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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비공개 입니다
우리 서울 무학국민학교 동기생들 모임 내에 산행모임(삼무회 산모임)이 부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방의양, 장익진 친구가 주축이 되어 산을 좋아하는 친구들이 여럿 어울리는데 주로 서울 근교의 산으로 산행을 간다. 그래서 경주에 있는 나는 도무지 갈 형편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 중의 몇몇 친구가 원거리 산행을 하고 싶다며 경주로 찾아 온 적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2009.10.24-25) 서울행은 애시당초 25일의 삼무회 산모임의 유명산행에 참여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 토요일에 충남 금산의 서대산을 오르고 저녁에 친구들과 일산에서 벙개 모임을 갖고, 일요일에는 삼무회 산모임의 유명산 산행에 참여하는 것으로 계획을 잡고 서울로 올라왔다. 그리고 어제 서대산을 오르고 밤에 친구들과 모여 새벽까지 술과 전쟁을 치르고 잠을 자는둥 마는둥 하며 아침에 유명산으로 왔다.
고양시 덕양의 모텔에 들었다가 아침 일찍 술에 취한채 일어나 바로 의정부, 남양주, 구리를 지나 강일에서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설악IC에 내려 단숨에 유명산으로 들어왔다. 유명산 주차장에는 벌써 삼무회 산모임의 장익진, 채종호, 반영환, 이성표가 나와 있었는데 나때문에 1시간이나기다렸단다. ㅋㅋ 미안하다. 어제 늦게까지 술을 마시느라고 늦어서...........내딴에는 새벽에 일어나는 등 최선을 다 했단다. 조금만 이해해 줘.
서울 근교의 산들이 늘 그렇듯이 유명산도 산 밑에 상업적인 유흥공간이 즐비하다. 너무 광범위하게 지역이 상업화하여 너무 복잡해 산행 들머리도 못 찾을 판이다. 그러나 형편이 그러면 그 형편대로 가야한다.
유명산, 이 산은 산 자체는 별 것이 없다. 특히 산의 남쪽은 지나치게 완만하여 산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미흡한 편이다. 그러면 이 산이 왜 한국 100명산이 되었냐구? 그것은 산 북편의 계곡 때문이다. 이름하여 입구지계곡과 어비계곡이다. 우리는 유명계곡으로 이름이 불리우는 입구지계곡으로 코스를 잡고 들어간다. 유명은 이 계곡으로 유명하기에...........사진을 보니 채종호가 점잖게 앞장을 서고 있다.
채종호가 앞서고 바로 이성표, 장익진, 김단미가 뒤 따른다. 반영환이는 없네? 어딘가에 있겠지. 홍길동이라서 번쩍번쩍하는 친구니까......
유명산은 경기 가평군 설악면과 양평군 옥천면의 경계지에 위치한 산으로 높이가 864m에 이른다. <동국여지승람>에는 산 정상에서 말을 길렀다고 해서 마유산이라고 부른다는 기록이 있다. 지금의 이름, 유명산은 1973년 엠포르산악회가 국토 자오선 종주를 하던 중 당시 알려지지 않았던 이 산을 발견하고 산악회 대원 중 진유명이라는 여성의 이름을 따서 붙인 것이라고 한다. 그 모임에서 진유명이라는 여성이 많이도 예뻤는 모양이다.
유명은 동쪽으로 용문산(1,157m)과 이웃해 있고 약 5km에 이르는 계곡을 거느리고 있다. 산줄기가 사방으로 이어져 있어 얼핏 험해 보이나 능선이 완만하여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가일리에서 선어치고개 쪽으로 가는 도중에는 삼림욕장을 비롯하여 체력단련장·캠프장 등을 갖춘 자연휴양림도 있다. 유명산의 관광 명소로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을 지닌 용소와 용문산에서 흘러내린 물줄기와 합쳐져 생긴 유명계곡(입구지계곡)이 유명하다. 우리는 지금 이 입구지계곡으로 유명에 들어간다.
완만한 계곡길을 오르지만 간간이 이렇게 오르막이 나온다. 산길로 서서히 4km를 걸어 유명산 정상에 도달하게 된다. 산은 작아도 정상까지의 거리가 멀어 극심한 가뭄에도 수량이 풍부한 아름다운 계곡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유명산은 능선이 부드럽고 완만하여 산 자체보다는 자연휴양림, 계곡, 억새밭, 입구지계곡이라 부르는 동북쪽의 길고 아름다운 계곡으로 더욱 유명한 가족산행지라 할 수 있다. 긴 계곡을 가지고 있어 봄과 여름의 산행지로 좋으며, 정상 부근에는 온통 억새밭으로 되어 있어 가을 경치도 일품이다.
명소로는 용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을 지닌 용소는 직경이 10m나 된다. 자연 흑암으로 이루어진 계곡마다 대부분이 작은 암반으로 이루어져 있다. 박쥐소, 용소, 마당소 등 소와 담, 그리고 작은 폭포가 연이어 있는 이 계곡은 길이 5Km에 이르고 사시사철 수량도 풍부하다.
설악이나 오대같이 계곡이 화려하고 웅장하지는 않지만 아기자기한 계곡이 전형적인 한국의 계곡을 만들어 놓고 있다. 가을 단풍이 곁들여져서 그런지 생각보다는 계곡이 훨씬 더 아름답다.
<가을의 기도>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 같이.
계곡은 들어갈 수록 더 넓어지는 것 같다.
유명은 산림청 선정 한국 100명산에 포함되는데 그 사유는...............
능선이 완만하고 부드러우며, 수량이 풍부한 계곡과 기암괴석 및 울창한 숲이 어우러져 경관이 아름답고, 아울러 신라 법흥왕 때 인도에서 불법을 우리나라에 들여온 마라가미 스님에게 법흥왕이 하사한 사찰인 현등사가 있으며 아름다운 자연휴양림도 있는 것이 고려되어 선정되었다고 한다.
붉은 단풍이 나타난다. 바야흐로 유명의 계곡은 절정의 가을을 맞고 있다.
< 가 을 > 송재익
밤나무에 밤이
밤 밤 밤 익어가면
감나무에 감도
감 감 감 익어가는 날
울긋불긋 물드는
아이들 마음이
새콤달콤 익어간다
익어만 간다
맑은 물, 맑은 계곡. 그리고 붉은 단풍............물 속을 들여다 보는 女心은 가을날의 나르시소스다. 성호야! 안 땡기냐?
우리 팀은 깊은 가을 속으로 계속 들어가고 있다.
< 가 을 > 정태현
가을은
꽃보다도 진한
향기로 젖어온다
끝없이 깊은 하늘은
천상이라도 보여 줄듯
마음을 홀리고
서늘한 대기는
스산한 기운으로
뼈 속 마디마디 파고들어
왠지 모를 사무침에
젊은 가슴도
단풍같이 멍이 들고
떨어진 낙엽은
영혼 위에
겹겹이 쌓여
가을은
까닭 없이
< 가 을 숲 > 정태현
가을 날
햇살 눈부신 오후
어여쁜 단풍 숲 속엔
황홀하게 나를 부르는 누군가 있다
황갈색 빛 길속으로
미로를 따라가면
그 어디엔 듯 아름다운 요정의
황금 궁전이 문 열려 있을 것 같다
한번 들면 다시 돌아올 수 없을 것 같은
위험한 유혹으로
가을 숲은
나를 부른다
가을 계곡, 그 아름다운 이름이여!
가을은 깊이 들어가기만 하는 것이 아니고 건너기도 한다.
<가을 저녁의 시> 정태현
누가 죽어가나 보다
차마 다 감을 수 없는 눈
반만 뜬 채
이 저녁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살을 저미는 이 세상 외롬 속에서
물 같이 흘러간 그 나날 속에서
오직 한 사람의 이름을 부르면서
애터지게 부르면서 살아온
그 누가 죽어가는가 보다.
풀과 나무 그리고 산과 언덕
온누리 위에 스며 번진
가을의 저 슬픈 눈을 보아라.
정녕코 오늘 저녁은
비길 수 없이 정한 목숨이 하나
어디로 물 같이 흘러가 버리는가 보다.
<가을시 겨울사랑> 전재승
가을엔
시(詩)를 쓰고 싶다.
낡은 만년필에서 흘러
나오는
잉크빛보다
진하게
사랑의
오색 밀어(密語)들을
수놓으며
밤마다 너를 위하여
한 잔의 따뜻한 커피같은
시(詩)를
밤새도록 쓰고 싶다
<가을날> 김현승
가을 햇살이 좋은 오후
내 사랑은 한때 여름 햇살 같았던 날이 있었네
푸르던 날이 물드는 날
나는 붉은물이 든 잎사귀가 되어
뜨거운 마음으로 사랑을 해야지
그대 오는 길목에서
불 붙은 산이 되어야지
그래서 다 타 버릴 때까지
햇살이 걷는 오후를 살아야지
그렇게 맹세하던 날들이 있었네
그런 맹세만으로
나는 가을 노을이 되었네
그 노을이 지는 것을 아무도 보지 않았네
<단풍 한 잎> 이은상
단풍 한 잎사귀 손에 얼른 받으오니
그대로 내 눈 앞에 서리치는 풍악산을
잠긴 양 마음이 뜬 줄 너로 하여 알겠구나.
새빨간 이 한 잎을 자세히 바라보매
풍림(楓林)에 불 태우고 넘는 석양같이 뵈네
가을 밤 궂은 비소리도 귀에 아니 들리는가.
여기가 오실 텐가 바람이 지옵거든
진주담 맑은 물에 떠서 흘러 흐르다가
그 산중 밀리는 냇가에서 고이 살아 지올 것을.
<낙 엽> - 레미 구르몽
시몬, 나무 잎새 떨어진 숲으로 가자.
낙엽은 이끼와 돌과 오솔길을 덮고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낙엽 빛깔은 정답고 모양은 쓸쓸하다.
낙엽은 버림받고 땅위에 흩어져 있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해질 무렵 낙엽 모양은 쓸쓸하다.
바람에 흩어지며 낙엽은 상냥히 외친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발로 밟으면 낙엽은 영혼처럼 운다.
낙엽은 날개 소리와 여자의 옷자락 소리를 낸다.
시몬, 너는 좋으냐? 낙엽 밟는 소리가.
가까이 오라, 우리도 언젠가는 낙엽이니
가까이 오라, 밤이 오고 바람이 분다.
< 가 을 날 > -R.M.릴케-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아주 위대했습니다.
당신의 그림자를 해시계 위에 놓으시고
벌판에 바람을 놓아주소서.
마지막 과일들을 결실토록 명하시고,
그것들에게 또한 보다 따뜻한 이틀을 주시옵소서.
그것들을 완성으로 몰아가시어
강한 포도주에 마지막 감미를 넣으시옵소서.
지금 집 없는 자는 어떤 집도 짓지 않습니다.
지금 외로운 자는, 오랫동안 외로이 머무를 것입니다.
잠 못 이루어, 독서하고 긴 편지를 쓸 것입니다.
그리고 잎이 지면 가로수 길을
불안스레 이곳저곳 헤맬 것입니다.
< 가 을 엽 서 > 안 도 현
한 잎 두 잎 나뭇잎이
낮은 곳으로
자꾸 내려앉습니다
세상에 나누어줄 것이 많다는 듯이
나도 그대에게 무엇을 좀 나눠주고 싶습니다
내가 가진 게 너무 없다 할지라도
그대여
가을 저녁 한때
낙엽이 지거든 물어보십시오
사랑은 왜
낮은곳에 있는지를
입구지계곡은 끝이 없는 것 같다. 족히 10리는 걸어왔지 싶은데..........
아이들도 가을을 따라 이까지 들어왔다.
< 시 월 3 > 황동규
며칠내 바람이 싸늘히 불고
오늘은 안개 속에 찬비가 뿌렸다.
가을비 소리에 온 마음 끌림은
잊고 싶은 약속을 못다한 탓이리.
< 시 월 6 > 황동규
창 밖에 가득히 낙엽이 내리는 저녁
나는 끊임없이 불빛이 그리웠다.
바람은 조금도 불지 않고 등불들은 다만 그
숱한 향수와 같은 것에 싸여가고
주위는 자꾸 어두워 갔다
이제 나도 한 잎의 낙엽으로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리고 싶다.
입구지계곡 상류의 명경지수
이제 계곡이 끝나고 정상으로 오른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입구지계곡에서 박쥐소, 용소, 꿩소를 다 지났다. 이름이 무에 중요하랴? 좋은 경치로 만족할 뿐이다.
자! 오르자. 정상으로..............
4명의 친구들은 산행력이 모두 비슷해 가는 행보도 유사하다. 하지만 성격들은 모두 다르겠지? ㅋㅋ
정상에서 마침 카메라 조작에 문제가 생겨 정상부는 놓치고 정상 근처에서 점심을 먹기 시작한다. 정상 사진은 영환이한테 빌려야 겠다.
익히 들어서 알지만 오늘도 장익진이의 속 깊은 우정이 시작된다. 직접 산에 가서 도토리를 하나하나 줏어 끓였다는 도토리묵이다. 어제 밤에 이걸 끓이느라 한숨도 못 잤다 한다. 좋은 친구!
이건 놀라운 음식이다. 자연산 산더덕을 무쳐왔다. 가을 더덕이라 목구멍에 그렇게 따갑지 않다는데..........이건 정말로 귀하고 놀라운 음식이 아닌가? 그 누가 이렇게 많은 귀한 식물을 무쳐 내 온단 말인가?
맛있는 식사 후 커피 한잔으로 가을의 쓰산한 마음을 달랜다. 오늘 산행은 늘 진지한 분위기였는데 느닷없이 터지는 채종호의 일갈에 모두들 폭소를 터트린다. 그것도 점심 전까지는 한마디도 않고 있다가...............그는 진정 영리한 사이코인가? ㅋㅋㅋ
하산이다. 오른 길과는 다른 길로 내려간다. 남쪽에서 올랐다가 북동의 선어치고개로 가지 않고 동쪽으로 빙 둘러 다시 주차장으로 내려간다. 한마디로 회귀산행이다.
산을 내려가는 장익진.
우리가 처음 출발할 때 갈라졌던 입구지계곡 갈림길에 다시 왔다. 왼쪽 계곡으로 들었다가 오른쪽 길로 내려온 것이다.
유명산 입구. 단미야! 수고했다. 이제 100명산 중 48번째 산을 완주했구나. 나름 산에 도가 터졌겠구나.
자! 주차장으로 내려가자.
마지막으로 보는 계곡 입구.
유명산 주차장이다. 우리는 여기서 헤어진다. 서울팀은 경춘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가고, 경주팀은 국도를 통해 양평-여주-이천으로 해서 영동고속도로 여주IC로 올라탄다. 그리고는 팽!!~~~~~ 경주다. 이틀 간의 아름다운 가을은 늦은 밤 경주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