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주 반지와 문재인 디모테오
내 왼쪽 넷째 손가락에 끼워진 이 목주 반지는 내게 종교 이전에 어머니다.
20년 전 한창 변호사로 바쁠 때 어머니가 주셨다.
성당에 잘 안가니 복잡한 세상살이에 마음을 잃지 말라는 뜻이었을 게다.
부모님은 공산당에 가입하라는 압박을 견디지 못해, 함경남도 흥남에서 피난을 오셨다.
피난민 생활은 고생, 그 자체였다.
양말 장사를 하던 아버지가 부도를 맞자 어머니는 노점 등 거친 일도 마다하지 않으셨지만 가난은 떠날 줄을 몰랐다.
어느 날...
부산역에 암표 장사가 잘된다는 소문을 듣고 어머니는 나를 앞장 세우셨다.
거제에서 부산역까지 그 먼 길을 갔는데 어머니는 바라만 보셨다.
날이 저물고...
끼니도 거른 채 다시 그 먼 길을 걸어오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훗날...
까닭을 여쭈니 그저 웃으셨다.
아마도 지식 앞에서 작은 법이라도 어기는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 때문이리라.
비록 가난했지만 가야 할 길과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보여주신 어머니.
“어려울 때는 가장 기본으로 돌아가라.”
“아무리 힘들어도 가지 말아야 할 길을 돌아보지 마라.”
나의 좌우명인 이 말은 어머니에게서 배운 것이다.
오늘도 나는 어머니의 목주 반지를 보며 그 가르침을 새긴다.
- 前 대통령 문재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