작가의 사랑은 『길 떠나기 그리고 걷기』라는 선집의 제목과도 완전히 일치한다. “내 수필을 한 글자로 표현하면 ‘길’이다. 떠나거나 걷거나 그 위에 서 있거나 길이란 궁극적으로는 그 어디쯤에 이르는 것을 전제로 한다.”, “모든 존재는 길 위에 있고 그 길에서 실존하기 위해서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게 ‘밥’이겠다”, 먹는 것일 수도, 채우고 싶지만 채워지지 않는 욕망일 수도 있는, “내게 문장은 밥 같은 것이다.”(「오후 네 시」), “말랑말랑해진 마음으로 시를 읽다가 제자리로 돌아오기를 거듭하며 긴 시간을 보냈다. 문학은 마음에 위안이 되고 약은 몸을 달래어준다. 시와 약의 경계를 넘나드느라 지루한 줄 몰랐다.”(「시 또는 약」) 등, 자신의 삶에서 밥 또는 약인 문학의 크나큰 가치를 고백하면서 “내 평생 재미있어 죽겠는 일은 읽기와 쓰기이다.”(「그날부터」), “나는 그냥, 그저, 써 내려가는 것이 좋다.”, “나는 글쓰기의 자유를 열망한다.”(「오후 네 시」), “단순해진다, 여기에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에도, 생의 여러 난제에도 단순하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잘 써야지’를 ‘즐겁게 써야지’로 바꾸려 합니다. ‘잘 살아야지’를 ‘그냥, 살아야지’로 타협할까 합니다.”(「감감무소식」)라며 문학으로 구원하는 자신의 삶을 진솔하고 절절히 이야기한다.
특별히, 수필에 대해 “숙명이라면 숙명이다. 시를 썼더라면 절절한 내 마음 더 잘 풀어냈을까, 더 빛날 수 있었을까, 를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지만 부질없다. 그건 마치 다른 남자를 만났더라면 내 삶이 어땠을까, 만큼이나 의미 없는 일이다. 수필, 수필 쓰기야말로 내 첫사랑이며 마지막 사랑이다.”(「길 그리고 그물망」)라고 할 만큼 애정을 드러내는 작가는 “‘자나 깨나’ 수필을 생각한다. 물론 그만큼 쓰지는 못한다. 양적인 면에서도 그렇고 질적인 면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다만 마음만은 늘 간절하여서 영화를 볼 때도 한 편의 수필로 환치하여 읽고 해석”(「밀정 그리고 송강호」)할 정도이다.
『길 떠나기 그리고 걷기』, “그저 내 인생의 오후 네 시쯤에 시작한 이 문장들이 오후 여덟 시 혹은 자정까지 이어지길 바란다.”(「오후 네 시」)라는 작가의 간절한 수필 사랑이 탄생시킨 주옥같은 수필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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