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과 무소속 출신 광역시장·도지사 당선자들이 당선 일성(一聲)으로 4대강 공사 저지를 들고 나왔다. 김두관 경남지사 당선자는 "4대강 사업을 중단시키기 위해 도(道) 차원의 인·허가권 활용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당선자는 "정상적인 치수사업의 범위를 확정해 중단 가능한 4대강 사업이 무엇인지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충북지사·강원지사·광주시장 당선자도 4대강 사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4대강 사업은 지자체들이 협조하지 않거나 적극적으로 반대할 경우 사업 시행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기초자치단체의 시장·군수는 준설토 적치장 인·허가권을 갖고 있다. 4대강 사업 준설토는 5억7000만㎥다. 폭 100m, 높이 10m로 쌓을 경우 570㎞나 이어지는 양이다. 시·군에서 적치장을 마련해주지 않으면 준설토 대란(大亂)이 벌어진다. 정부는 준설토의 상당 부분을 하천 인근 농지를 돋우고 높여 홍수 피해를 막는 데 쓸 계획이었다. 그러나 농지 리모델링 인·허가권도 광역자치단체장에게 있어 이들이 반대하면 준설토를 쌓아둘 곳이 없다.
4대강 사업은 전체 공정의 16.5%, 보(洑) 공사의 경우 33.4% 진척돼 있다. 16개의 보를 세우다 그만두면 홍수 때의 물 소통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더구나 정권으로선 야권 지자체 단체장들이 반대한다고 4대강 사업을 중단하거나 틀을 바꾸는 것은 자존심이 쉽게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여당이 6·2 지방선거에서 이렇게 무너진 것은 정부가 우격다짐 식으로 4대강 사업을 밀어붙인 데 대한 민심의 반발도 작용했다는 점을 생각해봐야 한다.
정부의 계속 추진과 야권 지자체 단체장의 결사반대 사이에 걸려 있는 4대강 사업의 활로(活路)는 어디에 있을까. 그 방법의 하나는 하천 정비가 가장 시급하고 지역민의 호응도 받고 있는 영산강을 골라 정부가 생각하는 4대강 정비의 모델을 현실로 국민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지금의 영산강은 홍수로 떠밀려온 토사(土沙)가 강 복판의 곳곳에 쌓여 배를 드러내놓고 있고, 지천(支川)에서 흘러드는 오수(汚水)는 여름철이면 퀴퀴한 냄새를 풍기고, 수량이 부족한 강줄기는 흐름을 잊어버린 채 흐르듯 말듯 하고 있다. 이 영산강의 물을 깨끗이 하고 흐름을 되찾게 해 강변에 갈대 숲 무성한 예스런 모습을 회복시켜 주민들에게 돌려주라는 것이다. 그래서 4대강 사업이 사방에 시멘트를 두르고 강의 흐름을 무리하게 직선으로 곧게 펴는 반자연적(反自然的) 토목사업이라는 오해를 씻어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나머지 한강·낙동강·금강의 사업은 속도를 조절하면서 민심의 흐름을 지켜볼 일이다.
영산강은 전체 길이 138㎞로 4대강 가운데 가장 짧지만 금강(2조4800억원), 한강(2조400억원)보다 많은 2조600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두 군데 보를 만들고 3000만㎥를 준설할 예정이다. 영산강 하류 무안 지점의 2008년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이 5.1PPM이었다. 한강의 노량진 3.8, 낙동강 물금 3.0, 금강 부여 지점 4.2PPM과 비교해 가장 나빴다. 영산강은 상류 4개 댐에서 수돗물과 농업용으로 물을 빼쓰는 바람에 갈수기 때 중류 아래로는 광주 하수처리장에서 배출하는 하루 72만t이 강을 채우는 실정이다. 영산강 하굿둑이 생긴 이후에는 물 흐름조차 단절돼 강바닥엔 오염된 흙이 쌓여 있다. 영산강 유역인 전남 지역 하수도 보급률은 전국 평균 85.5%보다 훨씬 낮은 45%에 불과해 강의 오염을 방치해둘 수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박준영 전남지사도 "다른 강은 몰라도 영산강 사업만큼은 꼭 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사업과 버스노선 정비 성과를 발판으로 대통령이 됐다. 그러나 4대강 반대론자들은 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든 그 청계천 사업을 4대강 사업의 반대 근거로 갖다 대고 있다. 청계천은 시멘트를 쏟아부은 인공(人工) 하천이라는 것이다. 도심에 건물이 들어찬 상태에서 하천을 복원해야 했던 한계(限界)는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4대강 가운데 먼저 영산강을 골라 시멘트 사용을 최소화하고, 구불구불 유장(悠長)하게 흐르는 강의 원모습을 유지시키고 곳곳에 백사장·습지가 복원되고, 강변엔 갈대·부들 같은 수변 식생이 자라고, 강물 속엔 지금보다 몇 배 더 많고 더 다양한 물고기와 생물이 사는 풍요로운 강으로 만들어야 한다. 그런 뒤에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도지사들과 종교단체의 사람들을 되살려놓은 영산강의 강변으로 초대해 4대강 사업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고 말해보라. 그러면 한강·낙동강·금강 지역 사람들이 우리 강(江)도 되살려 달라며 손을 내밀지 않겠는가. 발상의 대전환이 진퇴양난에 빠져있는 4대강 사업의 새 활로를 뚫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