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른 아침, 강남 어느 지하철역.
종종걸음으로 출근하기 바쁜 직장인들이
회사보다 먼저 들리는 곳이 있다는데~
“이발하셨어요?”,“빨간색이 참 잘 어울리시네요~”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오늘은 웬일로 일찍 나오셨네~”
김밥을 파는 것보다 손님들과 대화하기 더 바쁜
조금 특별한 김밥장수, 김철한(34)씨.
마치 고향의 큰 형님, 큰 언니처럼 챙겨주는
철한씨의 따뜻한 마음에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의 발걸음이 가볍다.
천 원짜리 김밥 한 줄에 행복을 파는 사나이 김철한 !
그가 퍼트리는 행복바이러스에 대한민국이 취한다~
# 행복김밥을 아시나요?
전국 방방곳곳 팔지 않는 곳이 없는 대한민국 대표 먹거리, 김밥!
강남 테헤란로에 가면 ‘행복김밥’이라 불리는 조금은 특별한 김밥이 있다.
비록 길거리표 김밥이지만 손님과 주인이 손바닥을 마주치며
“파이팅~!”을 외치는 진풍경은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데~
새벽같이 싼 신선한 김밥에, 돈에 연연하지 않는 넉넉한 인심,
오는 손님마다 일일이 기억하고 반겨주니 한번 오면 단골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뿐 아니라 결혼기념일, 생일을 맞은 손님이나 임신부들에게는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1000원짜리 김밥을 반 가격에도 판다.
비록 길거리표 김밥이지만 그 안에는 손님을 생각하는 애정이 가득 차 있다.
# 행복을 파는 사나이, 김 철 한 !
행복김밥을 파는 남자, 스물일곱 젊은 나이에 네 식구의 가장이 된 철한씨.
특전사로 6년간 복무한 후 화공약품배달, 안전관리요원 등 닥치는 대로 일했다.
돈은 벌 수 있었지만 집에서 혼자 쌍둥이를 보는 아내가 걱정스러웠던 남편,
아이들을 보살피며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찾은 게 김밥이었다.
하루 100 줄도 못 팔고 터줏대감들에게 밀려 쫓겨난 적도 여러 번,
하지만 아버지이기에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빠짐없이 자리를 지켰다.
새벽 2시 기상, 6시 반에 집을 나서고 오후가 되어서야 집에 돌아오는 철한씨.
낮과 밤이 바뀌어 늘 부족한 잠에 쫓기면서도 틈틈이 아르바이트까지 한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막노동도 마다않는데….
쌍둥이 은택, 영찬이가 여섯 살, 엊그제 태어난 것 같은 딸 초연이가 벌써 두 살이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아이들을 보면 어깨가 무겁지만
사랑하는 가족들을 위해 일할 수 있는 것만으로 가슴 벅차게 행복하기에
오늘도 그는 행복을 재료 삼아 김밥을 만든다.
# 숨어 있는 일등공신, 현모양처 선애씨
어려운 집안사정에 소풍 때도 김밥을 싸가지 못했던 선애씨는
어린 마음에 김밥장사에게 시집가는 걸 꿈꾸기도 했었다.
스물한 살 꽃다운 나이에 철한씨 하나만 믿고 결혼을 결심했던 것처럼
지금도 한결같이 남편이 하는 일이라면 뭐든 믿고 따라주는 아내.
어린 세 아이들 뒤치다꺼리로 바쁜 하루를 보내고
새벽 3시, 비몽사몽간에 김밥을 싸면서도 불평 한마디 없는데….
추운 날씨에 밖에 나가 김밥을 파는 남편을 생각하면
집안에서 김밥 싸고 아이들 보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결혼 6년차지만 아직도 매일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백하는 부부.
김과 밥, 둘 중 하나를 빼면 김밥이 될 수 없는 관계. 이 부부가 그렇다.
# 강의하는 김밥장수, 그가 말하는 행복한 세상
힘든 날도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 250 줄은 기본에 배달도 들어온다.
아침 7시 반에서 9시 반까지, 두 시간 장사라도 이정도면 성공한 편이다.
신문, 라디오에도 소개되고, 대기업 임원들을 상대로 강연도 하는 김밥장수 철한씨는
강남 한복판, 높디높은 빌딩 틈에서 김밥장사를 하는 자신보다
아침도 못 먹고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더 고생스러울 거라 말한다.
집에서 만든 따끈한 아침을 먹고 올 수 있는 세상, 그가 바라는 세상이다.
각 부 주요내용
5부 (2008년 2월 29일 금요일)
어쩐 일인지 철한씨가 김밥을 그만 싸자고 하는데... 웬만해서 아프다고 하지 않는 사람이 장사까지 쉬자고 하는 걸 보니 어딘가 탈이 난 모양이다. 김밥 만들고 팔고, 시간 나는 대로 아르바이트까지, 가족만 돌보려했지 자신의 몸은 신경 쓸 겨를이 없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대신 장사를 나가겠다는 선애씨와 이를 말리는 철한씨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일고... 하지만 사실 철한씨도 장사를 쉬는 것은 영 불편한 일. 끝내 선애씨가 대신 김밥을 팔러 나가는데 싸기만 했지 장사는 처음이라 정신이 하나도 없다. 손님들은 밀려오고, 잔돈은 없고, 봉지도 떨어지고, 손까지 꽁꽁 얼었다. 매일 이렇게 장사했을 남편을 생각하니 새삼 존경스럽고 고마운 마음 뿐. 며칠 후, 조금씩 모아둔 비상금을 꺼내 쌍둥이들 생일파티를 준비하는 부부. 선물에 케이크, 풍선장식까지~ 생각지도 못한 생일파티에 깜짝 놀라며 좋아하는 은택이, 영찬이. 굳이 생일이 아니어도 세 아이들을 보기만 하면 그저 흐뭇한 부부다. 그리고 새벽, 여전히 김밥을 만들고 있는 철한씨와 선애씨. 낮은 곳에서 작게 웅크리고 있는 행복을 발견할 줄 아는 사람들. 이들이 있기에 테헤란로의 아침은 더없이 밝다.
첫댓글 새벽에 어린 아기들 재워놓고 눈 비비며 일어나 김밥을 싸는 두부부에게서...삶의 고단함과 동시에 아름다움을 보았습니다... 삶이란.... 이런거라는것....사랑이란 이런거라는것...서로를 생각해주고 서로에 대해서 가슴에 항상 존재하는거라는것....하느님께 기도했습니다...저 두부부를 지켜 달라고..더이상의 어려움은 없게 해 달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