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D, 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한때 서버/워크스테이션의 전유물이었던 RAID가 일반 데스크탑에서도 저렴한 가격에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RAID 컨트롤러는 더 이상
고가의 장비가 아닐뿐더러, 고급 메인보드에는 아예 RAID 컨트롤러가 내장되기도 하는 추세이다.
RAID는 Redundant Array of Independent Disk Drives의 약자로, 다수의 HDD를 하나의 열로 묶어서 크게 하나로 사용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RAID의 진정한 매력은 단순히 하드디스크를 묶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동반한 부가적인 기능의 비중이 오히려 더 크다 할
수 있다.
[RAID 컨트롤러]
RAID에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가장 보편적인 것은 RAID0, 1, 5이다.
혹, RAID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신 회원들을 위해 잠시 이에
대해 짚고 넘어가도록 하자. 가장 먼저 이야기 할 수 있는 RAID0은
striping인데, 다수의 HDD에 데이터를 분산하여 기록함으로써 대역폭을 증가시켜 속도향상을 꾀하는 것이고, RAID1은 mirroring으로,
장착된 HDD 용량의 절반만이 사용 가능한 대신 자동적으로 백업이
이루어지는 형태이다. striping과 mirroring을 혼합한 RAID0+1도 존재하는데, 이는 최소 4개의 HDD를 장착하여 RAID0과 RAID1의 기능을 동시에 구현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메인보드에도 레이드 기능을 탑재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RAID5는 가장 진보적인 방식으로, 최소 3개의 HDD로 구성되어 데이터를 분산 저장하는 한편, 중간 중간에 error-correction 정보를 삽입하여 유사시 이를 사용, 데이터를 복구할 수 있다. 장착된
HDD 2/3의 용량을 사용할 수 있다. 성능과 안전성을 두루 갖추고 있는데다 용량의 소모가 적은 합리적인 방식이지만 읽기/쓰기 과정에서
CPU가 처리하기에는 과다한 연산 때문에 고가의 전용 컨트롤러가
필수라는 단점을 안고 있다.
뿌리칠 수 없는 RAID0의 유혹
종합해 볼 때 일반 사용자에게 가장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역시
RAID0이고, 실제로 저렴한 RAID 컨트롤러나 메인보드 내장형 RAID
컨트롤러의 경우 RAID0, 1, 0+1만을 지원한다. RAID0+1은 최소 4개의 HDD가 필요하기에 일단 주제에서 제외되었고, RAID1 역시 일반적인 용도에는 가격대 성능비가 맞지 않아 부적합하며, 미세하나마
RAID를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 속도가 느려지기에 제외, 오직 2개의
HDD를 사용한 RAID0만을 다뤄보겠다.
RAID0의 장점은 무엇보다도 높은 성능일 것이다. 싱글의(RAID가 아닌 일반 설정) 두 배에 가까운 읽기/쓰기 성능을 자랑하는 홍보물들은
필자처럼 “느린 CPU는 용서해도 느린 HDD는 용서 못하는” 사용자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하다.
그리고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또 하나의 장점은 다수의 HDD를 하나의
볼륨으로 묶는다는데 있다. 개인마다 취향은 다르겠지만 필자처럼 다수의 작은 볼륨보다 하나의 커다란 볼륨을 선호하는 사용자에게는 대단한 매력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RAID0의 장점은 여기까지가 끝이다.
그러나 간과할 수 없는 RAID0의 단점
이번에는 단점을 꼽아보겠다. 우선 안전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필자는 아직 경험해 본 적이 없지만 HDD의 기계적 손상으로 인한 데이터
손실의 확률이 RAID0의 경우 싱글보다 상당히 높다. 우선 사용된
HDD가 두 개이니 고장이 발생할 확률도 두 배이며, 어느 한쪽의 HDD가 손상되는 경우 손상된 면적에 따른 데이터 손실도 두 배일 확률이
높다. 컴퓨터 구성물 중 가장 물리적인 동작이 많으면서 금전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자료들을 보관하는 HDD가 더욱더 손실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것은 참으로 큰 단점이 아닐 수 없다.
[고장날 확률도 두 배]
다음은 전력 소모이다. HDD가 하나 추가되는 만큼 전력소모도 늘어난다. 절전모드 기능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끊임없이
회전하는 HDD의 전력소모는 만만치 않다. 더군다나 최악의 경우 이
HDD 하나의 차이를 파워 서플라이가 감당하지 못하여 고성능의 제품으로 바꿔주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우습게 들릴 수도 있는 또 하나의 문제점은 드라이버이다. 최근들어
FDD를 아예 장착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한데 반해, 공교롭게도 RAID를 사용하는 경우 FDD가 없이는 아예 OS 설치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Windows 2000/XP를 CD로 부팅하여 설치하는 경우 초기에 F6를 누른 후 RAID 컨트롤러 드라이버가 저장된 디스켓을 넣어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지 않으면 한참 후 HDD가 없어서 설치를 계속할 수 없다는 메시지와 함께 설치가 종료된다. 윈9X/Me의 경우도 제약을 받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미니멈 부팅을 하는 경우 FDISK도 제대로 실행되지 않기에 반드시 적절한 SCSI 드라이버를 로드해 주어야만 한다.
게다가 일부 메인보드 내장형 RAID 컨트롤러에서는 부팅시 매번
initialize 과정을 거치는 바람에 부팅시간을 두 배 이상 늘리는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RAID0, 의문의 효용성
이러한 단점들이 존재하지만 성능이 월등히 뛰어나다면 사소한 단점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RAID0에 의한 성능향상도 의문스러운 것이 문제이고, 어떻게 보면 바로 이 부분이 가장 큰 문제일 수 있다.
물론, RAID0을 사용하는 경우 대역폭이 두 배가 되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데이터 분산에 따라서 HDD 헤드의 이동 범위도 절반으로
줄어들어 플래터 당 두 배의 용량을 갖춘 것과 같은 효과도 볼 수 있어 성능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조각나지 않은, 사이즈가 방대한 파일의 경우 이에 따른 성능향상이 두드러지며, 실제로 싱글에 비해 두 배에 가까운 성능을 보인다. 그러나 실제상황, 즉 부분적으로 조각난 일반적인 사이즈의 파일이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반적인 상황 하에서
RAID0의 성능향상 폭은 격감하게 되며 결국 15% 안팎의 성능향상만이 가능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RAID0의 효용성에 의구심이 생긴다. 이 정도의 성능향상은 대용량의 신형 모델에서 얼마든지 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현재 시세대로 개당 10만원 상당의 60GB HDD 2개를
120GB의 RAID0으로 설정하여 사용하는 것과 20만원 상당의
120GB HDD를 싱글로 사용하는 경우 일반적인 상황 하에 전체적인
성능은 비슷한 수준이다.
Do or Not?
결론적으로 아무리 고속 HDD의 유혹이 강렬하여도 일반적인 용도에는 RAID0은 추천할만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게다가 RAID0은 추후 업그레이드에도 장애물로 작용한다. 메인보드 내장
컨트롤러의 경우 메인보드 교체시 별도의 RAID 컨트롤러를 구입하거나 비교적 고가의 RAID 컨트롤러 내장 모델을 선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HDD를 업그레이드의 경우 2개의 동일한 HDD를 동시에 구입하는 것 또한 부담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HDD 두 개가 반드시 동일한 제품이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RAID0으로 묶이는 경우 상대적으로 느린 HDD의 성능이 기준이 되므로 절실한 권장사항이다.
이미 밝혔듯이 필자는 일반인의 RAID0 사용에 회의적이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RAID0이 놀랄만한 성능을 보여준다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 CD 이미지 같은 대용량의 파일을 자주 사용하는 경우
- 디지캠 파일의 변환
- STR(Save to RAM)기능으로 최대절전모드 사용시 놀라운 부팅속도
- 극도의 멀티태스킹에 의한 SWAP파일 사용
- 포토샵에서 대형 이미지 편집
- 초고용량 볼륨이 절실하나 해당 사이즈의 HDD가 그 절반 사이즈의
HDD 2개보다 월등히 비싼 경우
사용자의 판단! 그러나 진지하게 생각해 보아야
물론, RAID 0이 매력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RAID0에 관심이 있는 사용자는 진지하게 위의 사항을 고려해 보시기를 권한다. 기사의
작성을 마치고보니 RAID 전체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면만 부각 시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필자가 RAID0을 사용해오면서 느낀
번거로운 점이 많았고 실망도 컸던 것은 사실이지만 재정적으로 넉넉한 사용자에게는 RAID5는 상당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언급을 끝으로
이만 글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