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1월이 찾아왔고, 다음달에 있을 아이들의 졸업식을 준비해야 한다.
준비래야 별 다른 건 아니고, 몇년 째 이어오고 있는 책선물을 준비하고 간단하게 남길글을 쓰는 것이다.
올해도 딸기 아주머니에게 SOS를 쳐서 추천도서를 받았다.
총 5권의 책을 추천 받았는데, 그 중 2권을 선별했고, 서점에 들러 바로 구입했다.
[두번 째 후보작,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5년전 서령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서울시립대학교에 갓 들어갔을 때, 처음 느꼈던 감정은 두려움이었다.
대학에 왔다는 기쁨을 만끽하기도 전에 나는 내 지식의 밑천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먼저 깨닫게 되었다.
지적인 대화를 가능하게 할 얕은 지식 정도가 아니라, 내 지식은 메마른 모래사막과 다름없었기에 막막한 두려움에 크게 동요했다.
다행스러운 것은 일찍 무지를 깨달았기 때문에, 대학 도서관이라는 공간을 활용해 그 순간부터 엄청난 독서에 매달릴 수 있었다.
물론, 무슨 내용인지 이해할 수도 없고, 왜 읽는지도 모르는 책들도 무작정 무식하게 많이 읽어댔다.
그런 무지를 일찌기 경험하였기에, 이 책을 읽게 된 것이 참 다행스러웠다.
한편으로 당연히 졸업을 앞둔 우리 아이들도 나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고, 거기서 무지를 채우기 위한 몸부림을 쳐주기를 바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책이라도 읽게 해서 조금이나마 지적인 대화의 장에 끼일 수 있는 마중물의 역할을 하게 하고 싶어진다.
이 책은 표지에 지식 여행서라는 설명이 되어 있듯이,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라는 큰 맥락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전개해가고 있다.
참 어려운 이야기를 딱딱한 문어체가 아닌 읽기 쉬운 표현으로 적어 내려간 것이 매력적인 책이다.
특히, 우리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점들을 "세금과 복지"라는 저울의 추를 이용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와 신자본주의, 신자유주의, 공산주의 등에 대한 설명, 보수와 진보의 근본적인 차이 등을
생산수단과 연관지어 설명하는데,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특히, 중간정리나 최종정리가 있어서 한 번 더 읽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고, 간단한 도식화를 통해 요점을 정리해 준 점이 좋았다.
읽으면서 내내 생각한 것은 영어교사로써 최근 들어 전문 분야가 많이 나오는 영어지문을 읽게 되는데, 딱 이 정도의 개념만 명확하게 잡고 있다면, 지문들을 이해하는데, 아이들에게 설명해주는데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아탑이라 불리오는 지성의 대학에 가는 아이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2017.01.15. 독서를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