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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의 분화
마인드맵을 통해 사고의 분화과정을 살펴보았다. 둥치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가지로 쪼개지는 과정에는 분화의 법칙이 존재한다. 일정한 법칙이 없이 아무렇게나 뻗어갈 수 있는 사고는 공상과 같은 것으로 허황될 뿐, 통일된 의식을 보여주지 못한다. 공상은 에너지가 없다. 새로운 창조를 만드는 동력이 되지 못한다. 유추와 연상을 통해 만들어지는 창조적 상상력엔 끈 이론이 존재한다. 양성자, 중성자를 묶어주는 핵력과 강력이 있다. 세포가 분화하여 나누어지지만, 그 안에는 같은 유전자가 존재한다. 언어의 분화, 이미지의 확산에도 유전자가 필요하다. 그 유전자는 유사성이며, 인접성이며, 상징이며, 욕망의 선이며, story이며, 주역적 변화와 같은 것이다. 그러므로 시어가 분화하여 새로운 시어를 만드는 과정엔 이러한 유전자를 토대로 하여 사고의 확장을 이루어야 한다. 이러한 원리를 가지고 확장되었을 때 다시 하나로 모으는 시쓰기의 과정에서 접속점을 찾을 수 있다. 접속점이 많을수록 블록을 연결하듯 원하는 모양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사고의 분화는 누구나 알 수 있는 원칙을 가지고 해야 한다. 그래야만 독자들이 해석의 길을 추적해 갈 수 있고, 창작자가 의도하는 바의 목표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 그린 동그라미 / 김기덕
은행잎 카시미론 이불에서 연인들이 입을 맞춘다.엄마는 아이를 손짓하고 아이는 발목까지 빠지는 노랑물감 속을 뒤뚱거리며 걷는다. 가을을 붓질하는 은행나무 옆에서 내 한쪽 가슴이 물든다.
지풍승(地風升),바람이 땅 위로 자라서 올라간다.
징코민 한 알이 몸속에 바람을 풀어놓는다. 으슬으슬 몸살이 날 것 같다. 차단된 벽속에서 그리움 탓인지 잎들의 떨림소리가 들린다. 나를 압축캡슐로 너에게 보낼 수 있다면 너의 혈관을 뚫어줄 수 있을까?
산풍고(山風蠱), 산 아래 바람이 부니 일이 생긴다.
황금이 쌓인 은행들, 현금지급기 앞에 서면 돈 세는 소리가 바람 소리로 들린다. 바람에 스쳐가는 얼굴들. 발아를 꿈꾸는 은행의 정자들과 자루 속의 동전들과 묶였던 지폐들과 이별의 메시지들이 흩날린다.
풍뇌익(風雷益) 파종하여 봄바람이 이니 만물이 풍성하다.
썩는 냄새 훅훅 입김에 불려온다. 거리엔 곰팡이들이 피어나고 뱃속에선 용연향이 익는다. 알맹이를 감싸는 썩음의 껍질. 구린내가 빚어내는 향기로운 과당을 위해 몸이 썩어간다. 뼈를 감싸고 살이 문드러진다.ㅁ
천화동인(天火同人), 하늘 아래 태양이 비추듯이 모두가 만나 함께한다.
여인은 재가 되어 뿌려지고 뿌리만 남았다. 뼈를 타고 온 몸으로 전율하는 뿌리, 몸속엔 나무가 산다. 세모, 네모, 각진 잎들을 떨구며 둥글게 다짐하는 동그라미. 그녀의 얼굴은 해마다 커진다.
1. 유사성
유사성을 통하여 사고의 확장과 이미지의 변화를 이룰 수 있으며, 또한 선택을 통해 새로운 결합을 이룰 수가 있다. 하지만 교사, 스승, 교원, 교수 같은 유사성은 시의 이미지 확장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 명칭의 유사성이나 의미의 유사성과 같이 유사하지만 확연히 드러난 것들은 시적 사고의 확장 및 선택, 결합의 예술적 조건에 적합하지 않다. 유사성은 은유적 표현의 원리인 만큼, 보다 예술성이 있는 은유성을 만드는 데는 감추어진 유사성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꽃과 여자는 유사하지만 ‘꽃 같은 여자’는 너무 드러난 유사성 때문에 식상한 비유관계를 만들게 된다. 보다 참신하고 심도 있는 예술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유사성의 새로운 발견이 필요하다. 다른 사람이 써본 적 없는 유사 이미지를 동원하여 시를 쓴다면 그 시는 참신하고 매혹적일 것이다. 하지만 남들이 다 쓴 유사 이미지는 시든 꽃이며, 생명 없는 나무와 같은 것이다. 또한 유사성의 거리가 멀수록 그 관계는 더욱 긴장되며 팽팽해질 것이다.
시에서의 유사성은 본의와 유의와의 관계를 만들어 은유적 표현을 만들기도 하지만, 배치에서의 유사성은 병치적 관계를 이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병치는 은유적 관계보다는 좀 더 건너뛰기한 것으로서 참신성과 함께 사고의 확장을 이루어 준다. 또한 병치는 구절 간의 관계에서 이루어지지만, 리좀적 시쓰기의 관계에서는 뿌리 하나하나가 큰 줄기에 연결되어 있듯이 주제성이나 철학성의 줄기에 잔뿌리처럼 연결되는 상징관계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유사성을 통한 건너뛰기는 과거와 현제와 미래의 시간적 건너뛰기 및 지역적, 사상적, 종교적 결합을 만들어 구심점을 만드는 역할을 가능하게 한다.
2. 인접성
인접성은 공간적인 관계를 만들어준다고 할 수 있다. 산과 인접한 것에 속하는 것을 본다면 나무, 돌, 계곡, 폭포, 꽃, 새, 마을 등의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는데, 이런 요소들은 공간화를 갖게 해주는 요소들이다. 시에서의 인접성은 공간적 이미지를 만들고 그림과 같은 시각성을 보여준다. 주제를 잘 드러낼 만한 개체들만 취사선택하여 사용하기 때문에 정물화를 그리는 것 같은 기법이며, 절제된 원리가 필요하다.
인접성은 유사성처럼 대등한 관계를 만들지 않으면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하지 않는다. 단지 입체적인 공간을 구성하기 위한 배치적 요소다. 인접한 요소들을 어디에 어떻게 배치하느냐에 따라 그림의 구도는 달라진다. 시 속에서의 인접한 요소들의 배치는 환유적 표현의 원리가 되기도 한다. 원인과 결과, 용기와 내용물, 소유물과 소유주, 산지와 산물, 출신지와 그 사람, 기호와 실체, 건물주와 건물명 등의 관계를 표현하기도 한다. 또한 부분이 전체를, 전체가 부분을 표현하는 제유도 인접성에 의한 표현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인접한 것들의 관계는 유사성의 건너뛰기보다는 한 구성체의 주변적 요소를 끌어오는 것이므로 그 폭이 좁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표현하고자 하는 요소에 대한 단순화가 가능하며, 단순화를 통한 상징적 요소를 만드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종이비행기’라는 소재를 가지고 시를 쓴다면, 무엇과 종이비행기를 인접한 관계로 연결시켜주느냐에 따라 시의 공간성은 달라진다. 종이비행기를 장애아, 아파트, 창문, 아스팔트와 인접시켜준다면, 무한한 자유를 꿈꾸는 영혼을 상징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학생, 교실옥상, 푸른 하늘 등과 인접시킨다면, 푸른 미래를 꿈꾸는 젊음을 상징하게 될 것이다. 인접성은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주고, 그 공간 속에서의 조화를 통해 새로운 상징을 만들어 준다.
3. 상징
상징은 건너뛰기이다. 한 방향이 아닌 여러 방향으로 한꺼번에 건너뛸 수 있는 기술이다. 상징의 깊이를 이해하는 사람에게는 더 복잡한 관계의 접속을 만들 수 있지만, 그 깊이를 모르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건너뛰기가 될 수도 있다. 유사성은 수평적 건너뛰기를 만들고, 인접성은 주변의 공간성을 만들어주지만, 상징은 방사형으로 확장될 수 있는 시의 폭탄적 기법이다. 그래서 단 하나의 상징어가 많은 사람들을 감동으로 무릎 꿇게 할 수 있다.
상징은 유사성이나 인접성의 건너뛰기와는 그 폭과 차원이 다르다. 유사성이나 인접성은 수족관의 물고기와 같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관계를 만든다면 상징은 천길 물속의 깊고 다양한 관계 만들기이다. 상징으로 접속된 시는 그 깊이를 파악하기가 힘들지만, 그 만큼 많은 다양체를 건져 올릴 수 있다. 무수히 많은 다양체들의 접속점을 찾아 이미지를 연결한다면 한 편의 시 속에 천 개의 고원이 펼쳐질 것이다.
또한 여기에서의 상징기법은 기존의 서정적 상징과는 구별이 필요하다. 서정시의 상징은 관념성이 내포되어 있어서 상징을 이용한 시쓰기를 하면 관념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상징에 대한 해석도 상징물 자체에 한정된 해석을 하지만, 배치를 통한 상징은 배치되는 배치물과의 관계에 따라 함께 짝을 이뤄 해석되며, 배치물을 끌어오기 때문에 이미지 간의 관계 만들기가 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관념성은 숨고 사물 간의 관계를 통한 상징이 이루어지게 된다. 이렇게 사물과의 접속점을 통해 상징이 확장되기 때문에 방사형의 사고 확장을 이룰 수 있으며 관념화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시쓰기가 가능하게 된다.
4. 욕망의 선
욕망의 관계에 의하여 사물을 맘대로 끌어오고 결속하는 관계를 말한다. 사물 하나하나에 감정을 부여하여 욕망을 불어넣고, 욕망의 관계를 통해 결합할 수 있다. 예를 들면 기독교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감사와 찬양으로 바뀐다. 감사와 찬양의 욕망 안에서 신의 피조물인 만물은 포함될 수 있으며, 그 어떤 사물도 결합이 가능하게 된다. 예를 들면 ‘갈대들은 춤추고, 바위들은 기도하고 있다’와 같이 구체적 관련이 없어도 서로 묶을 수 있다. 아무리 관련 없는 사물일지라도 자신의 감정과 욕망 안에서 새롭게 변형시킨다면 충분한 연관관계를 형성할 수 있고, 새로운 감정 선을 이을 수 있다. 이별 뒤에 세상이 다 슬프게 보인다든지, 기쁨에 가득 차 바라보는 풍경들이 자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 같을 때 그 어떤 사물을 끌어와도 한 무리, 한 성격의 집합으로 묶을 수 있다.
사물들은 저마다의 욕망을 가지고 있다. 바늘은 찌르고자 하는 욕망을, 풀은 붙이고자 하는 욕망을, 악기는 소리를 내고자 하는 욕망을 갖고 있다. 이 욕망을 통해 전혀 유사하지 않아도 접속이 가능하다. 욕망의 선을 찾기 위해선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사물의 성격이며 성질을 잘 살펴봄으로써 그 내면의 욕망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또한 욕망은 시인의 마음속에서 창출되는 것이다. 바늘이 찌르기 위한 것인지, 상처를 꿰매기 위한 것인지, 가시를 빼기 위한 것인지, 문신을 새기기 위한 것인지, 바느질을 하기 위한 것인지 어떤 곳으로 욕망의 선이 뻗느냐에 따라 다음 접속관계는 달라질 것이다. 이러한 욕망은 모양이나 기능, 성분 등에 의해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으며, 보는 시각에 따라 그 차원도 달리 할 수 있다.
이 욕망의 선은 둥치 안의 주제성이나 철학성과 연관이 많다. 한 곳으로 시선을 모으고 정신을 집중하게 하는 화살표와 같다. 흔해빠진 욕망의 선으로 끌고 가지는 말아야 한다. 새로운 욕망의 선을 만들고 과감하게 탈주선을 그려야 한다. 평평한 대지에 습곡을 만들고 산맥을 형성해야 한다. 밋밋한 의식에 칼날 같은 감각을 세우고 새로운 욕망의 그물 안에 가두어진 세상만물을 맘껏 요리해야 한다.
5. 스토리(story)
스토리(story)는 이야기의 진행에 따라 접속이 가능한 형태를 말한다. 시에서는 날아다니는 의식의 확장, 이미지의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접속에 따라 새로운 방향전환이 가능하다. 여기에서의 접속은 곧 분기할 수 있다는 의미이며, 분기는 또한 접속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춘향이와 이도령이 만나는 장면에서 견우와 직녀가 등장할 수 있고, 갑자기 도적 떼가 나타나 죽일 수도 있고, 호랑이와 곰이 쑥과 마늘을 먹으며 기도할 수도 있다.
이야기의 진행 방향이 어떻게 전환하고 꺾이느냐에 따라 새로운 신화와 역사, 에피소드나 허구적 환타지가 연결될 수 있다. 이 결합에서 이야기의 유사성이나 상황의 비슷함에서 결합되는 것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사건의 끼어들기가 가능하다. 이것은 수목형 시쓰기가 아닌 유목형 시쓰기, 배치를 통한 언어의 직조에 의한 시쓰기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기법이다.
토막 난 우화들의 연결이나, 지역적 신화의 바꿔치기 및 동시대의 역사적 사건의 섞어짜기, 현대적 사건과 과거적 사건과의 겹치기 기법은 바로 이 story 기법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이나 이미지를 겹쳐 놓거나 섞어 놓을 때 우리의 사고는 이야기와 이야기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의미와 이미지를 만든다. 이러한 story 간의 분기와 접속을 통해 다양체를 만들기도 하고, 하나가 되기도 하는 기법을 story 기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