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물 쓰레기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도시서 살 때는 음식물 쓰레기 수거함에 담아 밖에 내놓으면 그만이었지만,
시골엔 음식물 쓰레기 수거차가 돌아 다니질 않습니다...^^
처음 이사 왔을 때 생활 쓰레기와 재활용품, 음식물 쓰레기 처분 방법에 대해
동네 어르신들께 많이 여쭤 보았었는데...
쓰레기 및 재활용품은 캔을 제외한 나머지 모두를 불에 태우고
음식물 쓰레기는 땅에 묻으면 거름이 된다고 하시더군요.
재활용품을 불에 태우는 건 환경에 좋지 않은 일이라며 그리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 드려보았지만...
뭐... 별 소용 없는 일이었고 여전히 플라스틱과 스티로폼, 비닐 등은 쉽게 불에 던져집니다.
다만 나부터라도 그러지 말자고 면사무소에 재활용품 수거 장소와 일시를 확인해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어르신들의 말씀을 따랐지요.
건강한 나무 뿌리 부근을 깊게 파고 그곳에 음식물 쓰레기를 묻었습니다.
그 녀석이 썩어 거름이 된다고 하니 쓰레기도 처리하고 거름도 만드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했습니다.
문제는... 또다시 음식물 쓰레기가 생겨 뿌리 부근의 땅을 파내어 보면
이전에 묻어 두었던 쓰레기들이 악취만을 풍길 뿐 잘 썩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거름으로 농사를 지을 땐 거름을 완전숙성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생똥을 거름으로 쓰지 않고 짚과 왕겨등을 이용해 숙성 시킨 뒤 사용하는 것이 그 실례가 되겠지요.
왜 그러냐 물으면 딱히 맞아떨이지는 대답을 듣기 힘들었습니다.
덜 숙성된 거름이나 퇴비를 쓰면 작물에 피해가 발생하고 잘 숙성시킨 것들을 쓰면 작물이 잘 자란다는...
경험담을 들을 수는 있어도 왜 그런 것인지에 대한 답을 구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왠지... 음식물 쓰레기 역시 거름의 경우와 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자료들과 농부님들의 경험을 참고하며 공부하였습니다.
어느 책에서도 이러한 이야기를 딱부러지게 이야기하지 않아 저의 결론에 점수를 메기기도 쉽지 않은 일이지만,
그래도 나름의 공부로 얻은 결론은 이렇습니다.
세포분열과 성장에 필요한 성분으로 질소가 있습니다.
화학비료를 이야기할 때 흔히 쓰는 'NK비료'가 바로 질소-칼륨 비료입니다.
질소비료는 석회와 더불어 농사에 가장 많이 쓰이는 화학물질 이지요.
질소는 공기중에 넘쳐나는 흔한 물질이지만,
작물이 질소를 섭취하는 방법은 거의 대부분이 뿌리를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농부는 작물의 성장을 위해 질소 비료를 땅에 시비합니다.
질소비료는 손실성이 높은 비료라고 합니다.
질소비료를 밭에 뿌리면... 전체의 80%가량은 공기에 노출되는 순간 공기중으로 날아가 버린다고 합니다.
그러니 실질적으론 1kg 정도를 시비하면 땅에 들어가는 건 200g 정도도 못 된다는 것이지요.
땅에 질소를 공급해 주는 것은 그만큼 어렵고 중요한 일인 것입니다.
질소를 필요로 하는 또다른 화학과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부식화... 즉 썩는 과정입니다.
유기물이 썩기 위해서는 반드시 질소성분이 필요한데,
숙성되지 않은 거름을 밭에 뿌리고 땅을 갈아 엎지 않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대로 부식되지 않은 물질이 경운(땅을 갈아 엎는 것)을 거쳐 땅 속으로 들어가면
그것이 부식되어 무기물로 전화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땅 속 질소가 사용되어 집니다.
이는 곧 땅 속 질소결핍 현상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썩지 않은 유기물을 땅에 뿌리고 갈아 엎지만 않는다면,
유기물은 부식과정을 위해 필요한 질소분을 공기를 통해 얻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세운 '가정'이고 이에 대한 것들은 더욱 많은 공부와 실험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다만... 시간이 지난 뒤 이런저런 글을 보던 중에
미국의 한 자연농부의 이야기에 저의 '가정'과 거의 전부 일치하는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었는데,
그녀의 이야기가 한층 깊고 자세히 설명되어 있어 나름의 기쁨을 느낀 적이 있었습니다.
경험많은 농부인 그녀의 이야기에 따르자면,
숙성 시키지 않은 생똥을 밭에 뿌려도 작물은 질소결핍 현상을 겪지 않는다고 합니다.
다만 그것을 갈아 엎어 땅속으로 넣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아무튼... 그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며 저는 더이상 음식물 쓰레기를 땅에 묻지 않았습니다.
질소비료를 사다가 뿌려주지도 않는 놈이...
그나마 있는 땅속 질소분이라도 없애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지요.
마치 송장을 들판에 버려두어 풍장 시키듯이 음식물 쓰레기들을 밭에 던져 두었습니다.
부식화 과정의 속도는 확실히 땅 속에 묻는 것 보다 빨랐습니다.
하지만 냄새가 나고 밭을 돌아다니기가 어려워지는 단점이 있어 다른 방안이 필요한 듯 했습니다.
그러던 중에... 텃밭백과(박원만)라는 책에 소개된 음식물 퇴비화통을 접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를 밭에 버려두어도 부식과정을 거쳐 퇴비가 되지만,
음식물 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환경오염 없이 처리하고 퇴비를 얻을 수 있다고 하니
솔깃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 보았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수거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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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고무통을 준비합니다~
사이즈 비교를 위해 까불거리는 5살 여아를 옆에 두고 사진을 찍어 보았습니다.
고무통 옆에 서니 유난히 더 까불거리는 것은 더욱 공부해봐야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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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의 바닥과 옆면에 구멍을 뚫어 줍니다.
바닥의 구멍은 직경 1cm~2cm 정도로 넓게 뚫어 줍니다.
이 구멍으로는 지렁이 들이 오고 갈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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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면의 구멍은 지지대로 사용할 굵은 철사나 활대가 들어갈 정도의 너비로 뚫어 줍니다.
이곳 저곳을 뚫어 지지대를 걸치기 좋게 작업하는 것이 포인트!
하지만 저는... 지지대가 들어갈 구멍 보다 훨씬 많은 수의 구멍을 이곳저곳에 뚫었습니다.
이는 통 내부로 유입되는 공기의 양을 더욱 늘리고 싶어서 였는데,
퇴비나 거름을 만들 때 자꾸 뒤집어 주는 것과 같은 효과를 기대한 것입니다.
공기가 잘 통해야 호기성균들이 모여 퇴비를 만들기 때문이지요.
혐기성균들이 보이면 퇴비화 되기보다는 부패하는 과정을 거치기 쉽다고 합니다.
그래서 농부들이 자꾸 거름과 퇴비를 뒤집어 주는 것이지요.
구멍 몇 개로 원하는 만큼의 공기를 전해줄 수는 없는 일이라
음식물 쓰레기 자체도 가끔 뒤집어 주겠지만 그래도 구멍이 많아 나쁠 것이 없을 것 같아
열심히 뚫고 또 뚫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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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구멍뚫는 작업은 이정도로 일단락 짓기로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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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라인더를 이용해 통 아랫쪽에 문을 하나 뚫어 주었습니다.
이 문은 밑에 쌓인 퇴비를 삽으로 꺼내는 작업을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삽이 드나들기 좋은 크기로 적당히 잘라주면 된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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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면의 구멍을 통해 활대를 꼽아 넣어 지지대를 만든 모습니다.
더 촘촘히 하면 좋을 것 같지만... 재료가 모자라 기냥 있는대로 스리슬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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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대를 촘촘히 하지 못한 것은 다른 망을 까는 것으로 대신하였습니다.
저는 집 마당에서 뒹굴던 고기굽는 석쇠를 사용하였습니다.
구멍이 너무 촘촘하면 부식된 음식물들이 아래로 떨어지는 데 곤란할테니
너무 촘촘하지 않은 사이즈로 망을 깔아주면 좋을 듯 합니다~
그 위에 거칠고 부피가 큰 재료를 놓아두면 음식물 쓰레기가 아래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고
부식을 도와주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더군요.
책에서는 옥수수대를 추천했는데 저는 들깨 말린 줄기를 까는 것으로 대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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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자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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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의 문에는 열고 닫기 좋도록 경첩을 달았습니다.
이로서 음식물 쓰레기 퇴비화통의 제작은 일단락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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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은 밭에다 놓아두며 되도록 그늘 진 곳에다 놓고 밑바닥은 지면에서 2~3cm 띄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밑면으로는 지렁이가 오고갈 것이라 해 놓고
왜 지면과 띄어 놓으라는 것인지 조금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뭐... 저야 암것도 모르는 왕초보니 그냥 하라면 한다는 생각으로 책의 내용을 따랐습니다.
그리하다 보면 또 조금 늦더라도 언젠간 알게 되겠지요. 그 이유를.
이렇게 통을 설치하여 음식물 쓰레기를 통에 담을 땐,
가급적 음식물의 염분을 최대한 제거한 다음 수거통에 담을 것을 권장하였습니다.
매번 음식물 쓰레기가 나올 때마다 염분 제거 작업을 하는 것도 번거로운 일일테니...
식습관 자체를 염분을 줄이는 방향으로 전환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물들이 모이면... 이곳저곳에서 지렁이, 동애등에 등의 생물들이 모여들어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지렁이의 배설물을 분변토라고 합니다.
분변토는 인류가 얻을 수 있는 가장 깨끗하고 안전한 거름이라고 합니다.
그 자체로 훌륭한 영양분을 담고 있으면 토양의 산성화를 막는 데 최고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고.
앞서 이야기했듯히 질소 비료와 석회야 말로 관행농의 꽃인데,
바로 그 석회가 산성화된 토양을 중성화, 혹은 약알칼리화 시키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입니다.
지렁이는 그 일을 덤덤하게 똥 싸는 것으로 대신하는 멋쟁이지요~^^
지렁이를 괜히 토룡(土龍)이라 부르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동애등에도 대단한 녀석이지요.
일전 환경다큐에서 본 적이 있는데... 닭 한 마리를 뼈까지 흐물거리게 완전분해 하는데
반나절이 걸리지 않더군요... 그리고 역시나 그들의 배설물은 아주아주 훌륭한 거름이 되고...
저 통에... 음식물 쓰레기들을 모아두면 그 녀석들이 찾아 온다고 하니...
가슴이 두근두근 합니다~
찾아오지 않으면... 난 실연당한 농부...ㅠㅠ
아무튼... 조금씩~ 천천히~ 환경적으로 생활의 흔적을 해결할 수 있는
그런 삶에 다다르기 위해 언제나 공부하고 실천해 나아갈 생각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 통이 꼭 제 역할을 해내기를...... (꼭!)
첫댓글 너무 너무 상세히 또 과학적으로 글을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그러나 봄부터 특히 하절기엔 악취와 구더기 때문에 좀 그렇지않을가 생각하며 제가 생각하는 처리법을 말씀드려도 될런지요? 저는 토끼를 집을 좀 넓게 꾸며 몇마리 키우는데 음식물 쓰레기는 거의 해결합니다. 토분은 일주~2주에 한번 꼴로 쳐주고있습니다. 그러나 음식물 쓰레기 배출양이 넘 많으면 님께서 일러주신 방법이 최선일듯 싶습니다.
토끼를 이용하는방법도 자세히 올려주시면 초보가족분들께 도움이 될것같네요...부탁드립니다^^
토끼는 식물성은 거의 못먹는것이 없는 것 같으군요!(혹 동물성 음식물 쓰레기는 닭이나 개에게 급여 처리) 특별한 방법은 없고 토끼장을 따로 만들지않고 그냥 흙위에 집을지어(쇼생크탈출 주의) 던져 주거나 거친것은 사료거치대 설치해 관리하면 식성이 넘 좋아 깨끗이 해 치우고 배분합니다. 지기님의 과학적 위생적 처리엔 좀 못 미칠것 같습니다*^_^*
이런 좋은 정보 잘일고 갑니다....감사합니다...
그렇지않아도 필요했던 정보였는데 감사합니다^^
오~ 그런 해결법이 있었군요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