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철원이 된 갈말읍 한복판에는 오래전부터 버스터미널이 있었다.
철원의 중심지가 되면서 사람이 모여들고,
그에 따라 서울 등 외부로 나가는 버스가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분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만들어진 마을에서,
분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위로 올라가지 못하는 버스를 타고,
차가운 바람을 따라 신철원터미널을 담아보기로 했다.
운천에서 강원도 경계선을 넘어 갈말이라는 동네에 들어섰다.
경기도 4차 투어라는 명목하에 일정을 시작했지만, 그 일정 안에는 철원이 끼어있었다.
철원은 강원도지만 의정부, 포천과 뗄 수 없이 밀접한 위치이며,
오히려 강원도 타 지자체에서 찾아가기 힘들기에 일정을 이었던 것이다.
이미 10년 전쯤에도 의정부-포천-철원을 잇는 여행을 해본 적이 있으니,
진정한 의미에서 그때의 여정을 재현한 것이라 더욱 뜻깊었다.
그당시 처음 왔을 때 잠깐 이 건물을 터미널로 착각했던 게 생각난다.
건물을 도는 ㄷ자형 길로 다른 건물과 분리되어 있어,
전형적인 터미널 구조를 가지고 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나 실제로는 도로에 둘러싸인 이 건물은 터미널로 사용되지 않는다.
단지 건물을 둘러싸는 도로로 버스가 오갈 뿐이다.
주변 도로에는 택시를 비롯해 온갖 종류의 차량이 주차되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근처 건물에는 도미노피자, 맘스터치 같이 군인들이 좋아할 만한 프랜차이즈가 널렸다.
건물 뒤 주차장에는 일반 차량만 주차하지 않는다.
동서울에서 신철원까지 운행하는 3000번 경기고속 시외버스가 여기서 운행을 끝내며,
동서울, 수유리 및 와수리로 가는 차들이 머무르기 때문이다.
다른 터미널 같으면 주차장 구석에 해당하는 공간에 신철원터미널 건물이 있다.
운천과 마찬가지로 독특한 구조여서 기억에 남는 곳이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반갑다.
10년이 훌쩍 지난 동안 군데군데 때가 까맣게 낀 것이 신경이 쓰이고,
KD그룹 신철원영업소가 건물 옆에 조그맣게 마련된 것이 눈에 들어온다.
조명 없이 오로지 밖에서 들어오는 빛에만 의존하는 대합실도 여전하다.
낡고 지저분한 벽면과 기둥, 사람 몇 명이면 충분한 간이 의자 등등
여건이 열악한 시골 버스터미널의 특징이 건물 외관과 대치되어 혼란스러웠는데,
그러한 특징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으니 옛 기억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시설은 이래도 찾는 사람은 결코 적지 않다.
경기도에 생활권을 둔 강원도 지역인지라, 시외버스로 나가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뿐만 아니라 군인, 면회객, 여행객, 외국인 등등
찾는 사람 및 계층이 매우 다양한 것이 특징이다.
대합실 옆에는 편의점이 자리를 잡고 있는데,
대합실이 난방을 해주지 않는 탓에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종종 편의점으로 피신하나 보다.
보통 같으면 들어오지 말라고 정중하게 거절을 하실텐데,
여기서는 오히려 들어와도 괜찮다는 훈훈한 문구를 걸어두었다.
추운 사람을 배려해주는 따뜻한 마음씨와,
사람의 흔적이 곳곳에 배인 대합실의 정겨운 모습이
매서운 바람 부는 찬 겨울을 훈훈하게 녹여내는 것 같다.
오랜 시간 박제된 듯 한결같은 모습이 많은 것을 불편하게 해도 그렇다.
시간표를 보면 포천과 뭐가 다른지, 이제는 지겨울 만큼 익숙하다.
경기고속 / 강원·진흥고속 시간표로 굳이 나누어 보기에 불편한 것도 포천과 똑같다.
포천과 철원의 운행 계통은 거의 대부분 겹친다.
부분적으로 살펴보면 다른 점이 분명히 존재하나,
동송 / 신철원 / 와수리로 경로가 분화되면서 나타나는 차이점에 가깝다.
강원·진흥고속 시간표도 대부분이 포천과 노선을 공유하지만,
예외적으로 뚜렷한 차이점이 하나 보인다.
그것은 바로 춘천행으로, 와수리-다목리-사창리를 경유해 춘천으로 가는 시외버스이다.
포천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포천과 철원을 구분하는 키워드라고 볼 수 있으며,
하루에 다섯 번만 운행을 하여 희귀성이 있는 노선이다.
물론 노선 계통을 공유한다는 게 시간표가 똑같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철원이 상대적으로 더 멀기 때문에 요금이 상대적으로 비싸다.
동서울 9,300원, 수유리 8,100원, 의정부 6,400원 등등
포천에 비해 비교적 많은 돈을 지불하여야만 외부로 나갈 수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와수리 / 동송 방면 시외버스 시간표는 A4용지로 따로 인쇄해놓았다.
경기고속과 강원·진흥고속 차량 모두가 들어가는 곳이어서 그런지,
하행 방향으로 수요가 상대적으로 적어서 그런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안내판 옆에 따로 걸려있어 다소 보기 불편하게 되어있다.
맞은편 문으로 나와 와수리 방면을 살펴본다.
건물 후문은 구 43번 국도와 바로 이어져 있으나 번화가가 아니라 유동인구가 적다.
사람 없이 썰렁한 읍내의 모습을 보노라니 이전에 찾고 글을 썼을 때가 생각이 난다.
당시 분단으로 인해 구조가 완전히 뒤집어진 철원의 현실을 언급하고,
분단이 안 되었다면 어떤 모습으로 운행했을까 하는 추측에 초점을 맞추었다.
두 번째로 글을 쓰는 상황에서 생각하자니 덧없는 추측에 가까웠던 것 같다.
상상의 나래를 펼친다고 해서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다만 이 자리가 철원의 중심지가 된 것과, 버스터미널이 생긴 게 분단 때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분단이 없었다면 이 지역에서 이러한 모습을 보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단순히 포천에서 김화로 넘어가는 철원의 조그만 촌락이었을테니 말이다.
따스한 바람이 부는 시기가 되면 지금의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이다.
그 때까지도 신철원터미널이 꿋꿋이 살아남아,
오랜 세월 쌓인 오해와 앙금을 녹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첫댓글 전주는 폐지되었죠??
네 폐지되었습니다. 전주를 가려면 동서울에서 갈아타셔야 해요~
개인적으로도 철원은 강원도라는 느낌보다는 경기도라는 느낌이 더 많이 들곤 합니다. 태백산맥을 두고 영동과 영서로 지역색이 서로 다른 강원도지만 철원은 위치로만 보면 영서로 분류할 수 있겠지만, 흔히 아는 강원 영서 지역과는 너무나도 느낌이 다르더군요. 확실히 국도 이용이 많은 노선들이 많다보니 요금도 센 것 같습니다. 수도권 밖으로 나가려면 동서울을 이용하여 환승하든 해야할텐데 요금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보이는데, 시외버스는 TMO도 없는 경우가 많아서 군인들 부담 역시 적지 않을 것 같습니다.
강원도에서 유일하게 넓은 들판이 펼쳐지고, 춘천 방향으로는 험한 산맥이 가로막아서 경기도같은 느낌이 강하죠. ㅎㅎ 고속도로가 없어서 국도 경유노선이 많다보니 요금이 참 부담스러운 것 같습니다. 포천, 철원쪽은 터미널을 개인이 운영하셔서 TMO는 커녕 현장 발권만 가능한 경우가 많은게 단점이죠.
군생활을 갈말읍 강포리에서 했습니다
언제나 외출/외박은 포천 영북면의 운천이나 철원 갈말읍의 지포리 신철원으로 나가곤 했죠
그때의 추억들이 아련하네요
제가 군생활 하던 시절은 KD경기고속도 아니고 선진고속도 아닌....영종여객 시절이였습니다
위수지역 범위가 제 생각보다 좁은 모양이네요. 참, 3000번대 시리즈가 영종여객, 선진고속이었던 시절이 있었죠. 분명 선진이었을 당시에 가봤고 타보기도 많이 했는데 제 기억 속에서 잊혀졌다는 사실을 그랜버드님 답글로 상기하게 됐습니다. 포천쪽 글을 쓸때 이야기를 넣었어야 했는데 아쉽고, 잊고 있던 사실을 떠오르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갈말이나 신철원이라는 지명보단 지포리라는 지명이 이지역분들한테는 더 익숙한 것 같습니다...여담으로 철원지역 7,80대 어르신들의 대화속의 이천이라는 지명은 경기도 이천이 아니라, 강원도 이천입니다.....^^ 빨리 통일이 되어서 북쪽 지역의 원산,함흥, 청진지역으로 시승을 하고 싶네요....
신철원 일대가 지포리로 더 많이 불리는군요~ 지역 주민과 외지인이 부르는 이름이 아예 다른 지역인가 봅니다. 어르신들 기억에는 북한이 되어버린 이천이 더 익숙하신가 보네요 ㅎㅎ 평강, 김화, 회양, 창도, 금성, 세포 등등 우리는 잘 모르는 북한 강원도 지역들이 원래는 철원에서 뻗어나가는 곳이었죠. 북쪽 인프라가 깔리고 통일이 되어서 청진 백두산까지 버스 시승을 할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