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웃기는 코끼리(태국)
이 순
우리는 지금 태국으로 가는 비행기 안에 있다. 엄청난 소음이 귓전을 스치지만 기분이 들뜬 여행객은 즐거운 대화로 떠들썩하게 이야기꽃을 피우는 동안 비행기는 목적지에 도착했다. 태국 땅에 내려 대기한 버스를 타고 호텔에 갔다. 넓고 조용한 벌판에 거창한 호텔 건물하나 외롭게 서있다. 주위는 한가한 들판이나 앞으로 번화가로 만들 계획이란다.
호텔 안으로 들어가니 우리일행 말고 다른 한국인이 많이 와 있는 것 같다. 복도를 지나다 보면 귀에 익은 우리말로 마구 떠들고 다닌다. 저녁 식사 후 방에 들어가 쉬고 있는데 아래층 로비 에서 시끌벅적 하다. 누가 싸우나 하고 내려가 보니 한국인 관광객들이 삼삼오오 모여 서서 또는 앉아서 큰 소리로 잡담을 하는데 듣고 보기가 좀 거북했다. 좀 조용했으면 좋겠다 싶었으나 그토록 즐거워서 노는 사람들을 누가 막을 수 있으리?. 우리는 들어가 잘 자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니 또 아래층에서 소란하다. 웬 아침 인사가 그렇게도 요란한지! 또 싸움 소리인줄 알았다. 호탤 식당에 부패 아침을 하러 가니 벌써 많은 사람이 밀려 줄이 장사진이다. 줄 앞쪽에서 한국말을 하는 좀 시골티가 나는 여행객이 마구 떠든다. 음식도 이것저것 만져 보고 찍어 먹어도 본다. 또 빵을 휴지에다 싸는데 웨이터가 와서 “그릇에 담으라” 해도 손을 내 저으며 아니라고 기어이 휴지에 싸면서 먹고 남으면 방으로 가져간단다. 또 다른 할머니가 손수건을 펴고는 빵을 싸고 있는데 종업원이 가서 그쪽 가이드를 대리고 왔다. 가이드 왈 “사전에 충분한 교육을 시켜왔는데 막무가내라” 하며 아주 시골 깊숙한 산촌에서 왔단다.
아침 부패치고는 음식이 너무 좋았다. 우리도 한참 식사중인데 친구가 습이 맛있다고 더 가지라 가더니 그냥 와서는 표정이 이상했다. 국이 세 가지나 있는데 그것들을 다 국자로 떠서 맛을 보고는 그 속에 도로 넣었다고 아무도 숩은 더 먹을 생각 말라 했다. 그렇게 아침은 끝나고 나오는데 또 한사람이 접시에 음식을 잔뜩 담아 들고 나온다, 같이 다니는 일행은 서로 같은 수준이라 누가 누구를 가르칠 수도 없고 잘 몰라서 하는 짓이라 나무랄 수도 없는 일 보기가 정말 안타까웠다. 그렇다고 가이드 혼자서 다 감당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오늘은 코끼리 쇼 구경 가는 날이라 서둘러 떠난다. 냉방된 실내만 벗어나면 찜통 같은 더위가 온 몸을 엄습한다. 화덕 같이 뜨거운 태양아래 악어 농장을 향해 간다. 지나가는 거리 낯선 풍경에 햇살은 강하게 내려 쪼이니 우선 보는 눈이 먼저 갈증을 느낀다. 어느 듯 목적지에 와 내렸다, 엄청나게 많고 큰 악어가 시멘트 바닥에 누워 있다. 그 육중한 몸으로 이등 저 등 서로 포개고 누워 편히 쉬고 있다. 물도 없는 메마른 그 바닥에 죽은 듯이 누워있는 악어는 너무도 순해 보여 어떤 무엇도 공격 할 것 같지를 않았다.
우리 구릅은 또 자리를 옮겨 코끼리 쇼 장으로 향해간다, 가는 도중에 공원에도 온통 한국 사람이 판을 치는데 오고 가는 사람마다 동양인이고 스쳐 지나는 사람들은 한국말을 한다. 드디어 코끼리 쇼 장에 들어서니 얼마나 덥고 목이 말라 물을 사러갔다. “한 병에 얼마냐?” 했더니, 이불이라 하며 얼른 따서 주면서 “무척 덥지요? 갈증이 심하지요?” 하면서 너무도 친절하여 다소 의아했다. 물을 좀 마시고 이불을 지불하니 아니라고 6불을 달란다. “아까 2불이라 했지 않으냐?” 했더니 절대 그런 일 없다고 우기니 도리 없이 다 주고
나왔다. 이게 바로 속임수에 바가지로구나. 더 해봐야 별수가 없을 것 같았다. 값을 치루기 전에 마신 것이 실수였다
코끼리 쇼 장에 들어서니 발들일 틈도 없이 입추 에 여지가 없다. 앞과 옆으로 비집고 들어가 봐도 앞에는 아무것도 보이질 않는다. 좀더 들어가서 뒤를 돌아보니 아는 사람 하나 도 없다. 남편도 안 보인다. 어차피 나 혼자인데 가는데 까지 가보자 하여 이리 저리 비집고 빈자리 찾아 들어갔다. 그 안에는 넓은 마루가 있는데 많이도 올라앉은 사람들은 어디서 왔는지? 새까맣고 바싹 마른 사람들이 입은 옷도 낯선 모습들이다. 어중간한 검은 치마 기장이며 흰 부라우스에 짧은 머리하며 더러는 파마도 했는데 아무튼 좀 색다른 차림이다.
동양의 어느 으슥한 시골에서 왔나보다 하고 그 마루 위에 틈이 좀 있기에 “익스큐스미”를 반복하며 빈자리까지 찾아 들어가 편안히 앉았다. 코끼리는 그 육중한 몸을 날렵하게 움직이며 쇼를 한다. 앞 두 다리를 번쩍 들어도 보이고 목을 숙여 얌전히 절도하고 과묵한 웃음으로 아양도 떤다. 여러 사람을 눕혀 놓고 한 사람씩 아주 정확하게 건너가는데 나는 행여 라도 실수 할까봐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손에 땀을 쥐었다.
다음은 남 여 한 쌍을 눕혀 놓고 그 긴 코를 여유롭게 움직이며 이리 저리 쓰다듬는다. 머리에서부터 발끝까지 오르내리며 만지는 듯 하는데 한 자리 선 채 긴 코만 움직여 아래 위로 왔다 갔다 하더니 이젠 머리카락을 한 줌 잡고 들었다 놨다 냄새도 맡아보고 코도 귀도 만지더니 입에도 슬쩍 다정히 부디 치고는 내려와 여자 가슴에서 아주 오래도록 쓰다듬고 만져보고 또 관중을 둘러보고는 다시 또 어루만진다. 남자가슴은 슬쩍 건드리는 척만 하더니 아래로 내려가 중요한 그곳에서 또 관중을 웃기는 짓을 한다. 그리고 또 여자한테로 옮겨 장난을 하는데, 정말 가볍게 품의 있게 슬 적 스쳐 지나지만 코를 벌렁거리며 이상야릇한 짓을 하여 폭소를 터트리게 하고, 관중을 즐겁게 한다
쇼에 열중하여 정신없이 떠들고 야단법석인데 옆에서 한국말이 들린다. 귀가 번쩍하여 돌아보니 아까 보던 그 희한한 차림의 어느 동양에 시골사람이 바로 한국인들이다. 우리말을 들으면서 다시 또 봐도 한국인으로 보기는 좀 낯선 분위기다. 그래도 귀에 익은 우리말에 너무도 반가워서 “안녕 하세요 한국 분이시군요”, 하고 인사를 나누고는 “어디서 왔느냐고?”. 했더니 경상도 안동에서도 많이 더 들어가는 어느 산골에서 왔다는데 비행기는 많이 봐도 버스는 볼 수 가없는 곳이라니 아주 깊은 산촌에서 온 모양이다. 외국으로 여행 간다고 오래도록 돈을 모으고 미용사 불러다 단체로 파마도하고 몽당치마와 등받이도 같이 들 주문해 입었단다. 효자 신발도 신었다고 발을 들어 보이며 자랑한다. 산촌 순박한 농민들이 일대 변신을 해온 것이다. 그래 매사 서툴러서 보는 이도 그 자신들도 거북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우리는 예, 너무도 재미나고 즐거워서 팔팔 뛰어 다닙니더” 라고 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코끼리는 갖은 재주를 다 부리고 지금은 원을 돌며 꾸벅 꾸벅 절도하고 굳바이 인사를 하는 모양이다. 우리도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음 코스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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