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스티븐 킹은 공포 소설 작가로 알려져 있지만, 그의 작품이 전 세계 1억 독자의 주목을 끄는 힘은 현대 사회 심층부에 대한 탐색과 고발에서 나온다. 때문에 스티븐 킹의 소설은 일반적인 공포 소설보다 훨씬 기괴하면서도 리얼하다. 데뷔작인 『캐리』에서 마찬가지로 심각한 사회적 관심사를 공포의 주제로 삼아 조명했다. 물질주의가 만연한 타락한 사회를 청교도적 얼굴 아래 가리려는 미국의 모습을 드러냈고, 『돌로레스 클레이본』(가부장제), 『그린마일』(사형 제도), 『미저리』(스타 산업), 『샤이닝』(가장의 역할) 등에서도 마찬가지로 심각한 사회적 관심사를 공포의 주제로 삼아 조명했다.
『애완동물 공동묘지』 는 ‘가족’의 공포를 보여준다. 주인공은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임에도 애완 고양이가 죽자 비이성적인 수단에 호소해서라도 ‘가족’의 행복을 지키려 한다. 고양이가 되살아남으로써 그의 불안은 일단 해결된 듯했지만, 이내 찾아온 불행이 다시 균열을 만들자 그는 상상할 수 없는 방식으로 가족의 재통합을 위해 몸부림치다 오히려 가족을 순식간에 파멸로 몰고 간다. 월트 디즈니 등이 무수히 강조해 온 완벽하고 화목한 미국적 가치 ‘가족애’의 이면에 잠재된 두려움을 정확하게 짚어 내는 스티븐 킹의 공포는 미국적 사고와 생활 양식을 답습하는 전 세계 사람들을 공감시킨다.
>>현실의 일상에서 발견한 공포
스티븐 킹은 미국의 가장 유명한 공포 잡지 《팡골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애완동물 공동묘지』가 집필된 과정을 자세히 소개했다. 1970년대 스티븐 킹이 살던 집 뒤편에 작은 묘지터가 있었는데 근처에 사는 아이들은 모두 그곳을 ‘애완동물 공동묘지’라고 불렀다. 딸이 키우던 애완 고양이가 도로에서 사고로 죽자 킹은 고양이의 주검을 그곳에 묻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킹의 아들이 도로에서 트럭에 크게 치일 뻔한 일이 발생했다. 킹은 당시 이 사건에서 자신이 느꼈던 두려움을 소설에 담아내어 그의 작품에 조언가 역할을 하는 아내 태비사에게 보여줬는데, 평소에는 그의 공포 소설을 거뜬하게 읽고 평가하던 그녀가 이 작품만큼은 끝까지 읽지 못할 만큼 무서워했다고 한다.(태비사는 쓰레기통에 버려졌던 킹의 데뷔작 『캐리』를 구해 세상에 발표하도록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스티븐 킹을 유명 작가로 만든 내조자이다. 그녀 역시 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세탁 공장, 건물 경비원에서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스티븐 킹은 1947년 미국 메인 주에서 태어났다. 킹의 어머니는 가정을 버리고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아들을 키우기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았지만, 킹은 다른 가정의 아이들과 달리 따뜻한 부모의 보살핌을 받고 자라날 수 없었다. 성인이 되어서는 생계를 위해 세탁 공장 인부와 건물 경비원 등을 전전해야만 했으며, 1971년에는 작은 공립학교의 영어선생을 했다