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정
1.
하교를 하는 막내를 마중갔더니 막내의 목에 아침에는 보지 못한 이쁜 곰돌이 목걸이가 걸려있다.
'목걸이 이쁘네. 어디서 나서?' 물으니
'비밀이예요!'라고 한다.
'비밀이라고? 그럼 엄마도 앞으로 너에게 다 비밀로 한다.'라고 하니
'에이, 엄마도 저에게 비밀이 많잖아요?'라고 한다.
이런...
딸이 '비밀이예요'라고 했을 때 '그래. 너는 비밀로 하고 싶구나!'라고 딸의 마음에 공감을 해주어야 되는 것인데...
오늘 오전 목요공부 시간에 공감하는 것을 배워놓고선...
배운지 3시간도 안 되었는데 딸의 마음에 공감을 해주는 것을 까마득히 잊어버렸구나!
ㅎㅎㅎ
딸의 마음에 공감을 못해준 이유는 딸이 비밀이 있으면 안 된다는 내 틀 때문인 것이다.
'그 나이에 벌써 엄마에게 비밀로 하게 되면 앞으로 사춘기가 오면 어쩌려고...' 하는 내 걱정이 앞섰는데 걱정하는 나를 못 알아차렸기 때문이구나!
다시 막내에게 '너는 목걸이가 어디서 났는지 비밀로 하고 싶구나!'라고 말을 건네니 딸이 귓속말로 아주 조용하게 비밀이라며 말을 해준다. ㅎㅎㅎ
** 그러게요. 연습이 안되면 그렇게 쉽게 잊어버리지요.
그러나 공감해 주고 나서 누가 해준 것은 비밀이지만 곰돌이 목걸이를 하고 있는 것은 나타나는데?
정말로 비밀로 하고 싶으면 엄마에게 말을 해 주어야 진짜 비밀이 된다고 아니면 자꾸 다른 사람들이 물어 보게 될 때 어쩌려고? 엄마가 사주었다고 하면 다른 이들에게는 비밀이 되는데... **
2.
오랜만에 만난 딸의 모습은 엉망진창이다.
그 모습을 본 후로 힘이 쫙 빠진다.
결국 이렇게 힘이 쫙 빠져 버리는 나는 내 안에 꼭꼭 숨어있던 틀로 인해 내가 나를 힘들게 하고 있었다.
아픈 자식의 병을 완치시키지 못하면 부모로써 할일을 다 못하는 부모라는 내 틀!
내가 그동안 이 틀을 가지고 있었더니 자식의 병을 완치시키지 못하는 무수히 많은 부모들에 대해 정성을 다하지 않는다며 부모 노릇을 잘 못하고 있다며 비난을 하기 바빴었구나!
자식의 병이 완쾌되지 않는다고 그 부모가 정성을 안 들이는 것도 아닌 것을...
오히려 자식의 병이 완치되지 않아서 더 애가 타고 가슴 아팠을 텐데...
지난날 나의 어리석음을 참회하고
자식의 병마와 싸우는 수많은 부모들에게 마음으로나마 응원을 보내본다.
** 그래 자식의 병을 쉽게 나아지지 않는 것은 부모의 탓이 아니라 자시그이 업력으로 인한 것이기도 하니까? 이제 그런 부모들의 모습과 자식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며 아파하는 자비심을 배운 거지? **
3.
딸이 '엄마 붙임머리 해도 돼요?'라며 묻는다.
'안돼!'라고 하니 딸이 급격히 우울해진다.
딸에게 지금 붙임머리가 왜 안 되는지 이야기해주는데 딸은 붙임머리를 하고 싶은 마음을 전혀 굽히지 않는다.
결국 일주일동안 더 생각해보기로 하고 이야기를 끝냈다.
그런데 딸과 실갱이 후 이렇게 실갱이를 할 일이 아니였음이 알아진다.
'딸, 붙임머리가하고 싶구나!' 이 한마디를 먼저 하면 딸과 이렇게나 실갱이를 안 해도 되는 것을...
이 쉬운 한마디가 나오는 것이 이리도 어렵구나!
그러니 수없이 연습을 해야 된다고 하셨구나!
오늘의 실패를 거울삼아 열심히 공감해주는 연습을 해봐야겠다.
딸의 말을 듣는 그 순간 바로 공감이 안 된다는 것은 아직 그 순간을 바로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말과 똑같은 말이구나!
그 순간을 알아차려야 바로 공감이 되어지는 것이니 공감도 결국 그 순간을 알아차리느냐 못 알아차리느냐 순발력의 차이구나!!!
이 순발력을 키우기 위해 수없는 연습이 필요한 것이구나!
그러고 니 내가 그동안 그리도 많이 들었던 알아차림, 공감, 원래마음, 순발력, 연습이 결국 따로따로가 아닌 것이구나!
** 하고 싶은 욕구는 해 봐야 그 욕구가 풀리는 것이니까 공감이라도 해 줘야지
공감해주는 사이에 안정을 찾아지고 깊이 생각해 볼수도 있으니까 그리고 설명을 해 주면 그것이 마음으로 들어가게도 되고
그래도 안 되면 해보게 할 수밖에...**
4.
딸들과 외출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늦은 점심을 먹으려고 준비하는데 방에서 나온 남편이 방울토마토를 달라고 하면서 아까부터 술을 마시고 있었다고 한다.
남편이 낯 술을 마시고 있다는 말에 순간적으로 빡 돌아버리는 나.
그리고 남편에게 더 이상 낯술 마시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살기 싫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그러니 남편은 방으로 들어가 나오지 않는다.
그로부터 계속 기운이 다운된다.
그러니 교무님께서 [내가 싫어하는 것은 그것을 싫어하는 나와 화해가 안 되었기 때문이다]라고 감정해주신 말씀이 생각나서 난 왜 이렇게 낯 술을 싫어하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낯 술을 싫어하는 나와 먼저 화해가 되어질테니...
내가 생각하는 낯 술은 무책임의 끝판왕인 행동이고 쓰레기 같은 행동 중에 최고의 쓰레기 같은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있구나!
그러니 한 가정의 아빠로써는 절대로 하면 안 되는 행동이 나에게는 바로 낯 술인 것이구나!
다른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는 남편의 행동들은 내가 다 커브해주면서 그럴 수 있지라며 남편을 대변해 줄 수 있지만 낯 술만큼은 용납이 안 되는 것이구나!
그러니 어디 감히 내 남편이 이런 쓰레기 같은 행동을 내 자식들 앞에서 하느냐며 노발대발이 되는 것이구나!
남편은 주말 오후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영화를 보면서 술잔을 기울인 것일 텐데...
낯 술에 대한 내 인식이 이러니 남편이 낯 술을 마신다는 말을 듣자마자 빡 돌아버리게 되는구나!
결국 낯 술을 마시는 남편이 문제가 아니라 낯 술에 대해 엄청나게 나쁜 인식만 가지고 있는 내가 엄청나게 나쁜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못 알아차린 게 문제였구나!
이제서야 거머리처럼 나에게 찰싹 달라붙어있던 낯 술이 나에게서 떨어져 나간 느낌이 든다.
그동안 나를 그렇게 괴롭히던 낯 술을 나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이리도 열심히 달려왔나 보다.
오늘에서야 낯 술은 낯 술이고 나는 내가 되어진다~!!!
** 그래 내속에 들어 있는 낯 술에 대한 인지의 안 좋은 주착심을 내려놓게 되어지네! **
5.
낯 술에 대한 일기를 기재하다보니 그동안 내가 이혼에 대해 잘못 생각하고 있었던 부분이 알아진다.
그동안 이혼은 상대방의 잘못으로 인해 이혼을 하게 되는 줄 알았는데...
이혼은 상대방의 잘못을 잘못으로 보고 있는 나를 못 알아차리는 데서 시발점이 되어지는구나!
헐...
이혼을 하게 되는 이유가 꼭 상대방의 잘못만 있는 게 아니구나!
이런...
** 공부를 하고 보니 잘못이 상대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결하지 못하는 나의 잘못임도 알게 되어지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