諷詩酒客(풍시주객)
김부용(金芙蓉:?~?)
호는 운초(雲楚), 기명은 추수(秋氺)이다.
성천 출신 기녀로 350 여수의 시가 전한다.
술이 지나치면 사람은 본성을 잃고
酒過能伐性 주과능벌성
시를 잘 지으면 반드시 사람은 궁색하게 된다
詩巧必窮人 시교필궁인
시와 술을 비록 벗으로 삼을지언정
詩酒雖爲友 시주수위인
멀리 하지도 까까이 하지도 말게나
不疎亦不親 불소역불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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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광교 한정식에서
一家 친척들이 모여서
큰 처형 회갑 잔치를 했다
내가 어릴 적만 해도
돼지 잡고, 기생을 불러서 꽹과리 두드리며
온 동네가 시끄럽게 놀았던 기억이 있다
요즘은 그렇게 하면 욕을 먹는다고 한다
조카가 답례품으로 21년 산 양주를 들고 왔는데
식당 허락받고 마시는데
별도로 셋팅비를 받는 것이었다
그것이 보편화가 되었다고 한다
그날따라 술맛이 좋아서
얼굴에 단풍이 한없이 술잔 속에 떨어졌다
한편으로 나이 먹는 게 축복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 모두 출가시키고
저런 환한 처형의 미소를 볼 때
비로소 자기만의 시간을 가진 것 같다
무척 술을 자중하라고 애썼는데
수시로 따라주는 술을 주는 대로 마시다 보니
취하지는 안 해도 마음이 공허했다
술과 시를 가까이하면서 살아왔지만
술 때문에 나를 버린 적은 없고
다행히 詩는 못써서 크게 고민한 적은 없다
어떨 때는 궁핍하더라도
술친구도 많았으면
시도 잘 쓰면 좋겠다는 생각
그래도 아직은
주위에 친구가 많다는 것은
세상 욕먹지 않고 살아온 나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