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일 내리던 비가 어느새 그쳐버린 저녁무렵엔
나뭇잎 사이 스치면서 지나가는 바람결이 좋은데
너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있는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그 얘기를 기억하는지
언제였던가 새벽이 오는줄도 모르고 수많은 얘기 했었지
그 땐 그랬지
우리의 젊은 가슴속에는 수많은 꿈이 있었지
그 꿈에 날개를 달아 한없이 날고 싶었지
다시 어둠내리고 이렇게 또 하루가 접혀져가고
산다는일은 어디까지 가야지만 끝이 날지 모르고
너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그 얘기를 기억하는지
강물은 흐르고 흐르는 강물따라 세월도 흘러
지나가버린 바람처럼 우리들의 젊음 또한 가버리고
너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그얘기를 기억하는지
너는 말했지 서로가 다른길을 걸어도 우리는 함께 간다고
지금 이렇게 혼자서 밤거리를 걸으면 구멍난 가슴 사이로
선선한 가을바람이 지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이제 여름도 가고 어느새 바람속엔 가을냄새가
만나고 싶은 누구라도 한사람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
너는 지금 어디에 무엇을 생각하며 살고 있는지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 그얘기를 기억하는지
늦은 밤, 손님들 모두가 작은 목선처럼 총총히 집으로 돌아가고...
이 적막의 산자락에 밤별 초롱이고 눈썹달 자두나무가지에 걸려 적요할 즈음이면
비로서 이제부터 나 혼자만의 자유로운 시간이다.
가만가만 블러그 이웃들 방문하여 인사나누고 나 아닌 타인의 삶의 흔적을 더듬다보면 가끔씩 울컥 울컥 내 감성의 여린 신경을 건드려 마음 따뜻해지기도 하고 아려지기도 한다.
글로서,음악으로서,저마다의 관심분야를 심도있게 다루며 예전의 살뜰한 꿈과 현재진행형 삶의 이야기들을 꾸려가는 이웃님들...
그래...서로서로 감사하며 위로받는 나눔의 시간인게지.
언제 부터인가 내 블러그의 배경음악은 양희은의 "그리운 친구에게"가 흐른다.
누구나 그립고 보고싶은 친구가 있겠지만 오늘은 너무 보고싶어 눈물나게 하는
친구가 있다.
하여 이 글을 쓰며 위의 음악을 스무번쯤 아니 서른번쯤 반복해 들으며 친구의 얼굴을 떠올려 이 글을 쓴다.
연초에 절판소장님께서 "블러그이웃 신청곡"으로 엮은 라디오프로그램을 진행하셨을때 내 신청곡으로 전파를 탔던 송창식의 "밤눈" ...
고1때 친구집에서 밤새워 송년파티를 열다 새벽녁 창을 열었을 때 소담스런
함박눈이 내리고 있었고 내가 턴테이블에 송창식의 밤눈을 올렸을때 친구들
모두 말없이 눈물만 흘렸지.
인생이 무었인지 사랑이 무엇인지...아직 여물지않은 열일곱 청춘들은 그저 음악에 몰입되어 창틀에 기대어 밖을 내다보며 까닭모를 눈물을 흘렸다.
그때 친구들이 모였던 장소가 지금 이야기 하고자하는 친구의 정릉집이다.
친구의 아버님은 영화배우였는데 (당시에 정릉에는 김지미같은 은막의 스타들이
꽤 살았다) 주로 단역배우로 활약하시었지만 멋진 풍모를 지닌 분으로서 당대최고
배우(정윤희 등)들의 아버지 배역이나 의사,사업가등의 역할을 하셨다.
가끔 극장에서 또는 TV의 CF등에서 뵙던 기억이 새롭다.
이웃님들 올초에 내 젊은 날 아픈 객기의 일기를 꺼내어 블러그에 올렸던 글을
기억하는지...
1980년 12월 18일
오늘은 18일이라 그런지 씨팔...정말 춥다.
너무 춥다.
차라리 길바닥에서 잠을 잔들 이보다는 덜 춥겠다.
연탄도둑놈 팔자가 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득진이가 오늘 학교소집일이라 새벽에 일어나 밤새 꽁꽁 언 몸을 겨우
일으켜 라면을 끓였다.
이제 마지막 남은 라면이 3개뿐인데....그래... 오늘 3개 모두 끓여 먹어 조지자.
최후의 만찬일지도 모르는데 배불리라도 한번 먹어보자.
졸린 눈을 비비며 마주앉은 동생은 차마 먹지 못하고 젓가락만 깨적거린다.
"먹어"
"......."
"많이 먹어"
"난 학교가서 애들 도시락 먹으면 돼. 형 많이 먹어요....."
녀석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삼킨다.
"먹으라면 먹어.이 자식이.."
나는 눈을 부라리며 언성을 높였다.
우리 형제는 서로 조금이라도 더 먹이려고 느릿느릿 불어터진 라면을
눈물 콧물 범벅으로 삼키고 있었다.
근래의 우리집 전후사정을 잘 아는 친구가 부산으로 내려가 편지를 띄우며
글과 함께 부쳐주는 꼬깃꼬깃한 천원이 수입의 전부이다.
몇번의 편지마다 담배값 아껴 보내준 천원이면 라면이 열개...5일치 양식이다.
그런데 오늘 한끼에 세개의 라면을 먹어 치운 것이다.
이제 단칸자취방에 더이상 팔아먹을 가재도구도 없다.
냉장고팔아 한달을 버티고 책팔아 근근히 며칠씩 살아가는 현실이 믿기지 않는다.
난 세상살아가는 방법을 전혀 모르는데 어찌해야할지 캄캄할 뿐이다.
멀리 부산에서 위로의 글과 함께 편지봉투에 꼬박 천원씩 보내주던 ..하여 그 천원으로 하루 한끼 라면이나마 연명할 수 있게 해주어 겨우내 살아남게 해주던 친구...
내 첫사랑의 쓰린 상채기를 함께 아파해주며 명동에서 종로에서 내 감정의
찌꺼기를 온 몸으로 받아주던 친구...
노래가사처럼 수많은 밤을 함께 지새우며 인생과 사랑과 다가올 미래에 대한
꿈을 토로하던 친구....
내 살아온 평생의...아니 살아갈 남은 평생의 친구..
녀석과 나는 고1때 같은 반 급우로 처음 만났다.
나름대로 고만고만한 헤게모니 다툼이 학생들 사이에서 벌어질때 녀석은
입학한지 2개월이 안되어 벌써 우리 학교의 "짱"이었다.
아직은 솜털 뽀송한 중학생의 태가 가시지 않은 대부분의 아이들과는 달리 덩치도 크고 험상궂은 얼굴에 중학교때부터 놀던 가락(?)의 내공을 실력껏 발휘했기에
두려움과 치기어린 동경의 대상이었으며 고3 선배들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
영화 "친구"에서의 유오성처럼 무소불위의 완력을 휘두르던 친구였다.
나야 있는 듯 없는 듯 평범한 범생이였지만 ...
그러던 어느 날, 하교길 버스안에서 이 친구가 나에게 말을 건냈다.
"난 네가 맘에 들어.네 분위기랑 느낌이 좋아.우리 친구하자"
그 날 이후 우리는 단짝이 되어 늘 함께 어울렸다.
등산이랑,미팅이랑,여행도 함께 하며 녀석은 내가 몰랐던 신세계를 열어주었다.
누가 봐도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지만 우린 서로서로의 장점을 좋아했으며
자랑스러운 친구로 생각했다.
어느때인가 그 친구가 술자리에서 자신은 나를 친구로 만나 건달이 되지않고 평범한
생활인으로 건실하게 살 수 있게 되었다는 속내를 털어 놓기도...
그는 언제 어디서나 꿀림없이 당당했다.
어떤 자리에서도 좌중을 휘어잡는 쇼맨쉽과 유머를 지녔으며 글도 잘써 대학가곡제에서는 아내에 대한 사랑을 적은 시에 작곡을 하는 동생이 곡을 써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러던 어느날부터 그 친구는 서서히 우리들과 멀어져 갔다.
모임에서도 자주 만날 수 없었고 이런저런 이유로 날이갈수록 보기 힘들어졌다.
IMF이후 친구의 사업은 급격히 무너졌고 그 여파는 경제적 곤궁과 가정의
갈등으로 이어졌다.
그러길 몇년후 끝내 친구의 가정마져 무너졌고 그의 아내는 미국이민길을 떠났다.
어렵사리 찾아간 친구는 외아들과 단칸반지하방에서 새로운 둥지를 틀어 재기를 모색했지만 현실은 항상 그의 편이 아니었다.
그는 오랜 칩거에 들어가 부모형제는 물론 친구들와의 내왕도 일절 끊어 버렸다.
성공할 때 다시 나타나겠다는 말로서 스스로의 비장함을 나타내며...
그렇게 친구는 서서히 우리에게서 멀어져갔고 남은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가끔 안주삼아 끄집어 내어질 뿐이었다.
내가 딱정에 둥지를 튼지 일년쯤이었을까?
딱 한번 걸려온 녀석의 전화에서 현재의 곤궁함을 읽을 수 있었고 그나마 그 후에는
일절의 통화마져 되지않아 나역시 바쁘게 살다보니 잊어버리고 있었다.
그런데 두어달전 우연히 네이버블러그에서 이 친구를 찾은 것이다.
어느 블러그에 다녀간 흔적에서 낯익은 닉을 발견하고 갸웃거리다 혹시나 하여
클릭을 했더니 거기 대문사진에 친구의 사진이 떡~~하니 걸려 있는게 아닌가?
친구는 예전에 몇년간 세이클럽에서 음악방송을 하고 있었는데 그 음방의 타이틀이 바로 친구 블러그의 타이틀이었던 것이다.
난 너무나 반갑고 신기했지만 선뜻 아는체 할 수 없었다.
물론 친구를 와락~~ 놀래키려는 생각도 있었지만 블러그를 이리저리 둘러보니 현재 친구가 하고 있는 직업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소위 다단계판매사업같은 직종이었는데 예전부터 나와 친구들이 여러번 말렸던
기억이 나 망설인 것이다.
그 사업의 진실성 여부를 떠나 모든 걸 거기에 올인한채 멋진 한방으로
인생역전을 꿈꾸기에 그 허황됨을 염려한 것이다.
얼마나 자기인생을 되돌리고 싶었을까?? 자신을 내친 아내와 가족과 사회에 대한 복수를 꿈꾸는 듯 블러그 가득 조직의 독려구호와 다짐이 무성했다.
그래서 안부게시판에 나를 밝히지않고 그냥 멋진 블러그 잘 둘러보고 간다는
인사글만 남겼다.
물론 이웃맺기도 하고 음악포스트에는 덧글도 몇개 달아 놓았는데 예상대로 친구는
내 블러그를 찾아왔지만 일절의 덧글이나 아는체를 하지 않았다.
이상타....내 블러그를 조금만 들여다보면 나를 금방 알아볼텐데 ...하지만 두어번
더 나를 찾아오면서도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은 것이다.
나는 여러날을 두고 많은 고심을 했다.
먼저 손내밀어 반겨야 하겠지만 아무 반응없는 녀석의 맘을 헤아려보니 혹시 나로인해 친구의 자존심을 손상케 하는 건 아닌지 싶어 망설여졌다.
그러길 두어달...가끔 들여다보는 친구의 블러그는 쥔장의 관심에서 멀어진듯
이젠 잡초만 무성할 따름이다.
이렇게 또 멀어지고 잊혀지는 건지...나의 생각과 판단이 과연 친구로서 옳은 선택인지 도무지 혼란스러워 알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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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음악재생이 되나요? 네이버에서 구입한 음원인데 글과 함께 복사첨부 했습니다. 다음에는 이 곡이 없더라구요.
지금 새벽이라 스피커는 못 켜고,,다음에서 없는 것이 네이버에 있는 경우가 많은데 복사가 되나요?.. 글고 딱정님 본문 글의 줄간격좀 맞춰주3.. 못말리는 선생기질 이해해주3 ㅎㅎ
넵 소리미님....알겠습니다. 근데 줄간격 어케 맞추나요?ㅎㅎㅎ
솔직 담백하게 자신과 친구에 대한 얘기를 적으신 윗글을 읽으며 딱정벌레님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고 더불어 친근감을 느낍니다.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며 많은 경험을 하지만 처해진 현실로 인해 친했던 친구와 서먹서먹해지는 거 참으로 안타깝더군요.글 속에서 친구에 대한 진한 애정이 느껴집니다.음악은 않들리네요.
나이를 이만큼 먹다보니 감출 것도 부끄러울 것도 없어지나 봅니다.위로의 글 감사드려요
양희은님노래 들렸었는데..시방은 안들리네요. 딱정님, 그친구만 떠올리면 마음 아프시겠습니다. 저도 사연은 다르지만 생각만 나면 마음이 짠한 친구가 있네요. 이혼한 친구인데..자꾸 친구들을 피하고 전화도 안받고 하더라구요. 혹 자기가 처한 현실외에 다른 오해가 있는지 만나서 술이라도 하면서 얘기 나눠보시죠?
별다른 오해의 소지는 없는 듯 하고...다만 스스로의 자격지심인듯 한데 전혀 연락할 방법이 없네요.전화도 안되고 가족들조차 소식을 모른답니다.
네이버'는 가서 들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퍼오면 당일만 나오다가, 안 나와서 다시 가 보면 숫자가 바뀌더라구요~
사랑해님..은 귀재!! 무엇의? 모든것의!
네이버껏은 퍼오면 그리되요~전 그래서 파란에서 파일을 만들어서 올리는데 그러니까 들리더라구여
두분의 말씀이 맞는 거 같습니다. 어제 저는 분명 들을 수 있었거든요.
부산에서 위로의 글과 함께 적은 돈이나마 부쳐준 친구분인데.. 망서리지 마시고 연락하셔서 허심탄회하게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한잔 하시는 것이 좋을 것같아여 잠시 현실은 미뤄두고서.....친구분도 속으로 많이 보고파 하실 것 같은데여.....안타깝습니다. 음악은 저도 안 들립니다 ^^;;
그렇지요???하여 여기저기 친구의 소재를 수소문하고 있습니다. 혹시나하여 닫혀버린 블러그에도 글을 남겼고...고맙습니다.무소유님
지금 읽어봤습니다. 아마도 오해가 싹틀수도 있는 상황같네요.. 인정많은 딱정님성품으로 맘 고생 많이 하셨을테고.. 친구끼리 젤로 고마울때는 먼저 다가와주었을 때.. 친구분 함 만나보라고 ..조언하고 싶네요..
맞습니다 "먼저 다가와 주었을때"란 말씀... 자격지심, 섭섭함 그따위 아무것도 아니겠죠? 친구사인데...
저하고 비슷한친구가 있네요.우리나이때가 제일 바쁠땐데...고등동창중에 젤먼저 사업시작해서 최고급차타고 다니더니 지금은 가족들하고도 연락을 끊코 집에가보니 내아들하고 동갑인아들녀석이 집에컴퓨터없어 우두커니있는것보고 친구몇이서 십시일반 컴사주고 인터넷 신청해주고 온 생각이나네요. 그친구 지금도..
힘모은 우정이 부럽습니다. 이 친구 마지막으로 본게 4년전인가...친구의 아버님 돌아가셨을때 였는데...
80년 같으면 전 초등학고 6학년때인데~도대체 연세가~~^^:: 암튼 각설하고~글을 읽어보니 오해의 골이 깊지 않나 싶습니다~먼저 손을 내밀었으면 하는 바램이 좀 크네요~^^ 언제 또 인연이 되시면 그때는 먼저 손 내미세요~^^
ㅎㅎㅎ 제가 58개띠니까 써니님보다 꼭 10년위네요.ㅎㅎㅎ 암튼 저도 각설하고~~ 지금 간절함으로 친구를 찾고 있습니다. 말씀대로 제가 먼저 손 내밀께요. 고맙습니다.^^*
글 잘 읽었어요. 딱정님의 성품 저도 대충 알기에 많은 고심을 했으리라 미루어 짐작합니다. 저도 다른 님들처럼 먼저 손 내미시길 말씀드리고 싶었는데 그리 하신다니 다행입니다. 부디 좋은 인연으로 다시금 이어지시길 빌어요. ^^
에버그린님 감사합니다.님들의 세심한 관심으로 많은 지혜를 얻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