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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에서 열린 와룡울트라 랠리 후기입니다.
새벽에 귀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감각에 소스라치게 놀라서 잠을 깼다.
이상감각일까? 근데.. 뭔가가 움직이는 것 같은데...
면봉으로 닦아내 보지만 뭔가가 있는 듯 감각은 여전하다.
2일전 사천와룡울트라랠리 생각이 났다.
설마 그 파리가 귀에다 알을 낳았나?
그럼 구더기란 말인가?
전에 환자의 눈에서 기다란 하얀지렁이(동양안충)를 보고 꺼내준 적이 있는데..
머릿속에는 그 상황과 묘하게 오버랩되며 소름이 끼친다.
한참을 씨름했더니 이젠 있는건지 이상감각인지 햇갈린다.
구더기가 피부를 뚫고 들어가지는 못할 꺼란 믿음을 갖고 잠을 청했지만
고막 뚫고 들어가는 악몽에 시달렸다.
2017년도 첫 MTB대회가 사천에서 있었다.
호적 나이도 49세로 마스터급에선 최고령이고 또한 클럽을 좀 챙겨야하는 상황인지라..
대회를 멀리할려고 했는데..
근데 막상 대회공지를 보니 참가신청을 클릿하는 나를 본다.
팀원들도 불나방처럼 접수를 하여 와룡울트라100km 나가게 되었다.
접수 후에 코스를 분석해보니 누적 오르막이 3300m에 달하는 험난한 코스였다.
우리팀원들이 완주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일단 매주 라이딩을 거의 100km에 준하는 코스로 세팅하여 연습을 거듭했다.
100km를 안 달려본 사람한테.. 100km랠리는..
후반에 급격한 체력저하로 지옥을 맛보고 포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회전날 오후 일찌감치 사천으로 향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지만 어릴적 설레임을 안고 기다리던 운동회에 가는 기분이다.
“비 말고 눈이 왔음, 우리팀이 제일 유리할껀데..”
누군가 던진 한마디에 다들 동의한다.
한겨울 눈길라이딩부터 이어왔기 때문이다.
숙박공유사이트에서 얻은 농가주택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불곰님이 준비해온 성찬을 즐기고, 간단하게 맥주 한잔씩 하고 내일을 기약해본다.
아침에 일어나 자전거를 싣고 대회장으로 향한다.
삼천포대교가 아침 햇살에 아름답다.
다들 배번을 달고 멋진 랠리를 기대하며 사진을 찍는다
3번의 지원포인트가 있고 날씨가 싸늘한 관계로, 경험상 물 반통정도 담고,
파워젤 4개를 탑튜브 프레임에 부착하고, 한 개 먹고 출발한다.
건타임이라는 규정 때문인지 퍼래이드구간 인데도..
앞으로 나올려는 경쟁이 일어난다.
맨 뒤의 하프 출발자 들까지 내 앞쪽에 포진하기 시작한다.
드디어 출발이다.
배번에 상관없이 거대한 들소 무리처럼 달리기 시작한다.
약 10km정도 로드길이 이어졌음에도 대열에 흐트러짐은 보이지 않는다.
이제 임도 시작이다.
옆에서 휙휙 추월하며 지나간다.
잡으러갈까 하는 마음도 있지만..
경험으로 볼 때 전력질주는 나중에 독이 될 수 있어 자제한다.
서서히 웜밍업이 되어가고 주변 선수들과 속도가 비슷해져간다.
항속으로 달리기 시작하면 기분이 묘하게 업이 된다.
날씨는 라이딩 하기 최적이다.
단지 젖은 노면에서 뛰어오른 흙탕물이 가끔 얼굴에 튀긴다.
몇몇의 봄꽃들이 수줍게 고개를 내밀고 있다.
간간히 등산객들이 반갑게 말을 걸어온다.
싸늘한 공기가 얼굴과 가슴에 청량감을 더해준다.
참 행복하다.
임도 업힐 두 개를 넘고 시원한 내리막이다.
갑자기 벌레 한 마리가 윙하며 헬멧 턱끈에 부딧치며 끈과 귀 사이에 갇혔다.
귀에서의 벌레 날개짓의 엄청난 굉음에 놀라 속도를 줄이며 손으로 쳐보지만
떨어지지 않는다.
벌이라면 큰일이다. 제발 쏘지 말아라 생각하며 몇 번을 손으로 쳐보지만 그대로다.
공포감이 밀려온다
예전 박달재대회에서 고글과 눈 각막 사이에 벌이 갇혀 눈앞에서 벌을 보며
달려야했던 공포감이 밀려온다.
급 정지를 시도하고 자전거를 팽겨치고 수습에 들어간다.
윙윙거리며 점점 귀속으로 파고드는 벌레..
머릿속의 온갖 지식을 동원해보지만 여긴 그에 걸 맞는 도구가 없다.
한참을 씨름하여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동원 가까스로 빼낸다.
다행히도 벌이 아니라 파리였다.. 좀 찝집하지만..
다시 달리기 시작한다.
첫 번째 지원포인트에서 물도 좀 챙기고 바나나 3개 주머니에 넣고 달린다.
달리면서 바나나를 까서 먹는다.
내려서 차분히 먹지 못하는 내가 좀 우수꽝스럽지만 대회에 나가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좀 가다보니 몇 명이 앉아서 종아리를 붙잡고 있다.
초반 무리해서 쥐가 났나보다.
이제 하프와 풀코스 갈림길이다.
헷갈리게 만드는 하프선수들이 없으니 한결 편안해진다.
이제 서서히 내속도가 다른 선수들 속도보다 빨라지기 시작했나보다.
하나둘씩 연 달아 추월이 이루어진다.
번잡한 관광지 저수지를 지나, 벚꽃 밭을 옆에 두고 기다란 오르막이 있고,
시원한 내리막이 펼쳐진다.
계속 추월하며 나아간다.
이제 내 계산상으로는 2번째 지원포인트가 나오는 지점이다.
점심 먹는 곳인데 바나나와 물만 지원받고 달릴 생각이었다.
주요도로와 가장 근접한 지점으로 지도상에서 확인했었다.
두리번 두리번..
둘러보는데 지원포인트가 안보인다.
이상하다? 내가 지도를 잘못 봤나? 하며 달린다.
차안에서 본 싱글동영상에서는 싱글 다음에 밥을 먹었던 것이 생각나서
싱글길 다음에 밥주는 2번 포인트로 생각했다.
싱글길 전의 기다란 업힐에서 추월하며 388배번 선수에게 시간을 물어보며 대화를 나눈다.
“뒤에서 봤는데.. 댄싱 잘치시네요?”
“작년에 6시간에 완주했고, 전체 10등 했었어요.”
“대단하시네요.. 전 6시간완주 목표로 왔답니다. 6시간 내에 들어가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업힐에서 치고 나간다. 기다란 업힐인지라 힐끗 뒤를 보니 까마득히 먼 곳에서 힘겹게 댄싱치며 올라오는 모습이 귀엽다.
나중에 검색해보니 황령산MTB소속이고 작년 싱글랠리 1등한 선수였다.
잠시 소변도 보고 파워젤도 먹고 천천히 올라가 싱글길에 진입한다.
물도 떨어지고 파워젤로 에너지를 보충하며 간다.
근데.. 커피 맛을 4개째 먹었더니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카페인이 너무 많았나 보다.
싱글길은 예상대로 평범한 능선길이었다.
기다란 능선싱글길 끝무렵이 체크포인트인지 번호를 적고 있어 물어본다.
“몇 명이나 지나갔어요?”
“한 20명 지나갔어요~”
에구 입상권은 한참 벗어났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가파른 내리막 싱글 끝부분에 한선수가 넘어져 있다.
속도를 줄여 그 선수가 일어나 비키는 걸 확인하고 가려고
천천히 내려가는데 뒤에서..
“싱글은 잘 못 타시네..”하며 나한테 말을 건다.
아까 388선수가 어느새 붙은 것이다.
이곳 와룡랠리의 산들은 해변에 근접하고 동남쪽이라 그런지
모든 산들이 뾰쪽하게 생겨 업힐 경사가 상당히 가파른 듯 했다.
다시 업힐을 2개정도 넘고 나니 도로로 접어든다.
건너편에 지원포인트가 있는데.. 무심결에 지나쳤다가..
아무래도 너무 무리가 될 꺼 같아서 되돌아가서 지원포인트에 들른다.
“여기서 밥주나요?”
“어? 식사 안하셨어요? 여긴 3번째 지원포인트인데?”
“그래요? 두 번째 지원포인트 못봤는데?”
지원포인트에서 콜라 마시고 바나나 먹고 물 챙기고 바나나 챙기는데..
388번 선수와 408번 선수는 물만 마시고 지나친다.
얼른 붙어서 해변 도로를 같이 달린다.
3명이서 사이좋게 바람막이 해주면서..
이제 각산만 남았는데.. 상당히 높다고 한다.
408번 선수는 앞에 가고 388번은 뒤에 쳐지기 시작한다.
408번 선수를 제겨볼까 했지만.
몸도 피곤하고,
마음도 ‘어짜피 입상할 것도 아닌데.. 뭐’ 하며
관광모드로의 전환을 부추기고 있다.
각산은 표고차로 봐서 서산의 원효봉과 유사하다.
하지만 랠리 마지막 지점인지라.
선두권임에도 끌바하는 선수들이 간간히 눈에 보인다.
정상에서 싱글길로 접어드는데.
동영상에서 보았던 것과는 느낌이 틀린 가파른 싱글길이 이빨을 드러내놓고 있다.
가까스로 내려가는데.. 이번에는 바위가 있고 그 틈으로 들어가야 한다.
자전거를 높이 들고 조심스럽게 내려오는데..
다시 388번이 뒤에 보인다.
잠시 기다렸다가
“여기 와보셨죠? 먼저가세요? 뒤따라 갈께요.”
하며 양보해주었다.
“네. 여기는 한방에 내려가야 해요~”
하며 가는데.. 아주 고수는 아니지만..
나보다는 싱글을 조금 더 잘 타는 것 같다.
뒤따라가는데.. 급경사 다운이고..
패드 갈고 레버조정을 안해서 그런지 손가락이 몹시 아프다.
잠시 조정할려는 순간 자전거가 미끄러져 넘어지고 만다.
털털 털고 각산을 빠져 나왔다.
시내를 경찰들의 수신호에 맟춰서 한참 가니.. 골인지점이었다.
도착해서 옷갈아 입고 완주증 찿아보니 5시간 23분 23초였다.
만족스러운 랠리였다.
슈퍼에서 맥주 한캔 사서 마시고 있는데..
마운틴님이 들어오고 기록은 6시간 10분
안나님이 들어오고.. 6시간 16분
불 망치님이 6시간 29분 차례로 들어온다.
그리고 자랑스럽게도 마운틴님이 풀코스 남성3부 3위로 입상한다.
한참 후 김박사님과 불곰님이 들어왔다
둘 다 펑크 땜에 컷오프 당했다고 한다..
그리고 바딸님은 뒤에 있었는데.. 안 보인다고 했다.
한참을 걱정하며 기다리는데.. 바딸님이 멋지게 골인지점으로 들어온다.
완주를 위해 최선을 다해 달렸다가, 긴장이 풀렸는지 쥐가 나서 쓰러지고 만다.
뭉클하기도 하고 같이 달린 팀원으로써 자랑스럽기도 하였다.
모두들 이번 랠리의 추억에 대해 한참을 이야기하고 즐거운 추억으로 소중히 간직할 듯싶다.
함께 연습하고, 함께 달리고, 함께 추억을 공유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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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와우 실감납니다
읽으면서 내내 숨이목 까지차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재미있게
잘보고갑니다 문경대회까지
잘 이끌어 주세요 돌쇠님 ~^^
ㅎㅎ 문경에서 잘 해봅시다요~~^^
회장님!! 생생히도 기억하시고 알뜰살뜰 챙겨주시고 서로의 격려로~~ 우리 그날의 추억이 새롭게 뇌리을 스처가네요 우리 모두 모두 고생했어요 다음대회을 끔꾸며 화팅합시다
감사합니다.
마운틴 형님이 계서서 든든 합니다~~^^
슈렉님 멋진글솜씨로 다시한번 이픈추억을 끄집어냅니다. 잘읽고 갑니다.
ㅎㅎㅎ
후기를 읽다보니 그날의 기억이 새록새록 생각이 나네요..
인생도 그렇듯 랠리도 긴 거리를 가다보면 사람을 만나 정을 나눠가며
간답니다..
긴장감속에서도 한번도 보지도 못한 사람들과 물도 나눠 먹고 음식도 나눠먹고 서로 격려하며 최선을 다해 골인지점까지 가지요~~^^
행복했던 추억하나 추가요~~^^
슈렉님 후기 멋지네요~~
네~~ 감사합니다~~^^
정말 생생히 대회 상황을
스릴감 있게 잘 쓰셨네요~
한편의 영화 시나리오를 쓰듯~
대회가 이런거구나~
경험했고 회원들과 좋은 추억 가져갑니다~
회장님 진료 안하고
글써두 먹고 살것네유~~^^
ㅎㅎ 감사합니다~~^^
후기를 보면서 서산MTB클럽 회원님들의 건강한 모습으로 엿봅니다.
멋지고 아름답습니다.
그렇게 봐주셔서...고맙습니다~~^^
생생한 후기 잘 봤습니다. 함 도전 하고픈 맘은 있는데 실력이 미천한지라...
네~~ 감사합니다~^^
실력은 키우면 되더라구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