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가의 독서법] 시인의 정확성, 과학자의 상상력
호프 자런(Hope Jahren)
<랩 걸(Lab Girl)>(2016)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언젠가 이렇게 말했다. “작가는 시인의 정확성과 과학자의 상상력을 가져야 한다." 호프 자런은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다. 자런의 이 회고록은 자신의 천직을 발견하는 짜릿한 이야기이면서, 재능 있는 교사가 식물의 은밀한 삶에 대해 일러주는 지침서이다. 올리버 색스의 글이 신경학에, 스티븐 제이 굴드의 글이 고생물학에 한 일을, 이 책은 식물학에 하고 있다.
지구생물학 교수인 자런은 식물에 관한 매우 생소한 이야기를 전해준다. "4억 년 이상 전에 만들어진 이 조직체는 무기 물질에서 당분을 만든다. 다시 말해, 인간의 생명 자체가이 경이로운 조직체에 의존하고 있다.
자런은 미국 중서부 지역에서 식물이 자라는 소리를 설명한다. "사탕옥수수는 최고로는 매일 무려 1인치(약 2.54센티미터)씩 자라며, 이런 팽창을 수용하기 위해 겉껍질 층이 살짝 이동할 때, 8월의 아주 조용한 날 옥수수밭에 들어가 서 있으면 나지막하게 끊임없이 바스락거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자런은 사막의 타는 듯한 태양 아래서 몇 년 동안 비를 기다리며 웅크리고 앉아 있는 선인장의 기적 같은 능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선인장은 “마른 흙이 자신의 뿌리에서 도로 물을 몽땅 빨아들이지 못하도록 뿌리를 탈락시킨다. 그런 다음 수축하기 시작해 "가시들이 빽빽하고 위험한 털을 형성해서 이제 단단하고 뿌리가 없어진 식물 덩어리를 보호한다."
또 자런은 나무 꼭대기의 잎이 아래쪽에 있는 잎보다 작은 이유를 설명한다. 이 덕분에 "바람이 불 때마다 햇빛이 밑동 근처에 닿고 위쪽 가지들이 벌어질 수가 있다.
자런은 나무와 꽃과 다른 식물의 생활주기에 관한 장과 과학자로서 자신의 성장에 관한 장을 교차시켜 강인함, 독창성,적응력 같은 인간과 식물의 유사성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하지만 햇빛에 의존하는 점, 인간과 달리 움직이거나 이동할 수없다는 점, 식물 조직의 중복성과 유연성(“뿌리는 필요하면 줄기가 될 수 있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이다")같이 식물이 인간과 근본적으로 다른 점을 좀 더 강조한다.
일년중 아홉 달 동안 땅이 눈으로 덮인 미네소타의 한 작은 마을에서 자란 자런의 어린 시절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자런은 새로운 것, 아무도 알지 못했거나 예전에 명확하게 증명된 적이 없는 것을 발견할 때의 짜릿한 흥분, 그리고 과학 연구와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 해야 하는 힘들고 지루한 일에 대해 전한다.
조부모가 노르웨이에서 이곳으로 왔는데, 자런은 이렇게 쓰고 있다. "스칸디나비아인 가족들 사이에 일찌감치 엄청난 정서적 거리가 생겨나 매일매일 더 멀어진다." 자런과 형제들이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며칠을 보내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자런의 안식처는 시골 전문대학에서 기초 물리학과 지구과학을 가르치던 아버지의 연구실이었다. 그곳에서 자런은 의식같고 마법 같은 과학을 발견했다. 그 규칙과 절차, 그리고 과학이 요구하는 세부에 대한 주의를 받아들였다. 과학은 자런이 필요했던 것을, "가장 문자 그대로의 정의를 갖는 집, 즉 안전한 곳”을 제공해주었다.
자런은 새로운 것, 아무도 알지 못했거나 예전에 명확하게 증명된 적이 없는 것을 발견할 때의 짜릿한 흥분, 그리고 과학 연구와 실험을 수행하기 위해 해야 하는 힘들고 지루한 일에 대해 전한다. 며칠, 몇 주, 몇 달을 지켜보고 기다리며 데이터를 모으고, 밤샘하며, 반복하고, 우회하면서, 뜻밖의 발견을 하거나 헛된 결과를 얻기도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자런은 과학자로서 자신의 연구가 또한 더 큰 기획의 일부분임을 깨닫게 되었다. 자런은 식물이 아니라 개미와 비슷했다. “온 숲을 가로지르며 죽은 솔잎을 차례차례 찾아 날라서, 나로서는 작은 한 귀퉁이밖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더미에 하나씩 더하는" 개미 말이다.
과학자로서 자신은 실로 “부족하고 무명이지만 보기보다 강하며 나보다 훨씬 더 큰 것의 일부분”인 개미라고 자런은 계속해서 말한다. 자런은 연속체를 이루는 과학자들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전임자들의 연구를 발판으로 삼고 자신의 발전을 다음 세대에 물려줄 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