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은 근로자의 날,
3일은 쉬는 토요일,
회사창립기념일인 1일과 휴무일 사이에 끼인 날은 자동적으로 논다니....
이래저래 어린이날까지 목,금,토,일,월......줄창(?) 닷새간의 황금연휴를 가지게 되었다.
남의 회사에 매인 몸이 정식 휴가철도 아니고서, 어찌 이런 기회를 가질 수 있으리오.
해서...
친구들과 울릉도로 가게 되었다.
며칠간 비가 내리던 날씨가 울릉도로 떠나는 날 아침부터 활짝 개이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오는 TKK 부부는 묵호항에서, 대전에서 오는 SKH 부부는 우리랑 같이 포항에서 배를 탔다.
SUN FLOWER 號, 우등석 !!
좌석 티켓팅을 하는데, 업 그레이드를 해서 우등칸으로 배정해 준단다.
이유는 ?
모른다. 어쨌든 우등석이라니,기분은 좋다.
그러나...
좌석과 선내는 좋은데, 제일 위층이라 흔들림이 좀 있는듯 했다.
10시 30분.
구르릉.......엔진소리와 진동이 오더니, 서서히 창밖 풍경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귀미테를 붙이긴 했지만, 어째, 기분이 좋지 않다.
두눈을 감고 애써, 잠을 청해 보지만, 갑갑하고 어지럽다.
등산화를 벗고, 양발도 "훌러덩" 벗어 제친다. 그것도 한 발만...
잠시후,
옆에 앉은 KKH, 위생봉투를 찾는 눈치다.
SKH,
"나올 것도 별로 없을기다..."
힘들어 하는 부인을 보살피며, 한 마디 하신다.
나올 것?
'에고~~'
애써 못 들은 척... 참는데까지 참아 본다... 휴우~~
잠깐 잠이 들었는지, 주위의 어수선한 기운에 눈을 뜨니, 어느새 선창밖으로 커다란 섬이 가까이 와 있었다.
포항에서 울릉도 도동항까지의 거리가 217 km, 배의 속도 38노트(1노트 ->1.85km) ...
정확히 오후 1시 30, . 3시간만에 도동항에 도착했다.
다행히 멀미기운도 그런대로 잘 넘어가고, 기분도 괜찮다.
30분 먼저 도착한 TKK 씨가 선착장에서 우리를 반긴다.
해안 가까이까지 치솟아 있는 산세로, 비탈진 도동항은 방금 도착한 사람들과 바람과 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울릉도의 지역적 특성으로 이곳, 택시들은 모두가 Van이다.
그 숫자가 80 여대에 이른다니, 대단하다.
구부러지고, 경사진 길을 얼마를 달리어, 어느새 우리의 숙소가 있는 저동에 도착했다.
점심식사(싱싱한 회)를 마치고, 육상관광에 올랐다.
서남쪽, 시계 방향을 따라, 해안일주도로를 달린다.
-- 삼선암
-- 코끼리 바위(空巖)
지역적인 특성으로, 교각을 세우고 달팽이처럼 뱅글뱅글 도는 도로(8자 도로라던가...)가 참 이채로웠다.
섬 내부로 통하는 옛 도로인 태하령을 넘어갈 땐 정말 아찔하고도 재미있었다.
평지가 거의 없을 정도로 굴곡진 지형이라, 짧으면서 좁고, 그리고 지극히 가파른 경사진 길은
겨우 차 한대가 지나갈 정도라 어떤 곳엔 한번에 턴을 할 수없어, 후진까지 해가며 돌아 오르내리는 숲속길을,
일명, 찔끔길이라고 이름지은 이유를 알만했다.
무얼 찔금거리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 ^ ^*
북서쪽끝 관음도가 바라다 보이는 섬목까지의 (그곳에서 동쪽 내수전까지 미개통)일주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서 맞이하던 일몰의, 그 장엄함이란........
미리 예약해둔 저녁 식사로 홍합밥을 맛있게 먹고 난후,
촛대바위 주변을 산책한 후 잠자리에 들었다.
우리들은 울릉도 여행 2박 3일간 내내, 한 곳을 정해 놓고 식사를 했다.
#제 2 날 (2003.05. 02. 금요일, 쾌청)
등산준비를 하고 아침식사를 하러 식당으로 갔다.
전날 부탁해 놓은 전복죽을 먹었다.
이곳, 울릉도는 지역적 특성상 양식이 불가능 하단다.
모든 것이 자연산이다.
바다사정이 여의치 않아 해산물 수확이 없으면 그것으로 그만이란다.
노란 카레빛을 띠는 전복죽은 그야말로 입에 착착 달라 붙는다.
커다란 냄비째 상위에 내어놓은 전복죽을 주인 할머니몫으로 한 그릇 드리고는 모두다 해치웠다.
산에서 먹을 점심으로 컵 라면을 준비한터라, 김치와 식은밥 한 덩이나 어째, 좀 얻어갈까해서 운을 떼었더니,
인심 후한 주인 할머니께서 뜨거운 밥을 한 양푼이 퍼주신다.
도시살림처럼 흔해빠진 플라스틱 통이 없어, 그냥 스텐 양푼이째 은박지를 덮어 비닐 봉지에 싸주신다.
김치랑, 우리가 먹던 명이절임, 산두릅을 비닐봉지에 담고, 산에서 명이를 따서 그냥 쌈으로 먹으라고
쌈장까지 담아 주신다.
우리들은 맛좋은 전복죽으로 양껏 배를 채우고, 점심에 먹을 밥까지 한 양푼이를 확보한터라
느긋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할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길을 나섰다.
입구에 여러 그루의 커다란 후박나무가 있는, 저동 초등학교로 통하는 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큰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은 따가운 햇살로 벌써부터 땀이 난다.
산이 깊어 곳곳에 물도 흔하고, 매끄럽기까지 하니, 평소에 가졌던, 섬에 물이 귀하다는 선입견이 무색할 지경이다.
그런데, 자주 오르는 산이 아니라 등산로 진입로를, 가는 도중 서너번을 물어보게 되었다.
동네 아저씨, 동네 총각,파출소 순경 아가씨, 가게 아줌마,택시기사....
하나같이...
위험한 코스이니 포기하라, 산을 오를 때, 길을 잘 따라가야하니 다른 쪽으로 유혹받지 말라.....
난코스니 뭐니 하며,우리들을 심히 우려하는 눈빛이 역력하다.
도대체... 얼마나 위험한 길이길래?
은근히 걱정도 된다.
그러나, 대답들은 잘도 한다.
"조심들 하십시요!" "예~"
그러나, 까짓것,,,, 이 화창한 날씨, 다년간 숙달된 등산실력(?), 여섯 명의 일행이 있는데 뭐가 두려우리...
계곡을 끼고 나있는 넓은 시멘트 찻길을 한참을 오르다 샛길로 들어섰다.
불과 몇 미터앞의 봉래폭포를 앞두고....
좁은 오솔길같은 산길을 요리조리 한참을 올랐다.
유난히 반짝이는 나뭇잎에 오히려 눈이 부실 지경이다.
잠시,경사진 길을 힘들게 오르니, 비교적 넓은 산길이 나타났다.
도동에서 오르는 길과 합류지점이다.
여기서부터 성인봉까지는 순탄한 길이란다.
그러면?
그 위험하다고 말리던 난코스는 어디에?
아마도 눈이 많아 쌓이는 겨울이나 숲이 우거지는 여름을 두고 그랬을까?
그래도 그렇지....아~니? 우리를 뭘로 보고....말이야....^ ^*
사실...
합류 지점까지의 길은 지도상에는 나타나 있지 않은 길이긴 하다.
-- 작전회의라도 하는 양..
반짝이는 연두빛 나무잎, 각종 이름모를 풀들의 싱그로움, 산들거리는 바람, 달디단 공기....
세계 어디에도 없는 울릉도에만 자란다는 섬노루귀 꽃의 앙징스러움, 지천에 깔린 명이...
-- 섬노루귀
아~~~ 산행을 하면서 이리도 상쾌하고 행복할 수가.............
아직까지 남아 있는 하얀 잔설이, 5월의 싱그러운 나뭇잎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아름답다.
-- 5월의 신록과 잔설
-- 성인봉가는길
--드디어...성인봉(984m) 등정(?)
--성인봉에서 조금 내려간 전망대에서 바라보던 알봉, 송곳봉의 신비로움.....
--원시림에서
하산길에서 한 웅큼 뜯은 명이를, 반찬삼아 점심상을 차린다.
씻지 않고도 바로 먹을 수 있다고 했지만, 마침 바로 옆에 시원한 약수가 있어 대충 헹구어 쌈을 싼다.
일명 산마늘이라는 명이는 마늘향이 나고, 적당한 두께감이 있어 입안에 넣어 씹는 맛이 참 좋다.
삼겹살과 함께 먹으면 끝내준다지만, 아쉬운대로 햄과 함께 싸서 먹으니, 정~말 맛이 끝내준다.
먹다보니,모자라서,바로 옆에 있는 명이를 즉석에서 따서 대충 후~ 불어서 또 쌈을 싼다.
-- 명이쌈과 점심
-- 그 많던 명이는 누가 다 먹었을까...
도중에 신령수 한모금씩 시원하게 들이키고,나리분지에 도착한 우리들은,
해안일주도로중 극히 일부분인,동쪽의 미개통된 유보구간을 통해 저동까지 갈수 없을까
욕심을 내본다.
주민들의 반응은 길이 있다, 없다....상반된 반응이다.
할수없어 울릉도 산악회관계자의 번호를 알아내고, 산을 통한 옛길이 있는지를 문의해보기로 했다.
먼저 TKK씨가 전화를 했다.
지금, 절벽에서 작업중이라 통화를 할수 없다는 대답에 일단 포기.
"웬, 절벽?"
잠시후, SWY가 재도전...
안 선생님, ...께서..., ...하시고..., 극존칭(?)까지 써가며 공손히 문의했지만,
역시 절벽에서 작업중이라 통화가 불가하니 저녁때 다시 전화하라는 대답이다.
'저녁때는 우리도 더 이상 필요없는데요?'
'안 머시기라는 그 사람, 절벽에서 두번씩이나 씰~데(?)없는 전화 받고 열 받아서 뭔 일 나겠다...'
'전화 발신자 추적해서 우리 잡으러 오겠다...'
SWY는 옆에서 잡음을 넣어가며,킥킥거리는 우리들 때문에 억지로 웃음을 참아가며 전화를 끊었다.
길도 나있지 않은 길을 기어코 가겠다고,
위험한 절벽에서-뭔일인지는 잘 모르지만- 작업하는 사람에게 두번씩이나 번갈아 전화를 해댔으니,
우리들도 참... ^ ^*
나리분지에서 하루에 몇번밖에 없다는 마을 버스를 타고 섬목으로 나가 동쪽 길을 걸어 보려던 계획을 포기하고,
우리들은 더덕무침을 안주삼아 막걸리 두 사발을 비우고 2km가 훨씬 넘는 길을 걸어서 북쪽의 추산으로 내려 와,
여섯명이 버스비로 거금 25,000원을 내고 도동항까지 돌아왔다.
미리 부탁해둔 새우는 불행하게도 잡히지 않아, 아쉬운대로 생소라로 저녁식사를 했다.
전복보다 훨씬 맛있다고들 하지만, 생 전복을 먹어보지 못한 내 입에도 정말 맛있다.
오들오들 씹히는 맛이란....싱싱한 홍삼도 배가 부른 입맛에도 훌륭하다.
조그마한 식당안은 먼저온 손님이 돌아가고나니, 오붓이 우리들뿐이다.
2년전 TKK부부가 울릉도에 와서 기후관계로 열흘간 발이 묶이는 바람에 알게된 이곳 식당 주인 할머니는
몇 년전 외동인 막내아들을 공군장교로 30의 꽃다운 나이에 먼저 보내고, 그 화병으로 남편을 불과 두달전에 사별을 하셨단다.
2년전만 해도 TKK부부와 술도 함께 했다는데...
두딸은 육지에서 결혼해 살고, 이곳에서 홀로 사신다.
다 키워 놓은 귀한 외아들을, 장가도 못 보내고....
얼마나 아깝고 기가 막혔을까?
울컥 눈물이 쏫구친다.
술탓도 아니요, 여행중의 샌티맨탈도 분명 아니다.
담담하게 얘기를 하시는 할머니의 모습이 오히려 가슴이 아프다.
내일 아침식사는 시원한 미역국을 할머니에게 부탁해 본다.
고기가 잡히지 않아 좋은 재료가 없단다.
우리들은 떼를 쓰다시피해서 메뉴에도 없는 미역국울 내일아침식사로 주문하고 식당을 나섰다.
메뉴에도 없는 음식을 주문한게 어디 한두번이던가? ^ ^*
# 제 3 날(2003.05.03. 토요일. 무풍, 쾌청)
울릉도는 일년 365일동안 맑은 날씨는 불과 57일뿐이라는데, 우리들은 커다란 행운을 얻은 셈이다.
오늘도 하늘은 푸르고 햇빛은 눈부시다.
이른 아침인것 같은데, 미역국 다 끓여 놓았으니, 빨리 와서 식사하라고 숙소로 전화가 왔다.
아마도,식당할머니는 우리들 때문에 며칠간 새벽부터 바쁘셨을게다. ^ ^*
짐을 다 챙겨두고, 식당으로 여섯명이 우르르.....
싱싱한 조개랑 생선이 마땅치 않아 쇠고기(이곳 울릉도는 약초로 키우는 약우도 유명하다.)를 넣고 미역국을 한 쏱 끓여 놓으셨다.
"맛이 있을랑가 모르겠다..." 시며 내어놓는 미역국은 뽀얀 국물이랑, 구수한 냄새랑...
이른 아침부터 얼마나 정성들여 끓여셨을지 먹어보지 않아도 짐작이 갔다.
미역국속에 있는 쇠고기도 달고 고소하다.
아주 어릴때, 애기낳은 이모옆에서 얻어먹던 미역국이 갑자기 생각났다.
배불리 두 그릇씩 미역국을 비우고, 밥계산을 하는데...
"우~예. 밥값을 받겠노? 우예...받노..."
하기사...메뉴에도 없는 음식이니...값을 매기기가 곤란하시긴 하실게다. ^ ^*
한참을 망설이던 할머니는 20,000원만 달라는 소리에도 미안함이 잔뜩 묻어 있다.
할수없어,한 사람당 5,000원을 쳐서 30,000원을 드리는데, 절절 매신다.
밥값을 받는 주인은 곤란해 하고, 밥먹은 객들은 돈을 내며 하하거리고...
묘한 광경이다.
밴을 타고 도동에 가서 약수공원을 올라, 케이블카를 타고 전망대로 올랐다.
해안 가까이 우둑 쏫은 산세와 푸른 바다, 그 사이로 조그맣게 옹기종기 모여있는 도동항....
한 폭의 그림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제주도보다 울릉도의 풍광이 월등 아름답게 느껴지는건 나 개인적인 취향탓일까?
도동항 선착장에서 동쪽으로 시작되는 해안 산책로는 그야말로 비경이다.
해안선을 따라 조성된 산책로는 바위산 사이로 길을 내고, 다리도 지나고, 계단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끝없이 이어진다.
너무도 아름다운 길이라, 반짝이는 햇살아래 힘든줄도 모르고 걸었다.
일몰 즈음에 걸어봐도 무척 낭만이 있을것 같다.
다시 저동으로 돌아와 울릉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다른 식당에서 약우로 점심식사를 했다.
2박 3일간 여행 경비중에서 식비에 들어간 것이 아마도 7~80%는 되는것 같아,
엥겔지수가 상당히 높은 후진국형이긴 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살기 위한 식비가 아닌 즐기기 위한 식비이니 문화비로 보아야 타당하다고 의견일치....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문제를 심각하게 결론지으며 우리들은 웃었다.
공기 좋고, 좋은 음식 배불리 먹으니, 비록 3일간이긴 하지만, 그 사이에 얼굴이 달덩이가 되었다....에구~~ ~
"...네?
울릉도로 가기전부터도 그랬다고예?" ...ㅎㅎㅎㅎ....
2시30분에 출발하는 썬 플라워 호에 몸을 싣고,아쉬움을 남긴 채 우리들은 울릉도를 떠났다...............
**울릉도를 다녀온 후, 늦은 밤 TV에서 우연히, 조영남이 만난 사람 이라는 프로에서,
지금은 미국에서 라디오 코리아 라는 한인 방송국 사장을 맡고 있는, 그건 너노래를 불렀던 이장희 편을 시청하게 되었다.
몇번씩이나, 울릉도에 은퇴 운운 해서 처음에는 내가 잘못 들었나 했는데, 조영남이 그 이유를 물었다.
이 장희씨,
'나는 섬여행을 무척 좋아해서 하와이만도 50번을 넘게 가보고, 타히티 섬,,, 정말, 여러 섬을 다녀봤다.
몇 년전 한국에 와서 제주도를 갔는데, 누가, 울릉도를 가 보았냐길래, 얼마전에 울릉도를 가보고서는 정말 반했다,
세계 어느 섬보다 아름다워서, 말년에 우리의 울릉도로 은퇴를 해서, 이곳을 거점으로 여행을 다니면서 노후를 보내겠다.'
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