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춤한,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상품이면서 환경에도 도움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꿈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DIY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Do It Yourself'의 첫 글자를 딴 DIY는 '스스로 만들어 쓰는 것'을 뜻한다.
판에 박힌 기성제품에 자신의 욕구를 맞추기보다는 소비자가 자신의 취향, 기호에 따라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쓸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가구 등을 중심으로 소규모 흐름을 형성했지만 몇 해 전부터는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집안 꾸미기에 나서는 DIY족이 사회 트랜드가 됐다.
화장품과 수세미, 가구 등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주부 3인을 만나 DIY 이야기를 들어봤다.
[천연화장품] 조성희 주부 "화장품 아직도 사서 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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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있는 주부 조성희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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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평호 | 아름다워지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외모 지상주의와 상술이 결합한 화장품의 공세에 여성들이 의연하게 대처하기는 어렵다. CF처럼 바르면 누구나 예뻐질 것 같지만 사실 시중의 화장품 대부분은 화학물질 덩어리이다.
화장품 성분의 기본이 되는 것은 유성 성분. 유성 성분에는 식물·동물에서 추출하는 천연성분과 석유계에서 추출하는 성분이 있다. 화장품을 만들 때에는 이 유성성분에 정제수를 넣지만 그것은 '물과 기름'이기 때문에 잘 섞이지 않는다. 그럴 때 계면활성제 등의 유화제를 첨가해 색과 향을 높여 뛰어난 화장품처럼 보이게 만든다.
종류에 따라 여기에 방부제와 살균제도 첨가된다. 이런 화장품을 계속 쓰다 보면 화장은 결국 화학물질 덩어리를 피부에 바르는 것이 되고 부작용도 적지 않게 발생한다.
천안시 두정동에 거주하는 주부 조성희(36)씨의 집에서는 기성 화장품을 찾아볼 수 없다. 남편과 본인, 두 자녀가 사용하는 화장품을 모두 조씨가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선크림을 만들었어요. 성공 이후로는 스킨, 로션, 아이크림, 에센스 등 화장품과 샴푸, 비누까지 모두 제가 만들고 있죠."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한다? 조성희씨도 처음에는 엄두가 나지 않았다. 천안녹색소비자연대에서 지난해 4월부터 개설한 '천연 화장품·비누 만들기 강좌'를 수강한 것이 계기가 됐다. 매월 1차례씩 진행된 강좌에서는 아로마나 라벤더 등 천연오일과 녹차·감초 등의 한약재를 이용해 천연화장품과 비누를 만들었다.
"강좌가 있기 전 녹색소비자연대 사무국에 필요한 재료를 부탁하면 인터넷으로 주문해 마련해두죠. 만드는 과정은 쉽습니다. 30분에서 한시간 정도면 원하는 화장품을 만들 수 있어요. 처음에는 용어가 어렵고 재료로 사용하는 오일의 효능을 잘 몰라 실수도 있었지만 안내서들도 많아 큰 도움이 됐습니다."
조성희씨가 화장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키로 결심한 데에는 자녀들의 영향도 있다. 네 살배기 딸이 아토피 초기 증세로 고생을 하고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천연화장품을 사용하다 보니 아토피 증세가 사라졌다. 천연화장품의 효능은 본인도 체감하고 있다. 기성 화장품을 사용할 때보다 한결 피부가 매끄러워졌다고 조성희씨는 말했다.
주위 사람들 반응도 달라졌다. 처음 화장품을 만들어 사용할 때는 "유난하다"는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적극적인 동조자가 늘었다. 다음달에는 부녀회원들과 함께 아파트에서 천연화장품을 만들어 볼 작정이다.
[환경수세미] 박현미 주부, 환경도 살리고 건강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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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경수세미를 만들어 사용하는 박현미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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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평호 | 주부 박현미(37·천안시 불당동)씨는 지인들 사이에서 '환경 수세미' 전도사로 통한다. 틈날 때면 이웃들이나 지인들에게 본인이 만든 환경 수세미를 선물, 환경 수세미 확산에 톡톡히 공헌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박현미씨와 친분 정도는 그가 만든 환경 수세미를 갖고 있는가, 없는가로 구분될 정도이다.
100% 아크릴사와 손뜨개 바늘을 이용해 만드는 환경 수세미는 세제 없이 설거지를 할 수 있고 기름기 제거 능력도 탁월하다. 박씨가 처음 환경 수세미를 접한 것은 2005년 여름 무렵. 서울생협의 홈페이지를 통해 우연히 환경 수세미를 알게 됐다.
"학교 때 가사시간에 배운 것도 있고 손뜨개 바느질을 기본뜨기 정도는 할 수 있었죠. 서울생협 홈페이지에서 환경 수세미 사진을 보니 기본뜨기 정도로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더군요. 바로 도전했죠."
동네 문방구에서 아크릴사를 구입해 처음 환경 수세미를 만들 때는 하루가 걸렸다. 두 번째는 두 시간 만에 뚝딱 환경 수세미 하나를 완성했다. 선물용으로 제법 여러 가지 무늬를 넣어도 하루나 이틀이면 하나를 만들 수 있다. 그때부터 박씨의 환경 수세미 전도는 시작됐다.
"안 쓰는 게 이상하죠. 환경 수세미는 아크릴사 자체가 기름을 흡수하고 분해하는 성질이 있어 세균이 번식하지 않습니다. 물론 세제 없이도 그릇이 잘 닦이죠."
환경 수세미 예찬론자이지만 박현미씨도 처음에는 망설여졌다. 세제를 사용해 그릇을 닦으면 거품이 풍성, 거품만으로도 왠지 믿음이 갔다. 그러나 세제의 거품은 물과 쓸려 없어져도 환경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고 그릇에 남은 보이지 않는 세제의 잔존물들은 인체에도 유해하다. 환경 수세미는 세제를 안 써도 설거지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제로 인한 환경 파괴와 인체 유해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설거지 후 말린 뒤 사용하면 더 좋습니다. 환경 수세미를 사용하면서부터는 되도록 기름기가 많은 음식은 먹지 않게 됐죠. 그 덕에 건강도 좋아졌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인터뷰가 끝난 뒤 박현미씨는 2년을 써도 거뜬하다는 환경 수세미를 선물로 건넸다.
[가구 DIY]김현정 주부 "우리집 살림은 내가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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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Y로 자신만의 가구를 만드는 김현정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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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평호 | 세상은 두 종류의 사람으로 나뉜다. 남이 만든 물건을 쓰는 사람과 자신이 만든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 김현정(36·천안시 백석동) 주부는 자신이 만든 물건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김씨가 만들어 사용하는 물건은 가구. 가구는 한국에서 DIY 영역으로 가장 먼저 확산됐다. 김현정씨는 2005년 11월 쌍용동의 한 공방에 들러 DIY 세계에 입문했다.
"옛날부터 가구를 만들어 봤으면 하는 꿈을 가졌죠. 아이들이 어려서 한동안은 시간이 없었다가 마침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공방에 가구를 의뢰해 제작하는 것을 보고 친구랑 함께 공방 문을 두드렸죠."
공방에서 김씨가 DIY로 처음 만든 가구는 바퀴와 서랍이 달린 테이블. 한 달여만에 완성했다. 볼 때마다 뿌듯했다. '스스로 해냈다'는 대견함도 있었지만 원하는 디자인으로 가구가 만들어진 점에 만족감도 컸다.
작년에는 두정동의 '쟁이' 공방으로 옮겨 9월부터 책장을 제작했다. 첫 작품보다 덩치는 커졌지만 한달만에 완성했다. 지난해 10월 13일 아이의 일곱 살 생일에 맞춰 엄마가 직접 만든 책장을 선물했다. 아이는 감격과 기쁨에 한동안 입을 다물지 못했다.
"테이블을 만든 이후 한동안 DIY를 쉬었어요. 다시 하자니 조금 낯설었지만 금세 예전 기술(?)이 살아나던걸요."
요즘은 주중에 화요일과 이틀 낮에 공방을 찾아 강좌를 듣고 있다. 두 개의 가구를 만들어 본 경험은 있지만 장비를 다루고 도면을 만들거나 볼 수 있는 체계적인 DIY 기술은 늘 부족함을 느껴 이번달부터 한달 과정의 정규 강좌를 수강하고 있다. 강좌가 끝난 뒤에는 침대 제작에 도전할 생각이다.
DIY를 통해 김씨가 얻은 것은 단순히 가구 뿐만이 아니다. 시중의 가구나 인테리어 소품을 볼 때면 저것을 어떻게 구입할까가 아닌 어떻게 만들까로 보는 관점이 바뀌었다. 유해성분을 함유한 본드나 페인트가 다량 사용되는 기성 가구의 폐해에 눈 뜬 점도 DIY를 통해서였다.
마음은 있지만 DIY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김현정씨의 메시지는 간결했다.
"시작이 어렵지 일단 첫 걸음을 떼면 그 뒤는 쉽습니다. 혼자 보다는 여럿이 함께할 수 있는 공간이나 사람을 찾아 보세요. 시작하기가 훨씬 수월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