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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벌식을 만난 지도 벌써 1년
세벌식 390으로 처음 세벌식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 지난 6월이었습니다. "한글 자판" 하면 두벌식만 있는 줄 알았던 게 작년 요맘때까지였고, 두벌식에 더불어 "세벌식" 자판도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게 작년 요맘때부터였지요. 또 세벌식 자판에는 "3-90"과 "3-91" 자판만 있는 줄 알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도 얼마 지나지 않아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 여러 주체에서 제안한 자판 배열을 깊이 살펴 보기도 했고, 글자판의 짜임새, 공세벌식, 신세벌식에 대한 자료도 많이 접해 보고, 제 나름대로 여러 글자판을 익히고 써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틈이 날 때마다 한글 자판의 역사, 한글 문화원의 자판 보급에 얽힌 이야기, 공병우 박사의 생애를 다룬 글도 교양(?)으로 읽어 보기도 했지요. 아무쪼록 여러가지로 자판에 대한 많은 공부를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배열을 쓰면 저 배열이 좋아 보이고, 저 배열을 익히면 또 이 배열이 좋아 보이는 등 쭉 사용하여 밀고 나갈 만한 자판을 정하지 못해 자판에 대해 골몰하는 것 자체에 피로를 느끼기도 했습니다. 차라리 3-90과 3-91 사이에만 고민했다면 몰라도 수많은 공세벌식 개선 자판, 더하여 숫자 열을 안 써서 좋다는 신세벌식 자판도 있다고 하니 당최 무엇을 골라야 나한테 꼭 맞고 만족할 수 있는 배열인지를 알 도리가 없어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습니다. "이럴 바에야 차라리 두벌식으로 돌아가고, 세벌식의 저 넌더리 나는 숫자 배열과 기호 배열을 치워 버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요.
그래도 두벌식을 다시 쳐 보니 역체감이 심하더군요. 특히 저는 독수리 타자를 고쳐 보겠다고 세벌식 자판을 선택하여 배우기 시작하였기 때문에, 정타법으로 쳤을 때 두벌식이 그렇게 왼손이 불편한 배열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습니다. 또 초성을 입력할 때마다 윗글쇠를 누르는 것은 어찌나 불편하던지, 도저히 버틸 수가 없어 다시 세벌식을 사용하기로 마음 먹었었지요.
세벌식을 사용하면서 오타가 줄었느냐 하면 그것은 잘 모르겠지만, 손가락이 편해졌다는 것 하나는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또 세벌식의 리듬감을 한번 맛보고, 스페이스 바를 규칙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한글과 일부 문장부호를 쓸 땐 오른손, ㅢ, ㅖ나 대부분의 문장부호를 쓸 때에는 왼손)이 맞물려 물 흐르듯이 치는 타자의 맛에 빠져 버렸지요. 그래서 왼손 연타와 리듬감 없는 두벌식을 칠 때 역체감을 심하게 느낀 것입니다. 그렇게 세벌식을 쓰다 보니 이제는 타속이 제법 올라 단문은 잘하면 700타, 장문은 400타 중반대까지 올라와서 거리낌 없이 타자를 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왔습니다. 초반에 너무 답답해서 세벌식 배우는 것을 포기할까 고민했을 때 포기하지 않은 것이 참 다행이네요.
글을 쓰다 보니 두서 없이 제가 1년간 겪었던 시행착오를 나열하게 됐는데, 이렇게 치열하게(?) 여러 자판을 전전하면서 제가 깨달은 점들을 한번 이야기해 보고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그 얘기를 해 보겠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좋은 자판"은 이렇습니다
저는 평소 제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속도로 정확한 한글을 입력해야 할 일이 자주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한글 단어와 문장들에는 물론 일반적인 것도 많지만 특수한 것들, 즉 외래어, 복잡한 겹받침, 초성 겹자음의 반복, 기타 기상천외한 단어들이 한데 뭉치어 있는 단어나 문장 들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사정으로 인해, 제가 좋은 자판을 판단할 때에는 첫째로 "다양한 조합의 요즘한글을 입력하기에 걸림돌이 되지 않는 자판인가?", 둘째로 "빠른 속도로 입력하기에 적절한 자판인가?"를 보게 되었습니다.
꼭 "고속-정확"한 타자가 필요하지 않으신 분들도 많으실 것입니다. 저는 어떤 자판이 객관적으로 "좋고 나쁜" 자판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아닌, 제 개인적인 관점에서 개인적으로 사용해 보니 이 자판은 이래서 아쉽고 저 자판은 저래서 좋더라 하는 이야기를 드리고 싶은 것입니다. 과학적 방법론이나 객관적이고 정량적인 분석은 포함되어 있지 않은, 제 개인의 순전한 경험에 의한 문제 제기임을 미리 명확히 밝혀 둡니다. 글을 읽으실 때 이 점을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신세벌식, 정말 획기적인 자판입니다. 그런데...
ᄒㅆㅂㅛㅠㅑㅖㅢㅜㅋ 없이 깨끗한 숫자열, 쿼티와 거의 비슷한 데다 오히려 풍부하기까지 한 기호, 무시무시한 비주얼의 겹받침은 온데간데없고, 배우기에도 아주 부담 없는 배열. 바로 신세벌식 계열 자판들입니다. 이런 간단명료한 배열의 기저에는 역시 신세벌식 자판의 핵, "첫가끝 갈마들이" 기술이 있을 것입니다. 이 참신한 기술 덕분에 합리적인 세벌식 순아래 배열 자판을 두벌식과 별 차이 안 나는 글쇠 수를 가지고 실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 남아도는 윗글쇠 자리에는 한글 정서법에 맞는 기호를 풍부하게 늘어놓을 수 있게 되면서 사무용과 문장용을 아우를 수 있는 훌륭한 자판들이 탄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게 되었지요.
저도 처음에는 390 자판을 며칠 연습하다가 신세벌식 자판의 존재를 알게 되고 나서는 바로 신세벌식 자판을 연습하게 되었고, 초반에는 아주 만족스럽게 자판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점차 타속이 늘면서 신세벌식 자판의 뼈아픈 태생적 한계를 몸소 체험하게 되었습니다.
신세벌식 자판으로 고속 타자를 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이렇게 생각하는 데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습니다.
1. 신세벌식 자판은 겹받침을 윗글쇠로 입력하는 것을 상정하고 만들어진, 공세벌식 자판의 중, 종성 배열을 거의 수정 없이 따르고
2. 초성 쌍자음, 종성 쌍자음 및 자음군을 홑자음의 조합, 즉 '연타'로 실현하는 것이 기본 골자이며
3. 숫자열을 사용하지 않음으로써 모든 글쇠를 세 줄에 배치하다 보니 바람직하지 못한 운지 흐름이 나타나는 경우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4. 즉, 수많은 한글 중종성 조합에서 연타 또는 부적절한 손놀림이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고, 이는 리듬감을 저해시키며 오타를 늘리는 주범이 됩니다. 겹받침을 윗글쇠를 사용하여 해결한다 하더라도 기본적인 중종성 배열에서 신세벌식 자판들은 불편한 손놀림을 자주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5. 공세벌식의 4줄 배열에서는 발생하기 힘든 부적절한 연타, 즉 '약지-소지의 연타' 또는 '인접한 손가락의 역순 연타(세벌식의 기본적인 우-좌 흐름에 반하면서 바로 옆 손가락을 반대로 놀려서 부담을 주는 겹받침 등. 예를 들어 ㄶ(많은 자판에서 S-D).)' 들이 너무 자주 발생하여 타자 흐름을 깨뜨립니다. 이중에서는 물리적으로 부드럽게 치기가 거의 불가능한 경우도 있습니다.
6. 결국, 고속-정확한 타자를 요하는 작업에서 신세벌식 자판 들은 공세벌식은 물론 두벌식 자판보다도 아쉬울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신세벌식 자판들은 기존 공세벌식 자판에서 윗글쇠를 이용해 누르는 글쇠들을 모두 3열 안의 연타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홑받침만 배열하면 되니 자판을 만들기 쉬워 보이더라도 실제로는 중종성 연계, 중성-겹받침 연계, 겹받침 자체의 손놀림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무지막지하게 늘어납니다.
신세벌식 자판을 새로 만들 때에는, 기존 공세벌식과의 호환을 위해 기본 글쇠들의 위치를 전통적인 공세벌식 자리와 상당히 비슷하게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여기서 "4열+윗글쇠"까지 자유로이 활용하는 공세벌식의 기본 뼈대를 유지하면서도 "3열+윗글쇠 지양"의 철학을 가진 신세벌식 자판으로 모든 것을 구현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인 모순이 발생합니다. 받침 자리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첫가끝 갈마들이를 이용한다면 필연적인 리듬감의 손실과 중종성 자리의 상호 침범을 겪어야 할 것이고, 이로 인해 불편한 타자 경험을 일으키는 경우가 자주 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설계 하에서 한글을 칠 때 저속으로, 자주 쉬어가면서 빈도가 높은 글자들을 주로 입력한다면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제 사례처럼 "신속-정확"하면서도 다채로운 배열의 한글을 입력할 때에는 문제가 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초종성을 구별하지 않고 같은 글쇠를 누르면 되는 두벌식과 다르게 이를 엄격하게 지켜서 눌러야 하는 세벌식 자판의 특성 상 두벌식보다 손가락의 피로가 심해지는 경우도 자주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두벌식 자판에서 겹받침을 입력하는 것은 의외로 상당히 편리합니다. ㄹㅍ, ㄺ, ㄽ 등 한 손의 연타가 발생하더라도 보통 검지로 전부 처리할 수 있어 힘이 부치지 않거나 ㄶ, ㅄ처럼 두 글쇠가 적절히 떨어져 있어 불편한 손놀림이 많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앐 등 세벌식 자판에서는 입력하기 힘든 축에 속하는 받침도 검지 두 번에 해결되지요.)
이외에 모음과의 조합에서 급격한 각도의 가위질(Scissoring, 인접한 두 손가락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교차하는 동작)이 자주 발생한다든지, 같은 자리 연타가 더 잦다든지, 소지-소지 연타가 발생하거나 앞서 밝힌 약지-소지 또는 소지-약지 연타가 한 단어를 치는 데 두 번 이상 발생한다든지 하는 견디기 힘든 사례도 적지 않게 등장하여 장시간 안정적인 타자를 치는 데 무리를 줍니다. 이런 종류의 한계점은 타자 습관의 개선이나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등의 부차적인 방법으로는 개선할 수 없는, 신세벌식 자판의 태생적 한계점이므로 안타깝지만 신세벌식 자판은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자판 배열과는 어긋나게 되었습니다. 아무리 적응하려고 진득히 써 보고 노력을 하여도 정말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물론, 기존 공세벌식의 글쇠 배열에서 완전히 탈피하여 효율성 있게 처음부터 자판을 설계해 만든 "참신세벌식" 등도 존재합니다만, macOS에서 안정적인 지원을 하지 않아 아직 사용해 보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제가 위에 쓴 한계점들을 많이 극복할 수 있는 자판이 아닐까 짐작만 해 보고 있습니다. 모아치기용으로 설계된 데다 다양한 약어를 지원하여 숙련된다면 속기용 자판에 버금가는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세벌식 모아치기 e(세모이)” 자판도 비슷한 이유로 실제로 써 보기 힘들었습니다.
공세벌식, 죽어도 "ㅕ, ㅐ, ㅓ"가 좋다!
결국 신세벌식 자판을 웬만큼 연습하다가 제 목적과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이후로 공세벌식 자판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배열이 간단해 보이는 3-90부터 시작해서 3-91, 3-2011, 3-2012 등 여러 종류의 (개선) 세벌식 자판들을 사용해 보았지요. 그런데, 다른 부분은 상호 간에 큰 힘을 들이지 않고 적응할 수 있었습나다만, 단 한 부분만큼은 자판을 바꿔 가면서 적응하기에 정말 힘들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로, E, R, T(쿼티 기준) 자리의 홑소리 배열입니다.
공세벌식 자판을 개선해오며 역사적으로 해당 자리에 ㅕ ㅓ ㅐ(팥알, 소인배 님의 3-201X 시리즈 등), ㅔ ㅕ ㅓ(극히 일부 실험안), ㅐ ㅓ ㅕ(신세벌식 P2, 신세벌식 계열 자판이므로 이 단락에서 깊게 다루지는 않겠습니다. 신세벌식이라면 저는 이 배열이 가장 합리적인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등의 홑소리 배열이 제안되었습니다. 이러한 조합들을 다 겪어 보고 드는 생각은, "공세벌식 계열 자판"에서는 4열(숫자열)과의 연계, 받침과의 조화, 손가락의 놀림, 손목의 각도 등을 전부 따져보았을 때 원조 공세벌식의 ㅕ ㅐ ㅓ 조합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것입니다.
이는 ㅓ의 위치에 따라 왼손 약지-새끼손가락의 인대 부담과 그에 따른 통증의 정도가 크게 좌우되기 때문입니다.(계속 왼손에 치중하여 이야기하는 것은, 보통 세벌식 종류를 막론하고 초성 자음 배치는 거의 공병우 세벌식으로 수렴하였고, 왼손이 중성과 종성을 모두 담당하는 만큼 왼손의 편함 정도에 따라 전체적인 자판의 인상이 좌우되기 때문입니다.)
이론상, 많은 개선 자판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빈도가 높은 ㅓ를 R 자리에 놓았을 때 자주 쓰이는 종성들과의 거리가 줄어들게 되므로, 종성과 조합하여 타자할 때 왼손 손가락을 많이 움직이지 않게 되니 타자를 하면서 느끼는 피로가 줄어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쓰는 일반적인 키보드, 즉 스태거드 키보드(Staggered Keyboard, 각 글쇠가 바둑판처럼 가지런한 오쏘리니어(Ortholinear) 키보드와는 달리 글쇠들이 조금씩 비틀려 배열되어 있는 키보드)에 이 배열을 적용한다면 실제로는 손가락과 손목의 부담을 가중하게 됩니다.
E, R, T 자리의 모음은 종성과 결합할 때 필연적으로 손목을 바깥쪽으로 꺾게 되는데, 왼쪽 글쇠로 갈 수록 꺾는 정도가 늘어나게 됩니다. 전통적 공세벌식에서는 종성과 결합하는 빈도가 상대적으로 적은 ㅕ와 ㅐ를 배열한 뒤에 맨 오른쪽 T 자리에 ㅓ를 배열하였으므로 손목을 꺾게 되는 빈도가 적어 장시간 타자 시에도 왼손의 통증이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ㅓ와 ㅐ의 자리를 맞바꾼 배열에서는 종성과 자주 결합하는 ㅓ를 입력할 때 손목 꺾임의 정도가 더 큰 R 자리에 배치함으로써 장시간 타자 시에 손목에 무리를 주게 됩니다. 또한 타자 중 자주 발생하는 ㅓ+종성 조합으로 인해 약지와 소지를 자연스럽게 놀리기 힘들게 함으로써, 왼손의 연계가 자연스럽지 못하고 약지와 소지 사이 인대에 큰 무리를 주게 됩니다.
특히 갈마들이 공세벌식류에서는 종성의 위치가 더욱 자유롭게 놓일 수 있게 되어, 신세벌식보다는 자유롭지 못하지만 (보통 아랫글쇠에서의) 고전적인 모음 자리에도 종성 자음이 놓일 수 있게 되는데, 이 종성들과 조합할 때도 R 자리의 ㅓ는 다소 불편합니다. 4열의 ㅎ(ㄷ, ㅋ), ㅆ, ㅂ(ㅌ) 등과 조합할 때도 마찬가지로 물 흐르듯이 쳐지는 연계성이 저해된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결론적으로, 왼손의 피로 관리가 중요한 세벌식 자판에서 ㅐ와 ㅒ의 정합적 배열을 위해 ㅓ와 ㅐ의 자리를 맞바꾸는 것(해당 이유가 여러 공세벌식 자판에서 자리 변경의 가장 큰 이유로 보입니다.)은 득보다는 실이 많은 변경 사항으로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윗 내용은 과학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은 제 개인의 경험에 의한 소견입니다. 저는 한글 자판에 정량적 분석을 적용하는 방법을 알지 못하는 초보이며, 이렇게 분석할 수 있더라도 제가 말씀드리는 아쉬운 점들이 명확하게 드러날 지도 의문이기는 합니다. 저만 이런 불편을 가지고 있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제가 ㅕ ㅐ ㅓ 배열에 익숙해서 편향적인 결론을 낸 것도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처음에 신세벌식 P2의 ㅐ ㅓ ㅕ 배열에 익숙해졌었으니까요.
※여기까지 제가 제시한 단점들은, 인체공학 키보드(오쏘리니어, 스플릿 키보드 등의 여러 형태)를 사용한다면 말끔히 해결될 문제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절대다수의 사람들이 사용하는 일반적인 키보드 배열에서는 분명히 원활하게 사용하기 힘든 점이 느껴지기 때문에, 일반적인 키보드를 사용하는 저로서 제가 개인적으로 느낀 아쉬움을 담아 글로 적어 보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헤아려 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은 뭘 쓰냐구요?
저는 3-90 자판으로 복귀한 이후 한동안 이 자판에 정착했었습니다. 너무 복잡하지 않고, 주요 운영 체제(Windows, macOS, Linux)의 기본 IME에서 문제 없이 지원하며, 기호 배열도 나쁘지 않고, 숫자 배열도 그럭저럭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고, 겹받침 배치도 납득할 만했거든요. (여담으로, 3-90 자판의 종성 ㅈ의 자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 역시 ㅈ의 배치(쿼티 기준 Shift+1)가 완벽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당시 자판을 제작할 때 우에서 좌로 가는 리듬감을 중시했기에 느낌표를 저 아래로 유배 보내고 굳이 혼자 맨 꼭대기에 위치시키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ㄴㅈ 조합을 편리하게 만들겠다고 3열의 어딘가로 ㅈ을 보내 버리면 R 자리의 ㅐ ㅒ 배치의 정합성이 흐트러질 우려도 있을 것이고요.)
만약에 새로운 공세벌식 자판을 익히고 싶어질 때를 대비하여, "이 정도는 되어야 굳이굳이 3-90을 버리고 그 자판으로 넘어갈 것이다!"하는 기준을 만들어 놓고 실제로 그런 마음이 들면 이에 맞춰 자판을 실제로 바꾸어 사용할지를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1. 갈마들이를 쓴다면 모아주기를 포기할 정도의 확실한 이점이 있어야 한다.
2. 그렇지 않더라도 커스텀 입력기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어디에서나 사용할 수 있는 3-90 자판의 범용성을 포기할 정도의 확실한 이점이 있어야 한다.
3. 기호 배치는 영문 쿼티 자판과 최대한 정합적이어야 한다.
4. 기존 글쇠 배열과 괴리가 아주 크거나 특이한 운지법을 익혀야 하는 등, 별도의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새로 적응할 수 있는 자판은 생각하지 않는다.
5. Windows와 macOS를 동시에 완벽히 지원하여야 한다.
(1번에 대해서는, 보통 갈마들이 공세벌식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macOS의 구름 입력기(세벌식 커뮤니티 자판 지원 'contrib'판)에서는 비주류 자판에서는 모아주기 기능을 켜더라도 아예 이어치기 모드로만 동작하기 때문에 때문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갈마들이 공세벌식 자판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그런 것 쓸 바에는 신세벌식을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했었는데, 한번 이 종류 자판들을 써 보니까 시원시원하면서도 윗글쇠를 덜 쓰게 되어 편리한 점이 있음을 깨닫고 이 계열의 여러 자판을 써 보기 시작했지요.)
이 기준에 맞는 자판을 찾기 위해 정말 여러 사이트를 참조하고, 직접 글쇠 파일을 내려받아 써 보고, 온라인 한글 입력기(팥알 님)에 올라와 있는 자판을 다 쳐 보고 하면서 며칠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이 다섯 가지 기준을 완벽히 충족하는 배열을 드디어 찾아냈습니다.
꺼진 자판도 다시 보자: 세벌식 3-2015M
바로, 소인배 님의 3-2015 자판을 메탈리쟈 님이 수정하여 만드신 3-2015M 자판입니다. 기존 자판의 ㅕ ㅓ ㅐ 배열을 전통적인 ㅕ ㅐ ㅓ 배열로 돌려놓고 그에 따른 ㅒ의 순아래 조합 방법만 손을 본 원 포인트 개선 자판이지요. 나무위키에서도 "사용 중단" 표시가 되어 있고, 원본 3-2015 자판도 사용자가 거의 없는 와중에 왜 이 자판에 좋은 인상을 받았느냐 하면,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오른손 연타를 획기적으로 줄여 주는 겹자음 입력법. 보통 세벌식에서는 초성 겹자음 ㄲ, ㄸ, ㅃ, ㅆ, ㅉ를 각각 ㄱ, ㄷ, ㅂ, ㅅ, ㅈ를 연타하여 넣습니다. 여기서 일어나는 연타는, 이 겹자음들이 붙어 있는 단어(껑쩡껑쩡, 짤랑짤랑, 삐뽀삐뽀 등)를 칠 때 속도를 저해하고 손가락이 쉽게 지치도록 하는 원인이 됩니다. 해당 자판에서는 이 겹자음들을 각각 ㅇ+ㄱ, ㄷ+ㅁ, ㅈ+ㅂ, ㅅ+ㅎ, ㄱ+ㅈ로 입력할 수 있게 하였는데 동시에 누르거나 어떤 순서로 이어쳐도 겹자음이 들어가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초성체를 종성으로 넣어야 한다는 사소한 단점이 생기지만 그만큼 연타를 줄임으로써 얻는 피로 감소의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저는 좋은 기능이라고 생각합니다.
둘째, 합리적인 기호 배치. 일단 !를 원래 자리로 되돌렸고, 슬래시(/)가 ㅌ 자리에 있는 것도 편리하고 좋았습니다. , . < >도 영문 쿼티 자판과 완벽하게 동일하여 정합성을 챙겼고, 작은따옴표와 큰따옴표(', ")가 누르기 쉬운 검지 자리, 특히 큰따옴표는 3-91 자판과 동일한 M 자리에 있어 기호 배열에서도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셋째, 골라 먹는 겹받침 입력법. 이 자판에서 제가 획기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ㄴㅎ 받침을 조합할 때 역순으로도 조합이 된다는 것입니다. 즉 자주 쓰이는 "않" 꼴의 겹받침 조합을 볼 때 다른 자판 같으면 "F-S-D"의 순서를 명확히 지켜서 넣어 주어야겠지만, 이 자판은 검지, 중지, 약지를 순서대로 대충 눌러서 "FDS"만 쳐도 "않"이 완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얼마나 편하던지요."앉"의 ㄴㅈ 조합도 역순조합이 되고, 부담스럽지도 않은 절묘한 위치에서 조합할 수 있고요.
하지만, 역시 이 자판에서도 ㄽ, ㄳ, ㅄ, ㄺ처럼 연타로 입력하기에 거북한 겹받침들이 다수 있습니다. 여기서 또 기막힌 점이 이럴 때에는 윗글쇠를 이용해 겹받침을 쉽게 입력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윗글쇠 겹받침들의 배열도 기존 공세벌식에서 상당 부분 차용해 온 것이라 익숙해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고, 이 정도를 윗글쇠를 통해 입력한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윗글쇠 사용량이 3-90 등에 비해 획기적으로 주는 것이 정말 편리했습니다. 물론 이런 기능이 있는 다른 자판도 있지만, 구름 입력기에서 구현되지 않아 사용이 불가한 경우가 많은 반면 이 자판에서는 겹받침 윗글쇠 입력이 완전히 정상적으로 동작하였습니다.
이외에도 3-90에서 윗글쇠 자리에 있던 홑받침들을 전부 갈마들이를 통해 입력할 수 있게 됨으로써 더욱 빠르고 편리한 받침 입력을 누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종성 ㄷ 자리도 ㅎ보다는 덜 쓰이면서 적당히 누르기 좋은 자리에 있어 잘 바꾼 것 같고요.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제 타자 환경에 가장 알맞은 자판이 3-2015M 자판이라는 생각이 들어 실험적으로 며칠 사용해 보았고, 3-90 자판에서 갈아타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세벌식 만세!
세벌식 커뮤니티에 별다른 기여는 하지 않으면서 불평불만만 늘어놓고 가는 것 같아 송구스럽습니다. 그래도, 세벌식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 1년 간 겪었던 경험을 카페에 공유해 보고 싶어 몇 자 적어 보았습니다. 긴 글을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공세벌식 만세! 신세벌식 만세! 공병우 만만세!
(추신 하나. 사실, 이런 생각도 한 적이 있습니다. '세벌식 표준화에 관한 공론의 장이 마련된다면, 첫가끝 갈마들이처럼 복잡한 IME단의 구현이 필요한 배열은 부적절하다고 판단되어 사장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어떠한 세벌식이 표준으로 지정되는 것은 일어나기 힘들 것 같고, 꼭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각자의 필요와 상황에 알맞은 자판을 커스텀하여 사용하는 것이 오히려 바람직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관련 내용은 싣지 않았습니다.)
(추신 둘. 혹시 글을 읽으시면서 제 처지에 더 알맞은 자판이 생각나신다면 추천해 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첫댓글 간만에 생각할 만한 거리가 되는 좋은 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서양 자판 커뮤니티에서는 특정 자판의 표준화 같은 것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드웨어, 소프트웨어적 방법으로 글쇠를 원하는 대로 재배열하면 돼서 그런 것일까요? 또한 자판에 대해 개인의 취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새끼손가락의 사용을 가급적 줄이고 싶어하고, 어떤 사람은 안쪽 굴림inward roll을 좋아하고 바깥쪽 굴림outward roll을 되도록 줄이고 싶어합니다 (공세벌식, 가령 3-91의 왼손 움직임은 99.9% 바깥쪽 굴림입니다). 인체공학 키보드 사용자 중 일부는 엄지 글쇠에 알파벳을 배치해서 타이핑 관련 지표를 개선하길 원하며, 어떤 사람은 repeat key(앞에 입력된 키와 같은 입력을 하는 글쇠)나 magic key(앞의 입력에 따라 입력이 달라지는 글쇠. 이들은 손가락 연타를 줄입니다) 등을 도입하기도 하며, 어떤 사람들은 그런 요소들을 원하지 않습니다. 타자기 자판에 대한 얘기는 정말 찾기 어렵더군요.
그래서 그런진 몰라도 기존의 자판을 자기 식대로 수정하여 쓰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가령 말씀하신 오른손 된소리 초성 조합의 경우 꼭 3-2015M이 아니더라도 웬만한 한글 자판에 적용할 수 있겠지요. 우리 한국어-한글의 경우 날개셋 등의 강력한 기능을 가진 입력기를 쓰지 않으면 그런 일이 쉽지 않은데, 최근 애플민트초콜릿님의 타닥 입력기가 날개셋 입력기의 기능 중 많은 부분을 지원하며 mac용으로 출시될 예정이라 하니 기대가 됩니다.
제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한글 자판 커뮤니티의 모습은, 바로 추신에서 말씀하신 것처럼 누구나 자신의 취향에 맞게 능력껏 자판을 개발하거나 선택하여 사용할 수 있는 환경입니다. 자판 개발을 위해서는 강력한 한글 입력기가 필요한데, 그것은 다양한 운영체제에서 쓸 수 있고, 오픈소스나 그에 준하는 열린 환경이면 좋겠습니다. 자판 선택을 위해서는, 타자 행동에 대한 객관적인 지표, 예를 들면 손가락 연타same finger bigram, 가위질scissor, 옆벌림lateral stretch, 방향전환redirect 등이 더 널리 알려져서 이 자판은 어떤 점이 좋고 어떤 점은 약점이구나 등의 이야기를 조금이나마 구체적으로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혹은, 세벌식에 대해 예를 들자면, 공세벌식의 특징인 순서 오타 수정 능력을 실제로 타자 속도로 환산한다면 얼마쯤 될까 등의 이야기도 재밌을 텐데 말입니다.
"신세벌식 자판을 새로 만들 때에는, 기존 공세벌식과의 호환을 위해 기본 글쇠들의 위치를 전통적인 공세벌식 자리와 상당히 비슷하게 설계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라고 하셨습니다. 서양 쪽에서도 비슷한 지적이 있었습니다. 출처는 기억나지 않지만, "자판 전체를 최적화하든지, 아니면 그냥 기존의 자판을 써라."와 비슷한 표현이었습니다. 기존 자판과의 부분 호환은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 얘기가 한글 자판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만, 신세벌식 같은 경우엔 어떨까요. 신세벌식의 호환성은 기존 공세벌식 사용자가 빠르게 넘어오기에 분명히 매우 유리하지만, 결국 진정 좋은 자판을 원한다면 자판 전체를 최적화해야 합니다. 제가 참신세벌식을 높이 평가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좋은 답글 감사드립니다. 생각해 보니, 거의 모든 세벌식 자판의 왼손은 항상 안쪽에서 시작해서 바깥쪽으로 나가는 흐름을 가지고 있네요. 이것이 소위 말하는 "리듬감"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어도, 인체공학적 관점에서 오히려 불리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는데, 제가 세벌식 자판들을 쓰며 느꼈던 불편감이 outward roll 때문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또 자판의 개인화(?)는 우리나라의 자판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는 현상인 것 같습니다. 수 년 전만 해도 "신세벌식 공동", "한글문화원 3-14 자판안"처럼 세벌식의 표준화를 위한 여러 자판 안이 등장하였지만, 요즘에는 커스텀 배열 키보드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커진 것과 더불어 각자의 취향이나 처지에 맞는 자판 배열을 찾아다니는 것이 주류가 된 것 같습니다. 그것도 성에 차지 않으면 직접 만들어 쓰기도 하고요.
저도 여러 자판 배열을 찾아 다니다, 기존의 두벌식/공세벌식의 틀에서 벗어난 새로운 자판 배열을 실제로 써 보고 싶어도 macOS의 입력기 지원 여부에 가로막혀 시도해보지 못한 것들이 많습니다. 항상 Windows의 날개셋 입력기의 존재를 부러워했었지요. 저도 그래서 "타닥" 입력기가 커스텀 자판 불모지인 macOS에 혜성처럼 등장한 것을 아주 감격스럽게 생각합니다. 심지어 날개셋 입력기와 호환되는 부분도 많다고 하니 맥에서도 세모이, 참신세벌식 등 그간 써 보지 못했던 배열을 사용해볼 수 있게 되겠지요. 타닥 입력기 덕에 앞으로 Windows와 macOS 환경에서 상호 호환되어 안정적인 커스텀 입력을 보장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춰진다면 커스텀 키보드와 배열에 관심을 갖는 분들도 많이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물론 Linux 환경에서도 비슷한 입력기가 등장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고요.
아무래도 초성, 중성, 종성이 있고 이 세 벌간의 유기적 관계를 심층적으로 따져 보아야 하는 우리 한글의 특성 상, 라틴 알파벳만으로 이루어진 서양 자판 쪽의 기본적인 분석 기법에 더하여 한글 사용의 실정에 알맞은 여러 방법을 동원하여야 이상적인 글쇠 배치에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3-2015 자판을 제작하며 소인배 님이 기존 툴을 변형하여 정량적 분석을 시도하신 것을 보았는데, 이런 식으로 기존 배열의 문제점을 명확히 끌어내고 과학적 분석을 바탕으로 각자의 선호에 맞추어 자판을 개선해 나간다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러 개선 방향의 사이에는 분명 트레이드오프가 있을 테니까요. 물론 이런 논의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자판 커뮤니티 회원 분들이 이쪽에 관심을 가져 주시는 것이 선행되어야 하겠지요. 저도 아직 이런 부분에서는 문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깊이 파고들어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여러 자판들을 전전하며 느낀 커다란 의문 중 하나도 역시 "공세벌식의 배치에 얽매여서 정말로 이상적인 배열에 다가가고 있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아예 바탕부터 다시 설계하여 쌓아올린 자판이 인체공학 키보드 커뮤니티에서 개인이 만든 배열 몇 개, 참신세벌식 정도인데 역시 Mac에서는 사용할 수 없어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타닥 입력기가 Mac 사용자들의 이런 갈증을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어쨌든, 기존의 틀에서 벗어난 자판 전체의 최적화, 어쩌면 그것이 앞으로 "비-'표준 두벌식'" 지향 커뮤니티가 나아가야 할 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3-2015M 자판을 최선으로 받아들여 사용하고 있지만, 앞으로 여러 커스텀 배열을 사용해 보며 한번 더 좋은 배열이 없는지 탐구해 보고 싶어집니다.
@수소는에이치 20년 가까이 세벌식 자판을 쓰면서 왼손의 outward roll이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습니다. 서양 커뮤니티에서는 inward roll이 outward roll보다 낫다는 점 자체에는 합의가 이루어져 있는 것 같지만, 가령 인기 있는 Gallium 등의 자판에서는 outward roll이 inward roll보다 많습니다. inward roll을 강조하다 보면 다른 측면에서 손해를 보기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은 있었을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오른손은 inward roll을 선호하고 outward roll을 조금 어색해하지만, 왼손의 경우 두 가지 roll 모두 문제 없습니다. 제가 왼손잡이여서 그런 건지, 왼손이 세벌식에 단련돼서 그런 건지, 혹은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수소는에이치 어쩌면 99.9% outward roll이라면 손이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이니만큼 예를 들어 in 30%:out 70%인 자판보다 "리듬감"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 순서 오타 수정 기능을 이용하면 99.9% outward roll은 99.9% inward roll인 것이나 마찬가지임도 감안해야 하지만, 아마 그런 타자 습관은 세벌식 커뮤니티에서 권장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입력한들 뭐 어떤가 싶기는 합니다.
@명랑소녀 저도 순서 오타 수정 기능(모아주기)을 잘 이용하고 있는 입장에서 확실히 이 기능이 손의 부담을 줄여 준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모아주기 기능에 너무 의지해서 타자를 치다 보면 정석적인 타자 습관가는 멀어지겠지만요. 그래도 세벌식 이용의 큰 강점 아닐까 싶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다른 여러 분들의 의견을 들어 보면, 바닥에 손목을 붙이는지 떼는지부터 타자 자세가 사람들마다 다른 것 같습니다.
제가 제안했던 배열들(신세벌식 P2, 3-2012 등)은 "손목을 비튼다/회전한다", "바닥에 손목을 붙인다"는 행동을 헤아리지 않았습니다. 글을 빨리 치다가 쉬는 틈에 손목을 바닥에 붙이는 요령은 부릴 수 있지만, 글을 빨리 치는 중에 손목을 쓰는 것은 오히려 교정해야 할 자세라고 저는 여기고 있습니다.
3-91 자판처럼 모든 겹받침을 윗글쇠+일반글쇠로 한 번에 넣는 공세벌식 자판은 한 손에서 2타 이내에 동작이 끝나고 2째→5째 손가락으로 이어지는 타자 흐름 때문에 손가락이 긴 사람은 손목을 바닥에 붙이고 치기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신세벌식 자판은 한 손으로 3타 이상을 치는 때가 꽤 있어서 손목을 바닥에 꽉 붙이고 있으면 특히 겹받침을 넣기 어렵습니다. 어린이나 손가락이 짧은 사람은 평범한 성인 남자보다 어쩔 수 없이 손을 더 움직일 수밖에 없습니다. 인체공학과 거리가 먼 일반형 글쇠판 규격 때문에도 손목을 바닥에 붙이는 자세를 원칙으로 삼을 수 없습니다.
표준/주류가 아닌 한글 자판을 써 보고 의견이나 연구물을 남기는 분들이 성인 남자인 경우가 많다 보니, 아무래도 손가락이 길고 손이 무거운 성인 남자의 신체 조건을 전제로 깔고 이야기되기 쉬운 것 같습니다. 그러나 누구나 어린이였던 때가 있었고, 한글 자판이 특정 성별에게만 쓰이지도 않습니다. 옛날에 직업 교육을 하듯이 타자 교본으로 배워야 한다는 뜻은 아니지만, 과학적인 논의와 비교에 들어가기 앞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타자 자세가 무엇인지는 미리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다를 수 있는 타자 자세를 빼놓고 자판 배열을 이야기한다면, 같은 배열을 두고 전혀 엉뚱한 평가가 나올 수 있을 겁니다.
공세벌식 자판에서 요구되는 타자 동작은 다른 한글 자판들보다 단순합니다.
운지 거리는 더 넓어도 손가락을 적게 놀리며 힘을 덜 들여 쓸 수 있습니다.
공세벌식 자판을 오래 쓴 사람이 다른 한글 자판을 쓰려고 할 때 어딘지 답답하고 껄끄러운 느낌이 드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보수적으로 깐깐하게 볼 때에는 잘못된 타자법으로 쓴다고 하더라도 공세벌식 자판은 그럭저럭 잘 쓸 수 있을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팥알 손의 편안함에 있어서 제가 여러 자판에 느낀 인상들은, 다른 자판들이 못난 것이 아니라 공세벌식 자판이 너무 잘난 탓에 온 것이로군요.
저도 신세벌식 자판을 상당 기간 사용해 보면서 맨 윗줄을 쓰지 않는다는 것이 어떤 분들에게는 아주 큰 이점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자주 했었습니다. 그래서 공세벌식 자판을 쓰면서도 가끔씩 맨 윗 줄을 쓰는 것이 힘에 부칠 때면 '운지법이 약간 복잡해지는 것을 감수하고, 차라리 신세벌식 자판을 쓸까?' 하면서 자판을 설정해 놓고 익숙해지려고 노력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런데, (제 손이 큰 편도 아니고) 올바른 타자법을 지키려고 노력했는데도 특정 조합에서 신세벌식 자판의 묘한 손놀림이 힘을 부치게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두벌식도 비슷한 처지이지만 말 그대로 '두 벌'인지라 그렇게 복잡하게 손을 놀릴 일은 잘 없는데, 신세벌식 자판은 오히려 한 번 잘못 걸리면(?) 두벌식 자판보다도 왼손의 힘을 쏙 빼놓더군요. 그때 저는 '세벌식을 쓸 것이라면 네 줄짜리 세벌식을 쓰는 것이 낫다.'고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다른 분들께는 신세벌식 자판이 훨 나을 수 있어도, 제 처지에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오래전에 《ㅐㅓ 자리바꿈에 관한 의견》 https://cafe.daum.net/3bulsik/JMKX/39 을 쓰면서 세벌식 3-2015M, 신세벌식M을 만든 사람으로서, 저 조차도 이미 사용하지 않고 있는 3-2015M을 언급해주심에 창피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저는 그 이후 맥을 쓰게 되면서 날개셋을 쓰기 힘든지라 그냥 3-91 최종에 정착해서 쓰고 있습니다. 간혹 구름입력기의 도움으로 신세벌식M을 써보기는 합니다만.
모두가 만족할만한 좋은자판 만들기는 쉽지 않은것 같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네, 각자의 여러 사정이 있고 지향하는 바도 다르기 때문에, 모두의 필요를 완벽히 충족시킬 수 있는 자판을 개발하기란 꿈 같은 일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구름 입력기를 이용해 3-2015M 자판을 잘 사용하고 있습니다. 좋은 자판을 제안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