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선병국 고가옥이다.
속리산에서 굽이굽이 흘러내려온
삼가천이 이루어 놓은 너른 삼각주 안에
오롯이 앉아 있는 연화부수,
즉 연꽃이 둥둥 떠있는 명당에 자리 잡고 있다.
등을 대고 있는 주산은
아주 듬직하니 인상적이었고,
좌청룡 우백호 또한
비교적 또렷한 편이었다.
그리고, 안산쪽엔
방수림으로 빽빽하던데,
이는 아마도 홍수나 기타 바람 등을 막기 위해
그리 조성한 것 같다.
비교적 명당에 관한 요소
요소들을 두루 갖춘 셈이다.
하지만, 가옥들도
사람들을 닮는 법.
저번에 갔던 정여창 고택에 비해
상당히 품격이 떨어진다.
넓고 화려해 보이긴 해도
웬지 졸부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이곳이 삼각주라서 그런지
여기저기 모래들이 보인다.
알고 보니,
일제시대 일세를 풍미한 부자였다고 하는데...
그러면, 그렇지.
물론 가옥들이 많이 없어진 것을 감안하더라도
첫인상이 속빈 강정처럼 좀 횅한 느낌이더니만,
꼭 모래위에다 성을 쌓은 것 같아 보인다.
그래도, 명당인지라
지금까지 그 목숨줄을 연명해 오고 있느니.....
옛부터 선인들이 하는 얘기가 있다.
가문을 일으키는데,
세가지 방법이 있단다.
그 하나는 이처럼 명당에다
조상을 모시거나 집을 짓는 일,
두 번째는 책을 많이 읽는 일,
그리고 마지막은
선한 행동을 많이 하는 일이라고 한다.
하지만, 뭐니해도
선한 행동으로 그 유명을 날리는 것이
으뜸이리라.
불교에서도
보시를 얘기하듯이.
하여튼, 그 품격은
어떻게든 드러나게 마련이다.
근데, 100칸이 아니고,
왜 99칸일까.
이는 예전에는
백이라는 숫자가
완전한 수로
왕만이 누닐 수가 있었다.
그래서, 신하들은
상한선이 바로 99칸이었고,
보통 99칸 가옥이라하면
최고의 부를 상징하게 된 것이다.
근데, 보통 99칸이라면
99개의 가옥이 있는 줄 안다.
그건 아니고,
기둥과 기둥 사이를
보통 칸이라고 하는데,
그러니까 99칸이래도 가옥,
즉 채는 그 절반도 안 될 것이다.
보통 서민들의 집이
초가삼간으로
방 2개에 부엌 1개이었으니
그 규모를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으리라.
그건 그렇고,
이 집 사랑채에서 마신
대추차는 걸죽하니
이 집 안방마님의 품성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마루에 앉아 있는데
귀여운 기림이가 와서는
주머니에서 탱자를
꺼내 주지 않는가.
음, 그러고 보니
여기저기에 꽤나
탱자나무가
있었던 것 같다.
땅의 품성도
상황에 따라
변한다고 하던데...
아마도 이 지역이
예전에 삼국 국경지라서
그리 땅도 품성이
변했던 건 아닐까.
그 순하디 순한 땅도
품성이 변했을 정도니
그 당시 민중들의 고초를
어느정도 알 수가 있겠다.
지나다 보니,
동학의 보은집회 장소가
언뜻 보인다.
다음은 법주사다.
법이 머문
자칭 호서제일사찰.
법주사는 정말 속세를 떨쳐버리고
들어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심심산골에 위치해 있다.
물론, 지금이야
개발이 정말 잘 되어
차가 그 코앞까지 들어가지만....
그래도 버스에서 내려
시간 반을 걸어야만
겨우 일주문을 통과할 수 있으니
옛시절을 생각하면
앞이 캄캄하다.
울창한 수풀,
계곡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지는 물소리는
이곳이 별유천지임을 알겠다.
정말 요즘의 그 흉물스럽고
싸구려 자본주의의 손길이 닿지 않았다면
아마도 이곳은 무릉도원처럼
외부인의 발길을 차단했으리라.
하지만, 그로 인해 이리 편히
법을 만나려 갈 수 있으니
고맙다 해야 할지 그렇다.
법주사는 정말 대찰이다.
분명 이곳이 산중이건만
평지사찰처럼
넓은 가람을 형성할 수 있을 정도인 것이
사실 신기할 정도다.
아마 그래서 이곳이 늪지대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이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리라.
하여튼, 이곳은
우리 주인장님의 선언(?)처럼
현지 박물관이라 할 정도로
유물들이 즐비하다.
그래서,
눈이 부족하고
귀가 바쁘다.
하지만, 답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이젠 절 주변에서 맴돌이하는 것에서 진일보해서
본격적으로 그 안을 파구 들어가고 싶어졌다.
물론, 신자는 아니지만
먼저 팔상전 안으로 들어가
머리 숙여 팔상도를 돌며
오체투지하며 배알했고
맘속으로 그 분의 높은 법을
열심히 들어보려 했다.
하지만, 아직은 하수인지라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이렇게 대체 대웅보전 (원래 대웅보전은 지금 보수중),
원통보전, 진영전, 명부전, 삼성전 등을
돌며 먼저 신고하고
쌍사자석등, 희견보살상 기타 등등을
두루 돌며 눈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다시 팔상전으로 되돌아 오는데.....
헉.....
무심코
금동대불을 보는데,
그 머리 뒤편으로
두광이 빛나는 것이 아닌가.
인조두광 말고 말이다.
순간적으로
깜짝 놀랐다.
그래서, 다시금 자세히 보니
구름 속에서 햇살이 번진
해거름 때문이었다.
그러면 그렇지.
하지만, 금강문 초입부터
못내 못마땅해 눈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던
그 금동대불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 볼
기회가 된 것 같다.
물론, 누구처럼
키만 껑충 크기만 하지 실속없고
또한 속이 뻔히 내다보이는 의도로 해서
여전히 좀 그렇기는 하지만,
그래도 다시한번 들여다 본다.
먼저 귀를 보라.
정말 길다.
아마도 이런 저런 세상 사람들,
아니 기타 법 등을 아무 사심없이 듣으려
그리 귀가 길어졌던가 보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가.
자기 아집에 빠져
어떻게하면 말 한마디 더 하려하지
도시 들으려 하지 않는다.
특히, 윗층사는 친구들.
눈은 정말 선량하고
조용히 반쯤만 뜨고는
단전 아래에 고정시키며
마음을 다잡고 있다.
입은 듬직하니 무겁고
말을 아끼며 그리고,
한번 내뱉을시는 사자후처럼
촌철살인하는 말들이다.
목주름은
사실 나이를 가늠하는 나이테라고도 하는데,
부처님 목주름은
특별히 삼도라고 한다.
욕계, 색계, 무색계를 상징한다.
욕망의 고개, 인생의 고개, 법의 고개를
차례 차례 넘고는
그 흔적이 남았다.
헌데, 우리는 어떤가.
탐욕과 화냄, 그리고 어리석음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나이만 먹고 있지는 않은지...
그와 더불어
머리 정수리는
육계라고 해서
불쑥 솟아있는데,
이는 진리, 법에 대한 생각으로
해서 그리 되었다고 한다.
아마 우리는
아랫도리 생각으로
욕망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고,
아님
눈의 세계에
즉, 보이는 세계에
깊이 천착되어
색에 너무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손모양, 즉 수인은
시무외인, 여원인을 하고 있다.
시무외인, 즉 두려워 하지 말라.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우리를 지켜주겠노라고
안심시키고 있다.
그리고 여원인,
뭐든지 줄테니 말해 보라며
자상한 보살행을
손수 이행하고 있다.
우리는 사실
손으로 많은 악행을 하고 있는데 말이다.
그래,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손은
살인검이냐
활인검이냐.
그리고 황금 가사를
온몸으로 걸치고 있다.
물론, 혹자는 금이니
부유하겠네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이는 아마 동양에서 황색,
즉 중앙 토를 상징하리라고 본다.
그리고, 중앙 토는 중용을 상징한다.
땅은 가래침도 거름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성내지 않는다.
아마도 부처님의 온몸은
그런 하심의 정신으로 무장하고 있으리라.
그리고, 원래 미륵불은
도솔천에 계실 땐 앉아 계시는데,
민중들의 염원으로 해서
부득불 일어나셨다.
또한, 그 분의 발은
맨발이다.
맨발의 정신...
그리고, 그 분이 머문 자리엔
연화좌, 즉 연꽃이 피어난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피어나지만
그 맑음을 추구하는 꽃이다.
그처럼 그분이 머문 자리엔 향기가 난다.
그곳이 아무리 악취가 나는 곳이라 할지라도.
그런데, 우린 ?
우리가 머문 자리는 어떤 냄새가 날까 ?
하여튼, 꿈보단 해몽이었습니다.
그리고, 합장하며
머리숙여 인사하고
발길을 재촉한다.
언뜻보니
팔상전 너머 천왕문 앞엔
낙락장송 두그루가
천년 법을 보위하듯
그리 버티고 서있는데,
인상적이었다.
난 그 누구를 위해
저리 말없이
시위하려나.
푸하하하.
팔상전
공포 끄트머리에서
원숭이, 아마도
손오공일까.
뭔 잘못을 했는지
벌을 서고 있고,
또 다른 편에는
뭔지 모르겠지만
하여튼,
용을 물고 있는 모양이
장난이 아니다.
이젠 작별의 어둠이
서서히 다가온다.
정이품송에 모여
퀴즈잔치로 마무리하며
아름다운 소풍의 대미를 장식했다.
돌아오는 길은
만면에 옅은 미소가
앞을 가린다.
그런데, 아침부터 새차라서 그런지
멀미가 난다.
이것 저것 먹은데다가
이리 저리 말티고개를 넘다 보니
아
장난이 아니다.
하지만,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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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 소연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의 간이역.
아,
멀미가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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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미가 이는 하루였습니다.
간이역의
작지만 따뜻한 난로 같은
우리 임들의 햇살을 쬐고 나니
나그네의 발걸음은
가벼워졌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다시 한번
아름다운 소풍의 다리를 놓아주신
이종원님,
기타 도우미 잭님, 검은늑대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함께 한 임들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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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0.1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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