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7월: 바딘, 쿠퍼, 쉬리퍼가 초전도 이론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다.
50년 전인 1957년, 존 바딘, 레온 쿠퍼, 로버트 쉬리퍼가 1911년 발견된 이래 과학자들에게 미스터리였던 초전도 현상에 관한 이론 (BCS 이론)을 완성하여 발표했다.
1911년 하이케 카머링 오네스는 극저온에서의 물질을 연구하던 중 몇 가지 금속성 물질의 전기 저항이 절대영도 근처에서 갑자기 사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그는 이 현상을 초전도라 불렀고 과학자들은 곧 이런 성질을 갖는 다른 물질들도 발견했다.
하지만 누구도 이 현상이 어떻게 일어나는지를 완전하게 설명하지 못했다. 이 현상이 발견된 후 수십 년간 많은 저명한 물리학자들이 초전도 현상에 관한 이론을 만들기 위해 도전했으나 그 누구도 큰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으며 몇 명은 아예 포기하기도 했다. 그 중의 한 사람인 펠릭스 블로흐 (Felix Bloch)는 "블로흐의 정리: 초전도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리처드 파인만 (Richard Feynman)은 훗날 "그걸 이해하기 위해 정말로 많은 시간을 보냈으며 내가 아는 모든 방법을 다 이용해 보았다. ... 초전도 문제에 대해 감정적 응어리가 져 있었기 때문에 BCS 논문이 나왔을 때 긴 시간동안 그걸 읽을 수 없었다."라고 회고했다. 오네스의 발견이후 이론 물리학자들의 연구에는 별다른 큰 진전이 없었던 반면 실험 물리학자들은 초전도체에 관한 몇 가지 재미있는 현상을 더 발견했다. 1933년 발터 마이스너는 (Walter Meissner) 초전도체가 자기장을 밀어낸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를 이용하면 자석을 공중에 띄우는 것이 가능해진다. 이 마이스너 효과의 발견은 초전도체에 대한 이론이 설명해야할 새로운 현상이 더해짐을 뜻하고 이론 물리학자들의 주름은 더해 갔다. 존 바딘 (John Bardeen) 또한 초전도체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었으나 곧 다른 분야의 일로 옮겨갔었다.
몇몇 물리학자들은 초전도체를 설명하는데 있어 부분적인 성공을 거두었다. 프리츠 런던과 하인쯔 런던 (Fritz and Heinz London brothers) 형제는 초전도체의 몇 가지 성질을 설명하는 이론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미시적 레벨에서 어떻게 초전도 현상이 일어나는 지는 설명하지 못했다. 1950년 헤르베르트 프로리히 (Herbert Frohlich)는 초전도 현상이 크리스탈 격자의 진동 (포논, phonon)과 전자 사이의 상호 작용과 관계있을 거라고 제안했다. 그 당시 실험학자들은 물질이 초전도체가 되는 임계 온도가 초전도체의 원자 질량과 연관이 있음을 발견했다. 프로리히의 이론은 이 동위원소 효과를 설명한다. 하지만 마이스너 효과와 같은 초전도체의 다른 성질은 설명하지 못했다.
그 때, 바딘은 다른 연구를 하고 있었는데 동위원소 효과의 발견은 초전도체 문제에 대한 그의 관심을 다시 불러 일으켰다. 바딘과 파인스(David Pines)는 동위원소 효과에 대한 이론을 제안했다. 그들은 프로리히가 생각했던 전자-포논 상호작용을 고려해서 크리스탈 격자에서 전자가 어떻게 쿨롱 척력을 이겨내고 인력을 만들게 되는지를 결정했다.
퍼즐의 또 다른 조각은 레온 쿠퍼(Leon Cooper)에 의해 찾아졌다. 그는 격자와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전자가 다른 스핀을 갖는 전자와 함께 강하게 연관된 쌍을 만든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쿠퍼쌍으로 불리는 이 쌍의 전자들은 서로 근처에 있을 필요는 없으나 서로 조정된 형태로 움직일 수 있다. 쿠퍼는 이 쌍들의 움직임이 전자가 초전도체에서 저항 없이 흐를 수 있는 방법을 설명한다는 것을 알아냈다. 이 쌍은 낮은 온도에서 만들어 진다. 여기에 에너지를 더하면 쌍은 깨어지고 물질은 보통의 비-초전도체로 돌아간다.
다음 단계의 발전은 일리노이 대학에서 바딘의 학생이던 로버트 쉬리퍼(Robert Schrieffer)에 의해 이루어졌다. 1957년 초 APS 학회에 참석하기 위해 뉴욕에 있던 중 쉬리퍼는 지하철 안에서 아이디어를 갖게 됐다. 초전도체내의 수많은 쿠퍼쌍의 집합을 하나의 파동 함수로 표시하는 수학적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일리노이로 돌아와 그는 이 발견을 바딘과 쿠퍼에게 말했고 그들은 초전도체 문제가 풀렸음을 알았다.
바딘과 쿠퍼 그리고 쉬리퍼는 이 모든 아이디어를 모아 하나의 완전한 모델을 만든다. 이 이론에서 전자는 포논과의 상호 작용을 통해 쿠퍼쌍을 만들고 이들은 보통의 도체에서처럼 무작위로 움직이지 않고 서로 조정된 방법으로 움직여 전기가 저항 없이 흐르게 된다.
"자 이제 나는 우리가 초전도체를 설명했다고 생각한다." 보통은 조용한 바딘이 어느 날 이렇게 선언했다. 그해 4월, 바딘과 쿠퍼 그리고 쉬리퍼는 피지컬 리뷰(Physical Review)에 “Microscopic Theory of Superconductivity”라는 제목으로 짧은 논문을 발표했다. 그들의 완전하고 자세한 논문은 “Theory of Superconductivity”라는 제목으로 1957년 7월에 Physical Review에 제출되었고 그해 12월에 출판되었다.
BCS 이론은 아주 성공적이어서 초전도체의 기작과 함께 그와 관계되는 현상들을 자세히 설명할 뿐 아니라 실험 데이터와도 놀랍도록 아주 잘 일치했다. "지금까지 퍼즐이었던 초전도체의 모든 성질은 직소 퍼즐의 조각처럼 서로가 아주 깨끗이 들어맞았다."라고 바딘은 훗날 회고했다. BCS 이론은 곧 올바른 이론으로 받아들여졌다.
바딘과 쿠퍼 그리고 쉬리퍼는 초전도체에 관한 이론으로 1972년 노벨상을 받았다. 이것은 바딘에게 두 번째 노벨 물리학상이다. 그의 첫 번째 노벨 물리학상은 1956년 트랜지스터로 인해 쇼클리(William Shockley) 그리고 브래티언(Walter Brattian)과 공동 수상한 것이다.
올해는 BCS 이론의 탄생 50주년이 되는 해이다. 이 이론은 보통의 초전도체를 설명한다. 하지만 지금 발견된 지 20년이 된 고온 초전도 현상은 설명하지 못한다. 따라서 퍼즐은 여전히 존재한다. 하지만 BCS 이론은 초전도체를 넘는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 과학자들은 BCS 초전도체와 비슷한 상태를 천체물리와 핵물리학에서 발견했다.
APS (미국 물리학회), APS News 2007년 7월호, 이달의 물리 역사
첫댓글 오.. 아직도 노벨상의 여지가 있는 분야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