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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사는 세상] 13 - 중독, 후유증 그리고 혼돈
씬1. 자막
흰 화면에 검은 글씨, <중독, 후유증 그리고 혼돈>
씬2. 준영의 침실 안, 낮
환한 햇살이 창가로 가득 들어오는, 창문 틈으로 바람이 불어, 커튼이 흩날리는, 머리맡에 과자봉지며, 책들이 너저분하게 많은,
준영, 자고 있는, 침대 옆에 지오가 앉아, 팬티위에 청바질 입고, 셔츠를 걸치며, 편안하게 자는 준영의 머릴 뒤로 쓸어주며,
지오 : 대체 언제까지 자?
준영 : (눈감은 채, 비몽사몽) 어..어..몰라, 졸려..
지오 : (머릴 쓸어주며) 일어나야지..준영아, (준영이 이쁜 듯 웃고) 몇 시에 깨울까?
준영 : (비몽사몽, 되는대로 말하는) 어, 아홉시, 아홉시..
지오 : (준영을 이쁘게 보며, 머릴 쓸어주며) 아홉시 훨 넘었는데.
준영 : (졸린) 그럼 열시.
지오 : (한쪽에 있는 자명종 보며, 따뜻하게 웃으며) 이제 5분이나 지났는데..
준영 : ...
지오 : 30분만 더 잘래?
준영 : (눈감은, 비몽사몽) 선배 뭐할 건데...
지오 : (웃으며) 나야, 할일 너무너무 많지, 너 일어나기전에 이도 닦고, 세수도 하고, 아침도 준비하고..음식쓰레기도 갖다버리고..
이런 잠 깨겠다. 좀 더 자라, 자. (하고, 준영의 볼에 입을 맞추고, 머리 쓸어올려주며) 에고, 이쁜 다람쥐.
(하고, 랩같은 노래를 허밍하며, 나가는)
준영, 감은 눈에 눈물이 서서히 맺히는,
카메라, 부감으로 보이면, 아무도 없는,
씬3. 준영의 주방, 낮
준영, 산더미처럼 지저분한 설거지를 수돗물을 틀어놓고 하고 있는,
지오, 걸레로 깨끗하게, 주변의 물건들을 닦으며 말을 하는,
지오 : (답답한) 준영아, 설거지할 때 물 좀 잠그고 해. 내가 몇 번을 말해. 식기세척기를 쓰는가, 차라리.
준영 : (설거지하며, 퉁퉁대는) 난 흐르는 물소리 듣기 좋단 말이야, 그리고 이렇게 닦아야 깨끗한 거 같다고.
지오 : (걸레질하며) 기껏 우유 먹은 잔, 커피 마신 잔, 토스트 놨던 접시가 야, 드러우면 얼마나 드럽냐? 세제가 더 더럽지!
그리고 뭐, 흐르는 물소리가 기분 좋아? 우리나라 물 부족 국가야, 삼천리 금수강산이 개발 땜에 온통 다 파헤쳐져 가지고,
개천에도 물이 모자라, 농사짓는 사람들은 난린데,
준영 : (물을 끄며) 아우,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지오 : (조금 미안한, 달래듯) 담엔 기름기 없는 거 씻을 땐 세제 쓰지 말고,
준영 : (세제로 그릇을 닦으며, 말꼬리 자르며, 귀찮은) 쌀뜨물 받아 놨다, 닦을게. 그럼 되지?
지오 : (웃으며, 걸레질하며) 그리고 설거질 할라면 먼저, 큰 그릇을 닦은 담에, 그 안에 작은 그릇을 체계적으로 착착,
준영 : (몸을 움직이며) 네네네네..하고 있습니다, 선생님! 제가 오늘도 머릴 안쓰고 폼으로만 달고 있었습니다, 선생님,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선생님.
지오 : (그런 준영 보고, 귀여운 듯 웃으며) 착하다. (하고, 일하는)
카메라, 준영의 설거지하는 모습을 부감으로 보여 주면, 다시, 지오는 없는, 준영만 부지런히 일을 하는,
준영 : (N) 중독이란, 술이나 마약 따위를 지나치게 복용한 결과, 그것 없이는 견디지 못하는 병적 상태,
또는 어떤 사상이나 사물에 젖어 버려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상태를 말한다.
씬4. 준영의 집 앞+엘리베이터 안+주차장, 낮
준영, 촬영복 차림으로 심각하게 얼굴을 찡그리며 화난 듯 걸어가,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는데,
그때, 옆에 지오가 스쳐가서, 엘리베이터 안에 먼저 들어가(준영의 환상),
들어오는 준영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옷에 묻은 티끌 같은 걸 털어주고, 휘파람을 불며 즐거운,
준영, 지오의 행동에 아랑곳없이 심각한, 이내 지오가 사라지는,
* 점프컷 1. >> 준영집 앞 주차장
준영, 화난 듯 혼자 걸어와 차를 타, 안전벨트 하다가, 이상해, 옆에 놓인 차를 보면,
지오가 안전벨트를 매고, 준영 쪽에 윙크하고, ‘촬영 잘 해라’ 하며 가는데,
차가 이내 준영의 시야에서 사라지는,
준영, 맘 아프게 그 모습 보다가, 시동 걸어서 가는,
준영 : (N) 그렇다면 지금 나는 정지오란 사람에 의해, 정상적으로 사물을 판단할 수 없는 심각한 중독 상태를 겪고 있는 것일까?
씬5. 강가집 앞, 낮
준영의 차, 달려오는, 그러다, 강가집(이때까진 강가집 안보여주는)앞에 차를 세우고, 나와 앞을 보면,
크레인이 강가집을 부수고 있는,
준영, 뭐가 뭔지 모르겠는,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서, 눈가가 붉어지는, 그때, 지오의 목소리가 들리는,
지오 : (E) 보기보다, 터가 꽤 크지? 아래 위층으로 카펠 지으면,
준영 : (뭔가 이상해, 소리난 쪽으로 고갤 돌리면)
집 뒷담 쪽에서 지오와 연희(과자를 먹으며)가 나오는,
준영 : (멍하게, 지오를 보고) ...
지오 : (아무것도 모른 채, 연희에게 말을 하는) 좋을 거 같은데, 어디서나 볼 수 있게, 통유리로, 환하게, (하다, 말을 멈추는,
준영을 발견한)
연희 : (지오 얘기를 들으며, 과자를 먹으며) 이쁘긴 할 거 같은데, 공사는 어렵겠다, (하다가, 지오의 표정 보고,
지오의 시선을 따라가면, 준영이 보이는)
준영 : (어이없는, 울고 싶은, 울 듯 말 듯 작게 웃고, 머리 쓸어올리는데)
지오 : (어색한) 여긴 어쩐 일이야? 촬영..안갔냐?
준영 : (화나고, 맘 아픈) 궁금해서 물어? 그냥 인사치레야? (하고, 그냥, 차를 타고 가는)
지오 : (가는 준영의 쪽 보다가) 이쪽으로도 한번 봐봐. (하고, 집을 빙 둘러가는)
연희 : (준영 쪽 보다, 지오 쪽 보고, 작게 한숨 쉬고, 과자 먹고 가는)
씬6. 강가집 가는 길, 달리는 준영의 차안, 낮에서 밤
준영, 운전을 하며, 대체 뭐가 뭔지 모르겠는, 머릴 쓸어 올리는, 답답하고, 울고 싶은 맘이다. F. O.
준영 : (E, 가라앉은) 뭐라는 거야?
씬7. 시골 촬영장 일각, 낮
준영(촬영을 가는 복장), 차에 기대 서있고,
민희, 차안에서 보온병에 든 커피를 가지고 나와, 보온병 잔에 따라주며, 얘기하는,
준영 : (민희가 주는 잔 받으며, 어이없이 민희를 보는) 그러니까 니 말은 내가 지오선배를 사랑했던 게 아니라,
단지 관계연속중독증에 빠졌을 뿐이니까, 지금 사태에 대해 심각할 필요가 없다는 거야?
민희 : (아무렇지 않은 듯, 커피를 마시며) 지금부터 내 말을 잘 들어 보십시오. 인간은 모두 어떤 깊은 중독 증상을 앓고 있습니다.
준영 : (차 마시며, 답답한) 그건 인정하는 바고.
민희 : 일단 자아비판 먼저 하면, 저는 커피중독에 얕은 사랑중독입니다.
준영 : (커피마시다, 민희 보는) ?
민희 : 저는 절대 남자와 관곌 깊이 가져가지 못합니다. 선배도 아시겠지만, 우리 드라마국 연출 50여 명 중
제 짝사랑을 받아보지 않은 사람은 고작 과반수가 좀 넘은 32명에 불과합니다. 저는 그들이 나의 존재를 모를 때까지만
관심을 가지고 접근합니다. 그리고, 이내 관심이 제게로 집중이 되면,
준영 : 관심이 너한테 집중이 된 적이나 있고?
민희 : 어쨌든, 저는 제게 관심이 오는 게 죽기보다 싫습니다. 마치 속옷 차림으로 강남대로에 서있는 느낌?
암튼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면,
* 인써트컷 1.>> 윤영의 거실, 낮.
민철, 인터넷에 도배된 성소유의 웃는 사진을 보는, 그 옆에 기사내용
<성소유, 유민과 친구 이상 아니다>, <성소유 - 윤영, 이세란, 유민과 의 끊임없는 스캔들>,
민철, 심각한, 윤영의 웃는 사진을 보는,
민희 : (E) 한때 드라마계의 지존이며, 정지오의 인생모델인 김민철국장은 윤영이란 여자에 대한 지독한 순정에 중독이 돼있고,
미친 양언니는,
* 인써트컷 2. >> 고속도로휴게소 화장실. 낮
수경,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촬영장 가는 길)에서 소변을 보며, 노랠 흥얼거리는,
그때, 규호, 와서 어이없이 그런 수경을 보며, 소변을 보고,
수경, 규호의 아랫도릴 훔쳐보며, 의기양양해지는, 몸을 흔들며 소변을 보면서, 더욱 크게 노랠 부르는,
민희 : (E) 모두가 알다시피 남자답게 중독. 의협심 중독, 의리 중독, 앞뒤가리지 않는 단순 무식, 용감, 중독을 앓고 있습니다.
손규호 역시,
* 인써트컷 3. >> 고속도로 휴게소. 낮
규호, 화장실에서 나와, 지나가는 여자를 보고 멋지다는 듯 입바람을 휙 불고 가는,
그러다, 커피를 마시며 오는 스탶의 커피를 뺏어먹으며 가는, 스탶, ‘감독님!’하고, 짜증내는,
규호, ‘아, 자식, 쪼잔하게, 정말’ 하며 커피잔 도로 주고, 가면, 빈 컵이다, 스탶, 짜증난,
민희 : (E) 심각한 여자중독에, 끊임없이 남을 괴롭혀서 희열을 얻는 새디즘 중독 증상을 분명하게 나타내고 있습니다.
* 인써트컷 4. >>
윤영, 해진, 일우, 수진, 민숙, 번갈아가며, 사진을 촬영을 하고 있는, 터지는 플래시들,
민희 : (E) 그리고 우리가 아는 배우들 대부분은 플래시, 포커스 중독이죠.
씬8. 촬영장일각, 낮
준영 : (커피를 마시고, 내려놓고, 팔짱을 끼며, 덤덤하게) 그래서 니 말의 요점은...내가..강준기에서 정지오로, 정지오에서
다시 누군가로 옮겨다니는 관계를 연속해서 유지해야만 하는 관계연속중독증을 앓고 있을 뿐이며, 지금 내가 맘 아프고
가슴이 찢기는 것 같은 이 증세는 금단현상일 뿐이니까, 고만 청승떨고, 징징대지 말아라?
민희 : (안쓰럽게 보며) 아뇨.
준영 : 그럼 뭐야?
민희 : (차분히) 중독도 금단도 다 이해하니까, 더 울고불고 해도 된다고요. (하고, 손을 내밀면)
준영 : ....(민희 보고 있던 눈가가 그렁해지는, 눈물참고, 민희의 손을 잡고, 다른 데로 시선을 돌리는)
민희 : (준영 안쓰레 보다) 촬영버스가 늦네요. (하고, 핸드폰하며) 어딥니까? 다 왔다구요? 다, 어디요, 어디? (하다, 오는 촬영차
보고) 으아...디뎌 왔구나, 눈물 나는 나의 동료들이..(하고, 전화 끊고, 차에서 내리는 스탶들에게로 가며) 오셨습니까?!
준영 : (맘이 넘 아픈)
씬9. 윤영의 거실, 낮
민철, 무릎을 꿇고 걸레질을 하고,
윤영, 사과를 먹으며, 아이스크림을 가져나오면서,
윤영 : 무슨 걸레질을 한나절을 해?
민철 : (걸레질만하며, 편안하게) 절에서 스님들은 하루 진종일도 걸레질을 한댄다, 바닥을 닦는 것뿐만 아니라, 마음을 닦는 거지,
드럽고 혼란스런 마음을 싹싹.
윤영 : (웃으며, 한쪽의자에 앉아) 또 내가 뭘 잘못했나보네?
민철 : (보면)
윤영 : (사과 먹으며, 아무렇지 않게) 늘 그렇잖아, 우리 사이가. 나는 죄가 죈지도 모르고, 매일 뭔가 잘못을 저지르고,
자긴 그런 날 계모처럼 혼내고 꾸짖고, 이번엔 또 뭐가 맘에 안들어?
민철 : (웃으며, 따뜻하게) 고쳐줄라고?
윤영 : 들어보고?
민철 : 고친답시고, 용쓰다, 힘들다고 투덜대지 말고, 관둬, 내가 너한테 맞추고 살테니까. (하고, 의자에 앉는,
한쪽에 놓인, 책을 무심히 드는)
윤영 : 힘들면 말해, 고칠 생각 있어. (웃고, 아이스크림을 수저로 떠서, 민철에게 입에 가져다 대는)
민철 : (아이스크림을 받아먹고, 책<까뜨린 M의 성생활이다>을 들어보고, 맘에 안들게 윤영을 보는) 이런 책은 왜 읽어?
윤영 :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편안하게) 내가 하는 짓이 다 맘에 안들지? 만나는 사람, 하는 일, 옷차림, 말투, 그리고 읽는 책까지.
민철 : (웃고) 이 책 읽을 거 없어. 읽지 마. 작가가 골이 비어도 한참 비었든데,
윤영 :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름 그 여자도 지성인이거든.
민철 : 언제부터 지성의 기준이 방만한 섹스가 됐냐? (하고, 윤영의 아이스크림을 뺏어먹으며) 오늘은 이 남자 낼은 저 남자,
그저 밤이고 낮이고... 남자랑 엉켜서.. 이것도 책이라고..그렇게 산게 뭐 대단한 자랑이라고..책까지 써가며..
도저히 못 읽겠어서 읽다 패대길 쳐버렸다.
윤영 : 난 그 책 좋던데. 아..(하고, 입을 벌리면)
민철 : (아이스크림을 주며) 뭐가 좋아?
윤영 : 그 여자가 자기 분술 아는 거. 그 책에..이런 대목이 있다. 어느 날 그 여자가 남자친구 몰래, 다른 남자랑 잔거야.
불행히도 남자친구가 그걸 목격했지. 그리고는 분노에차 여잘 반죽게 팼어. 여자는 입이 터지고, 얼굴의 광대뼈가 무너지고,
다리가 꺾이고..한밤중에 그 몰골로 거릴 걸으면서 여자가 이렇게 썼어...확실하진 않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야...당연하다,
그의 입장에선. 난 맞아도 싸다. 포장, 치장, 변명 없이, 깔끔하게 인정하는 자세. 어떤 인간이 그럴 수 있겠어, 놀랍지 않아?
민철 : 인정하면 뭐해, 그 짓을 하지 말면 되지.
윤영 : (웃으며, 아이스크림 먹으며) 사람들이 전부 김민철 같을 순 없어.
민철 : 알아.
윤영 : (수저로 민철의 머릴 치며, 웃으며) 여기로만 알지? 여기로만,
민철 : (아픈) 아프다.
윤영 : (아이스크림만 먹으며, 민철 안보고) 아무리 (고갤 갸웃갸웃해가며)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해봐도
난 죽음 지옥 갈 거 같애.
민철 : ?
윤영 : (민철 보며) 자기는.. 천당 갈 거 같고.
민철 : (보면)
윤영 : 만약 자기가 천당 가서, 지옥을 내려다보는데 내가 거기 있으면, 하느님한테 좀 말해줄래? 사실 윤영이란 애가
사람들이 아는 것처럼 그렇게 나쁜 애만은 아니라고? 돈 벌어서 옷 사고, 다이아도 샀지만, 기부도 그런 대로 많이 하고,
좋은 캠페인도 나가고, 그랬다고, 그러니까 좀 봐달라고, 응?
민철 : (수건으로 윤영의 입가를 닦아주며) 그딴 말 갖지도 않은 말하지 말고, 죄를 짓지 말어.
윤영 : (낄낄대고, 민철을 치며, 웃는)
민철 : (같이 웃으며) 좋댄다, 에우. 에우..(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씬10. 달리는 연희의 차안, 낮
연희, 운전하고, 지오, 대본을 보며,
연희 : 그 대본 찍을라, 새 드라마 준비할라, 정신 하나도 없겠다.
지오 : (대본 보며) 저녁에 만나서 맥주 한 잔 할래? 낮씬 두개, 밤씬 두 개 찍고, 배우 미팅 끝남 한, 열시 될 건,
연희 : (어이없단 듯 웃으며) 야..속보인다, 나랑 연애 할 땐 밤씬 세 개면 새벽까지 간다고, 내가 만나자 만나자 애가 타게 그래도
절대 사양이드니... 이제 친구 되니까, 촬영에 미팅까지 하는데도, 시간이 나셔?
지오 : (편안하게 웃고, 연희 보며) 그래서 니 남편은 정말 이제 지나간 엑스가 된 거야?
연희 : 넌 할 말 없음 꼭 그 남자 얘길 하드라. 지나간 얘기 관두고, 준영이한테 넌, 어때? 엑스야?
지오 : 봤잖아. 무슨 말이 더 필요해. 근데... 너 변했냐?
연희 : (앞만 보고, 운전하며) 왜?
지오 : 너무 편해서.
연희 : (깔깔대고, 웃는) 너랑 나랑은 진짜 엇박자다. 난 지금 니가 넘 불편해 죽겠는데.
지오 : (어이없이 웃으며) 내가? 내가 뭘 어떻게 했는데, 불편해? 내가 널 만지길 했냐, 꼬집길 했냐, 욕을 하냐?
싫다는데 끌어안길 했냐? 뭐가 불편해?
연희 : (웃으며, 운전하며) 그러게, 그렇게 말하니까, 뭐 별로 불편한 짓 한 게 없네.
지오 : 임마, 예전에도 지금처럼 그렇게 쿨하고, 멋지게 나왔어봐, 그럼 내가 너랑 왜 헤어졌겠냐? 에으..전엔 그냥, 바쁘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보자 보자 그러고, 만나자 그러고, 전화하고, 찾아오고, 그러니까 내가 질리지.
연희 : 그땐 내가 널 잘 몰랐지.
지오 : 너랑 나랑 하루 이틀 봤어? 사랑한다 말하고 본 것만 몇 년이거든? 그런데 그땐 몰랐어요? 너 바보예요?
연희 : (웃으며) 니 말 듣고 나니까, 조금 그런 것도 같은데..나랑 헤어진 덕분에 너 준영이 만났잖아. 그럼 고마워, 해야지, 아냐?
지오 : 고맙긴 커녕 상처만 가득하다, 임마. (하고, 창을 내리고, 바람맞으며, 하늘을 보는데)
하늘이 한쪽에 커튼이 쳐진 것 같은,
지오, 눈을 부비고, 다시 하늘을 보는, 눈이 왜 이런가 싶다.
지오 : 오늘밤에 맥주먹자. 얼음에 얼린 시원잔으로 천CC를 그냥 꿀꺽꿀꺽..맛있겠다.
씬11. 규호의 촬영장 몽타주, 낮
해진, 영웅 함께, 얼굴에 온통 피투성이가 되어서는 칼싸움을 하는, 두 사람의 화려한 칼솜씨가 컷컷으로 보이고,
결국엔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고 있는,
카메라, 화면을 벌리면, 카메라 한대, 두사람 사이를 빙글빙글 돌고 있는, 다른 한대는 풀샷이다.
준영, 규호, 각각 모니터를 보고,
규호 : (유심히 보며, 맘속으로 숫자를 세고) 캇! ..야, 야, 안되겠다, 안되겠어, 작위적이든 어쨌든, 바람 좀 불게해라, 바람바람!
수경, ‘바람, 바람’하며 뛰어가고, 스탶들 선풍기를 들고 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코디들, 분장들 배우들의 화장을 고쳐주고,
규호 : (스탶들 움직이는 것 보다, 준영에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준영 : 가만 보면, 적은 늘 곁에 있단 게 신기해서. 드라마가 거짓말이 아냐. 남매가 저렇게 만날 줄 누가 알았겠어.
규호 : (웃으며) 드디어 내 드라말 사랑하게 됐군.
준영 : 내 드라마? 우리 드라마. 지만 찍었나.
규호 : (웃고) 수경이랑은 잘 되냐?
준영 : (선풍기설치를 돕는, 수경 보며) 쟤랑 확 사궈버릴까? (보며) 어떻게 생각해?
규호 : 가지고 놀기엔 괜찮지.
준영 : 사람 가지고 논단 말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하니?
규호 : 그럼 쟤랑 안놀고, 뭐하게? 살게? ..(여자처럼) 어우, 미친 지지배. (하고, 일하는 쪽 보며) 빨리빨리 움직여라, 빨리!
준영 : (일하는 스탶들에게) 거기 노닥거리는 사람들 누구니, 시간 없어?!
* 점프컷 1. >>
선풍기 바람 불고, 카메라, 두 사람 사일 돌고, 풀샷을 잡는,
준영 : (모니터 보며, 답답한) 캇! (카메라 쪽 대고) 선풍기 걸렸잖아! 뭐하는 거야?!
스크립터 : (해진에게) 공분이 더블 액션 튄다!
준영 : (답답한) 야, 공분! 아깐 칼 왼손이 먼저였잖아! 왼손잡고, 오른손, 손잡이 아래서 15센티 정도! 얘가 정신이 있어 없어,
더블액션을 왜 그렇게 놓쳐!
해진, 당황해, 칼을 이렇게 잡았다, 저렇게 잡았다하면,
준영, 벌떡 일어나 해진에게 가서, 칼을 잡으며,
준영 : 이렇게, 이렇게! 그리고, 머리도 틀렸잖니, 아까는 귀 뒤로 머리가 내려 왔잖아!
* 점프컷 2. >>
카메라, 규호, 민희, 수경 쪽으로 가면,
수경 : (준영 보다, 웃고, 옆의 민희에게) 주준영 오늘 왜 저렇게 예민하냐?
민희 : (밉게 보며) 상관하지 마시지요.
수경 : (팰 듯) 콱!
규호 : (웃으며, 수경 보고) 난 알지.
수경 : (보면)
규호 : 쟤가 너한테 맘이 있는데, 말하기가 좀 그런가 보드라.
민희 : 왜 쓸데없는 소릴,
규호 : 뭐가 쓸데없어, 내가 들은 소리가 있는데, 내가 물어볼까,
그때, 스탶, 박수치며, ‘촬영 들어갑니다!’ 하고 소리치는,
준영, 이미 제자리로 간,
수경 : (규호에게) 진짜 주준영이 나 사귀고 싶다고 그랬어요? 진짜?
민희 : (버럭 앞을 보고 소리치는) 촬영 들어갑니다, 촬영!
그때, 카메라, 한쪽으로 가면, 밭일을 하던, 지오부, 고갤 쑥 빼고, 촬영장 쪽을 보는,
지오부 : 저거 뭐냐?
지오모 : (지오부 옆에서, 일하며) 뭐가, 뭐야?
씬12. 지오의 촬영장, 지하철 안, 낮
*지오의 촬영장면, 점프컷>>
민숙(12부와는 다른날), 남자와 몇몇 사람들, 오는 전철에 타고, 전철문 닫히면,
민숙, 서서 손잡일 잡고, 그 뒤에 남자가 편안하게 작게 미소지으며, 민숙의 손잡이 위에 봉을 잡는,
그리고, 전철이 떠나는,
지하철, 밖에서 그 장면을 찍던, 지오, 모니터를 보며 말하는,
지오 : 캇!
스탶들, 무전기로 기관사에게 ‘전철 세우세요, 전철!’ 하는,
씬13. 버스정류장, 낮
일우, 처량 맞고, 한쪽에 서서 옆의 젊은 남녀가 서로 핸드폰을 보며, 서로 보겠다고 장난을 치는,
일우, 그들을 이쁘게 그러나 서글픈 눈빛으로 보다 한쪽으로 고개 돌리는,
일우의 행동 한 컷마다, 지오의 캇소리와 카메라 이동이 보여지는(한 씬에서 캇을 하며 카메라의 이동을 보여주는),
지오, 마지막, 일우의 모습을 보며, 맘 아픈,
지오 : (모니터 보다) 캇!...(하고, 가서, 일우 옆에서) 선생님, 이제 시선 (주먹으로 시선 잡아주는) 이쪽으로..
그때, 한쪽에 있던 민숙 오며,
민숙 : 내가 설게.
일우 : (민숙에게) 고맙다. 너 찍을 때 내가 집에 안가고, 해줄게.
민숙 : 가면 죽지.
지오 : (좋은, 민숙의 어깨를 잡고, 애교떨듯) 고맙습니다, 선생님. (하고, 모니터로 가며) 자, 다시 들어갑니다.
* 점프컷 1. >> 버스정류장, 낮.
일우, 고개 돌리다, 민숙을 서글프게 보는 장면과, 민숙, 일우를 보며, 눈가 그렁해지는 장면, 컷컷으로 가는,
지오 : (모니터보다, 스크립터에게, 작게 말하는, 눈가 그렁해 감동받은) 두 분 봐라, 카메라만 들이대면 그림이다..
내가 미친다, 미쳐. (하고, 크게) 캇! (하고, 박수치고, 스탶들 모두 박수를 치며, 우우우 해주는)
일우 : (민망하고, 좋은) 아이고, 왜 그래.
민숙 : (그런 일우를 보며, 서글픈 웃음, 멋쩍게 짓는)
지오 : (기분 좋게 박수를 치며, 그런 민숙을 보고, 의아한)
씬14. 지오의 시골집으로 가는 길 + 집안, 낮
스탶들, 민희, 다들 신이 나서 가는, ‘오늘 저녁은 포식하겠네, 삼겹살은 구워주시겠지? 난 삼계탕이 좋든데?,
야, 주는 대로 먹어, 나는 빵 이랑 우유 아님 뭐든 좋다’, ‘난 김밥 아님 다 좋아!’ 하며, 신이 난,
규호, 해진도 가는,
해진 : (규호에게) 어쩜 밤 촬영 없는 날, 딱 맞춰서..난 밥 두그릇 달래야지.
규호 : (웃으며) 살찌면 죽는다.
해진 : 네.
규호 : 말 잘들어, 이쁘다. (집으로 들어가며) 어머니, 밥 줘요!
해진 : (그런 규호 보며, 좋은)
스탶들 마당으로 들어서며, ‘와!’하고 서로 좋아, 손뼉을 부딪히고,
마당으로 가면, 지오모와 아줌마1, 2, 부침개를 하고, 지오부와 동네사 람들 1, 2, 가마솥에서 닭을 휘저으며, 신이 난,
지오모 : (일어나 낮으며) 아이고, 어여 와요, 어여!
지오부 : (땀을 흘리며, 가마솥의 닭을 주걱으로 휘저으며) 다, 아들놈 같은데 와요는 무슨, 어서 와라! 어서!
스탶들, 뜨거운 부침갤 손으로 먹느라 난리가 난,
지오모 : (웃으며, 평상 가리키며) 아이고, 손 디네, 손 디어..일단 저기들 앉..(이상한, 부침개 먹는 민희에게) 그 아가씨는 안와?
민희 : (부침개 먹으며, 뜨거워하며) 누, 누구 말씀이..
지오모 : (어색하게) 그 왜 키 이만하고, 귀여운...왜, 있잖아..여자감독..(불쑥, 생각난) 준영이?
씬15. 시골 구멍가게 평상, 낮
수경, 짜증나게 앉아있고, 준영, 가게 안에서 빵과 우유를 고르다가, 수경을 내다보며,
준영 : 야, 넌 뭐 먹을 거야, 카스테라? 초코파이?
수경 : (짜증난) 몰라!
준영 : (어이없는) 왜 짜증이야?
수경 : (안보고, 버럭) 카스테라!
준영 : 우유는? 바나나? 초코? 딸기는 없는데, 흰우유?
수경 : (밉게 보며, 떼쓰듯) 가∼자! 지오형∼네 가자, 어? 밥 한끼 먹는 게 무슨 신셀 지는 거냐? 형이랑 우리랑 얼마나 친한데?
형네 엄마도 신세진다고 생각 안 해! 엄마가 먼저 오라잖아, 가∼자?
준영 : (답답하게 보며) 말해, 초코, 바나나, 흰 우유 중에 뭐야?
수경 : 초코, 바나나, 흰 우유 뭐가 달러? 싹 다 재수 없는 우유지?! 안 먹어!
준영 : 먹지마라, 니 배고프지 내 배고프냐? (하는데, 그때, 전화 오는)
수경 : (떼쓰는) 준영아.
준영 : (전화 받으며) 김군, 왜?..뭐라고, 야야, 그러지마..그러지(하다가, 어색하게 웃으며) 아..네, 어머니.
수경 : 가자, 우리 가서, 닭 먹자? 어?
준영 : 아니 저 그게요, 제가..낼 촬영할 분량이 많아가지고, (수경보고, 조용히 하라 눈치주고) 저도 가고 싶은데,
수경 : (전화 뺏어, 달아나, 차로 가 시동 걸며) 엄마! 닭이야, 삼겹살이야?! 이런..토종닭? 엄마, 엄마, 우리 곧 가요, 가,
그래 간다고! 그러니까 닭 다 먹지 말어, 어?! 알았어요,
준영 : (서둘러 와서, 수경에게 그러지 말라고, 때리며, 전화 끊으라고 하는)
수경 : (전화 안뺏기려, 피하며) 그럼요, 준영이감독님 모시고 곧갈게요. 그래요, 갈게. (하고, 전화끊고, 준영보며, 좋은) 게임오버!
준영 : (수경 때리는) 에우, 에우, 에우!
수경 : (아픈, 피하며) 악, 아퍼, 아퍼!
씬16. 지오의 시골집 앞, 낮
지오모, 지오부, 문 앞에서 차가 오나 안오나 보다, 차를 보고 좋은,
지오모 : 어여 와라, 어여! (하고, 달려가, 수경과 준영을 맞는)
수경 : (차에서 내리자마자, 지오모 볼에 뽀뽀를 하고) 엄마, 닭은?
지오모 : (손가락을 펴며) 세 마리 숨겨놨어.
수경 : 흐흐흐. (하고, 가서, 지오부 안고, 몸을 흔들며) 아부지, 아부지..
지오부 : (뒤통술 치며) 남잔 관심 없어, 새끼야, 가서 닭이나 쳐먹어.
수경 : (거수경례하며) 네! (하고, 집으로 들어가는)
준영 : (맘이 선뜻 나지 않는, 주춤거리며, 차에서 나와, 지오모와 지오부에게 인사하는) 안녕..하세요?
지오모 : (손을 잡고, 이쁘게 보며) 더 이뻐졌네. 일찍 오지, 김치전 다 식었는데,
지오부 : (와서, 준영을 잡는, 지오모의 손을 잡아빼며) 김치전식었음 다시 데피면 되지. 어여, 가, 데펴. (하고, 지오모 데리고가는)
준영 : (어색한, 주춤거리며 두사람 따라가는)
지오모 : (제 팔을 잡은걸, 빼려하며) 왜 그래, 같이 좀 걷게, 이 팔 놔요.
지오부 : 격을 지켜. 젊은 애들은 늙은이들 치대는 거 싫어라해, 애들 그리 키워 보고도 몰라?
지오모 : (준영 돌아보고, 지오부에게) 내가 치댔어?
준영 : (답답한, 걸어가는)
씬17. 식당, 밖
식당 안에는, 일우와 스탶들이 반주를 하며, 식사를 하고 있는,
민숙, 식당 밖, 파라솔 의자에 앉아있고, 지오, 안에서 컵에다 커피를 두 잔 가지고 나오며,
지오 : (좋은) 선생님 커피 드세요.
민숙 : 난 인스턴트 싫어해.
지오 : 아..그럼 제가 다..(하며, 한 컵에 다른 커피를 부으려하는)
민숙 : (컵을 잡으며) 내가 언제 싫댔지, 안먹는댔니? (하고, 마시는)
지오 : (웃으며) 아부 아니고요, 저 오늘 선생님한테 반했습니다.
민숙 : (보면) ?
지오 :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젊은 남자배우랑 있을 땐 그게 현실인거처럼 조금 설레게,
정일우 선생님하곤 또 그게 진짜 삶인 것처럼 아프게..신기해요?
민숙 : 이 바닥에서 배우생활 삼사십년하며 그만도 못하면 죽어야지.
지오 : (껄껄대고, 웃고) 선생님은 왜 그렇게 투덜대세요?
민숙 : (보면)
지오 : 재산 있으시지, 명예도 있으시지, 인기도 있으시지, 세상 부러울 게 없는데 늘 뵈면 별로 그닥 행복해 보이시질,
민숙 : 재산, 명예, 인기 있음 다 행복해? 누가 그래? 인생이 그렇게 단순하다고?
지오 : (어색한 웃음) 뭐..누가 그런다기보다..(준영모 생각나는) 그냥 강남에 빌딩이 십층 넘는 게 한 두어 채 있고....
속 썩이는 자식 없고...맬 쇼핑이나 하며 살면 ..좋지 않나.
민숙 : 돈밖에 없고, 살가운 자식은 커녕 속 썩이는 자식도 하나 없고, 맬 쇼핑 밖에 할 게 없다고 생각하면?
지오 : ?
민숙 : (차 마시고 가며, 혼잣말처럼) 그렇게 인간에 대해 편협해서, 무슨 인생을 논하는 드라말 만들겠다고..
지오 : (준영모가 생각나는)
준영 : (N) 두 사람이 만나 두 사람이 헤어지고나면 모든 게 제로로 돌아가야 하는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씬18. 지오의 시골집 안, 밤
규호와 수경, 지오부와 동네사람들1, 2 스탶들, 배우들이 어울려서 윷놀이를 하는,
수경, ‘걸이다, 걸! 그래!’ 하고 윷을 던지면, 걸이 나오고, 민희, 말판 놓으며, ‘업어갑니다!’ 하며 신이 났다,
준영, 한쪽에서 시계를 보면, 지오모, 문 열고 준영을 부르는,
지오모 : (작게, 주변 눈치 보며) 준영아.
준영 : (보면) ?
지오모 : (손짓을 하며) 이리와봐봐. (하고, 가는)
준영 : (답답한, 따라가는, N) 애인과 헤어진 것도 가슴 아픈 일이지만, 그걸 모르고 아이처럼 나를 보고 좋아라하는
이 어른들을 보는 것도 만만찮게 힘이 들다. 남도 아니고, 내부모도 아니고, 그렇다고 이젠 사랑하는 애인의 부모도 아니고,
씬19. 시골집 부엌, 밤
지오모, 아궁이에서 감자를 꺼내, 까는,
준영, 그런 지오모를 물끄러미 보는,
준영 : (N) 모든 게 끝나버린 애인의 부모는 정말 어떻게 대해야 하는 건지, 예상치 못한 이별의 후유증이 곳곳에서 난무한다.
지오모 : 우리는 감자농사를 안져서, 감잘 동네서 얻어다 먹어가지고..집에 있는 게 몇 개 안돼, 다는 못주고, 준영이만 줄라고..
(감자를 뜨거워하며) 으, 뜨거, 뜨거..
준영 : (어색한) 제가 까먹을게요..(하다, 잡다가, 뜨거운, 놓치며, 큰소리로) 아..뜨거.
지오모 : (감자를 까며, 웃으며) 내가 집는다고 준영이가 못집지, 나는 손가죽이 나뭇가죽인데,
준영 : (지오모의 손을 보며, 짠한)
지오모 : (입에 대주며) 뜨거, 잡지 말고 그냥 먹어.
준영 : (작게 웃고, 한입 베어 물고, 후후 거리며, 맛있어하는) 맛있어, 맛있어.
지오모 : (좋고)
그때, 지오부, 식혜를 한 그릇 가지고와 옆에 놓으며,
지오부 : 식혜다 마셔라.
준영 : (뜨거운 김에 벌컥벌컥 마시는)
지오부 : 무슨 다들 뱃속에 거러지가 들어앉았는지, 큰 도가지로 한 도가질 담갔는데, 다 쳐먹고, 그거 한 그릇 남았네.
니 시어머니 될 사람이, 다른 건 몰라도 식혜는 남 부럽지 않,
준영 : (먹다가, 그 소리에 켁켁대는)
지오모 : (준영의 등을 쳐주고) 천천히 먹지.
지오부 : (준영이 귀여운) 꼭 애기 같네. 저래서 애 낳겠어.
수경 : (달려와) 아부지. 윷 던져요! 손규호네, 말을 세 개나 업었어, 빨리 와, 빨...어, 근데 쟤 뭐먹어? 나는 안주고..
지오부 : (놀라, 수경을 밖으로 밀며) 여긴 먹을 거 없어, 가라, 가!
수경 : (밀려나가며) ...
지오모 : (좋은, 감자 까주며) 하나 더 먹어.
준영 : (받으며, 어색한 웃음 지으며) 근데요, 제가 어, 머니..지오선배랑 안사귀는데.
지오모 : ?
준영 : (어색하고 미안한) 그냥 친한 선후배예요, 대학도 같이 나오고, 어쩌다 보니까, 회사도 같이 다니고..
지오모 : (풀죽은(?), 눈치 보며) 지오도 아니라고 그러긴 하든데...
준영 : (보면)
지오모 : 자꾸..아니라 그러면서도 니가 인상이 어떠냐고 묻고, 니 얘기만 나옴 웃고 그래가지고..
나는..이놈이 맘에 없는데 이러진 않지, 맘에 있으니까 이러지 싶었는데, 정말.. 아냐?
준영 : (어색하고, 맘 아픈) 네.
지오모 : (서운한) 그러구나..(어색하게 웃으며) 그래도, 뭐 지오랑 친하니까, (감자를 턱으로 가리키며) 그거는 먹어.
(식혜 주며) 이것도.
준영 : (맘 아픈) 네..(하며, 먹는)
씬20. 지오 시골집 건넌방, 밤
남자스탶들, 방을 치우거나 하고, 수경, 잘 옷으로 갈아입고 있는,
규호, 대본을 보며, 옥수수를 먹으며, 문지방에 앉아있는 준영과 얘기를 하는,
준영 : (답답하고, 화난) 염치 좀 있어라, 없는 시골집에 빈손으로 와서, 그렇게 거하게 뜯어먹었음 됐지,
뭐 이젠 잠까지 자고 가자고?
스탶 : (걸레질하며, 웃으며) 주감독님, 우리집도 시골이라 아는데, 시골어르신들은 젊은 애들 이렇게 오는 거 좋아해요.
준영 : 말대꾸 하지 마! (규호에게) 가자. 여관 빌려놨잖아.
수경 : 그거 취소한지가 언젠데, 야, 그리고 지금 촬영경비 난리야. 숙박비 세이브 시켜서, 보조출연 좀 더 쓰면
그림 화려하고 좋잖아,
준영 : 그림은 니가 망쳐! 그리고, 너는 왜 맨날 돈타령이야? 너 촬영비 삥땅쳐? 회사에서 이렇게 궁상떨 만큼 돈이 안나오는 것도,
규호 : (답답한, 준영보며) 돈이 안나와. 궁상떨게끔만 돈이나와. 너도 조연출하면서 돈써봐서 알잖아. 그리고 너 선배, 선배하면서
지오 좋아하잖아, 그럼 지오부모님도 좋아해야지, 날 봐, 지오 좋아하니까, 부모님도 좋아! 좀 배워!
준영 :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가자 좀!
수경 : (바지지퍼를 만지며) 야, 나 지금 이거 열거거든. 너 좀 가. 어?
준영, 수경 보다, 옆을 보면, 다른 스탶들도 옷을 들고, 준영을 보는,
준영 : 아우, 짜증나! (하며, 방문을 쾅 닫는)
수경 : 저, 싸가지.
규호 : (웃으며, 수경에게) 너는 쟤 좋아하는 거 맞냐? 임마, 좋아한다면서, 말을 어떻게 그 따위로 하냐?
수경 : (바지 벗고, 갈아입으며) 모르는 소리 말어요. 주준영같은 애는 남자가 좋아한다고 들러붙음 ‘앗 뜨거라’ 하고
도망갈 스타일이야. 그저, 그냥, 싫어하는 거처럼 박박 긁어줘야 사람을 만만히 안보고, 지가 애가 타서, 달라붙지.
두고 봐요, 나중에 쟤 나 땜에 울걸.
스탶들 : (낄낄대며, 웃고) 형..넘 하다..
규호 : (수경 보고, 웃으며) 야, 원조또라이, 난 니가 운다에, 돈 건다.
스탶들 : 나도, 나도,
수경 : (스탶들에게 팰 듯, ‘콱!’ 하고, 규호 째려보며, 손으로 엿먹으란 시늉하며) 이거나 먹어.
씬21. 지오의 시골집 앞, 밤
준영, 집에서 나와, 차로 가서, 차문을 열고, 그때, 민희, 잠옷차림으로 뛰어나와, 준영을 잡으며,
민희 : 그냥 하루 잡시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어른들 이부자리 까는 틈을 타서,
준영 : (차에 키 꼽고, 시동 걸며) 너나 들어가 자, 너나.
민희 : 제가 선배 맘을 모르는 게 아닌데 이 시간에 시내까지 나갈라면..어, 참.. 기름?
준영 : (기름메타를 보면, 아주 바닥이 난, 민희에게 발버둥치며 소리치는) 내가 정말 미쳐?! 너도 생각을 해봐, 내가 지오선배랑
헤어지고 선배부모 보고 싶겠니? 그것도 그냥 보는 것도 아니고 한방에서 살 부비고 같이 자고 싶겠어?! 기름 떨어졌다고
내가 기름 넣으라고 그렇게 말을 했는데, 쌩까고?! 니가 내 친구야, 웬수야?! 내가 진짜 미쳐, 미쳐!
씬22. 지오의 시골집 방안, 밤
지오모, 민희, 여자스탶들 쪼그려 자는, 준영, 잠이 안오는, 뒤척이는데, 그때, 전화오고, 전화를 받는,
준영 : (작게) 어? 엄마, 왜? (귀찮은) 또 뭔데? (하고, 나가는)
지오모 : (자다가, 뭔가 싶어, 나간 준영을 보는)
씬23. 지오의 시골집안, 거실, 밤
준영, 방에서 나오며,
준영 : 무슨 말이야? 야밤에 전화해서.. (사이, 답답한) 촬영하는 사람이 촬영장이지, 어디야?
준영모 : (F) 너 그 선배란 애랑 헤어졌어?
준영 : (답답한, 툇마루에 쪼그려 앉아) 왜? 이 야밤에 그게 갑자기 궁금해요, 왜?
준영모 : (F) 묻는 말에나 대답해, 헤어졌냐고?
준영 : 아니-야. 왜?
씬24. 카페 밖 + 안, 밤
준영모(목에 지오가 준 스카플한), 친구1과 그 외 두어 명 카페 안에서 맥주를 마시며 전화하는,
준영모 : 안 헤어졌는데, 걔는 왜 이 시간에 너 말고 딴 여잘 만나고 있어?
카메라, 준영모와 바깥쪽에서 지오와 연희가 술잔을 부딪히며 술 마시는 모습을 한꺼번에 잡는,
씬25. 지오의 시골집 마루, 밤
준영모 : (F) 여기 압구정에 엄마 잘 오는 술집인데, 니 선배가 딴 여자랑 와서 술 마시고 있어. 무슨 일이야?
준영 : (답답하고, 속상한, 심호흡하고) ...
준영모 : (F) 준영아.
준영 : 그, 그냥...일로 만나는 거야. 모른척하고, 가. 그리고 밤에 술 마시지 말어, 아줌마들이 몰려다니면서...뭐하는..
알았어, 이번 주엔 갈게. 그리고, 엄마, 정말 부탁하는데, 선배 아는 척 마. 엄마친구들하고 술 마시는 거 선배한테
보이지 말라고, 내 체면 좀 살려주라고, 알았지? ..네..네..(하고, 끊고, 잠시 생각하다, 지오에게 전화를 하는)
지오 : (F) 왜?
준영 : 거기서 지금 나와.
씬26. 카페 밖, 밤
지오, 연희와 맥주를 마시고 있고,
지오 : 무슨 말이야?
연희 : (술 마시다, 지오를 보는)
* 화면분할 1. >> 시골집 마당의 준영+ 청담동 카페의 지오, 밤.
준영 : 청담동이지? 지금 거기 울엄마 있어.
지오 : (순간 놀라, 주변을 두리번거리면, 준영모네 안보이는(계산하러 간)) 어디?
준영 : 엄마가 전화해서 선배가 여자랑 있는데, 헤어졌냐고 물어서 아니라 그랬어. 불과 며칠 전에 울엄마 만나, 나 달래놓고,
딴 여자랑 낄낄대는 선배를 내가 어떻게 엄마한테 알아듣게 설명을 해야할지 몰라서 그런거니까, 내가 거짓말한 거
시비 걸지 마. 그리고 난 지금 있잖아, 선배네 시골집에 와있어.
연희 : 누구?
지오 : (손사레치며, 긴장한) 뭐라구?
준영 : 나도 몰랐는데, 우리 촬영지가 선배네 시골이드라고. 규호선배랑 수경이가 나서서..여차저차해서 저녁식사 대접받고
잠자리까지 제공받는 중이야. 길게 말하기 싫어. 선배네 엄마 아부지께서 나보고 선배 만나냐 그래서, (맘 아픈) 아니라
그랬어. 그래도 안 믿는 눈치시긴 하지만, 어쨌든...선배 너랑 헤어진 건 헤어진 거래도 어른들한테 참 못할 짓이다, 싶다.
(맘 아픈, 빠르게) 한번만 더 물어. 우리관계, 다시 뒤로, 백하기.. 싫지?
지오 : (맘 아프고, 속상한, 버럭) 너는 거길 가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냐?! (하고, 전화를 탁하고 끊는)
준영의 멍하고, 맘 아픈, 화면분할 사라진,
지오, 답답해, 한숨 쉬고 고갤 돌리는데, 무심히 한쪽 주차장을 보게 되면,
준영모, 친구들과 차를 타며, 지오와 눈이 마주치고,
인써트 - 11부 43씬, 스카프 사주던 지오.
지오, 순간 시선을 다른 데로 옮기는, 준영모, 조금 서운하게 스카플 만지고, 지오를 보며, 차에 타서가는,
지오, 속상한,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는, 연희, 그런 지오를 걱정스레 보는, F. O.
씬27. 준영, 규호의 촬영장 산, 낮
준영, 규호, 스탶들 장비 들고 걸어가는,
준영, 생각이 많은,
씬28. 지오의 바닷가, 촬영장, 낮
모닥불이 피워진, 민숙, 젊은 배우의 무릎에 누워있는,
지오, 모니터를 보며, 헬리캄이 떠서, 부감으로 잡고 그리고 바다로 가는 모습을 촬영중인
지오 : 캇! (촬영감독에게) 형, 카메라 좀 더 높이, 다시 파도까지 한번 더 갑시다!
헬리캄 촬영모습이 보이는,
지오 : (힘있게) 바다로 좀더 좀더..오케이, 캇!
* 점프컷 1.>> 지오의 바닷가, 촬영장, 낮.
카메라, 두 사람의 걷는 모습을 잡기위해, 레일을 깔고 있는,
지오 : (답답하고, 속상한) 안그러긴 뭘 안그래? 여관방에 가 편하게 잘 사람들을..그 좁은 집에서..굳이굳이 자라 그런 게
이미 벌써, 주책인거지... (심했다싶은, 달래듯) 참기름 주지 마, 깨도 놔두고! 사람들 싫어해, 엄마..
지오모 : (F) 알았어.
지오 : (맘 아픈) 정말, 알았어?
씬29. 지오의 시골집, 거실, 낮
박스에 고추장, 깨, 참기름 등을 담다가, 전화를 받는 중인,
지오모 : 그래, 정말..안줘. 촬영장도 안 찾아가고..그래, 준영이란 애한텐 말도 안시키고..그래, 그런다고. 끊어.
(하고, 전화 툭 끊고, 깨를 박스에 넣는)
지오부 : (눈치 보며) 지오가 뭐래?
지오모 : (속상한, 눈가 붉은) 못된 놈. 엄마나 아부지가..뭐 그렇게 주책을 부린다고...내가 지 꼬봉도 아니고 내가 왜 지 말을
다 들어야 돼...주지말래도, 나는 주고 싶으니까, 준다, 나쁜 놈아.
지오부 : (맘 짠한) 그 여자애가 귀해 보이든데, 집이 잘살아서..우리지오랑..그런가?
지오모 : 이런..옥수수 타겠네..(하고, 부엌으로 나가는)
지오부 : (가는 지오모를 보다가, 풀 죽어 박스포장을 하는)
씬30. 준영, 규호 촬영장일각, 낮
촬영하는 곳은 위, 수경이가 지오모에게 옥수수를 받아서 가는 곳은 그 아래다.
수경, 좋은, 옥수수 담긴 양동이를 이고 뛰어가며, ‘옥수수다, 옥수수! 먹고 하자!’
준영, 수경 쪽을 보면, 지오모, 풀죽어 가는 뒷모습이 보이는,
멀리 보면, 지오부, 초라하고 서글프게 앉아있는 게 보이는(지오모를 기다리는 듯),
수경 : (옥수수 들고 오며, 준영을 스쳐지나가며 말하는) 야, 어머니가 너랑 나 준다고 깨하고 참기름 가져와서, 니 차에 넣었다.
준영 : (답답한)
그때, 스탶들, ‘와 씨, 옥수수다!’ 하며, 양동이로 달려드는,
규호, 그 틈에 옥수수를 하나 집어, 준영 곁으로 오며,
규호 : 넌 옥수수 안먹냐?
준영 : (제 생각에 빠진)
규호 : (이상하단 듯, 준영을 보며) 너 어제부터 좀 이상하다, (하다가, 대본 보다, 문득) 설마 너 지오랑..
준영 : (보면)
규호 : 이상하잖아, 지오네 엄마도 너만 참기름이랑 깨주고,
준영 : (맘 작심하고, 수경에게) 양수경, 너 서울 감 뭐할거니?
* 점프컷 1. >>
수경과 민희를 포함한 스탶들, 옥수수를 입에 물거나 먹으며, ‘저쪽 좀 봐라, 이쪽에서 좀 도와’하며 지미집을 설치하고 있는,
수경 : (일하며, 돌아보며) 뭐라구?
준영 : 이번주 촬영 없는 날 뭐할거냐고?
민희, 일하다가, 수경을 보면, 수경, 땀 흘려 일하며,
수경 : (아무렇지 않은 척) 글세 뭐할까 아직 생각 안해봤는데...왜, 나랑 놀고 싶냐? 일단 서울 가서 스케줄 좀 보고 얘기하자.
(하고, 일하며, 농담스레, 민희에게) 이렇게 말함 애가 닳겠지. 그지?
민희 : (답답한, 일만하는)
준영 : (어이없이 보는)
규호 : (낄낄대고 웃으며) 주준영이 급했다, 급했어.
그때, 전화가 울리고, 규호, 전화를 받으며, 의상 고치고 있는 해진과 눈 마주치고, 윙크하며,
규호 : 네, 손규홉니다.
씬31. 윤영의 사무실복도 + 사무실안, 밤
직원 두어명, 서류박스를 들고, 한 사무실로 들어가면,
세무감사를 나온 사람들(국세청) 장부를 놓고, 언짢은 기색이 분명하게, 심각하게 장 부를 감사하고 있는 게 보이고,
직원1, 그들을 조금 불안하게 보고 있다가, 창가 쪽의 윤영을 보고, 나가는,
씬32. 윤영의 사무실복도, 낮
윤영, 복도를 지나쳐 사무실로 가며 말하는,
윤영 : (직원1 안보고, 걸어가며) 왜 한꺼번에 서류를 안가져다 드려서 일을 번거롭게 해.
직원1 : 죄송합니다.
윤영 : (직원1에게) 장해진이 연락됐어? 내가 몇날며칠 회사 들어오라고 불렀는데, 왜 연락이,
직원1 : 지방 촬영 때문에, 지금 오고 있습,
윤영 : 알았어. (하고, 자기 사무실로 가는)
직원1 : (답답한, 국세청 사람들 보는)
씬33. 윤영의 사무실안, 밤
윤영, 서류들을 보다가, 노크 소리 나고, 비서, 문을 열면, 해진과 창주가 들어오는,
윤영 : (서류보다, 리모콘으로 TV와 비디오를 켜는)
해진, 창주 뭔가 싶어, TV를 보면,
해진이가 규호를 좋다고 하는 인터뷰가 나오는, 두 사람 다, 조금 긴장한,
윤영 : (서류만 보며) 해진이는 (턱으로 TV 가리키며) 저거 보고 있고, 창주 넌 이리와.
창주 : (해진에게 눈짓으로 자리에 앉으라고 해놓고, 윤영의 옆으로 가면)
윤영 : (대뜸 있는 힘껏 옆의 책을 집어서, 창주의 머리를 연거푸 치며, 말하는) 너 정신있어, 어떻게 저딴 인터뷰를 나가게 해!
어떻게, 어떻게!
해진 : (흠칫, 놀란, 두려운)
씬34. 산타마리오 창밖, 밤
김변호사, 달래듯, 규호에게 ‘감정적으로 처리하지 말어, 아버지 입장도 있잖아’ 등등 말하고 있고,
규호, 답답한 듯, 김변호사의 얘기를 듣고 있는, 그러다, 술을 마시고, ‘알았어요, 가보세요’ 하고 가는,
김변호사, 가고, 규호, 술을 마시는, 머리를 쓸어 올리며 답답한,
씬35. 방송국 로비 + 엘리베이터 안, 밤
지오, 촬영 끝나고 급하게 뛰어 들어오며, 로비를 지나쳐, 엘리베이터쪽으로 가 엘리베이터에 민희가 타는 걸 보고,
지오 : 김군아, 잠깐만, 잠깐만..(하고, 뛰어가는)
민희 : ? (버튼을 누르고 있는)
지오, 기분 좋게 뛰어와 민희(테입을 든)를 툭 치며, ‘땡큐’ 하며, 타다가, 수경과 준영을 보고, 순간 멈칫하는,
수경 : (피곤한, 그러다 웃으며) 오마이 부라더. (하고 손을 내밀면)
지오 : (어색하게, 손뼉으로 수경의 손을 탁치고, 준영 옆에 서다, 뭔가 이상해, 옆을 보면)
수경 : (웃고, 제 팔을 준영의 어깨에 올리며) 어머니랑 통화했다며, 우리 간 얘기 들었지? 어제 정말 죽였다..
으아..삼계탕에 ..소주에...으아..김치전... 으아...
민희 : (한쪽에서 수경의 하는 작탤 멍하니, 보고 있는, 어이없고, 황당한)
준영 : (답답한, 화가나, 굳어진)
수경 : (지오에게) 근데, 형, 어떻게, 많이 피곤해 보인다?
지오 : (앞만 보며) 둘이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냐? 안무겁냐?
준영 : (앞만 보며) 견딜만해.
수경 : (웃으며) 형, 얘랑 나 사귀기로 했다.
민희 : (벙찐, 지오 보면)
지오 : (화나고, 어이없게 준영안보고) 들었다. 규호가 그러드라, 둘이 입맞췄다고.
준영 : (가만있는, 속이 타고, 화가 나는) ...
수경 : (낄낄대고, 웃으며, 준영에게) 어쩌냐, 너 이제 앞길 망쳐서.
지오 : 근데, 너 좀 조심해얄거다, 주준영이가 뭐냐..좀.. 쉽거든. (준영 안보고) 강준기랑 다시 될 줄 알았는데, 양수경이냐?
준영 : (화나는, 참고, 짐짓 편한 척) 둘 중 누가 더 나은가 재보는 중이야.
수경 : (준영에게) 강준기가 누구야?
준영 : 편집실 간다며, 4층이야, 내려.
민희, 답답한, 버튼 누르고, 밖으로 나가며,
민희 : (수경에게) 내리십시오!
수경 : (준영 보며) 야, 너 강준기가 누구야? 이게 ..야, 너 나는 너밖에 없는데, 너는 나 말고..
(지오 보며) 근데, 형은 강준길 어떻게 알어?
지오 : (수경만 보며) 얘랑 내가 친해. (준영 보며) 그지?
준영 : (안보며, 맘 아픈) 그럼.
민희 : (수경을 잡아끌며) 와요, 좀.
수경 : (순간, 끌려가며, 문을 부여잡고, 지오에게) 참 형, 담프로 나 덱고가기다.
지오 : 생각해봐서.
준영 : ?
수경 : 생각은 무슨..
민희 : (버럭) 생각해본다잖습니까! 생각해본다고, 말하는데도..정말 어으..(하고, 수경을 확 잡아끄는)
카메라, 엘리베이터 밖의 민희와 수경으로 가면,
수경 : (민희 팰 듯) 이걸 콱!
민희 : (더 크게, 똑같이 팰 듯) 이걸 콱!
수경 : (순간, 놀라, 주춤하는)
민희 : (화나, 그냥 가는)
씬36. 엘리베이터 안 + 드라마국안, 밤
지오, 준영, 나란히 가는,
지오 : (어색한) ..
준영 : (생각 많은) ...
지오 : ...(어렵게 말 꺼내는) 밥..먹었냐?
준영 : (층수판만 보며) 사랑한다, 좋아죽겠다, 온갖 말 다해놓고, 헤어질 땐 야멸차게 고만보자 그 한마디하고 돌아선 사람이..
내가 밥 먹은 게 궁금해? (보고) 장난해? (하고,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지오 : (참담한,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는)
그때, 전화 오고,
준영 : (받으며) 어, 준기씨, (어색한 웃음 지으며, 걸어가며) 미안, 미안, 내가 바빴어. 내 전화 기다렸구나.
지오 : (맘 안좋은, 준영을 지나쳐 자리로 가는)
준영 : (자리로 가서, 앉으며, 계속 전화중인, 작게 웃음 띠고, 가방에서 대본들 꺼내며) 이상하네, 목소리에 짜증이 없다..
(사이) 전엔 내가 바쁘단 말만하면 짜증내고 그러셨거든요. 뭐가 아니에요? 내가 그럼 거짓말해요.
지오 : (준영의 전화가 신경 쓰이는)
현섭 : (민철과 같이 들어오며, 지오를 탁치며) 지오야!
지오 : (버럭 소리치는) 왜 사람을 뻑하면 쳐요, 치길!
그 바람에 자리에 있던 민철, 현섭외 모든 사람들, 지오를 보는,
현섭 : (어이없는) 얌마, 내가 언제 뻑하면 너를 쳐. 너 촬영 나가서 며칠 만에 봤는데,
민철 : 생리하나보네. (하고, 가는)
지오 : 에으..정말..
준영 : (지오 보며) 좀 조용히 좀 하지, 전화하는데? (하고, 전화를 하는) 내가 낼 전화할게. 아냐, 낼은 괜찮아.
지오 : (준영 밉게 보고 일어나, 그냥 가는)
현섭 : 야, 어디 가?
지오 : 스탶회의 가요!
준영 : (그 소리가 이상한, 전화하며) 그래, 낼 봐. 알았어, 안늦게 전화할게, 수술 잘해 (하고, 현섭에게, 턱으로 지오 쪽 가리키며)
무슨 스탶 회의요?
현섭 : (자리로 가앉으며) 1월 미니 가잖아. 참 그동안 수고했다. B팀 철수라며?
준영 : (어이없는) 1월이라니 무슨 말이에요?
현섭 : 호연이 빵구낸 거. 넌 그간 회사 안들어와 모르나보구나.
그때 병욱, 들어오면,
현섭 : 야, 병욱아, 지오 스탶 회의한다는데 너는 안가?
병욱 : (짐 챙기며) 지금 갈라구요.
현섭 : 지오자식은 복받았네, 복받았어, 조연출 놈들 죄다 서로 지오팀에 들어 갈라고 아주 난리들이 나고,
손규호 때랑 어쩜 이리 다른지. (하고, 오부장자리에 있는 과자 하날 먹으면)
병욱 : 어, 아까 그거 떨어진 거 줏어논건데.
현섭 : 에이..(툇툇하며, 과잘 뱉는).
준영 : (가방을 챙기는)
씬37. 달리는 규호 차안, 밤
대리기사, 운전하고 있고, 규호, 취해서 전화를 하고 있는,
규호 : (어이없단 듯 웃으며, 괜히 시비를 붙는) 이 자식아, 니가 뭔데, 편집을 봐, 니가 뭔데? 니가 감독이야? 조감독이지!
씬38. 편집실안, 밤
민희, 수경, 편집자, 스크립터 화면을 보고 있는,
민희 : (전화하는) 편집점에 대해, 공부 좀 하라며요, 그래서 공부하잖습니까?
규호 : (F) 너 나와, 너 나와서 나랑 술 먹자.
민희 : 감독님은 돈 많아 이것저것 드셔서 힘이 펄펄 나시는지 모르지만, 전 아니거든요, 좀 잠 좀 자십시오, 잠 좀.
4개월을 내내 잠도 안자고, 귀신같이.
수경 : (모니터보며) 일 좀하게, 좀 끊으라 그래. 일 좀 하게. (모니터 보며, 편집자에게) 이거 아니고, 부감으로 잡은 거 있는데,
규호 : (F) 김군아, 야, 김군!..야, 야, 민희야.
민희 : (전화기에 대고) 감독님이 날 그렇게 애타게 부를 일이 뭐가 있으십니까? 그만 술주정하고 좀 끊읍시다!
낼 이거 안해놨다고 또 누굴 잡을라고?!
규호, ‘민희야, 여보세요, 여보야, 여보!’ 하는데, 민희, 전화를 끊어버리며,
민희 : 술만 쳐먹음 온갖 사람들한테 전화 걸어, 들들볶고, 현장에서나 지가 감독이지, 현장 밖에서도 지가 감독인줄 알고,
내 생활을 감독 할라그래, 짜증나게.
수경 : (웃으며, 민희의 머릴 흐트리며) 이거이거 승질내니까, 아주 귀엽네, 이게.
민희 : (황당하게 보면) 족 치우지?
수경 : (보며, 이상한) 족? 족이라고? (손바닥을 펴 보이며, 심각하게) 넌 이게 족으로 보이냐? 난 손으로 보이는데?
민희 : (화나, 수경의 손을 잡아, 꺾어버리는) 조잘조잘조잘.. 내가 아주 조카기집애가 옆에 있는 거처럼 시끄러, 죽겠어, 시끄러서!
수경 : 악! 악!
그때, 한쪽에 놔둔, 수경의 전화가 오는, 수경, 악소리만 치는,
스크립터, 편집자 웃으며 ‘고만해, 밤새야 되는데, 빨리 하자’ 등등 말하는,
씬39. 지오의 집 계단, 밤
지오, 걸어와, 집 문을 열려하는데, 휘파람소리가 휙하고 부는,
지오, 돌아보면, 규호, 씩 웃고 있는,
지오 : (덤덤히 보다, 시계 보면)
규호 : 새벽 한 시 좀 넘어갈 걸.
지오 : (맘에 안들게 보며) 한신데 남의 집을 찾아 오냐?
규호 : 술을 어설프게 마셔갖고, 집에 가봤자 잠도 못잘거 같고,
지오 : 촬영은?
규호 : 준영이가 워낙 빡세게 찍어대서 널널해, 낼 하루 쉴라고. 나, 술 줘라.
지오 : 맡겨놨냐, 자식아. (하고, 들어가는)
규호 : (웃으며) 안주는 뭐있냐? (하고, 들어가는)
씬40. 준영의 옷 방안, 밤
준영, 옷을 갈아입고, 주방으로 가, 물을 마시는데, 지오모가 준 박스가 눈에 걸리적거리는, 그냥 화장실로 가는,
* 점프컷 1. >>
준영, 씻고 나와서, 소파에 앉아 TV를 켜는데, 또 지오모가 준 박스가 눈에 들어오는,
준영, 일어나 박스를 베란다에 놓고, TV를 켜는데, 박스가 신경쓰이는, 다시 일어나 박스를 들고 주방 테이블에 놓고, 열어보면,
신문지로 만 참기름병이며, 고구마, 옥수수, 고추장병, 된장병, 미숫가루라고 쓴 봉지며, 깨라고 쓴 봉지가 나오는,
준영, 그걸 가만 보고 있다가, 잠시 생각하다가 전화를 하는,
씬41. 지오의 집안, 밤
핸드폰 울리고, 규호, 맥주를 마시며, 지오의 집을 이곳저곳 구경하며,
규호 : (화장실 쪽에 대고) 지오야? 지오야? 전화 왔다! 전화!
지오 : (F) 곧 나가, 받지마.
규호 : 알았어, 받을게. (하고, 웃으며, 전화 받으며) 네, 정지오,
준영 : (F) 누구세요?
규호 : (준영인줄 모르는) 저는 정지오의 절친한 친구, 손규..(하다가) 주준영?
씬42. 준영의 집안, 밤
준영 : (앗차싶은, 전화를 끊으려는데)
규호 : (장난치는, 밝은, F) 에헤이, 왜 그래? 말해, 주준영. 니 번혼데, 이거..끊지마, 끊음 내가 다시 전화해요.
준영 : (어색한, 짐짓 태연하게) 지오선배한테 뭐 물어볼 거 있어, 좀 바꿔.
씬43. 지오의 집안, 밤
규호 : (재밌는) 뭘 물어볼게 있어서, 이 깊고 깊은 한밤중에, 니가 정지오한테 전활 거냐? 뭔데? 촬영기법?
아님, 양수경과 너와의 관계에 대한 조언? 둘 다 정지오보단 내가 날건데, 나한테 묻지?
그때, 지오, 화장실에서 나오며 서둘러 ‘야, 야, 야’ 하며 뛰쳐나와, 핸드폰을 뺏으며,
지오 : 이 자식이..
규호 : (웃으며, 맥주마시며) 주준영이다.
지오 : (화난, 전화 받으며, 화장실로 가며) 왜?
규호 : (웃으며) 얌마, 그냥 전화 받어, 왜 화장실로 들어가. 냄새나게.
씬44. 화장실안, 밤
지오, 전화를 들고, 변기위에 앉으며,
지오 : (어이없는) 뭐라구?
씬45. 준영의 집안, 밤
준영, 깨봉지를 보며,
준영 : (차분한) 귀먹었어? 어머니가 주신 깨 어떻게 먹냐고?
* 화면분할 >>
지오, 답답하고 서운한 듯, 머릴 쓸어올리며,
지오 : 지금..시간이...2시가 다 되가는데..니가..나한테..
준영 : 전화해서, 깨를, 어떻게, 볶냐고, 묻고 있지. 어이없게.
지오 : (어이없이 웃으며) 아냐? 어이가 없는 일인 거는?
준영 : 알지. 근데 선배가 나한테 밥 먹었냐고 말하는 것보단 지금 이 전화가 훨 덜 어이없지 않어?
지오 : ?
준영 : 그리고, 이제 우리가.. 이런 일 말고 야밤에 전화할 일이 뭐가 있겠어. 안그래?
지오 : (준영이 그리운, 맘 아픈, 가만있는)
준영 : 나 좀..이상해지나 봐.
지오 : (짐짓 아무렇지 않게) 뭐가?
준영 : (맘 아픈, 짐짓 대수롭지 않게) 선배 너한테 배웠나..말이 자꾸 세져. 잔인하게.
지오 : (맘 아픈, 서글픈, 그리운)
준영 : 아무 말도 없으시네. 개무시 하시겠다. 깨 어떡해? 내가 먹는 건 노릇한데, 이건 하얘. 왜 그래? (맘 아픈)
어머니가 힘들게 농사진 건데, 맛있게 먹어야지.
지오 : (준영이 그리워, 울고 싶은 지경이다) 안볶아서 그래, 볶음 돼. 그리고 깨가 보기보다 돌이 많아 물에 두어 번 잘 씻어서,
노릇하게 볶아. (하고, 전화 끊고, 맘 아프게 있는, 준영의 화면이 옆으로 서서히 밀리며, 지오의 모습만 보이는)
씬46. 준영의 집안, 밤
준영, 전화 끊고, 화가 나는 걸 참느라, 후후하고 숨을 깊게 들이 쉈다 내쉈다하는, 혼란스런,
그러다, 일어나, 채소들을 냉장고에 챙기는,
준영 : (N) 혼란과 혼돈, 무질서로 불리는 카오스에도 일정한 규칙이 있다고 한다.
준영, 일하다가 전화기를 집어들고, 전화하는,
수경 : (F, 졸린) 뭐야?
준영 : (화난 듯) 너 나 낼 만날래, 말래. 시간 끌지 말고 확실히 말해.
씬47. 남자수면실안, 밤
수경 : (졸린) 시간 끌면 어쩔 건데.
준영 : (N) 그렇다면 내 지금의 이런 말도 안되는 행위를 한마디로 정의할 만한 규칙은 무엇이 있을까?
씬48. 준영의 집안, 밤
준영 : 다신 니가 보재도 안봐.
(N) 민희의 말처럼 관계연속중독증, 아님 이별이 낳은 후유증? 아니면 채인 여자의 복수? 그것도 아니면...
수경 : (F) 그럼 안되지, 낼 보자, 전화할게. (하고, 끊고)
준영 : (전화기 내리며, N) 그냥..혼돈, 그 자체? (채소를 챙기는, N) 세상에서 젤 끔직한 일은 이미 마음이 변해버린 애인에게
구걸하는 일이다. 그렇다면 나는 이제 그렇게 살지 않겠다. (눈가 붉어져, 채소를 챙기다말고, 냉장고문을 쾅 닫고,
방으로 가는데, 전화가 오는, 뛰어와 전화를 받으며, 혹시나 싶은) 여보세..?
준영모 : (F) 엄마야.
준영 : (실망하는) 어, 엄마구나...(둘이 얘기하는 느낌, 지금 잘려고, 낼이나 모레나 한번 갈게 등등 얘기하며,
답답하게 머릴 쓸어 올리며)
씬49. 지오의 집안, 밤
지오, 규호, 탁자에 앉아 맥주를 마시는,
규호, 맥주를 마시며, 덤덤한 지오를 탐색하듯이 보는,
지오 : (맥주만 마시며) 맥주를 마시든지, 잠을 쳐자든지, 말을 하든지, 가든지 해라. 재수없게 사람 얼굴 빤히 쳐다보지 말고.
규호 : (보며) 화장실에서 울다 나왔냐? 얼굴이,
지오 : (빤히 보는)
규호 : (대수롭지 않게) 관심 없어, 임마. 내 코가 석잔데, 내가 뭐 남의 일에 관심 기울일 처진 줄 아냐.
지오 : 니까짓게 무슨 걱정이 있냐? 잘나가는 아버지, 이쁜 애인, 승승장구하는 드라마인생, 대체 뭐가 불만이야?
규호 : 아버지가 잘나가서 걱정이고, 애인이 너무 이뻐서 TV에 얼굴 디미는 게 걱정이고, 드라마인생은 승승장군데,
내 인생은 엿같아서, 걱정이지. (하고, 맥주를 다 마시고, 다른 한 캔을 까는)
지오 : (보면)
규호 : (비아냥이 섞인, 지오 안보고) 울아버지가 차기대선을 준비하시지..그래서 현재는 너도 알다시피, 정당을 바꾸시고,
이미지 관리에 힘을 쓰시는 중이지. 근데, 내 애인이 TV에 나와 날 좋다고 진심어린 뻐꾸길 날린 게 화근이 된 거야.
천박하다나...(지오 보며) 헤어지랜다, 그것도 직접도 아니고, 변호사 시켜서 말을 건네왔어.
지오 : (걱정스레 보며) 아버진 아버지, 너는 너. 안돼?
규호 : 로얄패밀리들의 관곌 모르는구나? 우린 로얄이지. 로얄은 킹, 퀸, 주니어가 한 쌍이야, 카드처럼.
우린 늘 같이 놀아, 따로 놀면, 힘이 없거든.
지오 : 동생 일은 어떻게 됐냐?
규호 : 놈이 너무 가고 싶었던, 프라하로 보냈대. 눈물로 타일러서..(서글프게 웃으며) 그게 내 발목을 잡네. 내가 부탁한 일이거든.
놈을 버리지 마십시오, 놈이 해달라는 대로 해주십시오. 거기에 대한 댓가로 해진이와의 이별종용.
지오 : (가만 보는)
규호 : 나중에 울아버지 꼭 찍어라, 딜을 아주 잘해. 대권잡음 우리나라 잘 살거다. (하고, 낄낄 웃는)
지오 : (술 마시는) 나한테 너무 많은 얘길 한다. 나중에 후회하지 말고 말 아껴.
규호 : (끽끽대고, 웃는)
지오 : (안보고, 술만 마시며, 편하게) 해진이란 애랑은 그냥 노는 줄 알았는데.
규호 : 나도 니가 주준영이랑 그냥 노는 줄 알았지.
지오 : 아무 일 없었거든.
규호 : (턱으로 한쪽 가리키며) 저 사진이나 치우고 그 딴 소리해, 자식아.
지오 : (턱 가리킨 쪽, 보면)
준영을 업고 지오가 장난스레 찍은 사진이 보이는,
지오 : (사진 맘 아프게 보다, 짐짓 편하게) 다 지난일이다, 말 퍼뜨리지 마라.
규호 : (눈이 풀린) 수경이 자식 큰일 났네, 이거...왜 헤어졌냐?
지오 : ...
규호 : 난 술 먹은 담날엔 암 것도 기억을 못해. (한 캔 더 뜯으며) 이거면 아웃이야, 말해봐봐.
지오 : (대수롭지 않게) 가치관의 대립, 성격의 대립. 빈부격차와 기타 등등.
규호 : (웃고) 얌마, 뭘 그딴 걸로 헤어지냐? 나처럼 대권정도는 껴줘야, 이별을 해도 폼이 나지, 자식아.
(하고, 제 말에 제가 웃겨, 낄낄대고 웃는)
지오 : (웃으며) 니가 말하고도 니가 웃기냐, 자식아.
규호 : (낄낄대고, 웃으며) 정말 어떻게 이별의 이유가 대권이냐?
지오 : (웃으며) 건배나 해, 임마. (하고, 술 마시며)
두 남자, 자조적이게 낄낄대고 웃는, F. I.
지오 : (N) 슬프다는 말로 시작되는 시가 있다.
씬50. 준기의 병원 안, 시야검사실, 낮
어두운 화면.
지오의 시선으로 보이는 조그만 점. 지오가 눈을 깜박일 때마다 맹점이 불안정하게 나타났다 없어졌다 반복된다.
화면 점점 환해지면 지오, 시야검사기 앞에 앉아 있다.
가운을 입은 여자 검사원이 검사컴퓨터 버튼을 눌러 가며 자료를 입력시키고 있다.
검사원 : (지오의 손에 마우스를 쥐어주며) 버튼 잡으시구요. 눌러보세요.
지오, 버튼을 눌러보는. 딱딱 소리가 나는데
검사원 : 검은 점 안에 노란 불빛 보이시죠?
지오 : (초조하고 약간 두려운, 얼굴을 돌리며) 네.
검사원 : 검사시작하면 하얀 바탕에 저 노란 불빛이 하나씩 흐리고 진하게 마구 마구 보이실 거예요.
보이실 때마다 이거 누르시면 됩니다. 턱 바짝 붙여주세요 (얼굴을 갖다 대주는)
지오, 바짝 검사기 앞으로 다가앉는, 숨을 삼키는,
검사원 : 눈 자주 깜빡여 주시구요.
여기저기서 나타났다 사라지는 지오의 시선으로 보이는 점들을 따라서 마우스의 버튼을 누르는 지오의 손동작,
긴장해서 힘이 잔뜩 들어간.
그 그림위로, 지오의 나레이션이 흐르는,
지오 : (N) 슬프다, 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 모두 폐허다. 완전히 망가지면서 완전히 망가뜨려놓고 가는 것, 그 징표 없이는 진실로
사랑했다 말할 수 없는 건지, 나에게 왔던 모든 사람들, 어딘가 몇 군데는 부서진 채 모두 떠났다.
씬51. 병원 안, 안과 진찰실, 낮
지오, 세극등 검사를 받고 있다. 세로로 가는 빛이 지오의 눈을 통과하며 검사가 끝나면
의사 : (차트를 보며) 안약은 잘 넣고 계시죠? 술이나 물도 너무 많이는 안좋습니다. 어떻게든 시신경이 손상되지 않도록
조심하시고요, 어두운 곳에서 영화나 TV보는 것도 피하셔야 합니다.
지오 : 영화나 TV도 보지 말라구요? (N) 참 좋은 시였는데, 다는 기억나지 않는다.
씬52. 병원 안, 복도
준기, 마주 걸어오는 지오를 알아본다.
지오, 생각에 잠겨 천천히 걸어가는,
준기, 지나쳐간 지오를 보고, 지오, 생각 많게 걸어가는,
지오 : (N) 그렇게 첫구절과 마지막구절 한구절만 생각이 난다. 마지막은 이렇다.
아무도 사랑해본 적이 없다는 거, 이제 다시 올지 모를 이 세상을 지나가면서, 내 뼈아픈 후회는 바로 그거다,
그 누구를 위해 그 누구를, 한번도 사랑하지 않았다는 거.
씬53. 병원앞, 버스정류장, 낮
지오, 버스 기다리다가, 버스 오면, 버스를 타는, 지오, 자리에 앉아, 생각하는,
그러다, 앞을 보면, 준영이 병원으로 가는 게 보이는,
지오, 고개를 돌려 준영을 시선으로 따라가는,
지오 : (N) 내 자존심을 지킨답시고, 나는 저 아일 버렸는데, 그럼 지켜진 내 자존심은 지금 대체 어디에 있는 걸까?
지오, 고개를 앞으로 돌리는데서, 엔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