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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인 사람: 에랑, 나가, 남인, 애호박, 남우, 다리아, 늘같은
모인 곳: 에랑 사무실(간석동)
사무실이라고는 썼지만, 바닥이 뜨끈뜨끈하게 데워진 게 가정집 거실 같았어요.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11월에 접어들었고, 이날 마침 입동이라서 그랬는지 따뜻한 바닥에 방석 깔고 앉아 이야기 나누는 분위기가 정겹더라고요. 효숙 님 따님, 남우 님 조카들도 수능을 치렀다는데, 현재 교육,입시 제도에는 할 말이 많지만 수험생들에게는 좋은 결과 있기를 바라요.
제가 기록을 맡고, 다리아 님이 진행을 맡아 주었어요. 말솜씨 글솜씨가 있든 없든 자발적으로 나서는 모습이 참 미더웠어요.(자화자찬이 된 건가요?ㅎㅎ)
먼저, 두 주를 어떻게 지냈는지 이야기를 나누었죠. ‘근황토크’
에랑: 술 마신 이야기와 헌혈 이야기
남인: 장애인 활동 보조인 신청한 이야기, 아들의 신체검사 재검 이야기
나가: 시험과 과제가 끝난 데다 교수님 수술로 휴강까지 이어져 신난다는 이야기
자우림 공연 소식, 최근 불면의 밤을 보낸다는 고백
늘같은: 땡땡책협동조합 알림
남우: 야구-한국시리즈가 끝나 낙이 없고, 삼성이 우승해 열받았다는 이야기
팟캐스트 ‘벙커1 특강’으로 이덕일 역사 이야기를 듣고 있다는 이야기
애호박: 도시농업네트워크 사회적기업 인증 심사 이야기
맥주 만들기 워크샵 다녀온 이야기, 지난번 운영위 이야기
다리아: 위내시경 검사 받은 이야기
<말과 활> 관련 정희진 씨 강의 듣고 온 이야기
읽고 온 책: <푸른 눈, 갈색 눈>
지은이: 윌리엄 피터스
미국의 저널리스트,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옮긴이: 김희경
NGO 세이브더칠드런 근무
펴낸 곳: 한겨레출판(주)
초판 1쇄 2012.6.15
책을 재미있게 읽었다는 반응이 많았어요. 재미있고 유익한 책을 추천해준 다리아 님, 고마워요!
돌아가며 나눈 얘기를 기록과 기억에 의지해 쓰긴 하겠지만, 제대로 들은 건지/적어둔 건지 모르겠으니 잘못된 것이 있으면 댓글 달아주세요~^^
남인: 책 속 배경 마을에 ‘주변에 흑인이 한 명도 없었다’고 했는데, 낯선 것에 대한 경계심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그것을 깨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차별하는 사람인지 어떤지 모르는 채 평생을 살 수도 있다.
다른 인종이 10% 이상 섞여 어울려 살아야 건강한 사회일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우리는 단일민족이라 왜곡된 사회라 볼 수 있다. 나와 다른 사람을 찾아 다니는 삶, 교육이 필요하다.
눈 색깔로 차별을 하고 자기 눈색깔이 우월한 위치에 있어 그럴 듯한 대접을 받을 때 아이들이 만족하는 모습을 보며, 내가 바라는 행복의 조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행복은 상대적이다. 다른 사람이 누리지 못하는 것을 누릴 때 행복하다 느낀다. 그러나 그것이 근본적인 행복은 아니다. 국가, 사회에 세뇌당한 것이다. 세뇌당하고 속지 않도록 나만의 자존감을 세워야겠다.
다리아: 차별을 당해본 경험을 말해보자
남인: 나는 ‘아니다’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차별을 많이 받았다. 노동조합에 가입한 뒤로 회유도 당하고.
다리아: 몰타(찾아보니, 몰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 섬에서 93km떨어진 곳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랍니다) 여행 갔을 때 인종차별을 당한 적이 있다. 말로만이 아니라 신체적 공격도 받아 많이 놀랐다. 10대 남자아이들이 (동양인이라고) 달걀 들어간 빵을 던졌다. 나중에 얘기를 들어보니, 그들이 우리를 중국인으로 오해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남인: 미국 출장 갔을 때 사우스벤드(맞나요? 찾아보니 인디애나 어디라는데... 하여간 미국 어딘가)라는 시골 공항에서 (역시 동양인이라고)세 명이 끌려가 몸수색을 당한 적이 있다. 그들이 고무장갑 같은 걸 끼고 몸수색을 하는데 굉장히 불쾌했다. 다시는 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양근: 책 속에서 선생님이 고민하던 것이 나도 마음에 걸렸다. 그 실험적인 교육이 아이들에게 폭력적이기 때문이다.
옮긴이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배다리에 방문한 햇살공부방 아이들을 만날 일이 있었다. 아이들 중 한 명이 시종 말없이 앉아 있었는데, 알고 보니 다문화가정 아이였다. 따돌림 당하는 모습이 안쓰러웠다.
마틴루터킹 목사의 죽음을 본 선생님이 실험적인 수업을 하게 되는데, 마틴루터킹 목사의 연설이 떠올랐다. 조지아 주의 언덕에서 백인과 흑인 아이들이 어울려 노는 꿈을 꾼다는 내용. 조지아 주는 바로, 아프리카 흑인 노예들을 싣고 와 내리던 곳이라고 한다.
나가: 선생님이 대단하다. 치사하다 싶을 정도로 차별 받을 상황으로 아이들을 몰아가더라. 아이들은 진짜로 믿었을 것이다. 같은 수업을 받았어도 어른들보다 더 큰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옮긴이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이 책이 이제야 번역된 것은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 것이다.
외톨이가 어른이 되어서도 외톨이였다는 것이 안타까웠다.(초등학교 3학년 때 선생님의 차별 수업에서 소신을 지켰던, 평등에 대한 감수성이 뛰어났던 아이. 어른이 된 뒤에 그는 사회적으로 성공하거나 주류사회에 안주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남우: 재미있었다. 교육문제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책으로 배우고 답을 써가며 하는 공부와 이런 식의 공부는 큰 차이가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다. 오늘 조카들이 수능을 봤는데, 아이들이 불쌍하다.
GCF가 들어오는 건물에서 일을 했는데 그 건물 안을 오가는 사람들은 다양한 피부색을 가졌더라. 피부색에 따라 우월을 나누어 보는 것은, 우리가 서구 문화권의 영향 속에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다문화가정이 많아졌는데 우리는 그 나라를 못사는 나라, 경제력이 떨어지는 나라라고 여긴다. 학부모 모임에 백인부모와 동남아부모들이 모인다면. 우리나라 학부모들 중 상당수는 아마 자기 아이가 백인 아이들과 어울려 놀기를 바랄 것이다.
다리아: 나는 차별을 안 하는 사람일까. 관심이 없을 뿐이다, 차별을 하지는 않지만. 정희진 씨가 탈북자 말투를 듣고 마음속으로 그들을 구분 짓는 자신을 보면 끔찍하다는 고백을 한 적 있다.
책속 실험 수업에서 우월감에 빠지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런 아이들을 공부도 더 잘하게 되는 결과가 놀라웠다.
학교 다닐 때 사회심리학 강의 시간에 공격성과 관련된 내용의 비디오를 보았다. 학교 안에서 왕따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게 되었다. 공격성은 인간의 본성이라는 것이 결론이었다. 인간 본성에 공격성이 내재되어 있으므로 차별에 대한 인식과 공부가 필요하다.
남우: TV에서 ‘길 묻는 외국인’에 대한 프로그램을 본 적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백인들에게 훨씬 더 친절하게 길을 알려주는 것을 보았다.
다리아, 나가: 그 프로그램 내용은 조작이었음이 밝혀졌다.
애호박: 새로운 걸 보면 누구나 거부하게 된다. 인류 역사를 통해 볼 때, 전염병 같이 자기 부족을 몰살 시킬 수 있는 위험한 요인은 낯선 외부인으로부터 오기 때문이다.
집 근처에 외국인 노동자들이 살아서 가까이 본 적이 있다. 평등한 눈으로 보려고 했지만, 그들이 요리할 때마다 풍겨오는 독특한 양념과 고기 냄새를 맡을 때마다 거부감이 생겼고, 나도 모르게 낮춰보는 마음도 생겼다.
나쁜 선입견을 버리려면 본능을 벗어나야 한다. 백인을 보면 무슨 짓을 해도 용서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다리아: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백인 남자 외국어 강사들을 대부분 찌질이들;;이라고 한다.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 여자들은 그들을 만나려고 하지 않는다.
남인: 우리 사회가 억압 받는 사회라는 것을 TV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다. 샘 해밍턴이 군대체험 프로그램에서 하는 말과 행동을 보면 그렇다. 상관이 “문제 있습니까?”하고 물으면 우리 군인들은 “문제 없습니다!”하고 기계처럼 외치는데, 샘은 “문제 있습니다”하더라. 문제가 있으니까 있다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감정을 드러내는 것을 억압하는 사회다.
아이들도 학교에서 교육 받으면서 본연의 모습을 잃어간다. 학교를 다니게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마저 든다.
교육, 사회 구조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다리아: 친구가 겪은 이야기다. 미국에 갔던 친구가 한인마트를 찾다 길을 잃어 차를 몰고 할렘가로 잘못 들어서게 되었다고 한다.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라 하다가 택시기사(흑인)에게 길을 물었더니 앞서 갈 테니 따라오라고 하더라. 반신반의하며 따라 갔는데 20분 가량 따라가다 보니 자신들이 찾던 한인마트 바로 앞까지 안내해 준 것이었다.
미드를 많이 보는데, 백인 중년 남자가 범인으로 많이 나온다. 이것은 흑인을 범인으로 등장시킬 때 불러올 수 있는 사회적 파장을 고려한 것 같다.
충현: 책 속 선생님을 미워하는 두 부류가 있었다. 하나는 젊은 선생님의 성공?을 아니꼽게 여기는 부류, 또 하나는 진심으로 백인이 우월하다고 믿는 부류. 그 선생님의 아이들마저 따돌림을 당하게 되는데, 얼마나 인종차별이 심한 마을이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 미국사회는 인종차별은 좀 희미해졌을지 모르나 노인과 히스페닉에 대한 차별이 새로 생겼다고 한다.
다리아: 책 <수신확인, 차별이 내게로 왔다>를 가져왔다. 이 주제를 이어가 책을 읽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가방을 안 가져와 책 넣을 데가 없다는 남우 님을 제치고 나가 님이 득템하셨죠^^)
늘같은: 이 책을 마음속으로 정리하면서 세 단어가 떠올랐다. 편견, 차별, 권위. 선생님의 권위가 무섭다는 생각, 권위를 가진 사람들에게 인권에 대한 감수성과 실천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제가 이 말 말고 다른 얘기도 한 것 같은데 어느 대목에서 어떤 말을 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다리아: 권위 얘기하니 생각난다. EBS <아이의 사생활>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본 건데, 선생님이 자기 사진을 들고 아이들에게 가서 ‘부탁인데, 이 사진을 찢어 줄래’하자 많은 아이들이 사진을 찢었다. 선생님의 권위에 눌려, ‘에이, 선생님 얼굴이 들어있는 사진을 어떻게 찢어요’하지 못하고. 한두 명만 찢지 않았다.
칭찬에 대해서도 생각하게 된다. 몸을 깨우는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강사가 수강생들에 대해 어떤 평가도 하지 않는다. 다른 수업에서의 경험인데, 강사가 다른 수강생을 칭찬하는 말을 하면 나머지 사람들은 위축된다.
남우: 흰 것은 좋고 검은 것은 나쁘다고 말하는 교육이나 언론들도 권위가 될 수 있겠다.
남인: 학교에서 상하반을 나누어 수업하는 것도 차별이다. 아이들이 뭘 보고 배우겠나.
남우: 드라마 <상속자들>을 보고 생각하는 것인데, 교육 여건은 평등해야 한다. 미국에 잠시 있을 때 경험한 것인데, 거기선 아이들을 차별하지 않더라. 부모가 히스페닉이나 불법체류자여도 그 아이들은 학교에서 받아준다. 몇 개월 잠시 머무르는 것이어도.
충현: 차별, 교육에 대한 드라마라면 <여왕의 교실>이 있다.(드라마를 거의 안 보는 저는 잘 알아들을 수 없었어요^^;;)
대략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어요. 저는 성차별, 나이차별, 외모차별 등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인종차별이라는 주제 하나로 한 시간 반 넘게 다양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오가는 것이 참 좋았어요.
공지사항으로
이번 일요일(11월 10일) 걷기 모임과 맥주 모임 소식을 전해 들었어요.(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은 관련 공지글을 찾아 읽고 시간과 장소를 확인해주세요~)
그리고 주말 책모임을 추진하기로 확정했고요.(관심 있으신 분들은 다리아 님께 문의하시면 될 듯^^)
다음 책모임은
11월 21일 7시 30분에
부평구에 있는 공정무역 카페 허니써클에서 하게 될 것 같고요(장소는 확정되지 않았어요)
녹색평론 133호(2013년 11~12월)을 읽고 만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